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피(Murphy)마저 울고 가는 연애방지기의 법칙 - 긴급 콜은 꼭 바쁠 때만 떨어진다.
2번째 졸저의 탈고를 위해 밤 도깨비가 된 와중에 지인으로부터 콜이 떨어졌다. 콜을 때린 지인은 나이와 성별을 초월해 지우가 된 연애방도. 청춘의 허리를 졸라맨 지 20년. 드디어 원하던 자금이 모아졌고, 이젠 우아한 노년을 위해 그럴싸한 투자처만 찾으면 되겠는데... 막상 움직이려하니 소문도 많고, 눈 돌릴 곳도 많단다.
“방지기야! 저기 난리 났다는데 들어가야 하나?”
대소변 못 가리는 처지라 몸을 빼내기 힘든 상황이지만 돌아가는 정황이 심히 수상하니 움직이지 않을 도리가 없다. 하여 부랴부랴 약속을 잡고 긴급 출동.
사단이 발생한 지역은 서울 양천구의 목동 구시가지. 행정구역으로 말하면 목2~4동이고, 약도로 살펴보면 홍익병원~나이아가라호텔~등촌삼거리의 트라이앵글이다. 인터넷으로 관련기사를 검색해보니 요약 내용은 간단명료.
“약 30만평에 달하는 서울 양천구 목동 구시가지 지역을 뉴타운으로 개발하는 방안이 가시화되고 있다. 양천구는 이달 초 외부 기관에 타당성 조사 용역을 발주한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이에 따라 외부 투자자들이 몰려들면서 재건축 또는 재개발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노후 다세대·다가구 및 단독주택 가격이 치솟고 있다.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평당 600 선이던 일부 저층 소형빌라 지분 가격이 최고 1,000까지 치솟았다... 목동 구시가지는 1970~80년대 형성된 노후주택 밀집 지역으로 소방 도로 등 기반 시설이 열악한 데다 인접 신시가지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 등으로 대규모 재개발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았던 지역이다.”
30만 평이면 대략 1백만 ㎡. 정방형으로 치면 가로× 세로 각 1km로 굳이 차를 움직이지 않아도 되는 면적이다. 6호선 목동역에 내려 3단지로 이동 후 목4동부터 훑어봤다. 우선 모새미길 좌측으로 금호아파트와 신동아아파트가, 그 안쪽으로 4층 규모의 다세대들이 보인다. 외관상으론 10년 정도 경과된 주택들로 뉴타운 혹은 재개발 이야기가 나올 분위기는 전혀 아니었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개업소에 들르니
“2/3동이라면 몰라도 4동이야 뉴타운 얘기가 가당키나 한가요. 그렇지만 신문에 기사가 난 후 여기도 다세대 매물은 쑥 들어갔어요.”
트라이앵글의 내부의 이면도로를 통해 목2동 쪽으로 이동해 보았다. 목4동과 목2동의 경계에 서있는 월드메르디앙 1~2차, 극동아파트를 지나 용왕산체육공원으로 향하니 231번지 318번지 일대로 오밀조밀한 다세대가 몰려있다. 완공 후 20년 정도는 지나 보이는 주택이 대부분으로 이 일대라면 재개발 얘기가 나올 법하다. 들러본 중개업소엔 소문을 듣고 찾아온 투자자들이 북적여 말 한마디 붙여보기 힘든 상황.
개통 1년여를 남겨둔 9호선 910정거장(염창우체국) 인근에선 지인이 입찰을 고려 중인 감정가 5,165만 원짜리 매물을 살펴보았다. 사건번호 05-21842인 매물은 평소 상황이라면 2차인 4,132만 원에도 팔리기 힘든 반지하 주택. 장점이라면 개통될 910정거장에서 도보 3분 거리에 위치했다는 점, 경매신청자의 청구채권이 많지 않아 후순위 임차인의 전세금 1,800이 전액 배당 가능해 명도에 어려움이 없다는 정도. (지인과 5,500 수준에서 입찰을 논의했던 이 매물은 이틀 후의 입찰에서 1억2,400에 낙찰됐다)
목3동에선 꼭 살 사람을 위해 숨겨두었다는 호가 1억3,500 짜리 25평형 다세대를 안내받았다. 둘러보는 와중엔 집주인으로부터 500을 더 올려야겠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업소 사장은 하루 이틀 내에 도장을 찍어야 살 수 있을 것이라 한다.
목동시장을 거쳐 목3동으로 움직이니 족히 2,000세대는 넘어 보이는 깔끔한 롯데캐슬 단지가 서있다. “이 걸 다 밀어버리고 뉴타운을?”다시 고개가 갸웃, 목3동 역시 뉴타운이나 재개발이 거론될 상황이 아니다.
각설, 긴급 출동한 연애방지기의 답사결론은 “뉴타운 = 불가, 국지 재개발 = 가능”
- 주택유형, 노후도를 감안할 때 엄청난 보상비로 인해 30만 평 ‘뉴타운’은 사업성 결여.
- 목2동, 목3동 일대의 다세대 밀집지역이라면 소규모(약 5만 평?) 재개발사업 가능.
그러나 투자자의 결론은 연애방지기와는 사뭇 달랐으니 그 광풍의 세기와 엄청난 시각차에 대해서는 2부로...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