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이 오면 내 마음이 먼저 바깥으로 나간다.
원래 대마도 여행 간다고 사위가 예약도 해 놓았는데..........
남보가 배 타고 불안하게 별 볼것도 없는데 왜 하필 대마도냐?
하는 불만에 경주로 바꿨다.
대마도는 호텔도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휠체어를 타고는 불가능 하긴 했었다.
경주는 현대호텔에서 1박2식 무료쿠폰이 있었다.
하늘도 예쁜 날
맨 먼저 대명 리조트 식객으로 갔다.
베란다에는 단체관광객이 있었다. 날씨도 좋다
밑반찬도 깔끔하고 돼지고기 목살도 맛있었다.
식사후 경주박물관으로 갔다.
매번 올때마다 이상하게 박물관은 스쳐 지나갔다.
슬픈 사연을 간직한 에밀래종
박물관 2층 난간에서 빙 둘러 아래층을 내려다 봤다.
약사여래부처님께 루게릭병 신약이 빨리 나오길 빌고 ㅎㅎ
다보탑 조형물도 있고
아사달과 아사녀의 슬픈 사랑의 석가탑 모형도 있었다.
나무그늘에서 휴식을 취하는 남보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 봤다.
복원 중인 무명탑 위의 파아란 하늘은 내마음도 활짝 열어 주고
머리가 없는 부처는 꿋꿋이 박물관 뒤 뜰에 앉아 있고
다음 목적지는 세출지
관광지 답게 보문단지 가는길도 막히고 도로에도 차가 많았다.
호텔도 만원사례라 방도 없어 겨우 싱글침대 3개짜리 방만 있었다.
침대 하나는 남겨두고 두개 붙여서 널널하게 잤다.
실망스러운 세출지
관리가 안되어 있어서 차 안에서 구경했다.
은행잎이 노오란색을 갈아 입는중
다음 목적지 선덕여왕릉
주차장에서 550m를 걸어서 가라는데 내가 차 갈수 있는데 까지 가보자고 해서
남보를 고생시켰다.여기도 아직 개발이 안된 듯
결국 휠체어도 못가 차 안에서 두리번 거렸다.
호텔로 돌아와 쉬다가 뷔페 먹고 배부른 김에 보문단지를 한바퀴 돌고
애밀래 동호회 색소폰연주도 듣고 호텔로 들어왔다.
세면하구 나는 발 만 씻고 누웠는데
남보가 편지 보여달라고 했다.
편지를 건네고 나서 이내 골아 떨어져 잤나보다
새벽에 일어나 보니 남편은 머리가 아프다면 잠을 설치고 있었다.
역시나 했다.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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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당신께 하나
세월은 쉬임없이 흘러 또 가을입니다.
우리 처음 만난것도 9월이지요
43년전 그때는 참 좋았었는데......
되돌아 생각해 보니
결혼 하기전 근 10여년 연애기간도 좋았고 산청에서 4代가 한집에서 살 때도 좋았고
아들, 딸도 맘 고생 안시키고 모범생으로 커 준 것도 감사하고
둘다 자기가 원하는 대학에 합격한것도 감사하고 기뻤지요?
그런데 우리 삶에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진거는
2005년 봄 행안부 한백산악회 회장으로 포천 소요산 등반 갔을 때부터
등반도중 당신은 잘 걷지도 못하고 엉거주춤한 모습으로 일행보다
빨리 하산하고 집으로 돌아와 다음날 가까운 병원에 갔다가
빨리 큰 병원에 가 보란 말에 신촌세브란스로 갔는데
방광암으로 진단이 내려지고 10시간 넘게 수술하고 퇴원과 고열때문에
응급실로 재차 입원을 반복하고 긴박하게 시간을 넘기고
당신이 점차 안정을 찾게 되고
그해 여름 둘이서 기차타고 화천 오봉산으로 등산 갔다가 청평사쪽으로 하산 코스를 잡았는데
내가 두어번 넘어지면서 오른쪽 얼굴 전체에 찰과상은 입으면서 시작 되었나 봐요.
내 몸은 점차 굳어만 가고 처음 루게릭병이란 진단 받고
이 병원 저 병원 다니다가 마지막으로
2009년 봄 한양대병원 줄기세포 임상에 참가했지만 결국 돌아온 것은 허탈감뿐이었지요.
