특성화고에 와 보았습니다. - 여기서 일체화를?
by 일산고 교사 고민성
안녕하세요 일산고 교사 고민성입니다.
특성화고로 학교를 옮기면서 저도 적응을 못하지만 저에게 연락주시는 분들도 종종 오해?를 하십니다. 이야기 시작전에 오해부터 풀고 가겠습니다.
첫 번째 오해, 특성화고라며 왜 학교 이름이 “일산고”냐 일반고 같은데?
아닙니다. 1994년 일산종합고등학교, 1998년 일산공업고등학교에 이어 2008년 일산고등학교로 이름을 바꾸었다고 합니다 (사실 저도 이런 역사 몰랐습니다.)
두 번째 오해, 본인이 희망해서 간거 맞냐? 어쩔수 없이 발령받은거냐?
네 제가 희망 1순위로 쓴 학교이자, 아무도 이 학교를 안 써서 사실 2년차라도 쉽게 올 수 있는 학교였습니다.
세 번째 오해, 너무 극과 극으로 갔는데.. 왜 간거냐? 뭔가 이점이 있는 거냐?
집에서 가장 가까우면서 자리가 확실하게 있는 학교를 1순위로 정했습니다. 물론 그전에 2018년인가? 19년에 일산고 수업 발표를 하러 다녀온 경험도 큰 영향이 있었습니다. 저를 아시는 분은 아시다시피 장학사 교감 교장 등에 대한 의지도 희망도 없는 사람입니다. 속으로는 다른 생각하겠지라고 알고 계신 분은 아직 저를 모르시는 것으로 ㅎ
무튼 그럼 이제 이 글의 목적인 새로운 학교에서 교수평기 일체화 잘 하고 있는가 보여드릴 차례이지요?
죄송합니다... 보여드릴 것이 없습니다. 학교에 적응하는거조차 너무 힘들어서 정말 3달 정도는 제가 이 학교 소속임을 부인하고 싶었습니다. 물론 대부분 학교를 옮기면 일어나는 현상이고 저는 이전학교에서 7년을 근무했기에 심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말고도 정말 지난 7년간 겪어보지 못한 수많은 놀라움?들을 단 1학기 만에 겪으면서 이제 조금 적응하고 있다? 하는 정도입니다.
지연쌤의 부탁에 자연스럽게 반응한건 일체화 수업이야기 보다는 일체화 동아리에 특성화고 의뢰가 들어왔을 때 항상 당황하고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그런 상황들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특성화고가 이렇다 이야기해보고 싶었습니다. 물론 학교마다 상황이 다르겠지만.. 고양시 5개 특성화고 중에 그래도 일산고는 중간 혹은 중상 정도의 포지션인 것 같습니다. 급을 나누기도 웃기지만.. 일단 특성화고의 목적을 잘 반영하는 정도로 해두면 좋을 것 같습니다. 6개 학과(멀티/인디/화공/뷰티/조리/제빵) 10개 학급이 3개 학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나 학습의지등은 학과별로 매우 큰 차이를 보여줍니다.
