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리 차 제다법(製茶法)의 적통, 초의 선사의 다맥을 잇는 박동춘 선생의 첫 대중적 저작!
조선 후기 사멸 위기에 처했던 우리 차(茶) 문화가 부흥하게 된 배경에는 초의 선사(1786~1866)라는 거목이 자리 잡고 있다. 그의 다맥은 범해, 금명, 응송을 거 쳐 현재 박동춘 선생에 이르고 있다. 초의 선사의 후인인 응송 스님(1893~1990) 으로부터 제다법과 차 이론을 배우고 「다도전게(茶道傳偈)」(이 책에서 최초 공개)를 받음으로써 ‘초의차’ 5대째 계보를 이은 박동춘 선생은 지난 30여 년 동안 차를 만들고 차 이론을 연구하는 일에만 매진해왔다. 그러다 최근에 ‘우리나라 다도를 정립한 초의 선사’에 관한 박사 학위 논문을 탈고하고, 초의 선사와 인연이 있는 곳을 답사하며 자신의 다도 인생 30여 년을 둘러볼 기회를 가졌다. 『맑은 차 적멸을 깨우네—다산과 추사가 사랑한 초의 선사의 우리茶 기행』이 그 여정 의 결과물이다.
이 책은 ‘초의차’가 산사를 통해 전해져 내려온 만큼 대흥사, 칠불암, 쌍봉사, 학림암, 기림사 등 산사의 풍경이 주를 이루지만, 그 풍경을 채워 넣는 것은 다름 아닌 차(茶)와 시(詩)로 채색된 문화사 혹은 인연사다. 강진 다산초당에서 청년 시절의 초의에게 시학과 주역을 가르쳐준 다산 정약용과 평생 초의를 후원해준 다산의 아들들, 초의와 동갑내기로서 평생을 지기지우로 지내며 맑은 정신의 세계를 교감했던 추사 김정희, 절창의 시문으로 ‘초의차’의 웅대한 경지를 묘사했던 박영보와 신위, 황상 등 조선 후기 지식인들이 그 주인공이다. 산사를 통해 명맥을 유지해오던 우리 차의 진수가 조선 후기 눈 밝은 사대부들을 만나 하나의 ‘문화’로 만개하는 광경은 초의, 다산, 추사라는 걸출한 세 인물의 숨겨진 곡절을 전해 듣는 일만큼이나 깊은 감흥을 준다. 차를 만드는 명인이자 차 이론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외길 인생을 걸어온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그들이 중흥시킨 ‘차 문화’를 조형하며 한국 전통차의 향방을 되묻고, 옛 선인들이 그랬듯 탁마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다짐을 대중에게 처음으로 공개하는 셈이다.
저자 박동춘은 대흥사 응송 스님에게 직접 제다법을 전수받고, 한국의 ‘다성(茶聖)’으로 추앙받는 초의 선사의 다풍을 이으며 초의 선사에 대한 연구로 석박사 학위를 받은, 우리 선차(禪茶)에 관한 한 독보적인 존재다. 금석학의 대가인 청명 임창순 선생에게 한학을 사사했으며 성균관대학교에서 유학을, 동국대학교에서 선학을 공부했다. 현재 동아시아차문화연구소에서 ‘초의차’를 계승하는 ‘동춘차’를 만들며 한국 다도의 맥을 보존, 전수하고 있다.
2. 세계에서 가장 ‘맑은 차’라 불리는 우리 차는 조선 후기 초의 선사의 구도적 열정으로 완성되었다. 그 길을 박동춘 선생이 따라간다.
한국 차의 역사는 신라 말기 선종과 함께 유입되면서 시작되었고, 고려 시대에는 왕실과 사찰의 주도하에 송나라에 비견될 만큼 차 문화가 융성했다. 그러나 조선 시대로 들어오면서 통치 이념이 변화하고 배불 정책이 실시되면서 쇠퇴기에 이른다. 왕실의 무관심은 당연했고, 다만 음다(飮茶)의 이로움을 인식했던 소수의 문인이나 수행승 사이에서 명맥을 유지했던 것인데, 조선 후기 초의 선사라는 걸물에 의해 중흥기를 맞이하게 된다. 여기에는 그의 차원 높은 선다(禪茶) 정신과 투철한 장인 정신 외에도, 그의 차에 담긴 선미를 알아본 조선의 지식인들이 배경으로 자리하고 있다.
초의 선사는 조선의 문예 부흥기인 정조 연간 1786년에 태어나 운흥사 벽봉에게 출가했고, 쌍봉사를 거쳐 대둔사로 수행처를 옮겨 완호에게 ‘초의’라는 법호를 받았다. 그가 수행과 함께 참구했던 차는 선종의 대표적인 선다(禪茶) 정신을 이은 것으로 조선 후기 쇠락했던 차 문화를 중흥시킨 토대가 되었다. 그가 인식한 차는 단순한 마실거리가 아니라 정신적 가치를 내장한 수행 음료이자 나아가 수행 삼매로 이끄는 매개체였다. 그는 이러한 구도 정신을 담아 필생에 거쳐 ‘초의차’를 완성했으며, 그가 터득한 차의 실증적인 증험을 체계화한 ‘초의차’는 우리 차의 효능이 중국차보다 우수하다는 자신감을 드러내기에 충분할 만큼 ‘맑고 시원했다’. 추사 김정희는 ‘초의차’를 마신 후 “심폐가 시원하다”라고 평할 정도였다. 조선 후기 지식인들이 우리 차의 우수성을 인식하게 된 것도 바로 ‘초의차’를 통해서였으며, 이 명칭을 만든 주체도 바로 그들이었다. 즉 초의는 우리 차에 대해 애정과 관심을 가진 이들을 통하여 한국 차 문화를 중흥할 원동력을 얻었 고, 그들은 ‘초의차’를 통하여 맑고 고결한 정신의 세계를 음미할 수 있었다.
