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참으로 따뜻한 말입니다. 팔십여 일 집 떠나 병원 병실에서 생사의 기로를 수없이 오고가며 수많은 고비를 용기 있게 이겨 내신 어머니께서 드디어 오늘 집으로 입성하셨습니다.
짜아잔~ 대문이 열리니 오색 풍선과 함께 "할머님 퇴원 축하해요" 모처럼 식구들 많이 모여 왁자지껄 사람 사는 것 같습니다.
- 장상식의《청어를 먹던 날 아침》중에서 -
* 따뜻하고 다복한 집의 풍경이 그려집니다. 오랜 투병 끝에 집으로 돌아온 어머니(할머니)의 건강한 얼굴, 맑고 환한 표정도 눈에 선합니다. 아무리 춥고 아파도 돌아갈 집이 있으면 견딜 수 있습니다. 살 수 있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이 행복입니다. 집이 곧 작은 천국이며 사랑과 기쁨입니다.
실용이란 놈을 찾으러 문경새재부터 달래강까지 숨차게 뛰어다녔다. 실용아 어딨니 실용아! 나보다 300살은 더 먹은 주목에게도 물어보고 새재를 넘는 사람들 굽어보다 일제 때, 송진 강제 공출하느라 몸에 깊은 칼을 맞은 조령 적송에게도 물어보았다. 관문에서 어묵을 파는 아저씨한테도 물어보고 백두대간에서 풍찬 노숙하기를 집인양 하던 산사람에게도 물어보았다.
달래강의 다슬기에게도, 얼음장 밑에 숨은 꺽지에게도 무르팍이나 적시고 말 수심의, 종이배나 띄웠음 적당할 강물에게도 물어보았다. 한결같이 안다는 답이 없었다. 섬진강가에서 잔뼈가 굵은 쌍칼 형님께도 물어보았다. 그 강도 댐을 막으니 물길이 탁하고 물이 줄어 옛날에 비하면 어림도 없더라고 강가의 숫염소처럼 순한 풀을 씹을 뿐이셨으나, 그의 머리에도 단단한 뿔이 돋고 있었다. 여차하면 들이받을 듯,
묵언으로 살고 흐르는 것들은 실용이니 참여니 국민이니 독재니 전에도 살았던 것들이고, 저 잡것들이 기저귀 차기 전에도 순명대로 흐르고 살았던 것들이어서 그런지 숨 가쁘게 달려가는 것들을 너그럽게 바라볼 뿐이었다. 모래톱은 어떻게 말했던가. 수백만 년 풍화를 겪으며 알알이 밀려 온 모래톱은 실용이란 놈이 모래무지처럼 제 품에 숨은 적도, 품어준 적도 없더라고 하였다. 여차하면 시멘트에 제 몸을 섞어주지 않을 듯하였다. 그래, 모래는 낱낱이 흩어짐으로 산하를 도와줘야 하리라
벙이 삼룡이도 아니고 유령이 실용實用이! 연암, 다산이 생환하신다면 곡학아세의 표본들을 수원화성 거중기에 달아 삼박 오일 간 북어처럼 말려 때려줄 놈이로다 ― 하실 것을 직감하면서 대답 없는 실용이를 찾아 부르고 불러보았다.
혹 그는 짝퉁 이순신이었던가 ― 짐에게는 하루 12척의 바지선을 운송할 수 있는 운하가 필요합니다. 내가 사랑하는 업자들과 토호들의 이익과 정권유지를 위하여 능히 반대를 위한 반대를 물리칠 수 있습니다 ―
졸지에 물리쳐야 할 왜적인양 오인 표적된 우리는 실용이를 찾아 족치러 날밤을 새며 쫓아다녔으나 빌어먹을 탄금대에 빠져죽었는지 남한강에 쓸려갔는지 찾을 수 없었다.
단언컨대 아무리 실용적으로 실리적으로 생각해봐도 실용이는 들어간 만큼 돈을 되돌려줄 자도, 만인을 강물에 띄워 평온히 유람시킬 자도, 물이 썩으면 그 모든 강물을 갈아줄 자도, 똥물을 더불어 마셔줄 자도 아니었으며, 국내산 생수가 떨어지면 에비앙 생수, 바이칼 호수를 공수해 들이킬 자들, 그리하여 실용이는 이 나라 이 산하가 제 것이 아닌 것들. 내가 얼핏 본 실용이는 전봇대 뽑힌 자리에 여전히 전봇대가 있는 줄 알고 개발―을 높이 들어 조건반사 하듯 오줌이나 갈기는 것들.
자신의 멀쩡한 내장을 스스로 파헤쳐 건강하게 살아가는 제 몸이 어디 있단 말인가! 고작 20년도 못 살 인간의 망상을 비웃으며 강물은 흘러가고 은유가 아니라 직설로 직설로 욕지기를 뱉으며 흘러가고 서정과 정치는 딴 몸이 아니라 꾸짖으며 흘러가고 눈 털어낸 솔잎은 더욱 푸르게 허공을 찔렀다. 그리하여 강물은 곡선이었고 비명은 직설이었다.
