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유령회원 Kiloy입니다.
매일 좋은 글만 읽고가서 죄송한 마음에 올해 한달 동안 다녀온 영국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글이 좀 길어졌으니 필요한 부분만 골라 읽으시면 될 것 같네요.
영국(United Kingdom)은 네부분으로 되어있는데 북아일랜드는 시간이 없어가지 못했고, 잉글랜드, 웨일즈, 스코틀랜드만 다녀왔습니다.
영국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실제로 다녀온 분들은 프랑스, 이태리, 스페인보다 적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도 런던은 몇번 다녀왔지만 다른 도시는 8월에 축제가 열리는 에든버러, 박지성이 뛰던 맨체스터. 비틀즈의 고향 리버풀, 그밖에 바쓰나 코츠월드 정도밖에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 하지만 여행준비끝에 실제로는 그밖에도 많은 도시를 잠깐이나마 방문하였습니다. 귀족적 해변도시 Brighton, 선사시대의 선돌이 있는 스톤헨지와 Avebury, 고대 로마 목욕탕 유적에 건설된 조지왕조시대의 라스베가스 Bath, 영국최초의 고딕성당(13세기)이 있는 Wells, 마그나카르타를 보관한 성당이 있는 Salisbury(솔즈베리), 아더왕의 묘가 있다는 글래스턴베리, 웨일즈의 수도 Cardiff, 세계 최초의 철선을 만들어 미국과 호주로 이민을 실어나르던 Bristol, 아름다운 코츠월즈의 마을들(Burton-on-the-water와 Bibury 이외에도 Chipping Campden, Lower Slaughter, Stow-on-the-wold, Broadway 등), 세익스피어의 고향이자 그의 연극을 상연하는 Stratford upon Avon, 멋진 14세기의 성을 테마파크로 만든 Warwick(워릭), 영국의 디트로이트였던 Coventry, 산업혁명을 이끈 영국 제2의 도시 버밍엄, 18세기에 만든 세계 최초의 철교가 남아있는 Ironbridge Gorge, 아기자기한 경치와 작지만 멋진 성이 있는 Conwy, 아름다운 웨일즈의 스노도니아 국립공원, 비틀즈의 고향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매력적이고 쇼핑환경도 최고인 리버풀, 리버풀의 앙숙 맨체스터, 아름다운 자연과 Wordsworth의 시와 Peter Rabbit이 어우러진 잉글랜드의 Lake District, 은근히 정드는 도시 글래스고, 007 Skyfall 촬영지 Glencoe 협곡, 괴물 네시가 산다는 네스호수, 압도적 장엄함이 있는 스코틀랜드 Highland와 그 정점을 찍는 Skye섬, 희한한 입체적 지형에 건설한 에든버러, 로마가 만든 미니 만리장성 Hadrian Wall, 북해의 항구도시 뉴캐슬과 보잉 757보다 긴 날개를 지닌 천사 Angel of the North, 영국 최대의 노르만 교회가 있는 Durham, 박물관에 있어야할 19-20세기 초의 기차, 전차, 버스, 트럭이 실제로 손님을 실어나르는 조지왕조시대를 재현한 Beamish 야외박물관, 과거 몇백년간 영국 수도를 지낸, 런던 다음가는 관광도시 York... )
제 생각으로는 영국의 관광지로서의 가치가 과소평가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북유럽 뺨치는 고물가가 원인이었다면 이제는 파운드화도 20%나 싸졌으니 고려해볼만한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1. 영국의 관광환경
개인적으로는 프랑스, 이태리보다 화려함은 떨어져도 그에 필적하는 유적과 역사를 갖고 있고, 두 나라보다 더 자연스럽고 깨끗하며, 바가지나 소매치기나 테러를 당할 위험도 낮고, 비록 알프스는 없지만 스노도니아 국립공원(웨일즈)-레이크 디스트릭트(잉글랜드)- 하일랜드(스코틀랜드)로 이어지는 자연은 두 나라보다 한 수 위라고 생각합니다. 두 나라와 비교할 때 관광객이 넘치는 런던의 후미진 골목도 오줌 지린내 나는 곳이 없고 휴지통 많고 화장실 인심도 후합니다. 한마디로 깨끗하고 합리적인 나라입니다. 개인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민도가 높은 곳이 서양에서는 영국, 동양에서는 일본이라고 생각하지만 일본이 좀 호들갑스럽고 속을 알 수 없는 부담스런 친절함의 나라라면, 영국은 인사성이 밝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양보가 생활화된 할아버지같은 사려깊은 신사의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볼 것, 배울 것도 많은 나라인것 같습니다.
