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EFA 챔피언스리그 1차리그가 막바지로 접어드는 길목에서 다음 단계 진출을 확정한 팀들이 속속 등장했다. 하지만 일부 그룹에는 아직도 짙은 안개가 끼어있으며 또한 완전히 눈물을 흘리게 된 클럽들도 결정되었다.
2001년 챔피언스리그 우승자인 바이에른 뮌헨의 '기적'은 결국 일어나지 않았다. G조의 바이에른은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5경기에서 1무 4패를 당하는 참담한 결과를 맞이하며 1차리그 조 3위 팀에게 주어지는 '위로의 특전'인 UEFA컵 참가권마저 날려버렸다. 이것은 최근 몇년 간 챔피언스리그의 단골 강호였던 바이에른이 내년 8월까지 유럽 무대를 밟아볼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2년 연속 챔피언스리그 넉아웃 단계(8강)에 올랐던 '매우 잘 짜여진 팀' 데포르티보 라 코루냐, 그리고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고자 올 여름 전력 강화에 혼신의 힘을 다했던 AC 밀란, 그리고 '고춧가루'를 뿌릴 수 있는 능력을 충분히 갖춘 랑스와 같은 조에 소속되었던 어려움을 이야기하는 것만으로 바이에른 구단과 팬들은 위안받지 못할 것이다.
우선 지난 데포르티보 전의 승리로써 2위 자리가 가시권에 들어온 랑스는 이미 2차리그 진출을 확정지은 밀란을 홈에서 맞아 포워드 존 우타카가 밀란의 실책성 상황을 놓치지 않고 응징하며 역전 결승골을 성공시켰다. 하지만 패배한 밀란은 출장을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은 안드레이 셰브첸코가 선제골 포함, 경기 내내 좋은 컨디션을 선보였다는 것만으로도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한판일 것이다.
리아조르에 원정간 바이에른은 오늘의 경기를 통해 다시 한번 예전같지 않은 기회 포착력의 부족을 드러냈고, 결국 올 시즌 1차전에서 바이에른의 팬들을 경악시켰던 데포르티보의 '해트트릭 주인공' 로이 마카이의 경기 막판 발리킥이 바이에른을 완전히 주저 앉혔다. 따라서 G조에서는 데포르티보와 랑스가 마지막 라운드에서 각각 밀란, 바이에른을 상대로 원정 경기를 펼쳐 2차리그 진출이냐, UEFA컵 행이냐를 가리게 되었다. 2점 차이를 유지하고 있는 데포르티보와 랑스는 두팀 간 상대전적에서도 똑같이 3-1로 1승1패를 주고받았던 까닭에 '살얼음판 계산'이 발생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바이에른이 유럽과 작별한 반면, 매우 불안한 출발을 했던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자 바이어 레버쿠젠은 F조에서 결정적인 의미가 있었던 대 올림피아코스 전을 넘어섬으로써 2차리그 입성을 확정지으며 상향 곡선을 그렸다. 동시에 이것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맞아 탁월한 두개의 중거리포를 터뜨리며 클럽사에 남을 3-0 대승을 거둔 이스라엘의 마카비 하이파가 그 승리에도 불구하고 2차리그 진출이 좌절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미 마카비가 레버쿠젠에게 상대전적에서 뒤져있기 때문. 물론 마카비는 UEFA컵 티켓에 있어서는 매우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된 것이 사실이다. 한편, 2001년 10월 17일 이후 1년 넘게 유지되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챔피언스리그 연속 무패 행진은 오늘의 패배로써 '16경기'로 종료.
E조 역시 2차리그 진출 한팀이 확정된 반면, 나머지 한 자리에 대해서는 세팀 모두에게 아직 가능성이 남아있어 매우 빡빡한 그룹이 될 것으로 예상한 당초의 전망이 대체로 들어맞게 되었다. 우선 델레 알피에선 이탈리아 챔피언 유벤투스가 경기 내내 탁월한 플레이를 펼친 파벨 네드베드, 마우로 카모라네시, 마르코 디 바이오 트리오의 활약에 힘입어 송종국의 클럽 페예노르트를 2-0으로 따돌리고 2차리그 진출을 확정지었다. 아주리 수문장 지안루이지 부폰도 안토니 룰링의 기회를 선방하는 등, 승리에 크게 공헌. 페예노르트는 유벤투스 전에서 피에르 반 호이동크의 행운성이 가미된 프리킥 득점, 뉴캐슬 유나이티드 전에서 뉴캐슬 수비수의 서비스에 이은 파르도의 중거리포 이후 챔피언스리그 골가뭄 현상을 계속 이어갔다.
세인트 제임시스 파크에서는 뉴캐슬 유나이티드가 지난 유벤투스 전에 이은 2연승으로써 조 3위에 올라 희망의 불씨를 마지막 라운드로 옮겨놨다. 디나모 키에프를 상대로 경기를 지배했던 뉴캐슬은 다시 한번 먼저 일격을 맞고 지난 우크라이나 원정의 상황을 재연하는 듯했다. 하지만 팀의 노련한 기둥들인 개리 스피드와 알런 시어러가 역전승을 일구어내며 생소한 유럽 무대 환경에서의 초반 3연패를 딛고 디나모와 1점 차 조 3위까지 오르는데 성공.
하지만 이 조의 3팀 가운데 주도권을 행사하는 쪽은 디나모 키에프일 것이다. 뉴캐슬과 페예노르트가 네덜란드에서 혈투를 벌이는 사이, 디나모는 홈에서 이미 2차리그 진출을 확정한 유벤투스를 상대로 자신들의 운명을 자신들의 손으로 개척할 기회를 맞기 때문. 뉴캐슬의 입장에선 페예노르트를 필히 이겨야 하는 것은 물론 유벤투스가 디나모에게 적어도 패하지 않기만을 기원해야 하며, 페예노르트는 유벤투스에게 그 이상의 것을 기대해야 한다.
H조는 그야말로 2차리그 진출의 문호가 활짝 열려버렸고 막판 경쟁이 매우 볼만해졌다. 주전 대부분을 쉬게하면서 경기에 임한 바르셀로나가 후안 로만 리켈메의 멋진 재능 한방에 힘입어 벨기에의 클럽 브뤼헤에 승리를 거두는 사이, 최근 러시아-체첸 간의 비극적인 사태로 인해 씁쓸하고도 단호한 심경으로 이스탄불에 도착했던 로코모티브 모스크바가 '이스탄불의 절대자' 갈라타사라이를 잡으면서 갈라타사라이와 승점 동률, 브뤼헤와는 1점 차까지 육박했기 때문. 승점이 1점 앞선 브뤼헤가 마지막 라운드에 모스크바 원정길에 오르게 되어있는 까닭에, H조는 위의 E조와는 달리 브뤼헤가 주도권을 쥐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