어제 하루는 화엄 경내에서 쉬었으나 꿈이 들끓어 노고단을 오르는 아침 길이 마냥 바위를 뚫는 천공 같다, 돌다리 두드리며 잠긴 山門을 밀치고 올라서면 저 천연한 수목 속에서도 안 보이는 하늘의 雲板을 힘겹게 미는 바람소리 들린다 간밤에는 비가 왔으나, 아직 안개가 앞선 사람의 자취를 지운다, 마음이 九折羊腸인 듯 길을 뚫는다는 것은 그렇다, 언제나 처음인 막막한 저 낯선 흡입 묵묵히 앞사람의 행로를 따라가지만 찾아내는 것은 이미 그의 뒷모습이 아니다 그럼에도 무엇이 이 산을 힘들게 오르게 하는가 길은, 누군들에게 물음이 아니랴, 저기 산모롱이 이정표를 돌아 의문부호로 꼬부라져 羽化登仙해 버린 듯 앞선 일행은 꼬리가 없다, 떨어져도 떠도는 산울림처럼 이 허방 허우적거리며 여기까지 좇아와서도 나는 정작 내 발의 티눈에 새삼스럽게 혼자 아픈가 길섶 풀물에 든 낡은 經소리 한 구절 내내 떨쳐버리지 못해 시큰대는 발자국마다 마음 질척거리는데 화엄은 화음 속에 얼굴 감추고 하루종일 굴참나무 잔가지에 얹히는 經典을 들어 나를 후려친다
더 춥다 1월과 2월은 언제나 저녁부터 시작되고 그 언저리 불도 들지 않는 방 외진 몸과 외진 몸 사이 하루에도 몇 번씩 높은 물이랑이 친다 참 많이도 돌아다녔어요. 집 나선지 이태째라는 참머리 계집은 잘근잘근 입술을 깨물며 부서진 손톱으로 달을 새긴다 장판 깊이 박히는 수많은 달 외항을 헤매이는 고동 소리가 아련하게 문턱까지 밀리고 자거라, 깨지 말고 꼭꼭 자거라 불 끄고 설움도 끄고 집도 절도 없는 마음 하나 더 단정히 머리 빗으며 이마까지 당겨 덮는다
고종내미 갸가 큰딸 여우살이 시킬 때 엇송아지 쇠전에 넘기구 정자옥서 술국에 탁배기까정 한잔 걸치고 나올 때는 벌써 하늘 이 잔뜩 으덩그려졌더랴 바람도 없는디 싸래기 눈이 풀풀 날리 기 시작혔는디 구장터 지나면서부터는 날비지 거튼 함박눈이 눈 도 못 뜨게 퍼붓드라는구만
금매 쇠물재 밑이까지 와서는 눈이 무릅꺼정 차고 술도 얼근히 오르고 날도 어두어져오는디 희한하게 몸이 뭉근히 달아오르는 디 기분이 참 묘하드라네 술도 얼근허겄다 노래 한자락 사래질 꺼정 해가며 갔다네 눈발은 점점 거치고 못뚝 얼음 갈라지는 소 리만 떠르르하니 똑 귀신 우는 거거치 들리드라는구만
그래 갔다네 시상이 왼통 허연디 가도 가도 거기여 아무리 용을 쓰고 가두 똑 그 자리란 밝고 뺑뺑이를 도는겨 이러단 죽겄다 싶 어 기를 쓰며 가는디두 똑 그 자리란 말여 설상가상으로 또 눈 이 오는디 자꾸만 졸리드랴 한걸음 띠다 꾸벅 이러면 안된다 안 된다 하믄서두 졸았는디
근디 말여 저수지 한가운디서 누가 자꾸 불러 보니께 웬 여자가 음석을 진수성찬으로 차려놓고 자꾸 불런단 말여 너비아니 육포 에 갖은 실과며 듣도 보지 못한 술냄새꺼정 그래 한걸음씩 들어 갔다네 눈은 퍼붓는디 거기만 눈이 안 오구 훤하드랴 시상에 그 런 여자가 없겠다 싶어 이쁘게 생긴 여자가 사래질하며 불런께 허발대신 갔다네
똑 꿈속거치 둥둥 뜬 거거치 싸목싸목 가는디 그 여자 있는 디 다 왔다 싶은디 뒤에서 벼락거튼 소리가 들리거든 종내마 이놈 아 거가 워디라고가냐 돌아본께 죽은 할아버지가 호랭이 거튼 눈 을 부릅뜨고 지팽이를 휘두르며 부르는겨 무춤하고 있응께 지팽 이루다가 등짝을 후려치며 냉큼 못나겄냐 뒤징 줄 모르구 워딜 가는 겨
얼마나 잤으까 등짝을 뭐가 후려쳐 일어서 본께 당산나무에 쌓 인 눈을 못 이겨 가지가 부르지며 등짝을 친겨 등에 눈이 얼마 나 쌓였는지 시상이 훤한디 눈은 그치고 달이 떴는디 집이 가는 길이 화안하게 열렸거든 울컥 무서운 생각이 들어 똑 주먹 강생 이 거치 집으로 내달렸다는디 종내미 갸가 요새두 당산나무 저 티 가믄서는 절해가며 아이구 할아버지 헌다누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