2. 영국의 날씨
더위에 약한 사람들의 피서지로는 영국이나 북구가 최고라고 봅니다. 7월 중순- 8월 중순 날씨가 런던은 최저 15도, 최고 25도 정도이고 습기도 적당하며, 에든버러는 기온이 더 낮고 비도 좀 더 자주 옵니다. 북단의 스카이 섬은 낮 최고기온이 13-15도 정도였습니다. 저희도 북쪽에서는 거기서 산 누비옷 입고 다녔습니다. (영국의 위치는 북위 50도 이상이며, 최북단의 오크니 섬의 위도는 알래스카의 앵커리지나 노르웨이의 오슬로와 거의 같습니다.)
3. 영국의 음식
영국은 맛없는 음식으로 악명이 높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얇은 책이 영국 요리책이라는 유머도 있고, 영국인 스스로도 영국요리라고 내놓을만한 것을 대지 못합니다. <영국식 요리>가 맛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영국에서 파는 요리>는 맛이 좋습니다. 프랑스나 이탈리아에서 유학한 영국의 스타쉐프가 운영하는 비싼 음식점이 아니더라도 영국에는 맛있는 이태리 식당이 아주 많고요, 프랑스 요리, 중국요리, 태국요리를 파는 가게를 찾기도 어렵지 않습니다.
4. 영국에서 쇼핑하기
영국은 쇼핑가가 잘 조성되어 있어서 프랑스, 이태리, 독일보다 쇼핑하기가 편리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명품쇼핑이 목적이라면 프랑스와 이태리, 화장품이라면 프랑스, 크고 작은 기계라면 독일이 좋겠지만 기본적으로 세계에서 돈많은 관광객은 영국으로 몰려오는 것 같습니다. 프랑스의 아랍인이 주로 노동자라면 영국에서 보이는 아랍인은 부자나 중산층 쇼핑객이 많습니다. 그 이유는 언어소통이 잘된다는 점과 사회적 눈총이 덜하기 때문이 아닐까 봅니다.
5. 영국에서 운전하기
우핸들이라 주의할 필요는 있지만 영국은 양보운전이 생활화된 나라이므로 비록 도로폭이 좁고 라운드어바웃이 많아도 신경을 쓴다면 운전하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방향이 반대인데도 영국에서 렌터카 빌리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 그 증거입니다. 깜박이를 켜면 대부분의 차량이 하이빔을 쏘면서(양보의 의사표시) 양보하고, 일부러 속도를 내서 지나가는 차는 거의 없으며, 깜박이를 안켜도 끼어들었다고 덤비는 차는 거의 없습니다. 위험하게 끼어들었더라도 미안하다는 손짓을 하거나 비상등을 켜주면(거의 한번만 켜더군요) 대부분 이해하며, 버스나 트럭등 대형차량도 놀라울 정도로 양보를 잘합니다. 이러다보니 영국 도로는 사고발생률이 세계 최저수준이라고 하더군요.
실제로 렌터카 조작법을 몰라 시동이 꺼진 채 1분 정도 헤맨적이 있는데 뒷차가 밀려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경적을 울리거나 신경질적으로 추월을 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차간간격을 더 벌려 주었습니다(이들은 경적을 위협 또는 항의의 뜻이 아니라 위험을 경고하는 의미로만 씁니다). Passing place에서 한대가 양보하지 않으면 통과할 수 없는 좁은 길이 많은데, 이런 곳에서는 언제 발견했는지 현지인들이 내 차에 하이빔을 쏘곤 했습니다(손을 들어 답례하거나, 엄지척 해주면 됩니다). 히드로 공항에 갈때 택시를 탔는데 앞차가 길을 착각했는지 매우 위험하게 끼어들기를 했습니다. 택시 운전사는 깜짝 놀라면서도 조금 후에 Nice Driver! 라고 하더군요. 사실 나와 충돌하려고 일부러 그렇게 운전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흥분하는 것 자체가 찌질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대차는 조금 후 비상등을 한번 켜더군요.