그리고 공기 좋은데서 생활하면 더 좋아질지 모른다면서 당신직장도 옮겨가며
이곳 진해로 이사도 왔지요
당신 덕분에 다른 사람들 보다 진행이 늦어 로또된 기분으로 사는데
요즘 음식물 씹는데 혀가 굳고 입술근육이 많이 줄어 밥을 먹기가 힘들어
음식을 먹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또 목구멍 근처에 음식물이 가면
씹기도 전에 꼴딱 넘어가 사례가 걸려서 켁켁 거립니다
호흡도 조금씩 가쁘게 숨을 몰아 쉬는걸 느낍니다
말로는 의사소통이 안 되어도 밥은 먹게 해 달라고
나의 기도도 아랑곳 하지 않는 이병의 심각성을 당신에게 알리지 않음은
내 혼자 짊어지고 갈 십자가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십자가가 너무 무거워 당신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사람은 태어나면 언젠가 한번은 죽습니다
당신한테 부탁 하는거는 기도절개는 하지 말고 절 보내 주세요.
더 이상 연명치료는 내 삶의 의미도 없고요
의미 없는 삶을 사는 내 모습은 상상도 하기 싫어요
파티마병원 의사 선생님한테는 미리 이야기 해 둔 사항입니다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이렇게 글로라도 남길 수 있을 때 부탁 드려요
금방 그렇게 된다는 게 아니고
혹시나 이런 상황에 다가 오면 그렇게 해 달라고 부탁 하는 겁니다.
아직은 당신 곁에 더 머무르고 싶고
아이들과 행복하게 살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내야지요?
지금까지 한 것과 같이 굳세게 잘 대처 할께요.
여보! 예전에는 매일 편지 쓰고 우체통만 바라보곤 했었는데........
이제 감정도 메마른건지 글도 안되고 걸핏하면 말도 안되고 옹알이만 하고
눈물만 흐리는 바보가 되어 버렸네요
그래도 당신이 곁에 있고 아이들도 손자들도 있어서 행복합니다
이 행복 오래도록 붙잡을 수 있도록 노력할께요.
여보! 다시한번 더 사랑합니다
2014년 9월 20일
사랑하는 경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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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남보는 계속 두통을 호소하고 난 애써 감정 조절하고
호텔에서 조식후
누런 벼가 익은 들판을 지나 양남면 주상절리로 갔다.
읍천항
등대가 예쁘다
공원에서 나무계단만 쳐다보고는 아쉬워 발길을 돌렸다.
울산방향으로 내려 왔더니 주상절리 푯말이 보여서
차가 들어가는 끝에 진짜 주상절리가 있었다.
앞에 또 계단이 가로막고......왜 이리도 계단이 많을꼬?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유치환의 詩가 생각난다.
점심은 언양 떡갈비로 먹기로 했다.
친절하게 경사로까지 있는 떡갈비집
이번 여행은
남보에게 내 의사를 전달하는 여행이 되여 무척 기쁘고
홀가분한 여행이 되었다.
첫댓글 와우~~ 경주는 저희 코스와 비슷해요
누님 편지 읽다가 제가 눈물 나는건 왜
그럴까요ㅠㅠ 저나 누님도 더 강해져야
하는데.. 쩝. 쩝. 쩝. 누님 우리 약해지지
말아요^^; 요번 일본여행 같이 됐었으면
좋겠어요 ^^; 그리고 떡갈비 맛은 어때요?
저도 가지산 한번 가볼려고 하는데.. 맛이 ㅎㅎ
요즘 고기 몇점 씹을라면 억수로 시간이 많이 걸려 ㅠ.ㅜ
그래서 내가 떡갈비를 고집했지 ㅎㅎㅎ
맛은 있ㅋ었지 ~~
나도 일본여행 같이 가면 좋겠다.
기도도 안먹히고 뭘 할까? ㅋㅋ
@가야국 저도 다녀왔지요ㅎㅎ
가지산 묵고 자수정동굴나라까지~
휠세추천코스로~^^
@상미 잘하셨어요. 저는 자수정동굴나라는 아껴 뒀어요. ㅎㅎㅎ
사랑하는 경아...
긴세월만큼 두분의 깊은 정이 느껴집니다.
혜경님을 바라보는 남보님의 눈빛이
다말해주네요~감동!
ㅎㅎ 우리처럼 40여년 살아 보세요.
그 예전에 핸드폰 없던 시절 둘이서 주고 받은 편지 속에
문구 입니다. ㅎㅎ
이 글을 왜 못봤나? 내 눈이 어캐 된건가~
사진감상하다 갑자기 편지보고 눈물이 났어요~저도 남편한테 무거운 짐을 지워주어 항상 미안한 맘 뿐이예요. 언니처럼 편지 쓸 용기도 없네요ㅠㅠ 힘내요 언니!! 지는 음식 반도 못 씹고 꿀꺽 넘어가요ㅎㅎ
어찌되겠죠ㅎㅎ
ㅎㅎㅎ
편지는 이 글이 하나고
둘은 내 유서
셋은 죽기전에 하고 싶은 말인데
내가 잘 적을지 몰라. ㅠ.ㅜ
주왕산이랑 주산지 사진도 올려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