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19년 4월 11일 필자는 '안타까운 그녀 서정희' 라는 영상칼럼을 발표했다. 현재 이 영상은 1편과 2편을 합해 1만 5천회 이상 조회 되었다. 서정희씨에 대한 칼럼은 그가 목사의 아내이자 전도사라는 직분으로 교회를 섬기지 않았다면 쓰지 않았을 것이다. 그가 기독교인이 아니었다면 그에 관한 이슈는 보통의 연예인 가십에 불과하여 내게 아무런 관심을 불러일으키지 않았을 것이다. 오늘 쓰는 칼럼도 마찬가지다. 칼럼을 진행하는 동안 편의상 존칭은 생략한다.
2.
서정희는 최근 Kbs의 생활예능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그 프로그램에서 당장 하차시키라는 시청자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라면을 끓이던 서정희는 자신의 방식과는 달리 김영란이 끓는 물에 면을 먼저 넣으려 하자 스프가 먼저라고 제지했다. 하지만 장난꾸러기 같은 표정을 지으며 김영란이 그대로 끓는 물에 면을 넣자 비명에 가까운 날카로운 목소리로 "빼! 빼!" 하고 외치며 도로 면을 집어 라면봉지 위에 철퍼덕 얹었다. 이 장면을 지켜보던 맏언니 박원숙이 황당하고도 불편한 표정을 했고 혜은이 역시 "그냥 끓여주는대로 먹자"며 피곤한 표정이었다.
불쾌함과 당혹함이 배어난 김영란도 물러서지 않고 라면에 스프가 먼저냐 면이 먼저냐를 다른 사람들에게 물었다. 박원숙은 자신도 면을 먼저 넣어왔다면서 라면 봉지 뒤에 있는 조리법을 봤지만 무엇이 먼저라는 답은 없었다.
묘한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박원숙이 그 장면을 지켜보던 스텝들에게 거수를 요청했는데 혜은이를 포함, 스프를 먼저 넣는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박원숙과 김영란은 약간 무안한 얼굴을 하고 " 우리 때는 면이 먼저라고 적혀있었는데 어느새 조리법이 바뀌었다. 젊은 세대는 스프를 먼저 넣고 구세대는 면이 먼저인가보다" 라며 물러섰다.
혜은이는 스텝들이 거수 투표를 할 때, 스프를 먼저 넣는다고 손을 들었다. 그런데 혜은이가 손을 든 것을 보지 못한데다가 스프가 먼저라고 편을 들어주지 않아 서운했던지 서정희는 "언니는 나중에 여기로 붙은거지?" 라고 했다. 혜은이는 특유의 뚱한 표정으로 " 아니? " 라고 했다. 이처럼 서정희는 아무런 가치없는 면과 스프의 전쟁을 진두지휘하면서 혜은이를 박쥐로 몰기까지 하는 황당한 장면을 연출했다.
3.
서정희는 거수를 통해 자기 편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을 확인하고 그것을 승리라고 생각했는지 단독 샷에서 말하길, " 당연히 스프가 먼저다. 나는 내 고집을 꺽을 맘이 없다. 면을 먼저 넣을 수도 있지만 영란 언니 고집을 꺾으려고 그랬다" 며 웃었다.
문제는 스프와 면의 순서가 아니다. 김영란이 넣은 면을 굳이 집게로 집어올려 라면 봉지에 아무렇게나 얹어놓고 급히 스프를 물에 푸는 서정희의 과잉반응이다. 그토록 위생과 미를 중시하던 우아한 모습은 어디가고, 끓던 면을 봉지 위에 덥석 올려버리는 공격성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봉지 위에 뜨거운 면을 둘 수 없어 집게로 잡고 어쩔줄 몰라하는 김영란의 당황하던 모습은 그대로 방송됐다. 더우기 서정희는 "나는 스프 먼저 넣으라고 배웠다" 고 했다. 박원숙이 그 말에 "너는 누구한테 배웠어? 쟤(김영란)는 강선생님(강부자)한테 배운 애야" 하자, " 할머니가 뭘 알아" 라고 대꾸했다. 나를 비롯한 많은 시청자들은 서정희가 툭툭 내뱉는 말마다 폭탄인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스프가 먼저 라고 배운 서정희는 지금 그 순간, 스프를 먼저 넣어야 한다는 법칙 외에 다른 가치는 눈에 뵈지 않는 사람이란 말인가? 면과 스프의 순서 여부가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오는 일이 아니라면 양보나 타협, 배려, 유머로 얼마든지 맛깔스러운 동료애와 방송을 보여줄 수 있을텐데 서정희는 그순간 스프 하나 고집하다가 다 잃기 시작했다.
