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가 할 일이 없어 죽칠땐 차라리 이것저것 모르는 문열이만도 못하다는 말이 있다.
진무야말로 그러했으니 몇 달을 그렇게 들어앉아 술 아니면 연무장,집 이게 도대체 그에게는 영 좀이 쑤시고 배길수없는 무료함의 극치였다.
아무리 아름다운 옥향과 같이 있다고는 하나 어느새 그에게는 피가튀는 전장이 익숙하고 어디론가 떠나고푼 역마살이 단단히 부푸는 시기였다.
그는 고태수를 만나 잠시 임경업장군을 만나러 가겠다고 청했다.
하긴, 이럴때 임장군을 만나는것도 꽤 좋을듯 하오 ~ 한번 다녀오시구려 요즘 임장군이 등주에 계시다는데 서둘러
떠나도록 하시오 !
네 그럼 의제들중 동패를 남겨두고 풍뇌와 함께 다녀 오겠나이다.
그렇게 하시구려 ...!
이리하여 진무는 풍뢰를 대동하고 등주에 있는 임경업을 만나러 떠났다.
홀로 남은 동패는 짜여진 시간대로 군사들을 조련하고 자신의 무예연습에 열중했다.
뿐만 아니라 조석으로 형수님을 찾아 문안인사를 하고 수시로 주루의 안전을 챙길때쯤 어느덧 옥향의 산달은 가까워
가고 대륙의 풍운은 시시각각 변화를 거듭하고 있었다.
드디어 진무 등주에 이르러 임장군을 만나니 세사람이 반가움에 그만 눈물이 글썽한다.
어서 오게 ~ 아니..? 賢弟(현제)가 어찌 예까지 다 왔는가 ?
그간 강녕 하셨사옵니까 장군 !
하하 ~ 강녕이 다 몬가 ? 내 하마터면 청나라에 잡혀가 죽을뻔 했지 ... 황해도에서 도망쳐 이곳까지 오리라곤 꿈에도
생각못했다네 ~
그대야말로 유주에서 한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는 말은 내 익히 들어오고 있는 실정일세 ^^
사실 그 고영하 태수같은 양반은 우리네 보다 연세도 위지만 그 옳곧은 성품하며, 의협심 강하고 충과 신의를 목숨처럼
아끼는분이라 자네에겐 다시없는 상관을 만난셈일세 그려 !
내야 총병 馬騰高(마등고)의 휘하에 들어가 군사 4만을 이끄는 平虜將軍(평로장군)이 되긴했지만 뭐 하나 제대로 할 수가
없는 실정일세, 사사건건 총병이 간섭을 하고 명나라 부장들이 나의 전략을 믿으려 하질 않으니 ....거기에다 요즘의
명나라 장졸들 모두가 나태하기 이를데 없이 사기가 해이해져 있으니 도무지 이래가지고서야 명나라가 얼마나 갈지
모를일이라 나는 생각한다네.
참으로 딱한 지경이로군요 장군 ... 물론 어느정도 짐작이야 했었지만 그렇게까지 답답한 사정이 있는줄은 몰랐습니다.
세사람이 저녁나절부터 객잔에 들려 밤새 술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었다.
조선조정도 문제야 ~ 벌써 김자점이나 원두표 같은이들은 세력을 모으고 나라보다는 자당의 이익을 챙기는 일에
혈안일세 ~
더욱 한심한것은 주상전하나 권신들이나 하나같이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가 계신 소현세자 마마를 의심하기 시작했다는
걸세 ... 어찌 이럴수가 있겠는가 ?
세자께서는 주야로 저들에게 이리저리 끌려다니며 전쟁터에도 여러번 투입이 된바있고 또 툭탁하면 불려가 청태조나
그 수하들에게 갖은 모욕을 당하면서까지 조선조정을 두둔하며 살아 오셨는데 이렇게 모질고 정떨어지는 대접을
하다니 ....
그동안 무슨일이 있었는지요 ?
아 ~ 세자께서 고국 서울을 얼마전에 다녀 오셨는데 ... 주상전하께서 그다지 반기질 않았다는 후문일세 ... 왜 그랬겠나 ?
원수도 오래면 정이든다고 소현세자가 워낙 명석하셔서 청나라 조정이나 그 수하들에게 잘 하시니 장차 청나라가 기왕이
면 자기들과 안면이 있고 또 말이 통하고 심중을 혜아리기 쉬운 소현세자가 다음 왕위에 오르기를 바랄것은 뻔한 이치
아닌가 ?
그래야 청과 조선이 우호관계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유추도 가능한터에 ...
지금 주상전하께서는 혹시라도 자신을 폐위 시키고 소현세자를 입국시켜 다음 보위에 세울까 걱정되니 어찌 자식이건만
그 마음이 편하겠는가 ?
