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엔 정말 여름방학 같은 휴가를 보냈다.
8월 13일 토요일부터 광복절까지 3일 연휴에 16일부터 19일까지 휴가를 내어 21일까지 이어지는 9일간의 연속적인 휴일로. 사는게 뭐 별거 있나, 일할 때 일하고 놀 때 놀고 여유있게 사는게지. 욕심을 줄이고 적게 먹고 적게 입고 많이 싸고, 하하하.
여름방학 같은 긴 휴일기간 뭐 했냐고? 광복절 3일 연휴는 경기도 동네에서 그냥 동네 뒷산 올라 보기도 하고 하릴없이 쉬었지. 16일부터 18일까진 3박일정으로 경주를 다녀왔다. 언제부터인가 나이들고 애들 다 키우면 경주에 작은 집 사서 노년을 보내야지 하는 생각이다. 그래선지 특별한 휴가계획이 없으면 경주를 찾게 된다. 경주엔 1년단위로 계약하는 호텔회원제가 있어서 1년에 20여만원 지불하면 평일 3박은 가능하다. 호텔에서 3박한다는 건 마누라도 억시기 좋아한다, 왜냐하면 이불개고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이런 집안일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쥐…
여기 호텔에서의 휴가에는 수영 못하는 우리 식구들(남자 셋)이지만 자그만 풀장에서 그리 뽁딱대지도 않은 만큼의 인원이 여유롭게 물놀이를 할 수 있다는 재미가 있다. 어떤 때는 우리 별장에서 우리 식구만의 풀장에서 한가로이 스위밍을 하고 있는듯한 착각에 빠질 때도 있을 만큼. 캬캬캬. 그라고 좀 더 여유가 있다면 여기엔 페어웨이가 좁지만 9홀의 값싼 골프연습장이 있어서 숙박자는 예약해서 간이 라운딩을 할 수도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난 그냥 인도어 연습장에서 한 바구니를 간만에 함 휘둘러 봤는데 목이며 어깨며 뻐근하고 아파고 제대로 샷을 날리지도 못하고 해서 라운딩은 관두었다. 혼자가면 다른 2 ~ 3명과 한 조를 이루어 쳐야하는데 초보자가 못 치면 그것도 같은 조의 사람들한테는 우사니깐.
17일과 18일 이틀간 오전 10시(개장시간 10시 ~ 18시 30분)부터 오후 2, 3시까지 아이들이랑 수영장에서 살다시피하고 오후엔 보문호와 감포쪽으로 나가서 보문호에서의 전통 민속공연도 보고 자전거도 타고 싱싱한 회도 맛보고 해따. 참 경주에 가면 항상 제일 먼저 황남빵집엘 찾아 황남빵을 산다. 그리 달지도 않고 물리지도 않아 간식이나 식사대용으로 그만이다. 중자가 1만5천원이다. 2통 사서 한 반 통 정도가 집 냉장고에 들어 있다.
19일 아침을 먹고 대구 본가에 들릴 준비로 경주에 있는 농협하나로마트에 들러는데 갑자기 비가 억수같이 쏟아진다. 이번 여름휴가는 정말 성공적이다. 비를 피해서 정말 더울 때 휴가기간이 딱 맞아떨어졌다. 대구에 도착하니 비는 오지 않았다. 수박이랑 포도랑 본가 냉장고에 넣고 간만에 모친 모시고 점심 식사를 했다. 더운날 홀로 계신 오매를 생각하면 맘이 짠하지만 “혼자 사는게 편하다” 라는 말을 곧이 믿고 사는 건 우리 자식들의 자기편의주의는 아닐까? 법원앞 골목안 제주바당에서 갈치구이와 조림으로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하루 밤 자고 얼라들 할매 잔소리도 좀 듣게 했으면 좋을텐데, 큰 놈 바둑대회가 토요일에 있어서 분당 집으로 향했다.
대구 본가를 나서는데 또 억수 같은 비가 쏟아진다. 내 맘 같고 오매 맘 같은 그런 비가… 집을 나서 신천대로로 해서 북대구IC를 진입해 고속도로를 올리는데 차들이 갓길에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빗발이 약해지기를. 그래도 나는 달린다, 무지막지하게 신이 나서. 왜관을 지나니 비가 그친다. 그 위로는 맑은 하늘과 더운 바람이다. 충주 쯤에 다시 굵은 빗줄기가 보이고 동서울톨게이트쪽은 비 온 후 흰구름들이 넓게 퍼져 있다.
집에 도착하니 집 앞 분당구청 잔디밭에서 2005년 분당탄천축제 개막행사가 있다. 몸도 피곤하고 뭐 별거 있겠나 싶었는데 그게 아니다. 가수들의 축하공연이 있었는데 웬만큼 다아는 가수들이 제법 많이 왔다. “어머나”의 장윤정, 클론, 김종국, 김건모, 소찬휘등등, 피곤하고 집 앞 베란다에 가끔 나가 보고 해서 기억이 잘 안 나네. 근데 초청가수 보다 더 압권이었던건 불꽃놀이었던 거 같다. 근 한 30분간 계속해서 수 백 발(근 한 천발정도)을 쏴 대는데 아 저게 다 돈인데, 헛 돈 엄청 쓰네 하는 생각이 마음 한 구석에 드는 건 너무 촌스러운 건가? 우쨌든 마누라와 얼라들은 무대쪽으로 쫓아가서 보고 들어 오는데 난 편안하게 베란다에 의자에 앉아 오색찬란한 불꽃쇼를 혼란한 마음으로 감상했다.
분당이 여러면에서 살기엔 참 좋은 곳인가 싶다, 형편만 여유있다면. 탄천변에 3개의 물놀이장(어린이용 수영장)이 있어 작은 놈은 올여름 거기서 여러 날 살아서 싫어하던 물(놀이)에 빠져 살게 되었고 덕분에 몸 색깔이 까만 색이 다 되었다. 물론 시골에 살면 온천지가 다 수영장이고 자연학습장이지만…
그래 지난 몇일간 내 살아온 야그 별 재미는 없제?
단경이네는 강원도 내린천쪽 다녀왔고 조박사, 남박사네는 어데 갔다 왔노?
동근이는 여전히 바쁘제? 회장네는 우예 지내노?
문경이네는 청송과 또 어데 갔다 왔나? 올 추석에 함 봐야지? 어데서 언제쯤 모이노? 이번 추석연휴는 토일월 3일 연휴던데…
첫댓글 참 어디 오갈때 항상 하나씩 빠트리고 다닌다, 이번에도 카메라를 놔두고 집을 나섰다, 그래서 사진이 없당...
형님은 목요일 저녁에는 말이지, 일과 후에 법원 직원들하고 축구를 했다. 간만에 하니 공보다는 걸리는 게 상대팀 인간들 다리더라. 헛발질 몇번 하다가 쉬곤 했는데, 그래도 운동이라고 20분 정도 뛰었더니 온 몸이 쑤신다. 앞으로도 보름에 한번씩 계속 하자길래 축구화도 샀다. 내일은 부천으로 한번 다녀올까 한다.
아마도 올 여름 휴가는 없고 잘 하면 겨울에 1주일 정도 쉴까 싶다.
동근이는 많이 바쁘네. 그래서 우야겠노. 종보기는 산에 많이 다니더니 도사가 다 되었네. 그런 가슴을 가지기가 쉽지 않은데. 참 마음이 푸근해지네.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