4.
모멸감을 떨치지 못한게 분명한 김영란이 강부자에게 전화를 하는 장면도 방송됐다. 김영란은 강부자에게 다른 내용은 생략하고, 서정희와 자신이 면과 스프 중 무엇을 먼저 넣는지로 시비가 생겼다며 의견을 물었다. 강부자는 면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김영란은 박수를 치며 서정희에게 전화기를 건넸다.
서정희는 '할머니가 뭘 아냐'고 폄하하던 그 강부자에게 "보고 싶어요" 라고 인사한 뒤 자신과 같은 젊은 세대는 스프가 먼저고 언니들같은 나이든 세대는 면이 먼저인것 같다고 아까 스텝 거수 투표를 통해 밝혀진 내용을 결론처럼 전했다. 그 말인즉, 면이 먼저면 늙은 사람이고 자기처럼 젊은 세대는 스프를 먼저 넣는 것으로 통한다는 의미였다. 강부자는 피식 웃으며 그게 나이와 무슨 상관이냐고 정확히 뼈를 때렸다. 서정희는 강부자의 부드러운 일침에 당황한 마음을 깔깔 웃는 것으로 수습하면서 공감을 바라듯 앞자리의 박원숙을 터치했고 박원숙도 살짝 돌아보며 웃었다. 하지만 혜은이는 웃지 않았다.
5.
이미 앞서 여러 편에서 서정희는 이 방송의 자연스러운 '인생살이' 컨셉과 맞지 않는 인위적이고 조잡한 설정 인형이라고 혹평을 받은 터였다. 서정희는 자기가 원하는 컨셉으로 일일이 환경과 상황을 콘트롤하려는 여전한 습관을 그대로 노출했다. 자신의 취향인 옷을 가져와 유니폼처럼 출연자들에게 입히고 인생 샷을 찍을 장소를 찾는다면서 자기가 원하는 장소가 나올때까지 끌고 다니는 동안 다른 출연자들이 지친 기색을 하고 힘들어해도 아랑곳 않고 자기의 목표만 추구하는 모습이었다.
파도가 들이치는 작은 해안가 동굴에서 한사람씩 사진을 찍을 때는 서정희의 독사진 촬영이 다 끝나고 혜은이의 촬영이 시작됐는데 잠시 혜은이를 지켜보던 서정희는 느닷없이 촬영을 저지하고는 자기의 옷을 김영란에게 팽겨치듯 던지고 혜은이 차례에 끼어들었다. 서정희의 옷을 얼결에 받아 안을때의 김영란의 표정은 몹기 좋지 않았다. 또한 혜은이 독사진에 끼어들어 투 샷을 강요하는 서정희가 못마땅한 박원숙도 조금 머뭇대면서 그냥 한명씩 하는게 좋겠다고 했지만 서정희는 못들은 체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살림살이에 서툰 혜은이에게 "똥손 이리와" 라고 거침없이 부르는가 하면, 김영란에게 가방을 건네주며 "들고있어" 라고 한다. 아무리 언니동생 컨셉이지만 부자연스럽고 조화롭지 못한 유별난 말투와 행동이 확실히 초반 이 프로그램이 주었던 잔잔함 감동과는 다른 방향으로 표류한다는 인상을 준다.
