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의 제주이전 소식과 존 듀어덴 기자의 칼럼(ways to ‘improve’ the K-League)을 읽으면서, 과연 우리가 진정한 의미의 프로 축구 리그(professional football league)를 가지고 있는가 하는 의문점이 들었다. 1983년부터 시작되어, 지금까지 이어온 프로축구는 여러 측면에서 많은 발전을 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아쉬운 면이 없지 않은 것은 아니나, 대한민국이라는 주어진 상황에서 이 정도의 모습과 경기력(이른바 잠재적 시장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어쩜 또 하나의 기적이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란게 개인적인 판단이다.
벽안의 기자는 'improve' 란 단어를 사용했다. 적어도 그의 관점에선 상식적인 몇가지 부분만 ‘improve’ 된다면 우리네 K 리그가 장미빛 미래는 아닐지라도, 많은 부분에서 팬들의 지속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상업적인 성공을 기대해 볼만한 리그로 전망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토탈사커 독자들라면 이미 감지했으리라 보지만, 따지고 보면 그가 제시하는 개선책이 엄청나게 새로운 것이 아니다. 유럽내 대부분의 리그들이 유지하고 있는 기본틀이기도 하지만, 그동안 많은 분들이 목청 높여 기회 있을 때 마다 제안했었던 것들이다.
무척 조심스럽긴 하지만 (욕먹을 각오로), 내가 이 기사를 읽고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얼마나 답답하면, 외국인이란는 객관화된 -그것도 축구의 발상지 출신으로- 시각을 통해 그 간의 애정 어린 우리들의 바람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였다. 축구뿐 아니라 다른 부분에서도 이런 식의 설득패턴을 많이들 사용하니 말이다. 착실한 월드컵 준비에 찬물을 끼얹을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국가대표 지상주의나 재능있는 몇몇 선수에 대한 관심이 여전한 이상 K 리그의 발전은 애당초 기대하기 힘들다. 그러나, 최근 대한축구협회 2006년 사업계획에서처럼 초,중,고 학원축구 리그대회 전환사업과 연중개최를 통한 FA컵 활성화 사업등은 밖에서 느끼는 팬들의 입장에선 미진할 진 모르나 협회를 비롯한 축구계 내부에서도 나름의 혼신의 노력을 하고 있는 증거라 할 수 있다.
이에 토탈사커의 지면을 빌려서, 조금 길고 지루한 글이 될지라도 이른바 ‘프로축구리그’ 발전을 위해 우리들이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할 몇 가지를 다시 한번 강조해 보려고 한다. 즉, 가장 기본적이지만 우리가 잊고 있는 ‘프로축구리그’ 라는 비즈니스가 다른 비즈니스와 구별되는 점들을 알아봄으로써, ‘프로축구리그’ 가 왜 더욱 경쟁력을 가진 창의적인 경제주체단위로써 K 리그의 총 감독이 되어야 하는 이유를 제시해보고자 한다.
전통적으로 관중입장수입에 대부분 의존하며 발전해온 프로축구리그와 개별 축구클럽들은 그 수입원을 TV와 기타 미디어 수입, 리그게임과 연관한 상품판매 수입, 그리고, 다양한 스폰서쉽까지 그 대상을 다향화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런 현상은 한국의 K 리그 뿐만 아니라, 축구, 야구, 농구등 프로 ‘팀’ 스포츠 리그에서 공통적으로 파악되고 있다.
독립적인 개별 클럽으로 구성된 ‘프로축구리그’는 여타 다른 비즈니스와 다른 몇 가지 특징이 있다. 경기가 벌어지는(최종 상품/서비스가 제공되는) 운동장의 소유형태에서 빚어지는 장기리스계약(lease)이라든지, 이렇게 펼쳐지는 경기(상품/서비스) 방송권리의 판매, 어떤 이유든 선점된 지역을 활용한 배타적인 사업권, 그리고, 선수계약과 연관된 감모상각등은 ‘프로축구리그’에서만 보여지는 경우들이라 할 수 있다.
그 어떤 비즈니스도 상품/서비스의 핵심과정을 소비자들에게 ‘방송’하지도 않으며, '특정 지역' 을 선점해서 배타적인 상업활동을 하지도 않고, 회사의 인적 구성원을 '자산' 으로 인식해서 상각하면서, 미래 경제적 효용가치를 회계장부에서 인식하지 않는다. (물론 몇몇 예외 사항은 있을 수 있으나, 일반적인 경우에선 말이다.)