이곳에서 저의 수업이 어려웠던 점을 좀 풀어보고자 합니다 ㅠ
1. 보통교과는 찬 밥? - 시수부터 작다
학교마다 다르지만 1학년 통합과학은 보통 5시간입니다 (4+실험1) 이곳에서는 3시간입니다. 실험은 안해도 된다는 가이드에 따라 하지 않습니다. 2학년 물리학/화학 선택은 2시간입니다. 연수다니면서 물리 2시간이라는 분들께서 힘들어 하시기에 제가 말씀드렸던 이야기들이 얼마나 뜬구름잡는 이야기였는가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절대적인 시수 부족, 코로나 상황과 맞물려 갑자기 패닉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변화가 너무 컸기에 적응이 어려웠고, 사실 아직도 적응중입니다 ㅠ
2. 6개 학과의 특성? 멀티/인디/화공/뷰티/조리/제빵
수업학급을 선택하는 것부터 난관입니다. 기존 분들이 원하는 학과가 딱 정해져 있습니다. 새로온 선생님들은 소위 힘든 학과를 맡게 되는 거 같습니다. 물론 저는 그렇지는 않았습니다만.. 특별한 케이스라고 하지요..무튼 이미 학과 별로 구분지어 선발하기 때문에 이미 학생들 사이의 간극은 꽤나 멉니다. 점수보다는 이렇게 말씀드릴께요. 어느 학과는 수업진행부터 열의까지 모든 과제를 충실히 수행하기에 모든 학생에게 수행 만점을 줘서 사유서를 써야 하는 상황이고, 어느 학과는 일단 학교에 잘 안나오고 나와도 아무 의욕없이 앉아만 있어서 수업에 참여유도를 하기가 매우 힘들어 평가 자체 진행이 안되는 경우가 많을 정도의 상황입니다. 어느 학교나 그렇다는 걸 알고 있지만 이건 예전에 제가 경험한 모든 우열반? 혹은 학급차이를 넘어서는 경험입니다. 아예 전혀 다른 성향의 학생들인것이지요. 같은 수업을 같이 하면 수업 시간도 과정도 결과도 모두 다릅니다. 당연하지만 적응이 안됩니다.ㅠ
3. 교사의 연륜도 극과 극? - 수학과 막내 50대 연구부장님
저는 처음으로 연구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연구부장님도 처음 해보신다고 합니다. 정확한 나이는 모르지만 50세 초중반으로 알고 있습니다. 수학과 막내이십니다. 사실 위에 1번에 이야기한대로 시수 부족은 교사 수와 연결되므로 국 영 수 과 모두 각 3명씩 밖에 없으니 막내가 된 것일 수도 있지만 선생님들의 연령대가 대충 절반은 50대이상이라고 할까요? 이게 무얼가져오는가? 일도 극과 극으로 분리된다랄까요? 하는 사람은 많이 하고 안하는 사람은 거의 안하는 구조가 만들어 집니다. 퇴직 1년 남으신 분께 담임과 업무를 같이하라고 주는 경우는 드물지요.. 곧 교감 나가실 분에게 21시간 수업과 연구부 업무를 주는 것 정도는 당연? 하지만요;;; 어느 부서는 58세 계원과 60세 부장님이 계시고요. 당연하게도 나이로 업무를 정할 수는 없습니다. 혹시 기분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 ㅠㅠ 다만 일반적으로 업무분장에서 어느 정도 배려하는 것이 당연히 맞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제 기준에 배려받아야할 분들이 학교에 절반이다? 정도로 생각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오해는 없으시길, 나머지 절반은 또 20대도 있는 젊은 교사들이 많습니다. 기간제 선생님들도 많으시고요. 여러 가지 이벤트?들도 많습니다.
일단 큰 특징은 위와 같습니다. 일체화 이야기는 한마디도 없이 이만큼 길게도 썼네요. 잘 되었습니다. 사실 일체화 수업 관련해서는 드릴말씀이 없거든요 ㅠㅠ
일단 학생들의 파악이 아직도 덜 되었습니다. 일체화가 나 혼자 교육과정 쳐다본다고 되는 것이 아님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이렇게나 다른 집단을 어떻게 해 나가야할지 막막하기도 합니다. 기존의 수업은 모두 무너지고 모든 걸 다시 계획해야 했습니다. 다만 아직도 잘 파악하지 못했고, 또한 나름 파악의 결론은 있지만 그 방향이 저의 성향과 맞지 않아 알아도 하기 싫어지는 상황이랄까요? 그렇게나 수업은 호흡이라며 학생들과 주고 받아야 한다고 떠들고 다녔지만 같이 호흡하는 대상을 파악하기가 이렇게나 어려운 것이었다는 걸, 그렇게 쉽게 이야기하면 안되는 것이었다는 걸 느꼈습니다.
