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상연, 연극배우가 되다.>
2021년 여름이었다. 광명시 문화재단에서 주관하는 연극배우 모집에 뽑혀 느닷없이 연극배우가 되어 큰 무대에서 공연을 하게 됐다.
광명문화재단이 기획하고 극단 <코끼리들이 웃는다>와 캐나다 커뮤니티 연극 단체 <마말리안 다이빙 리플렉스(Mammalian Diving Reflex)>가 공동 제작한 시민 참여형으로 새로운 시도로 연출된 연극이었다. 연극의 제목은 <잠자리 연대기>다.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캐나다의 커뮤니티 연극 단체와 한국의 연극 단체가 공동 제작한 프로젝트로 캐나다팀의 원작을 한국 버전으로 새롭게 창작해 선보인 작품이다.
캐나다 예술위원회의 후원으로 캐나다팀에서 총 4명의 제작진이 내한하여 <코끼리들이 웃는다>와 함께 공연을 만들었다.
본 공연은 2010년 캐나다에서 초연된 이후에 독일, 싱가포르, 대만, 일본, 호주 등 다양한 도시에서 공연되었다.
<잠자리 연대기> 공연 내용은 어르신들의 리얼 솔직 인생담을 이야기하는 시민참여형 공연이다. 국내 초연을 2021년 12월 17~18일 광명시민예술회관에서 이틀간했다.
특히 이 연극을 하면서 함께 출연했던 배우 중 101세 된 최고령 배우가 있었다. 1922년생으로 홍응표 어르신인데 캐나다 극단의 연출자들도 모두 감탄할 정도로 건강하고 모든 일정을 거뜬히 잘 소화해 내셨다.
세계 각국을 순회공연하면서 90세까지는 무대에 올려봤지만 100세를 넘은 분을 무대에 세우기는 한국이 처음이라고 하였다. 그 말만 들어도 내 기분이 우쭐해졌다. 우리나라의 국력을 대신 말해 주는 듯이 정말 기분 좋았다.
연극 공연을 앞두고 거의 매일 대본 연습을 하는 일정을 함께 했었다. 리허설이 끝나고 집으로 올 때도 방향이 같아 그 어르신의 차를 탔다. 처음엔 100세가 넘은 운전수의 차를 탄다는 것에 겁에 질려 손잡이를 꼭 잡았다. 그러나 그 걱정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마치 젊은이가 모는 영업용 택시를 탄듯했다. 속도, 추월, 곡예운전 모두 겸비한 실력으로 밤마다 태릉역까지 태워주시는 그 노장의 운전솜씨는 도저히 101세가 아니었다.
이 연극 출연을 계기로 홍응표 어르신을 형님처럼 또 친구처럼 알게 된 것이 인생 최고의 행운이었다.
이때 많은 매스컴과 공연제작자들의 특별한 관심과 호응이 있어 2022년 10월 7~8일 이틀간 서울 혜화동 [아르코예술극장대극장]에서 두 번째 공연을 하게 됐다.
정말 감개가 무량했다. 연극의 메카라고 할 수 있는 대학로까지 진출하다니 기분이 우쭐하기도 했다. 이 나이 되어서 이런 특별한 경험과 출연료도 두둑이 받고
보니 인생은 연극처럼 재밌기만 했다.
더구나 이 공연이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 본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1월 16일 열린 {제59회 동아연극상} 시상식에서 특별상인 '새개념연극상'의 대상을 타게 됐다. 상금도 최고 액수인 500만 원이어서 모두가 놀랐다.
순간 눈물이 날 만큼 내 눈에 비치는 'kt와 함께하는 동아연극상'이란 글자가 어찌나 가슴이 찡하던지 시상식 내내 마음이 두근거리기까지 했다. 젊음을 받쳐 평생직장으로 내 뼈를 묻었던 KT와 굴지의 언론사가 뽑은 상의 시상대에 서다니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이 넘쳐흘렀다.
인생의 미래는 정말 모른다. 하루하루 건강을 잘 지키면서 꿈과 희망도 끝까지 버리지 않으면 우리에게는 어떤 좋은 일이 생길지 모른다. 꿈꾸라! 이루어질 것이다. 도전하라! 반드시 기회는 올 것이다.
다시 한번 나의 천직이었던 KT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