그러나, ‘프로축구리그’의 가장 큰 특징은 뭐니뭐니해도 스포츠가 가지고 있는 팬이라 불리우는 소비자들과의 강력한 '감정적 관계맺음’ 일게다. 축구경기 90분동안 선수들이 펼치는 열정적인 몸짓에서 우리가 얻는 만족감 뿐만 아니라, 그 시간을 통해 팬이라는 우리들 자신과 나만의 선수와 팀과 느끼는 일체감은 그 어떤 비즈니스에도 좀체 경험하기 힘들다.
19세기 중반 무렵부터 점진적인 사회의 변화와 맞물려 진화되어온 ‘유럽’ 프로축구리그는 역사적으로 개인의 계층의식, 지역사회와 강력히 결부되어 그들만의 정체성을 만들었지만, 아쉽게도 우리의 경우는 ‘미국’식 모델의 영향을 받아서 기업의 자본이 프로스포츠에 자의반 타의반 직접적으로 유입되어 리그를 구성하는 형태로 유지되고 있다. 어떤 형태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판단하긴 무척 어렵다. 왜냐하면, 이상적으로 보이는 유럽의 팀과 리그 형태는 일부의 팀만 제외하면 언제나 상업적인 부담을 가져왔고, 미국식 모델은 그 자본의 성격에 대한 의구심과 목적을 제외한다면 상업적인 부분에서 유럽의 그것보다 우위를 가지고 있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현 상황을 인정하면서, 그 토대 위에서 듀어덴의 기사처럼 개선된(improved) K 리그를 만들기 위해 우리 모두가 기억하고, 노력해야할 가장 중요한 점이 있다. 앞서 언급한 독특한 ‘프로축구리그’ 만의 특징을 이미 이해하고 있다는 가정하에, ‘프로축구리그’ 자체를 ‘단일경제주체’로 인식해야 된다는 점이다.
스포츠를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많은 학자들은 리그자체를 독립된 팀들로 구성된 하나의 경제적인 주체라는 점을 강조한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조인트벤처라든지,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프랜차이즈들의 카프텔등과 무척이나 일치하는 특징이 발견된다. 즉, 개별 클럽(조인트벤처의 구성회사나 지역별 프랜차이즈점처럼)의 각자의 전략적 우위와 지역내 배타적 권리를 상호 인정하면서, ‘하나의 리그’ (조인트벤처의 협력형태나 프랜차이즈 본점)하에 모여서 벌이는 일련의 경기들을 통해서 리그라는 본질적인 존재이유를 강조하는 것이 그들의 관점인 셈이다.
이런 ‘단일경제주체’로서의 프로축구리그는 경기 결과의 불확실성이란 리그 흥행의 최대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 합리적인 리그운영관리에 사활을 걸게 마련이다. 우리의 경제규모나 지역특성에 맞는 리그의 클럽의 수라든지, 지역을 기반으로 한 클럽의 설립과 발전은 소비자들의 관심을 효율적으로 집중시키고, 증폭시킬 수 있게 한다. 단순한 예일 지도 모르나 더비 경기나 라이벌 경기의 존재, 그리고 합리적인 리그일정과 리그컵의 활용은 리그의 경제적 가치를 한층 높이면서도 축구경기에서 말하는 질 높은 경기수준과 각 클럽간의 자연스런 경쟁구도를 통해 결과의 불확실성이란 프로 스포츠 리그만의 매력을 최대화 시키는 효과를 예상할 수 있는 것이다.
많은 분들이 개별클럽운영의 문제점과 아쉬움을 토로하는걸 접해왔다. 하지만 적어도 경영이란 측면에서 볼땐 정말 대단한 클럽 몇몇을 제외하곤, 유럽의 그것과 엄청난 차이는 없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부분은 우리네 ‘K 리그’를 건강하고, 창의적인 ‘단일경제주체’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에 그만큼의 책임감과 존재이유를 분명히 전함으로써, 개별클럽들과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통한 합리적인 운영철학과 장기경영전략이 확보되어야만, 많은 팬들이 리그의 매력적인 상품을 매주 토요일 오후에 소비할 수 있을 것이다.
이찬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