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럭질에 빠지면, 빌어먹을 놈이 된다
■오늘의 주제
35년만에 고향으로 돌아와 중국집을 개업한 이○신씨,
바쁜 일정에 주민들과 잘 지내고 싶은데 여의치 않아…
도시에서 중국음식점을 운영하다 팍팍한 생활에 고향으로 돌아온 이○신씨(48).
처음에는 타일공 도우미로 따라다니다 시장조사후에 가능성을 확인하고 다시 면내에 중식집을 열었다.
논과 밭까지 농민들의 새참을 배달하느라 고생이 적지 않았지만 덕분에 도시만큼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씨의 고민은 가게 운영상 동네 공동작업에 원할한 참여가 어렵다는 점이다. 일년에 두 번, 이른 아침에 하는 동네길 예취작업은 빠진 적이 없지만 영업을 하는 낮시간에는 참여가 어려워 고민이다.
되도록 마을 사람들과 잡음없이 지내고 싶은 이씨,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1. 공동작업의 내용은 마을마다 달라요
시골 마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공동 작업은 마을길 주변의 무성한 잡초를 베어내는 일. 마을마다 다르지만 최소 2번 이상은 하게 됩니다. 특히 추석전에는 빼놓지 않지요. 그밖에 마을회관에 나무 난로가 있다면 나무 작업을, 동네 어귀에 꽃길이 조성되어 있다면 화단의 잡초를 뽑습니다. 즉, 마을마다 조금씩 달라질 수 있습니다.
2. 불참시 벌금을 물리는 곳이 많아요
마을 공동작업은 공공의 유익을 위한 것으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빠지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관혼상제 등 개인의 중대사는 어쩔 수 없겠지만 마을마다 불참자에 대한 벌금 등 운영규약이 있게 마련입니다. 다만 환자나 고령의 어르신, 그밖에 공공이 납득할 수 있는 경우에는 예외규정을 두기도 합니다.
3. 체력이나 근력에 맞게 일을 나눠요
공동작업시 모두가 같은 일을 하지는 않습니다. 마을길 정비를 할 때 상대적으로 청장년층은 예취기를, 여성이나 노인층은 낫이나 호미로 회관 주변의 풀을 뽑거나
화단을 맵니다. 나무 작업을 할 때도 마찬가지로 베거나 나르는 그룹과 이들을 위한 식사나 새참을 준비하는 분들이 따로 움직입니다.
4. 정당한 사유없이 불참하면 입지가 좁아져요
시골은 예로부터 통일성이 매우 중시되는 곳입니다. 즉 가능한 열외를 두지 않으려는 성향이 강합니다. 그래서 납득할 만한 사유가 없는 불참자에 대한 시선이 따가운 편입니다. 고령화 등으로 실제로 일할 사람이 많지 않은 까닭도 있습니다. 때문에 개인적으로 정말 시급한 일이 아니라면 참여하시기를 권해드립니다.
2018년 충남 홍성군 홍동면 금평리
김애마을의 한 해 공동작업- 총 6회
2018년 4월 2일 <숨은 자원 찾기>
숨은 자원찾기는 군에서 매년 4월과 11월에 재활용품을 수집하고 무게를 재서 마을별로 지원금을 지급하는 행사로 폐비닐, 플라스틱, 종이와 고철을 모은다. 재활용품 뿐만 아니라 폐가전을 비롯한 쓰레기도 정리하게 되어 농가와 마을이 한층 깨끗해진다. 주로 젊은이들을 트럭을 끌고 가가호호 방문해 재활용품을 수집하고 분류한다.
2018년 6월 5일 <마을길 예취 작업>
이틀전부터 이장님이 마을 방송 및 문자를 통해 작업 예고를 하고 당일 아침 6시에 재방송을 한다. “지금부터 마을길 예취 작업을 하오니 주민 여러분께서는 방송을 들으시는 대로 예취기와 호미, 낫을 들고 마을 회관으로 모여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방송후 6시경 작업을 시작해 8시면 끝이 난다. 노인 회원들은 마을 회관 주변의 풀을 뽑고 청장년은 마을 길을 따라 예취작업으로 일을 나누어 시작한다.
2018년 8월 16일 <말복 마을 잔치>
면사무소의 주방개선 지원 작업이 완료됨에 따라 거실로 옮겼던 주방 용품과 가전 제품을 원위치 시키고 축하 잔치를 연다. 주민들을 세 팀으로 나누어 한 팀은 회관 내부 청소를, 다른 팀은 외부 정리를 하고 부녀회원들은 점심을 준비한다. 식사후 에는 청년들을 중심으로 병을 종류별로 나누어 차에 싣고 농협 마트에 팔아 기금으로 쓴다.