박원숙, 김영란, 강부자, 혜은이와 같은 기라성급 대선배들이 이혼과 은둔을 거친 서정희를 안스럽다고 오냐 오냐 하니까 곧 환갑이 되는 서정희가 나이와 분수를 망각하고 오만불손하다며 분통을 터트리는 댓글이 80퍼센트 이상이다. 심지어 이제야 서세원이 이해가 된다, 서세원에게 동정심이 생기기는 처음이다, 이대로 가면 서정희에게 너무 마이너스이니 방송 출연을 멈추는게 좋겠다는 진심어린 염려까지 더해지고 있다.
6.
서정희의 문제는 무엇일까. 면과 스프의 문제일까. 그게 아니라는 것을 모두가 알기에 서정희의 소탐대실을 보고 혀를 차는 것이다.
모든 것을 잃어본 사람은 가치의 우열을 구별하는 능력이 생긴다. 본질과 비본질의 차이 말이다. 중요한 것과 사소한 것, 뼈는 무엇이고 살은 무엇인지 구분하게 된다. 서정희는 잃어버린 모든 것을 되찾으려는 것일까 아니면 잃을 수 있는 것들의 무더기로부터 자유롭게 되어서 절대로 잃지 말아야 할 것을 향해 집중하려는 것일까.
그의 나이가 곧 60세라고 하니 면을 먼저 넣는 그룹을 향해 나이든 세대라고 할 처지가 아니다. 삶의 중요한 가치를 구분 못하고 스프와 면에 과몰입해 자기 고집은 보지 못하고 남의 고집을 꺾겠다고 아우성을 피는 무례한 그 사고 방식이 꼰대요 늙은 것이다.
추운 겨울 바다 앞에 피크닉을 나와서 테이블보를 깔고 초를 켜고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좋지"라고 묻는 서정희를 위해 나이든 언니들은 입술이 파란 채 차가운 샌드위치를 먹으며 서정희의 즐거운 공상을 채워주는 들러리를 해야 한다. 서정희는 말했다. "이렇게 열심을 내도 남자들은 살림 잘하는 여자 안 좋아한다. 나를 봐라."
서정희는 전남편 서세원이 새로 꾸린 가정에서 행복하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나는 지금 부탁하고 싶다. 그를 위해 기도하지 말고 자신을 위해 기도하기를 말이다. 사랑은 내가 만든 왕국에 소품으로 상대를 활용해놓고서 '너를 위해 한거야' 라고 말하는게 아니다. 같이 삽시다의 출연자들을 소품으로 만드는 서정희 식 사랑은 서세원까지 동정심으로 재조명 받게 하고 있다.
라면 스프 하나 포기할 수 없는 서정희의 열심이 뜨겁고 끈질길수록 같이 살 수 없는 사람들은 늘어갈 것이다. 이미 떠난 서세원을 위해 기도하기보다 지금 자기의 위치에서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순간순간 자기의 것을포기하고 비우고 내려놓는 삶으로 기도를 대신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십자가의 능력이다. 서정희의 이혼 후의 삶이 또다른 위장으로 물거품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2020. 12. 21.
주의검을보내사
첫댓글 너무 공감 가는 글입니다..서정희씨 이혼후 행보를 볼때마다 위태위태 했어요..여전히 자신만의 세계에서 갇혀살며 이혼의 아픔을 보상 받으려하는 행복 강박증에 빠진 사람처럼도 보이고..안타깝습니다ㅠ
제 또래였나요~~?? 예쁜사람이지만 애도 어른도 아니고 ㅠ
서세원 목사 만든 죄값 치루나...
서정희씨가 들으면 어떻게 생각하실까 궁금하기도했고 안쓰럽기도 했어요~
유튭보고 라면 이야기를 알게됬는데
주관이 되게 정말 강한분이시다는 생각입니다..
약한 여자 순한 맹꽁이 절대 아니시라는 느낌이구요~
그 성격만큼 이루어낸것도 많으시니
앞으로는 배려와 화목으로
운영자님 조언대로 자기것을 비우고
사복사복 찬찬히 작은것을 사랑하며 사셨음 좋겠네요^^
가장 어려운것이 자기 모습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방송에서의 자기 모습과 주변의 이야기들에 느끼는게 있겠죠. 강박증이 장점으로 작용도 하지만 주변 사람들 피곤하게도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