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애들 생각에는 결혼이란 것이
꼭 해야 되는 의식은 아니라고 자리를 잡은 것 같다.
우리는 나라가 없어진다고 애가 필요하다고
결혼을 강요하지만 그들의 머리엔 우리 생각은
지극히 야만적이자 전근대적인 고루한 생각으로
치부해 버린다.
그래도 없는 살림에 입 하나 줄여보자고
시집가라고 꼬셔보지만 자꾸 그러면 나가서 살겠다고
협박공갈을 한다.
나쁜노무 시키들.
하지만 젊은 애들만 나무랄 일도 아니다.
이미 기성세대들도 결혼에 대한 가치가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엄청난 이혼율이 그 실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지 않는가 말이다.
결혼 5년 미만인 신혼부부보다 20년 이상인 중년부부 이혼이
더 많다는 사실은 우리가 애들에게 결혼하라는 말을 하기가
부끄러워지는 이유가 된다.
자주 언론에 이야기되는 ‘졸혼’은
이제 우리 눈앞에 바짝 다가와 있는 느낌이다.
구조조정 등으로 짧아지는 은퇴 나이와 100세 수명 시대가 초래한
부부 생활의 한 형태로 완전히 자리 잡은 것 같다는 이야기이다.
부부가 백년해로 하는 것에 더 이상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부부 사이가 원만하지 못하면 결혼이라는 틀에 얽매여 살기보다는
이혼해서 자유를 찾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졸혼은 혼인 관계를 지속하며 서로 좋은 감정을 유지하고 있어
이혼의 성격과는 다르고 정기적인 만남이 있다는 점에서
별거와도 의미상의 차이가 있다.
결혼은 했지만 결혼제도에서 여성으로서 답답함을
절실히 느끼는 지금 우리 세대에선 졸혼이 대세가 될 것 같다.
차라리 결혼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결혼관계를 졸업시켜 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긋지긋한 결혼생활에서 벗어나고 싶다.”
대체적인 이야기가 이 말로 결말이 난다.
그렇다고 황혼이혼이란 말도 쪽팔려서 듣기 싫다.
약간의 자존심문제도 걸려 있으니까 말이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처음으로 검은 백조가 발견되었을 때
박물학자와 철학자 들은 모두 혼란에 빠졌단다.
백조는 당연히 흰 것으로 생각해 왔기 때문에
이 검은 새들을 과연 백조라고 불러야 할지 의문이 생긴 것이다.
하얗다는 것은 백조라는 이름을 만들었는데
색이 검은 새를 백조라고 부른다면 이상한 것이다.
결혼이 가진 우리의 관념을 이제는 버려야 할 때인가?
낀세대를 사는 나로선 언뜻 정확한 판단이 서지 않지만
많은 변화가 지금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것을 감지하면서
멍청하게 눈만 껌뻑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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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조는 무조건 하얀색을 가져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