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또 무엇에 공포를 느낄까? 공포 영화나 소설을 볼 때, 우리는 즉각적인 공포의 '짜릿함'을 경험함과 동시에, 인간이 느끼는 공포의 본질 그 자체를 목격하게 된다. 욕망, 고립, 죄책감, 배신, 복수, 죽음 등 무서운 이야기 속 다양한 공포의 모티브들은 다른 어느 곳도 아닌 우리 마음속에 숨어 있는 두려움의 실체일 것이다. <네이버캐스트 스페셜>에서는 <오늘의문학> '장르문학' 코너의 공포 소설들을 소개한다. 무서운 이야기 속에서 갖가지 모습으로 변주된 우리 내면의 공포를 만나보자.
메두사의 힘, 공포 원래 아름다운 여인이었던 메두사는 여신의 저주를 받아 탐스러운 머리칼이 모두 징그러운 뱀으로 변해버린 인물이었다. 빨간 혀를 날름거리는 뱀 머리칼을 가지게 된 메두사의 모습이 어찌나 흉측하고 무서웠던지, 메두사의 얼굴을 정면으로 본 사람은 엄청난 공포에 돌이 되어 버릴 정도였다.
누구에게나 양자택일의 순간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처한 상황에 빠질 때가 종종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와중에서 살기 위해서라면 빠른 시간 안에 반드시 어느 한 쪽을 선택해야 하지만, 결국에 어느 쪽을 선택하든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중략) 신인작가 류동욱은 주인공을 만화방에서 떠나지도 머물지도 못하게 만든다. 그럼으로써 작가는 일상적이고 흔한 공간을 공포가 스멀스멀 잠식하는 낯설고 무서운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데에 성공하고 있다.
‘아동학대’라는 소재는 가족 이야기에서 빠질 수 없는 중요 소재이다. 이 작품을 다 읽고 나서,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렸다. 배우 벤 애플렉의 감독 데뷔작인 [가라, 아이야, 가라]의 마지막 장면이었는데, TV를 보는 소녀의 멍한 눈에 담긴 그 섬뜩함이었다. 부모의 무관심, 주변의 무관심, 사회의 무관심이 만들어낸 소녀의 멍하디 멍한 눈만큼이나 가슴 아픈 이야기를 이 작품에서 만나보자.
‘괴담’은 ‘단편소설’에 비해 분량이 짧고 무게감 있는 이야기보다는 가볍고 단순하며 스피디한 형식이 주를 이룬다. 그야말로 한밤중에 친구로부터 듣는 괴담이라고나 할까. (중략) 지금 소개하는 작품은 그간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에서 강렬한 인상을 주는 단편들을 발표해 왔던 우명희 작가의 최신 괴담이다. 이 작품은 그야말로 괴담의 본연에 충실한 작품이라 부를 수 있겠다.
그(스티븐 킹)의 소설 중에는 자동차와 연관된 괴담이 유독 많은 편인데, [애완동물 공동묘지]에서는 애완고양이가 집 앞에서 로드킬을 당하고 아들마저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중략) 이같은 섬뜩함을 도로 위에서 몸소 체험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무작정 끼어드는 트럭이나 오토바이만이 아니고, 한적한 밤길을 달릴 때나 분명 지나왔던 길을 헤매다가 다시 도착했을 때의 섬뜩함 같은 것 말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전민우 작가의 작품은 스티븐 킹의 ‘도로 위 괴담’ 냄새가 물씬 난다.
여기 또 하나의 소시민이 있다. 양심도 그럭저럭, 앙심도 그럭저럭한 평범한 중년. 하지만 자신에게 일어나는 더러운 일은 매번 참아온 이 소심한 남자에게도 소중한 딸이 괴롭힘 당하는 것만은 정말 견딜 수 없는 일이다. 남자는 이제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적극적으로 딸을 지킬지, 아니면 참아낼지를.
당신은 ‘안전함’을 원하기 때문에 ‘공포’를 원한다. 수십 미터 아래로 떨어지는 놀이 기구를 타는 이유는 당신이 튼튼한 안전장치 속에 붙들려 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고, 살인마가 청춘 남녀를 난도질하는 장면에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당신은 저놈이 있는 곳이 당신 집 안방이 아니라 미국 어딘가의 호숫가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그리고 안심하는 것이다. (중략) 김종일의 소설은 현실에 교묘하게 발을 들여 놓는 재주가 있다. 어떤 서술문도 없이 단 두 사람의 대화로만 진행되는 [놋쇠 황소]는 단숨에 결말까지 읽어 내리도록 만드는 흡인력 강한 소설이다.
전건우 작가의 작품 [배수관은 알고 있다]에서 주인공은 욕실 배수관 너머로부터 들려오는 섬뜩한 소리 때문에 심리적인 압박감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독자 역시 주인공과 동화되어 배수관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데, 그곳에서 상상력을 자극하는 여러 묘사들을 읽으며 소름이 돋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글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묘한 매력이다. 전건우 작가의 이번 작품 역시 이웃의 ‘소리’에 관한 작품이다.
장은호 작가는 오랫동안 공포 단편을 집필해 왔지만, 앞서 소개한 작품들처럼 일정한 규칙과 사회 규범에 의해 통제되는 인간의 내면 탐구에 큰 관심을 보여왔다. 최근 발표한 [첫 출근]이나 [하등인간] 등이 그 대표적인 예가 될 테지만, 이번에 소개되는 작품은 그 어떤 작품보다도 직접적으로 극한의 상황을 설정함으로써 독자들에게 섬뜩한 여운을 남길 것이다.
그(작가 김종일)의 예리한 시선은 우리 주변의 삶을 샅샅이 훑고, 그 이면에 감춰진 공포를 들춰내는 데 거리낌이 없다. 이번 작품 또한 판타지보다는 현실에서 묻어나는 공포를 잘 묘사하고 있다. 집요하게 주인공의 심리를 파고들어 물어뜯는 김종일만의 화법과 구태의연하다고 볼 수 있는 일상의 소재에서 공포 요소를 끌어내는 그만의 힘은 경탄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조선시대의 형벌인 팽형(烹刑)은 말하자면 죄인을 사회적인 투명 인간으로 만드는 것인데, 자연스럽게 형성된 사회적인 관계를 어느 특정한 시각과 규칙으로 통제하고 조작하기에 아주 적당한 형벌이다. 팽형은 한편으로는 꽤 장난스러운 놀이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는 관련된 모든 이들을 어느 특정한 규율에 걸려들게 해서 꼼짝하지 못하도록 만들어버리는, 그리하여 규율에 의해 서로가 서로를, 스스로가 스스로를 감시하는 끔찍한 형벌인 셈이다. 임태훈은 이 형벌을 모티브로 해서 어느 끔찍한 디스토피아적 공간을 창조한다.
첫댓글 시원한 공포 이야기...ㅎㅎㅎ
그림만 봐도 공포스럼네 캬캬
재미있는거쫌올리라..앙!!
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