특성화고에 보통교과 선생님들이 오시면 꿀 빤다?는 말도 있습니다. 저도 그런줄 알았습니다? ㅋㅋ 혹시나 오신다면 그건 본인의 이야기가 아님을 첫날부터 느끼실 수 있습니다 ㅎ 당장에 담임과 업무를 같이 하는 중학교 시스템을 받아들이셔야 합니다. 들어본 적 없는 생소한 과목과 능력단위, NCS, 직업체험 같은 용어에 적응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19개 부서와 19명의 부장님들(특성화고는 각 학과마다 부서와 부장이 있습니다. 그 말은 다른 일반 학교 업무를 나머지 선생님들이 나눠가져가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동급 규모의 학교보다 보통교과 선생님들의 일이 많을 겁니다.)의 업무가 부서별로 각자 돌아가는 과정이 꽤나 다양한 상황을 만들어내기에 대처하셔야 합니다. 수업에 신경 못 쓰게 되는, 혹은 그런 시간이 현저하게 줄어드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수업시간에 들어가면 극과 극이지만 사실 아래쪽? 극이 많은 수업이라 많이 지칩니다. 저번 연수에서 고병헌교수님이셨나요? 에너지를 빼앗기고 오는게 교사의 역할이라고? 저는 그 표현방식을 좋아하지는 않습니다만.. 의미적으로는 와닿는 부분이 있으니까요.. 무튼 밑 빠진 독 이란 느낌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 엄청 길어졌지만 일체화 이야기는 없었네요 ㅠ 사실 아직 할말은 너무나도 많다는 거 ㅋㅋ 너무 제 한풀이 같은 글이 되어 버렸지만 놀랍게도 주간 일체화니까요.. 급 결론 내리고 도망가렵니다ㅎ
일체화의 시작은 학생과 학교 그리고 그 속의 나를 인정하고 파악하는 데서부터다.
이 당연하지만 쉽지않은 한 줄입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샘이 얼마나 적응하느라 고생이 많으셨을지... ㅠㅠ 그렇게나 차이가 많이 나는군요. 그런데... 왜 다음 편이 벌써부터 궁금해질까요?? 😅😅😅
오랫만에 느끼는 좌절감이라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어요 애들도 선생님들도 ㅠ 아직도 느끼고 있긴 하지만 ㅠㅠ 무튼 다이나믹 했고 이제 슬슬 적응중이라 ㅋ 신규교사에서 이제 3년차쯤 온것 같아요 .. 제 연차까지 오려면 아직 10년 남았네요 ㅋ
수업보다 중요한 건 스며드는 거지요ㅋ
올해는 조직에 스며들어
사귐을 실천해보세요
민성샘은 아주 잘 하시잖아요♡
일산고의 변화도 멀지 않았습니다!
접수해버리세요~♡
그러게요 ㅠㅠ 스며드는것 항상 한 3년은 걸렸던거 같아요 ..이제 적응이 되나 싶으면 학교를 옮겼다는게 문제이긴하지만 .. ㅠㅠ 사귐 잘 못해요 ㅠㅠ 특히 이곳은 벽이 높네요 특성화과는 10년씩계시는분들도 계시고 선후배 관계도 강하고.. 물리적으로도.. 무튼 못한말은 산더미 같습니다 ㅠㅠ
양평고 2개의 특성화반 있는 것과는 완전히 또 다른 세계네요 . 많이 힘드신 것이 느껴집니다 ㅠㅠ 그럼에도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요 ..!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ㅠ 양평고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여기 참 다이나믹 합니다 ㅋ 언제 기회되면 더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요 뭐 비슷하면서도 전혀 상상도 못한일이 생겨서 .. 제 경험부족이겠지요 ㅠ
적응에 고군분투 중인 샘께 지난 학기 칭얼댄 것이 머슥해지네요😅 아주 휘리릭 읽어지는 글이네요. 길다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학교을 경험하고 있고 또 경험할 샘을 응원합니다!
무슨 말씀이세요 ㅋ 여기는 유명한 말이 있어요 내려놓으면 편한곳이라고 ㅋ
막상 내려놓으면 되는데 그 전과 너무 달라서 역체감이 큰 것같아요 ㅎㅎ
저는 민성샘의 2017년(?) 여름방학 연수를 잊을 수 없습니다. 위 글들을 보면서 그 강렬함이 느껴지네요.^^! 요즘엔 정말 얼굴 뵙기도 쉽지 않고 그래서 늘 보고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2탄 기대할게요~, 연재 만화(?) 같은 아니면 드라마 같이 다음이 궁금하게 만들어 주시네요. 오늘 선물이 날아갈 거에요.^_______________^!
아 그게 2017년이었던가요 ㅎㅎ 처음부터 다시 해봐야죠 ㅎ
저야말로 그때 준관쌤께서 망설임 없이 수업이야기를 나눠주시는 모습에 얼마나 감사했었는지 모릅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