2018년 9월 2일 <동네 초상>
출향민의 사망시 선산이 동네에 있고 매장으로 진행될 경우 갑작스레 주민들을 소집해 상여를 메고 장례를 치를 수 있다. 장례후 상가집의 기부가 관례이므로 주민이면 누구나 장례에 참여해야 할 의무가 주어진다. 선산까지 상여를 메고 산소에 떼를 입히는 작업이 공동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2018년 9월 22일 <추석전 마을길 예취작업>
6월과 같은 방법으로 진행한다.
2018년 12월 27일 <마을 대동계>
대동계는 줄여서 동계라고도 부르며, 한 해의 마을 살림살이를 정산하고 음식을 나누며 이장직을 비롯한 마을 일꾼들도 뽑는 주민 정기총회 성격의 행사다. 이날 주민들이 모여 회관 안팎을 청소하고 이장의 주도하에 총회를 연다.
기타
한여름 복날이나 생신 잔치, 주민 자녀의 결혼식 피로연, 환갑이나 칠순 모꼬지 등을 마을회관에서 진행할 수도 있으며 이때 주민들이 상차림이나 설거지 등을 도울 수 있다.
■사례
2003년 12월 전북 ○○군에 전입한 박○호(47)씨는 특유의 성실함을 인정받아 이듬해 대동곗날에 신임 총무로 선정되었다. 마을에 젊은이가 거의 없어 박씨가 오기까지 총무직은 60대 어르신이 9년간 연임하였다.
박씨는 총무직을 맡아 마을 어르신들과 긴밀히 소통하였고 덕분에 정착도 그만큼 빨랐다. 마을 일을 처리할 때도 미루거나 독단적으로 진행하지 않고 이장님과 적절히 분담했다. 특히 마을 행사는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세심히 살펴 부족함이 없게 배려했다.
마을내 제초작업 전날 부득이한 사정으로 1박 2일간 가족이 집을 비울 때도 미리 일정 구간 예취작업을 해놓고 떠났다. 15년이 지난 지금 박씨는 이장직을 맡아 동네에서 없어서는 안될 사람으로 주민들의 가슴에 깊이 각인되었고, 이방인에 대한 경계를 허무는 바람직한 사례로 지역민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평가하기(사지선다 퀴즈 3문항)
* 시골말 맛뵈기
1. 시골에서는 아직 마을 공동작업 대신 ‘부역’이나 ‘비럭질’이란 말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부역은 과거 관청에서 백성들을 무보수 징발하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비럭질의 어원은 어디에서 나왔을까요?
1)자원봉사 2)품앗이 3)구걸 4)두레
➡비럭질의 사전적 의미는 구걸(求乞)을 얕잡아 부르는 말이지만 농촌에서는 마을 공동작업이나 넓은 의미에서 노력이 수반되는 행사까지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2. 마을길 공동 풀베기 작업은 대한민국 어느 시골 마을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다음중 바람직하지 않은 것은?
1)시골 마을은 옆마을과 어느 지점까지 풀을 베어야 하는 일종의 경계가 존재한다.
2)귀촌이라 하더라도 리단위 마을에서는 마당과 텃밭 주변의 제초 등 예취기의 쓰 임이 적지 않으므로 가능한 구비하는 것이 좋다.
3)큰 길에 인접한 논밭을 경작하는 경우 공동작업이 아니더라도 보행자와 차량의 안전을 위해 길가까지 깎는 것이 좋다.
4)예취작업을 할 때는 속도가 중요하므로 칼날의 연마보다는 악셀을 당겨 되도록 빠른 시간내에 끝내도록 한다.
➡예취작업은 매우 위험도가 높아 속도보다는 안전에 초점을 맞춰야 하며 출력의 조정보다는 칼날의 연마상태에 신경을 써야합니다.
3. 시골 마을 공동작업이나 행사는 아직 개선할 점이 많습니다. 시골의 현실을 감안 할 때 실천하기 어려운 항목은?
1)고령화로 인해 예취작업이 점점 어려워지므로 마을 자금으로 트랙터 부착형 제 초기 등을 구매해 일손을 줄여가도록 대응한다.
2)회관에서 공동식사 전후에 상차림과 설거지를 여성에게만 맡기지 말고 젊은 층 위주로 설거지 지원팀을 꾸리는 등 개선을 유도한다.
3)큰 길가에 위치한 논밭 농가에게 인접한 길의 제초를 안내해 공동작업의 수요를 줄인다.
4)공동작업은 마을 구성원 모두가 참여해야 하므로 노약자에게도 예외를 두지 않는다.
➡농촌 마을의 미덕은 느슨한 공동체로 존속해왔으므로 자발적 참여가 어려운 노약자를 배려해왔습니다. 이러한 전통은 앞으로도 오래오래 지켜가야 할 아름다운 유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