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렌켈러 퀴즈대회>
오늘은 어째 아침부터 서준이랑 유찬이랑 컨디션이 별로 안 좋아보인다.
서준이가 뭔가로 마음이 상해서 혼자 교실에서 쉬고 있다.
쌤이 들어가서
이야기 나눌 준비가 되어 있는가 물었더니,
울면서도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아무래도 눈물이 그치지 않아서
5분 후에 이야기할까,
했더니 그러잔다.
5분후에 가보니 눈물을 훔치며 앉아 있다.
쌤은 서준이를 믿는다,
서준이 할 수 있을까,
했더니,
할 수 있단다.
역시, 그럼 우리 약속~
했더니 너무 빨리 손가락을 걸어서
쌤이 깜짝 놀라면서
아니, 이렇게 빨리 손가락을 걸면
쌤이 놀라서 어떻게 하느냐고,
좀 천천히 약속하자고 했더니
이번에는 더빨리 손가락을 건다.
헤헤,
벌써 웃음이 나오고,
이후부터 서준은 비록 몸은 좀 피곤해보이긴 했어도
그 어느 때보다 하루 활동을 잘 해낸다.
쉬는 시간에 아이들이 태극기 그려서 만세 부르는 게 유행이 되었다.
서준이가 먼저 와서 해 달라고 해서
뽑아주려고 했는데 다른아이들이 조르르 왔다.
서준이가 아주 자랑스러운 목소리로,
저꺼 먼저 안 주시고
다른 친구들꺼 먼저 주세요.
이런다.
오~
자리와 순서는 원래 아이들이 잘 양보를 안 하는 분야인데,
쌤과의 약속을 너무나 (사실 그 약속 내용은 우리 둘도 모른다,
다만 그렇게 약속을 한 것일뿐~~)
잘 지키는 것이다.
수업 마치는 시간까지 너무 잘 해주었다.
서준이 화이팅!!
서론이 길었네.
오늘은 헬렌켈러 퀴즈대회.
오늘 팀은 성품훈련 때처럼 두 팀으로 나눴다.
유찬-채린-서준-가은
해우-세연-영휘-가연
이렇게 팀이 나눠졌다.
세연은 태권도 시간부터,
아, 그게 뭐였더라,
아차 그렇지, 드디어 기억났다,
이러면서
어제 읽은 책의 내용을 되새기고 있었다.
퀴즈 대회를 가장 즐거워하는 친구 중 하나이기도 하다.
초반에 팽팽한 접전을 벌이던 두 팀,
내용은 모두가 잘 기억하고 있어서
("누가 바다에 소금을 넣었어요?"
라든가,
"이 바위가 미국을 낳았어요?"
같은 말들을 아이들이 상당히 세밀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하도 어렵게 내달라고 성화를 해서
도시 이름을 대는 문제를 냈더니,
아니나 다를까,
볼티모어, 라든가(영휘가 기억하고 있었다)
플리머스, 같은 어려운 도시 이름을(세연이, 아차 그거지 했던 게 이거란다~)
맞춘 '이긴팀'(가위바위보서 이긴 친구들로 구성된)이
슬슬 앞서가기 시작했다.
그래도 아이들은 앨러배머 주라든지,
퍼킨스맹아학교,
토미와 같은
헤렌의 일생에 중요한 이름들과
중요한 사건이나 (인형이라는 글자를 배운 것)
재미있는 내용들(코끼리에 올라탄 것 등)
은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퀴즈를 푸는 동안
잠시 승패에 관심이 많지만
쌤은 아이들의 진지한 태도와
엄청난 기억력을 보면서 (또 어제 다들 책을 많이 읽고 왔다)
지난 한 학기동안 진행된
우리 수업을 돌아보며
흐뭇한 마음을 금할 길 없다.
앞으로 이렇게 신앙인물이나 성경과 같이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 과목을
퀴즈대회 형식으로
해보는 것에 대해
조금 더 고민을 해봐야하겠지만
일단 한 학기동안 매 시간 엄청 진지하게 수업을 했기 때문에
한 번 정도는 요란을 떨며
퀴즈 대회를 하는 것도 괜찮지 않나,
(퀴즈 대회를 아주 좋아하며 기다리는 아이도 있고,
퀴즈 대회가 싫다는 아이는 없다)
싶은데...
오늘 나온 재미있는 답변,
베스트 : "배가 이 바위를 낳았네요" (ㅎㅎㅎ)
정답은 : "이 바위가 미국을 낳았군요" ~~~
우리 아이들 모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산돌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