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세계 축구계는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다. 베컴 열풍이 세계를 강타하고, 지네딘 지단의 '별중의 별' 등극 등 축구팬들로 하여금 귀를 쫑긋 세우게 하는 신선한 소식도 있었지만 경기도중 선수가 사망하거나 축구스타들이 미성년자 집단 성폭행 사건에 연루되는 어처구니없는 사건들도 끊이지 않았다. 2003년 세계 축구계를 되돌아봤다.
베컴 열풍=데이비드 베컴의 스페인리그 '스타 군단' 레알 마드리드 이적은 올시즌 가장 큰 화젯거리였다. 특히 올 초 베컴을 영입하기 위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라이벌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혈투는 전세계의 관심을 집중시켰고, 베컴은 지난 6월 마침내 계약기간 4년에 이적료 4130만달러(약 496억원), 연봉 720만달러(약 86억원)를 받기로 하고 레알 마드리드 입단 계약서에 사인했다. 이후 전세계 언론은 베컴의 일거수일투족에 신경을 곤두세웠으며, '베컴 신드롬'이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했다.
출저:스포츠조선
비비앵 포 사망=지난 6월에 열린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유망한 축구선수 한 명이 사망해 축구팬들에게 큰 충격을 던져줬다. 카메룬대표팀의 비비앵 포는 6월 27일 콜롬비아와의 준결승 도중 갑자기 쓰러져 숨을 거뒀다. 사인은 심장마비로 판명됐지만 과도한 경기 일정이 포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비난 여론이 들끓기도 했다. 8월에는 전 말레이시아대표 알리 바카르가 자선경기 도중 역시 심장마비로 유명을 달리했고, 11월에는 스위스 2부리그의 골키퍼 레토 가프너가 뇌출혈로 사망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사스-이라크전 파동=올 초 축구계는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이라크전 발발로 한동안 몸살을 앓았다. 지난 3월 열릴 예정이었던 2003년 UAE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는 이라크전으로 연기돼 11월이 되어서야 대회를 치렀다. 또 '사스'로 2003년 여자월드컵 개최지가 중국에서 미국으로 바뀌는 우여곡절을 겪었고, 중국의 프로리그도 지난 4월 14일 이후 일정을 중단했다가 7월이 돼서야 재개됐다.
브라질, 트리플 크라운 달성=올해는 '삼바군단' 브라질의 천하였다. 2002년 한-일월드컵 우승국 브라질은 지난 8월 핀란드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17세 이하) 우승에 이어 최근 막을 내린 2003년 UAE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20세 이하)에서도 '무적함대' 스페인을 격침시키고 정상에 올랐다. 이로써 브라질은 불과 1년 6개월 만에 FIFA(국제축구연맹) 주관 3개 '빅 이벤트'를 석권하며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 축구 강국의 위용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잉글랜드축구 집단 성폭행 파문=잉글랜드 유수 클럽 소속의 선수들이 10대 소녀를 윤간한 사건이 영국 전역은 물론 전세계를 발칵 뒤집었다. 한 17세 소녀의 폭로로 밝혀진 이 사건은 무려 7명의 프리미어리그 선수들이 개입된 것으로 알려져 큰 충격을 던져줬다. 특히 잉글랜드대표팀의 키에른 다이어(뉴캐슬)가 연루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파장은 더욱 커졌다. 이 사건은 소녀의 진술과 가해자들의 반론이 엇갈리면서 현재도 진실 규명 작업을 벌이고 있다.
지단, FIFA MVP 등극=프랑스 출신의 '아트사커의 지휘자' 지네딘 지단(레알 마드리드)이 최근 FIFA가 선정하는 '올해의 선수'에 뽑혔다. 지난 98년과 2000년에 이어 통산 세 번째 '별중의 별'에 등극한 것. 특히 지단은 이번 수상으로 역대 세 차례 MVP 수상자인 브라질의 호나우두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뿐만 아니라 레알 마드리드는 2001년 루이스 피구, 2002년 호나우두에 이어 3년 연속 올해의 선수를 배출,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 클럽임을 입증했다.
페루자, 여자선수 영입 시도=안정환이 뛰었던 이탈리아 세리에A 페루자의 여자선수 영입 계획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가우치 페루자 회장은 지난 10월 스웨덴 여자축구의 간판스타 빅토리아 스벤손(유르가르덴)과 한나 륭베리(우메아)의 영입을 시도했다. 그녀들의 거절로 '1차 가우치의 난'은 무산됐지만 최근 또다시 2003년 미국 여자월드컵에서 독일의 우승을 이끈 비르기트 프린츠(FC 프랑크푸르트)를 영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또한 프린츠의 거절로 무산되고 말았지만 가우치 회장은 여전히 "다른 여자선수를 알아보겠다"며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스타들의 파경=세계 정상급 스타들의 파경 소식도 잇달았다. 외도 행각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독일대표팀의 간판 수문장 올리버 칸(바이에른 뮌헨)은 지난 7월 나이트클럽 댄서 출신인 21세의 베르나와 부적절한 관계임을 시인하고 아내 시모네와의 이혼을 선언했다. 또 브라질의 호나우두도 지난달 기자회견을 통해 축구선수인 아내 밀레네 도밍구스와 이혼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호나우두 부부는 지난 99년 결혼했고, 세살바기 아들을 두고 있다.
AC 밀란, 유럽챔프 등극=2002~2003시즌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서 AC 밀란(이탈리아)이 우승컵을 획득했다. 통산 6번째. AC 밀란은 지난 5월 29일 벌어진 유벤투스(이탈리아)와의 결승전서 승부차기 접전 끝에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이로써 AC 밀란은 스페인 명문 레알 마드리드(9회)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챔피언스리그 우승 경력을 갖게 됐다.
독일, 여자월드컵 첫 제패='게르만의 여전사'들이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을 제패했다. 독일은 지난 9월 2003년 미국여자월드컵 준결승전서 세계 최강인 홈팀 미국을 3대0으로 완파한 후 결승에서 스웨덴마저 2대1로 물리쳐 첫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독일 여자대표팀의 프린츠는 득점왕과 골든볼(최우수선수)을 수상, 여자 축구계에 '프린츠 시대'를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