그래도 영국에서 운전할 때는 한시라도 방심하면 안됩니다. 운전하러 들어갔는데 운전대가 없는 경우도 있고, 반대쪽 차량이 없으면 남의 차선을 달리다 깜짝 놀라 돌아오는 경우도 있고, 특히 길도 좁은데 반대 차선에서 트럭이라도 오면 겁이나서 도로 밖으로 밀려나가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영국의 Roundabout에 대해서는 철저한 사전준비가 없으면 사고나기 쉽습니다. 우선 그 수가 프랑스와는 비교가 안되게 많고, 라운드 어바웃 안의 차선이 1차선부터 4-5차선까지 있으며, 진행신호가 설치된 경우와 횡단보도가 있는 경우도 있고, 출구가 보통은 3-4개지만 6-7짜리도 있고 모양도 불규칙하기 때문입니다. 유튜브에서 driving in the u.k.로 검색해보시면 많은 도움이 됩니다. 저도 떠나기 전날까지 너댓시간 이 영상들만 봤습니다.
사진 몇장 올려봅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519D93E57B4179B0E)
Lake District의 New Lands Valley
![](https://t1.daumcdn.net/cfile/cafe/2249204557B417B730)
Lake District의 Buttermere Lake
![](https://t1.daumcdn.net/cfile/cafe/2773EC4557B418100A)
Glencoe 협곡의 Three Sisters
![](https://t1.daumcdn.net/cfile/cafe/2651EB3F57B4186A1A)
Skye 섬의 Neist Point
Highland 풍경
첫댓글 ㅎ ㅑ ㅇ ㅏ ....잘 읽었습니다...저는 언제나 저러한 곳에 가볼런지......고맙습니다...엄지척~~!!
저는 카페 올 때마다 도꾜의 밤님 글 읽고 많은 걸 배워갑니다. 고맙습니다...엄지 척~~!!
글에서 정성과 진심이 느껴집니다...
좋습니다.........^^
최근 렌터카 여행에 재미를 붙였는데 우리 집사람이 더위에 약해서 스페인은 전반적으로 헤맸고, 프랑스에서도 시원한 북쪽의 노르망디나 브르따뉴만 좋았다고 하더니 (프로방스나 꼬따쥐르는 너무 더워서 여행이라기보다 지옥훈련ㅠㅠ) 이번 영국 여행은 모든 면에서 최고라고 하더라구요.
영국계 회사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하다보니 영국사람들과 몇년동안 일하면서 몇번 왔다갔다 했네요.
런던 도심의 생활은 꽤나 정신없었지만 조금만 벗어나면 한적한 시골풍경이 정말 좋았습니다.
수시로 비가 내리지만 쾌청한 하늘을 선사하는 영국의 날씨도 별로 나쁘진 않았구요.
언제 기회되면 일이 아니라 관광을 위해서 다시한번 가고 싶네요.
저는 런던에서 좀 떨어진 Boreham wood 에 있었네요.
본사가 그쪽이라.
겨우 며칠 지낸 저도 다시 가고픈 편안한 곳이었습니다. 휴가철 런던이 시골이나 중소도시들보다 분위기가 흐린 것은 관광객 탓이니 어쩔수 없을 것 같구요. 가끔 현지인들과 대화를 나눴는데 울산에서 2년 살다왔다는 사람, 한국 대기업과 거래했다는 사람, 삼성이 좋다는 사람... 외국에 가면 의외로 한국의 국력을 느낄 수 있는 현지인을 만날 수 있어서 나쁘지 않았습니다.
영국은 예술(조앤 롤링, 비틀즈, 데미언 허스트, 노먼 포스터)도 강하지만 무엇보다 과학기술로 세계를 선도했던 국가입니다. 국가나 개인이나 힘 없으면 당하기 마련이죠. 뉴튼, 다윈, 아담 스미스, 호킹... 도 있지만 무엇보다 제임스 왓트의 증기기관이 나오지 않았다면 흑인들은 아직 노예를 벗어나지 못했을 겁니다. (노예가 없어진건 인간성이 고매해져서가 아니라 기계로 인해 노예가 필요없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인류는 모두 어느 정도 영국에 신세를 지고 있는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영국은 식민지 관리정책면에서 스페인이나 일본과는 비교불허죠. 아직도 British Commonwealth를 유지하는게 우연이 아닐겁니다.
영국인 동료와 얘기를 할때, 한국이 식민지배를 받은것에 대해서 어쩔수 없었던거 아니냐는 얘기를 해서 상당히 당황스러웠습니다.
제국주의의 본좌답게 영국인들이 식민지배 자체에 대해서 상당히 합리화하는 성향은 강한거 같습니다.