이건 마치 임진왜란때 무능했던 선조대왕이 스스로 착각하기를 혹여라도 명나라가 똑똑하고 공이 큰 자신의 큰아들
광해군을 왕위에 세우고 자신을 폐위 시킬까봐 그토록 세자 광해군을 의심했던 일과 아주 판박이로 똑같은 현상
아닌가 ? 그것참 ~ 권력은 부자간에도 나누지 못한다 했거니와 그 의심의 불길에 기름을 부어대는 신하들이 있게 마련인
데 이게 단순한 권력문제가 아니라 왕실의 참혹한 화가 일어날수도 있다는 ... 아주 좋지않은 예감이 든다네 ~
장군 ! ... 그거야 두고 볼 일이지만 장군의 안위도 걱정이로군요, 대체 언제까지 예서 ....
그렇다네 내 역시 문제여 ~ 이미 조정엔 나를 견제하고 시기하는 무리가 많다네 젠장 ~
주거니 받거니 술이 떨어지면 또 가져오고 안주가 부족하면 더 시켰다.
장군도 이렇게 뵈었으니 이참에 심양에 들려 소현세자 마마를 뵙고 가려 하는데 어떨런지요
아 ~ 그렇게 하게 물론, 세자를 알현 할려면 조선국 사신으로 가장을 해야만 될것일세
일체의 외부인은 세자관소에 출입이 불가하니 철마다 다달이 조선국에서 오는 사신단을 만나 그대의 이름을 적어넣게
하고 그들과 함께 들어가야만 된다네.
물론 正使(정사),副使(부사),書將官(서장관) 삼인이 승낙해야 하고 그들 일행과도 모두 비밀에 부쳐져야만이 가능한 일일
세 , 이미 그들 사신단 일행중에도 親淸派(친청파)가 있다면 매우 곤란한 지경도 있을법 하고 ... 아 ~ 네 그렇군요 !
그거야 소생이 다 알아서 하겠사옵고 심양의 자세한 설명을 좀 부탁 드려도 될런지요 ?
그러세 임경업 자신이 일찍이 심양에 세자저하를 찾아갈 때 익혀 두었던 청나라 궁궐의 배치도를 꺼내어 설명을 시작
했다.
심양 淸殿(청전)의 현판에 崇政殿(숭정전)이 있는데 그곳이 청황제가 정사를 보는 전각이고 왼편은 飛龍閣(비룡각)
오른편은 鳳凰樓(봉황루)인데 그 안에는 수백의 甲軍(갑군)이 도사려있다네.
또 그 안으로는 겹겹이 전각과 回廊(회랑)이 나타나고 오색찬란한 유리기와 2층의 8각 大政殿(대정전)이 또 있다네...
물론 세자께서 계신곳은 심양 남대문안 高麗館(고려관)일세 혹여라도 그곳에서 무슨 일일랑은 꾸미지 말게 매우 위험하
니....아마도 그랬다가는 목적은 이루지도 못하고 불귀의 객이 되고 말게야 ~또 그랬다가는 성패를 떠나서 그 분풀이가
세자저하께 내려갈것이니 이를 어쩌겠는가 ? 천상 저놈들은 戰場(전장)에서 죽일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다 여기네 ~
잘 알았사옵니다 장군 !
그렇게 삼인은 정답게 만나 밤새 담소와 술로 지새고 다음날 아침 작별을 고했으니 이것이 그들의 마지막 재회였다.
진무는 그 길로 풍뢰를 대동하고 책문을 향해 말을 몰아 전속력으로 질주했다.
조선국 사신단 일행이 그곳에 당도하기전에 만나 사신단 일행의 명단에 자신을 올려야 하며 그 명단은 청나라 禮部(예부)
에 보고 되기때문에 그곳에서부터 이름이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압록강을 건너온 조선 사신단을 만나 자신의 내
력과 현재의 상황을 설명하자 진무등을 짐꾼이나 하인으로 위장시켜 그 명단을 보고하고 동행했다. 그렇게 사신단 일행
이 된 진무는 敵都(적도) 瀋陽(심양)에 들어갔다.
무인의 최후 (36)
첫댓글 흘러가는 시간속에 인간은 그져 스쳐가는 바람처름 지나가건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참으로 애환이 많은게 또한 인생사 이던가,
왜 그리도 이땅의 왕들은 투기가 심했는지...
작금의 정치판도 그때 배운 잔여물이나 아닌지 볼 량이다,
혜안을 가지신 저하께서 미리 아시고 앞일을 위해 계획하시며 노심초사 하시는구나..
한 시 인들 편했을까?
마음에 애잔한 기운이 흐름은 왜일까..
먼 엣날 흘러간 역사지만 그때의 그들의 충성이 마음을 촉촉히 적시게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