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 4월 17일(금)
구간 : Salome - Yarnell
숙소 : Oak Park Motel
거리 : 98 킬로
누적거리 : 1,484 킬로
< 첫 펑크 ... >
아침에 숙소문을 열고 출발하려는데 앞 바퀴에 펑크가 나 있었다. 오늘은 목적지 바로 앞에 엄청난 고갯길이 있어서 일찍 출발하려고 나서는 길이었다. 어제 사막을 지나면서 사진 찍는다고 선인장 근처에 자전거를 놓아 두어서 가시가 박힌게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튜브를 확인해 보니 선인장 가시는 없었다. 옛날에 붙였던 펑크패치가 떨어지면서 바람이 새고 있었다. 새 튜브로 교체하고 출발준비를 마치는데 무려 50분이나 걸렸다. 하느님이 보우하사 거리에서 펑크가 나지 않고 숙소에서 발견되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앞으로 횡단여행 중에 다시 펑크나지 않기를 바라지만 만약 나야 한다면 오늘처럼 숙소에서 펑크났으면 좋겠다.
어제 저녁에 사다놓고 냉장고에 보관했던 치킨너겟과 소고기를 아침에 전자렌지로 돌려서 점심도시락으로 앞 패니어에넣어 두었다. 먹을거리가 넉넉하면 천하에 부러울게 없다.
^^근처의 주립공원에 좋은 텐트장이 있다고 한다.^^
어제는 고맙게도 tailwind(등바람)이었는데 오늘은 땀을 좀 흘리라고 headwind(맞바람)가 불고 있다. 약한 오르막 경사에 맞바람이 길을 막고 있으니 아무리 페달을 밟아도 제 자리이다. 숙소를 나선지 한참이 된 것 같은데 겨우 10킬로 왔다. 오늘은 63마일을 가야 하는데 이 속도로는 언제나 도착할지 막막하다. 63킬로는 어느 정도의 거리이지 짐작할 수 있지만 마일로 얘기하면 언뜻 와 닿지 않는다. 아스팔트 도로만 쳐다보고 아무 생각없이 페달질만 해댄다.
^^이름이 Kim Hanco.한국사람인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아침에 튜브를 잘못 세팅했는지 앞바퀴가 구를 때마다 덜컹거린다. 지금 손보자니 귀찮고 숙소 도착할 때까지 이상이 없으면 내일 아침에 정비해야겠다.
어제 저녁에 앞으로 나흘간의 숙소를 예약했다. 오늘은 Congress에 숙박하려고 했지만 빈방이 없다고 해서 북쪽으로 10 여마일 떨어진 외딴 마을의 모텔을 겨우 잡았다. 내일은 Prescott Valley의 카우치서핑 회원집에 머무르고, 모레는 Sedona의 Manzanita 캠프그라운드에 빈 자리가 없어서 Montezuma Beaver Creek Inn에서 숙박하고, 다음 날인 20일에 캠프그라운드에서 지낼 계획이다. 캠프그라운드에서 바라보는 일출이 장관이라고 해서 일정을 그렇게 잡았다.
태국 등 동남아시아를 여행할 때는 한국 돈 5만원이면 시설이 훌륭한 호텔에 묵을 수 있다. 미국에서는 60달러 이하의 모텔은 거의 없다. 간혹 오늘처럼 60달러 이하의 숙소가 나오면 혹시라도 주인의 마음이 바뀔까 봐서 예약을 서두른다. 미국은 여행자에게 필요한 여러가지가 대체로 비싸다.
동남아 자전거여행을 갈 때 외발 퀵 스탠드를 샀었다. 하지만 짐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주저 앉으면서 자전거 프레임에 커다란 생채기를 냈다. 그 사건 이후로 퀵 스탠드 없이 여행을 다녔다. 그러다보니 사진 찍을 때가 제일 불편하다. 특히 미국은 길거리에 자전거를 기대어 놓을 수 있는 시설물이 전무해서 더욱 어렵다.
며칠 전에 10달러 주고 산 우산이 어제는 펼쳐지지 않더니 오늘은 접히지 않는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엉터리 제품이 많
은가 보다. 그러나 저러나 애리조나는 캘리포니아보다 기온이 많이 낮고 햇볕이 따갑지 않아서 우산 펼칠 일이 많지 않
았다.
^^선인장이 많이 눈에 띄었다.^^
^^마치 UFO처럼 구름이 떠 있다.^^
전방에 자전거가 가고 있으면 고맙게도 많은 운전자들은 반대차선으로 넘어가서 안전하게 나를 추월했다. 그 과정에서 차량의 바퀴가 중앙차선의 야광 인식등을 넘어가는 소리가 들려오면 안심이 되지만 일부 고지식한 운전자들은 반대 차선으로 다가오는 차량이 없는데도 멀찍히 떨어져서 추월하지 않고 내 옆구리를 스치듯이 지나가곤 한다.
아스팔트에 마감포장을 안한 구간이 많았다. 바닥에서 작은 진동이 계속 올라오니 아물기 시작한 엉덩이 상처가 다시 덧나면서 따끔거리기 시작했다. 자전거 세차용도로 가지고 다니는 작은 수건을 용도변경해서 엉덩이 패드로 사용했다. 덕분에 불편함이 많이 가셨다.
미국인 父女라이더를 만났다. 이 멋진 커플은 ACA의 Southern Tier를 따라서 플로리다에서 샌디에고까지 여행하고 있다고 한다. 갈 길이 바쁜 우리는 길게 이야기하지 않지만 마음으로는 벌써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로의 safe trip를 기원해 주며 서로의 갈 길로 떠나갔다.
^^금요일에는 많은 오토바이족을 만날 수 있다.^^
Congress에 도착했다. Vista Hotel의 옥외 간판에 vacancy燈이 켜져 있었다. 빈방이 없다고 해서 Yarnell의 와이파이도 안되는 모텔을 잡았는데 그렇다고 들어가서 따질 수도 없을 노릇이다.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를 8.2마일을 남기고 오금이 저려오는 고개가 시작되었다. 구글맵은 목적지까지 1시간 40분이 걸린다고 알려주었다. 오후 3시 30분, 해발고도 1,170미터에서 업힐을 시작했다. 멀리서 봤을 때보다 실제의 경사도는 심하지 않았다. 시속 5킬로로 올라가니 시간이 많이 걸렸다. 오후 5시 22분, 해발고도 1,725미터의 정상에 도착했다. 업힐거리는 7.3마일이었다. 오늘의 경험을 로키산맥이라든지 다른 고갯길을 오를 때에 참고해야겠다.
내일은 카우치셔핑 회원인 28세의 M**의 Prescott Valley 집에서 묵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