다만, 일본의 식민지배 방식과는 많이 달랐던것은 사실이고, 영국인 동료 역시 일본식의 식민정책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갖고 있더군요.
영국의 Commonwealth 가 상호계약 관계에 가깝다면 일본의 식민정책은 지배와 피지배의 극명한 구분쯤 되려나요...
@켈베로스(박노영) 네, 저도 비슷한 생각입니다. 영국인을 많이 만나보셨을테니 더 정확하시겠지만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좋은 글, 그림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
좋은글,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
ㅎㅎ 저도 영국과 관련 있는데, 요즘 아담 스미스 형님 책 보고 있거든요.
아담 스미스는 스코틀랜드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잉글랜드 화폐에 등장한 사람이죠. 지금 20파운드 지폐 뒷면에 계십니다. (참고로 스코틀랜드에서는 별도의 스코틀랜드 화폐가 발행되는데요... 이게 영국 안에서는 잉글랜드나 웨일즈에서도 통용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환전이 안된다고 합니다.)
@Kiloy 아, 그렇군요. 환전도 흥미로운 주제인 듯합니다. ^^
@Kiloy 아, 그렇군요. 환전도 흥미로운 주제인 듯합니다. ^^
예전에 우울한 런던을 벗어나 호수지역의 windermere, 브라이스턴 정도 가본적 있는데. 10년전이라 유레일로 갔는데 기차로는 피곤하고. 구글맵과 렌트카를 결합시키면 유럽여행은 정말 재밌더군요. 6월에 이탈리아 돌로미티 산맥과 007 카지노 로얄의 촬영지이자 조지 클루니가 돌체구스토 what else?선전의 배경인 lake como를 다녀왔는데 정말 좋았습니다. 해리포터 시리즈 보면서 영국의 하이랜드 지역도 꼭 가봐야 되겠구나 싶었는데...이탈리아 여행기 링크남깁니다.
http://blog.naver.com/protonv/220747672657
유럽 각국의 느낌은 유럽대륙의 중심 프랑스는 유부녀인데 속물이고 여러남자의 사랑도 밝히는 여자. 무뚝뚝하지만 성실해서 경제력이 안정된 독일을 정식남편이라고 부르고 다니고(EU의 돈줄은 독일). 이탈리아는 경제관념이 부실하지만 예술가라서 가끔식 바람피는 상대. 스페인은 남자가봐도 멋진 남자라 프랑스 쳐다보지도 않고 사팡팔방 오입질. 영국은 샤이한 소년인데 변태라서 아줌마(프랑스) 관심도 없고 전세계 바다로 떠도는...
@proto 여행 즐기는 분같아 반갑네요. Lake District는 그냥 가기만 하기엔 너무 안타까운 곳입니다. 많이 공부하고 가실수록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지요. 저는 Keswick에서 2박을 했는데 자동차 드라이브만도 (1)Keswick-Oxenholme 구간 (2) 멋진 Kirkstone Pass가 있는 Ambleside-Glenridding 구간 (3) 역시 멋진 Honister Pass를 지나는 Keswick-Newlands Valley-Buttermere-Borrowdale 구간이 아주 좋습니다. 이 동네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Ullswater 호수의 뱃놀이와 Catbell 등산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죠. 이 곳을 제대로 즐기고 평가하려면 현지인들처럼 1주일은 묵어야 할 것 같습니다.
@Kiloy 트레이끌고 기차로 간거라 울스워터 보고 양떼보고 래빗작가랑 시인의 산책로 걷고 배탄거 밖에는...말씀하신대로 한국으로 치면 설악산에 버스타고 가서 백담사만 보고 내려가는 기분이더군요. 현지인들은 몇일씩 캠핑하러 왔던데...사전조사가 필수인듯...알려주신 정보를 참고해서 다음에는 렌트카로 공룡능선까지 완주해야겠습니다ㅎㅎ
그러고 보니... 영국을 못 가봤네요~ 동생은 2년이나 살다왔는데...ㅎㅎㅎㅎ
집세가 너무 비싸 힘든것을 빼고는 지내는동안 좋았다고 하더라구요~ "비 많이 안오드나?" 했더니 무식한 영감탱이라고...쿨럭~
필리핀서 어울리던 유럽인종들 중에 미국인들이 제일 싫었고 영국&독일인들이 제일 좋았던.... 희안하게도 베프는 또 미국인....
킬로이님 글 읽다가 문득 영국에 가 보고 싶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