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등반지: 무척산 탕건바위
2. 참가자: 신병건, 김석수, 박종화, 최민수
3. 등반코스: 사모(5.10d), 원위(5.11c), 백두(5.12a), 비영(5.13a), 비상(5.13c)
4. 등반보고
대륙암 '그대에게' 완등 후 최근 탕건바위를 찾고 있다. 해야 할 코스들이 무수히 많지만 '비영'에 도전할 요량으로 시도는 하고 있는데 스타트에서 진도가 나가질 않는다. 무척산 주차장에 9시에 모여서 병건형 차로 갈아탄다. 모은암 주차장까지 Go. 모은암 주차장에 도착하니 그 젊은 스님께서 매서운 눈초리로 지켜보고 계신다. 지난 번 탕건바위 초입의 길 모퉁이에 주차하다가 야단 맞은 적이 있어서 괜히 눈치 보인다.
가파른 등산로를 15분 정도 올라가서 탕건바위 앞 도착. 아무도 없다. 모은암 주차장에서 봤던 등반팀은 다른 곳으로 간 듯. 하산할 때까지 우리팀밖에 없어 한적하게 등반할 수 있었다. 도착과 동시에 큰 모기들이 달려든다. 그대들에겐 인간의 피가 특식일테지?
병건형은 '원위(5.11c)' 루트 출발. 난 지난 5월에 3번의 시도에도 완등을 하지 못했던 '사모(5.10d)'에 다시 도전. 마지막 볼트에 클립을 하고 앵커까지 동작을 이어가야 하는데 지구력이 딸려서 앵커를 손으로 잡고 완료...ㅠ.ㅜ
석수형은 '원위'를 톱로핑으로, 종화형은 '사모'를 톱로핑으로 오른다. 유럽에서 돌아와 산행에 복귀한 석수형의 존재감은 역시 크다. 최근 나도 그렇고, 이런저런 사정으로 산행 참석율이 다소 저조한 OB 상황에 석수형의 빈자리가 채워져 무척 든든하다. 암벽등반을 조금 쉬었지만 곧 운동을 재개하면 금방 폼을 찾으실 듯. 병건형은 두 번의 시도로 '원위' 완등, 나도 다행히 두 번째에는 '사모' 완등. 10급도 쉽지 않다. 석수형과 종화형은 원위와 사모를 번갈아가며 등반, 병건형과 나는 상단으로 이동하여 프로젝트 도전.
병건형은 '비상' 루트의 무브를 구분 동작으로 캡처 편집하여 출력을 해오셨다. 암장에서 발차기 동작을 열심히 연습하셨다지만 서너번 시도에도 아랫 구간 돌파가 쉽지 않으신 듯. 포켓홀드 손가락이 너무 아프단다. 통증이 있는 약지가 견디질 못하는 것 같다. 이번 생에는 안 되겠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신다. 나도 한 동작만이라도 전진을 원했건만 여전히 스타트에서 더이상 나아가질 못하겠다. 오른손 잡고 왼발 백스텝으로 딛고 왼손 잡고는 그 다음 왼손 홀드를 잡으러 가야 하는데 발은 떨어지고 그냥 치니까 잡더라도 견디질 못하겠다. 더 강력한 손가락 트레이닝이 필요한 듯...할 수 없이 패스하고는 퀵을 잡고 클립을 반복해가며 구분 동작이라도 조금씩 익혀본다. 다행히 다이노 동작은 된다. 지난번에는 홀드를 잡아도 시도할 엄두가 안 나던데 오늘은 뛰어보니 잡히긴 잡힌다. 인공등반으로 클립해가면서 다시 앵커와 조우. 다이노 이후로는 크게 어렵지 않다고 하던데 앵커까지 모든 구간이 쉽지 않다.
점심을 먹으며 병건형은 오른쪽 '백두(5.12a)' 코스로 작전 변경. 첫 시도는 무브 익히기. 두 번째 시도 때 마지막 크럭스 돌파 후 앵커에 줄을 걸다가 힘이 빠져 추락. 추락 길이가 제법 길다. 바위 앞에 자라고 있던 큰 나무에 엉덩이 한쪽도 부딪쳤다고 한다. 병건형이 앵커에 줄을 걸다 추락한 경우는 극히 드물다. 내가 목격한 바로는 처음이 아닐까 싶다. 퀵드로 클립도 그렇고 앵커도 그렇고, 줄을 빼내어 걸다가 떨어지면 추락 길이가 그만큼 길어지므로 더욱 조심해야 한다. 나도 확보자로서 등반자가 마지막 앵커에 줄을 걸 때까지 긴장을 놓지 말자고 한번 더 마음가짐을 새로이 한다. 다친 곳은 없다고 하셔서 천만다행이다.
나는 '비영' 다이노 동작까지만 한번 더 연습하고는 종료. 더 이상 힘이 없다. 아래에는 석수형과 종화형이 퀵드로 및 자일 회수까지 완료한 상태. 서둘러 정리하고는 오후 4시 넘어 철수. 몇 교시 안 했음에도 용을 써서 그런지 힘드네. 석수형은 집안 행사가 있어 종화형과 함께 부산으로 출발, 병건형과 나는 진주냉면 한 그릇씩 하고는 해산. 여름인 듯 무더운 날씨에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다들 손가락은 괜찮으신지? 저는 손가락이 아파서 다음날 암장에 갈 엄두가 안 나더군요. 무척산 바위가 역시 까칠하네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