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굴 황제>
-이옥순 지음/틀을깨는생각 2018년판/279page
욕망의 집체! 무굴 황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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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 전 세계에서 가장 황금기를 구가했던 인도의 무굴 제국. 영화와 사치의 극을 누렸던 무굴 제국의 황제들, 그 이면에 드러나는 권력 투쟁의 비인간적인 면모들을 통해 문명과 인간사의 실체를 들여다본다.
무굴은 페르시아어로 몽골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1483년 오늘날의 아프가니스탄 페르가나에서 출생한 무굴제국의 창업군주 ‘바부르’는 부계로는 티무르, 모계로는 칭기즈 칸의 후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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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굴제국은 인도가 영국의 식민지로 전락하기 전에 역사적으로 마지막 왕조였다. 인도의 후세 사가들은 인도로서는 이민족이었던 무굴제국의 350년의 시간을 그들의 역사에서 지워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무굴제국은 무슬림을 기반으로 하는 정치체제였던 반면에 당시 인도는 전통적인 힌두교가 넓게 분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민한 창업군주부터 시작해서 전성기를 구가했던 황제들은 인도의 토착 세력인 라지푸트-힌두교를 기반으로 하는 왕국-를 껴안으며 나라의 안정을 기했고, 그들과의 지속적인 정략결혼을 통해 왕궁뿐만 아니라 왕국전체에 힌두교의 문화가 존속하도록 다스렸다. 이외에도 조로아스터교, 자이나교, 기독교 등도 활동할 수 있도록 체제를 안정화시켜 다양한 문화가 꽃피울 수 있도록 정치를 펼침으로서 당시 세계의 가장 큰 제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권력은 백성들로부터 나온다는 정치철학은 이곳에서도 확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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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체제가 민주주의로 전환되기 전의 전단계인 왕정체제는 지금의 시각으로 볼 때 많은 허점과 부조리를 내포하고 있지만 이미 역사의 한 단계로서 지나온 과거를 부정할 수만은 없다.
우리의 현재는 과거로부터 이어져왔기 때문이다. 대신 현재의 우리는 그러한 과거에서 인간과 역사에 대한 새롭고도 역발상적인 관점을 흡수함으로서 지금과 미래를 공고히 다지는데 있어서 교훈의 교과서로 새기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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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굴제국의 황제들은 역사상 전무후무할 정도로 영화와 사치를 누렸지만 대체로 고독했고 불행했다. 그들은 인생의 태반을 영토 확장의 거친 전쟁터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고, 그것이 그들의 존재이유처럼 황제들을 내몰았다.
권력승계를 위해 그들은 형제와 친척들을 무자비하게 살해했고, 그들의 그런 행태를 다음 세대의 자식들이 똑같은 전철을 밟음으로서 그들 말년은 대부분 정치와 권력의 무상함에 대해 슬픔과 허무를 안은 채 불행하게 죽어가야만 했다. 가족 간에 누리는 진정한 안정과 행복은 그들의 몫이 아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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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들을 중심으로 각 장을 열어 그들의 치세를 설명하지만 그 막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16세기 이후의 중앙아시아와 인도간의 정치 상황과 종교, 문화, 예술 등에 대해 소략이긴 하지만 나름 궁금증을 해갈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서술이 심어져 있어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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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역사 정리 및 시각에도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다. 일본의 저명한 작가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에 버금갈 정도의 해박한 설명과 나름의 해석, 여성다운 세심한 필치가 책을 한 번 잡으면 잠시도 내려놓지 못하게 하는 매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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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에서 작가가 던진 질문은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리고 내려놓고도 한동안 우리 머릿속을 맴돌게 한다.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202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