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아이가 물을 틀어놓은 채로 샤워를 하고 있습니다.
샤워장 안으로 물이 점점 차오르면서 아빠 뒤에 서있던 키 작은 아이가 " 아빠, 이제 그만해요." 라고 이야기합니다.
아빠는 "아직이야." 라고 이야기 하며 물을 틀어둡니다.
그러는 동안 물은 점점 차오르고, 아이가 재차 " 아빠, 제발 그만요." 하고 이야기 하지만 아빠는 계속 "아직 멀었어" 라며 물을 계속 틀어둡니다.
한순간, 아빠의 턱까지 물이 차오르고 뒤에서 아빠를 말리던 아이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아빠는 뒤를 보며 " 아직 괜찮은거죠?" 하고 묻습니다.
웹서핑을 하다 우연히 보게 된 한 웹툰의 내용입니다.
아이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최근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A.I] 를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2001년 작품입니다.
영화는 극지방의 해빙이 녹아 미국의 도시들이 물에 잠긴 시대를 배경으로 합니다.
동화 피노키오 같은 내용의 영화였지만,(인간이 창조주 역할을 하는 스토리- 인간의 죄와 하느님의 벌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물에 잠긴 도시들은 적잖이 충격이었습니다. 23년 전에도 저렇게 될 수 있다고 생각을 했었다는건데.. 아직, 아직 이라며 방관한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배경은 2000년 후, 빙하기를 다시 겪은 지구의 모습을 배경으로 합니다.
공룡도 멸종시킨 빙하기인데, 지금의 과학기술이라면, 과연 인간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다들 낙관적인 미래를 꿈꾸고 있습니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합니다.
오늘 설거지 귀찮은데, 오늘만 일회용 쓸까? 합니다.
오늘 좀 더운데, 에어컨 좀 켤까? 합니다.
오늘 힘든데, 차 끌고 갈까? 합니다.
오늘 장보기 귀찮으니, 새벽배송 시킬까? 합니다.
그 오늘들이 모여서, 2000년 후를 만듭니다.
내 눈에 보이지 않으니, 태평양에 얼마나 거대한 쓰레기 섬이 만들어져 있는지 모릅니다.
내 눈에 보이지 않으니, 스리랑카의 코끼리들이 어떻게 쓰레기산의 쓰레기로 고통받고 있는지 모릅니다.
내 눈에 보이지 않으니, 인도네시아의 섬 몇개가 물에 잠겨버렸는지 모릅니다.
내 눈에 보이지 않으니, 북극의 빙하가 얼마나 녹아내렸는지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나에게 보이지 않아도 지구는 변하고 있습니다.
구약의 노아의 방주를, 니네베의 요나를 기억합니다. 지금의 상황이 그때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지금, 완고한 인간들을 참아내시는 중일지도 모릅니다.
조금 불편해도 걷습니다.
조금 불편해도 텀블러와 장바구니를 챙겨다닙니다.
조금 불편해도 쓰레기를 제 쓸모대로 버립니다.
조금 더워도, 조금 추워도 참아봅니다.
오늘의 나의 불편함들이 모여, 내일의 지구를 살릴 수 있습니다.
맨 처음, 샤워실에 가라앉아있던 아이가 떠오르며 말합니다.
"이제, 그만하는거죠?"
------웹툰의 제목은 [인지구- 인간에게서 지구를 구하라] 입니다.
https://brunch.co.kr/@yangseho/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