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답사 : <단양역>, ‘수양개 유적지를 가다’
1. ‘단양’은 물의 도시이자 강의 도시이다. 충주댐에서 흘러오는 남한강은 단양의 중심을 지나며 도시의 경관을 완성한다. 강은 생명의 상징이다. 오랜 태고의 시간부터 강은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주었으며 끊임없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살아갈 수 있는 안정된 주거지를 제공하였다. 현재 단양에는 선사 시대 구석기 시대의 유적지가 많다. 도담삼봉 주변 강가에 신비스러운 공간을 만들어내는 ‘금굴’유적지를 비롯하여 ‘바위그늘’ 유적지 등에서는 몇 만 년 전 이 땅에 살았던 선사인들의 자취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것이다. 그 중에는 ‘쌍코뿔이’나 ‘원숭이’, ‘하이에나’와 같은 이제는 사라진 동물들의 뼈들도 발견된다. 그만큼 한반도는 오랜 시간 속에서 수많은 변화가 있었던 땅이었다.
2. 단양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만천하스카이워크’와 ‘잔도길’은 남한강을 따라 걷는 명소이다. 많은 사람들이 평일에도 불구하고 잔도길을 따라 스카이워크로 향하고 있었다. 대부분 사람들은 잔도길 종점에서 발을 멈추고 케이블카를 이용하여 스카이워크로 올라간다. 하지만 단양의 진짜 모습은 이 곳을 지나면서 나타난다. 남한강을 이어주는 ‘느림보 강물길’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남한강 중간에 흔적만 남아있는 작은 섬은 ‘기적의 섬’으로 알려진 ‘시루섬’이다. 과거 대홍수가 났을 때 마을 사람들은 모두 거센 물결에 떠내려갈 수 있는 생존의 위협에 직면했다. 죽음의 위기 앞에서 사람들은 물탱크에 모여 서로서로 손을 잡고 죽음의 공포를 이겨냈고 결국은 살아남을 수 있었다. 위대한 인간의 기록이 남한강 옆에 만들어져 시루섬을 기억하게 만들고 있다. 이제 시루섬은 사라졌고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졌지만, 단양시에서는 그 시간을 기억하기 위해 ‘시루섬 관광지’를 건설 중이었다. ‘서사’와 ‘감동’이 있는 공간은 오랫동안 특별한 의미로 남을 것이다.
3. 시루섬 기념물을 지나면 ‘이끼터널’이 나타난다. 과거 일제식민지 시대 한국인을 강제로 징집하여 건설하게 한 철도와 터널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이다. 오랜 기간 철도의 역할을 하였지만 새로 현재의 철도가 건설되면서 이 곳의 활용도를 고민하던 중, 한 주민의 아이디어로 자동차가 이동할 수 있는 도로가 만들어졌고 그 곳 중 일부 구간은 양 옆으로 이끼가 아름답게 장식된 공간으로 탄생할 수 있었다. ‘이끼 터널’이 조성된 것이다. ‘이끼 터널’은 일제의 강제 노동이라는 아픈 역사의 흔적과 함께 고통을 이겨내고 발전하는 한국의 역사를 상징하는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는 곳이다.
4. 이끼터널을 지나면 ‘수양개 역사관’이 나타난다. 남한강 주변에서 구석기 시대부터 신석기, 원삼국 시대까지 수 만년 동안 사람들이 살았던 대규모의 주거지가 발견된 것이다. 8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발굴사업을 통해, 이 주변에서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사람들이 거주했으며 그들이 사용했던 다양한 석기와 유물들을 발견하였다. 연천 전곡리와는 다른 형태의 주먹도끼가 나왔으며, 다양한 용도로 활용된 ‘슴베찌르기’를 비롯한 수많은 세련된 선사시대의 유물이 대규모로 출토된 것이다. 또한 신석기와 원삼국 시대의 유물도 발견된다는 점에서 남한강 단양 유역은 사람들에게 충분한 삶의 조건을 만들어주었음을 확인하게 만드는 것이다. 어쩌면 단양 문화 관광의 핵심이 돼야할 지역이지만,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현재 사람들에게 관심을 주는 대상은 즐거움과 편안함을 주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인간이 오랫동안 지켜냈던 생존의 흔적이 주는 위대한 시간과 공간은 특별한 감흥을 일으키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사관에 전시된 유물들과 그 유물들이 사용되었던 강유역을 조합해서 상상해본다면 인간들의 살아온 모습에 경이를 표하게 된다.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주변에 흩어져 있는 돌을 찾아 그것을 도구로 제작한 인간의 지혜는 결국 인간을 지구의 지배자로 만들었던 것이며, <사피엔스>에서 말하듯이 ‘선사혁명’을 이끌어내었던 것이다. <수양개 역사관>은 그러한 사피엔스의 기적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곳이라 할 수 있다.
5. ‘수양개 유적지’를 지나고도 강물길은 계속 이어진다. 강물을 따라 걷는 길은 묘한 낭만과 함께 한다. 그것은 멈추지 않은 걸음이며, 과거를 흘려보내는 길이며, 남아있는 삶을 향하는 길이라는 느낌과 함께 하기 때문이다. 단양도 이제 조금씩 익숙해지며, 더 좋은 기억으로 남는다. 강과 함께 만들어지고 강과 함께 연결된 도시이자 공간인 단양, 그 곳은 여전히 강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 걸을 수 있다. 아직 끝을 만나지 않았기 때문에 남한강 길은 아직은 미지의 장소이다. 다음은 <수양개 역사관>에서 단양의 끝을 향해 걸어야겠다고 생각해 본다. 길은 멀지만, <수양개역사관>에서 단양읍으로 정기적으로 운행하는 버스가 있기에 충분히 도전할 수 있는 코스이다. 최소한 돌아올 곳이 준비되어 있기에....
첫댓글 - 단양팔경의 수려함이 눈앞에 펼쳐진다. 걸어보면 다가오는 생생함이...... "멈추지 않은 걸음이며, 과거를 흘려보내는 길이며, 남아있는 삶을 향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