초의의 후학이자 오늘날 그 차의 품격을 되살려내고 있는 박동춘 선생은 초의 선사의 고향인 전남 무안군 삼향을 기점으로 그가 거쳐 간 운흥사, 쌍봉사, 대흥사, 학림암 등을 잇는 길을 되짚으면서, 옛 다성(茶聖)이 남긴 정신과 인연의 흔적을 좇는다. 전라도의 땅끝 마을 한 산사의 초막에서 선차를 복원하고 우리 차의 기틀을 정립하기 위해 불철주야 탁마했던 한 선사의 삶이 이 후학의 여정 위에 겹쳐지며 맑고 담박한 이중주를 들려준다. 보다 품격 높은 차를 완성하기 위해 이론과 실제를 겸비하며 평생 탐구의 길을 걸었던 초의 선사의 족적은 오늘날 이 길을 따르는 후학에게 ‘차란 무엇인가’라는 궁극적 화두를 내주며 오롯이 살아 있는 육성으로 존재한다.
3. 다산, 추사, 초의의 호계삼소(虎溪三笑), 유불선의 회통으로 빚어진 초의차의 인문학
다산은 초의에게 시학과 주역 등 유학을 가르쳐준 스승이었다. 9년의 세월 동안 스승을 찾아 헤매던 초의에게 다산은 궁벽한 땅 해남에서 만난 어진 스승이었다. 그와의 만남으로 초의는 다산가의 아들들과 인연을 맺고 평생지기 추사 김정희를 만나게 된다. 어려서부터 청나라 문물에 밝고 화통했던 추사는 당시 천민 신분이었던 초의의 가치를 바로 알아보고 허물없이 교유 관계를 쌓아갔다. 신분도 다르고 이념도 달랐던 그들이 표면적으로 주고받은 것은 ‘차’와 ‘시’였다. 그러나 자기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이들만이 보유한 차원 높은 정신의 세계가 때로는 언어로, 때로는 차향으로 서로를 강하게 진동시켰다. 또한 초의가 만든 차는 또한 유배지에서 신체의 고통에 시달리는 그들에게 ‘약’ 이상 가는 효능을 발휘했다. 겨우 목숨을 부지한 채 유배지 제주도로 떠난 추사는 「걸명시」를 지어 전하며 ‘초의차’를 부탁했다. 차를 통한 그들의 우정은 선 수행의 경지가 원만했던 추사의 인품이 높아지면서 그 결실도 더욱 빛나고 알차졌다. 추사의 선교(禪敎)에 대한 지대한 관심은 제주도 유배 시절 초의에게 보낸 편지에서도 확인된다.
초의가 북학파 경화사족 등 유학자들과 교유를 확대하는 데도 차와 시가 매 개물이 되었다. 스승 완호의 탑명을 구하기 위해 두 번째 상경한 1980년, 그가 봉례품(奉禮品)으로 공여한 ‘초의차’가 당시 지식인들에게 차에 대한 관심을 애호를 확대하는 계기가 된다. 그리고 시에 출중한 재능을 드러냈던 초의는 무애한 불교관이 함의된 선시를 통해 경화사족에게 다가갔다. ‘초의차’를 맛본 이들 가운데 사제지간이었던 박영보와 신위가 주고받은 「남다병서」와 「남다시병서」는 조선 후기 차 문화의 실정이 어떠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문서다. 이들에 따르면 조선 시대에는 차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으며, 초의가 당대의 명사들에게 존경받은 이유가 시를 잘 지었기 때문이라는 점을 전해준다.
도가의 양생술에 밝았던 운암 김각과의 인연도 빼놓을 수 없다. 1840년 제주도 적거지로 떠나는 추사가 초의의 일지암을 찾았을 당시 초의는 추사를 전별하기 위해 완도까지 따라나서고 <제주화북진도>를 그려 추사에게 주며 안타까운 마음을 달랬다. 불망지교를 나누던 벗이 영어의 몸이 되어버린 현실을 견디기 어려웠던 초의는 1842년 운암을 찾았고, 당대의 명필 이삼만과도 만나 시를 지으며 화운하고 차향을 나누며 삼매의 경지에 들었다.
초의의 ‘차’를 둘러싼 인연의 계보는 크게 보면 다산과 초의로 이어지는 종적인 만남, 초의와 추사 그리고 당대 문사들로 이어지는 횡적인 만남으로 이루어져 있다. 나이와 세대를 넘고 신분과 이념을 넘으며 유불선이 한데 만나는 이 교유의 네트워크는 고매한 정신의 세계를 공유하며 서로의 자긍심을 키워나갔던 한국의 미학과 인문학 그 근원을 짐작하게 해준다. 이들의 교유에는 사람의 훈기가 있고 사람이 빚어내는 정신의 무늬가 있으며, 이는 단정한 시 절구를 통해 오롯이 드러난다.
4. 산자수명(山紫水明), 다삼매(茶三昧), 우리 차는 다르다!
추사 김정희는 초의의 차를 ‘다삼매(茶三昧)’의 경지로 표현하며 그에게 ‘명선(茗禪)’이라는 호를 지어주고 글씨를 써서 보냈다. 즉 초의는 삼매의 경지에서, 맛이 있는 육안차(六安茶)나 약효가 좋은 몽정차(蒙頂茶)와 비견될 ‘초의차’를 완성했던 것이다. 차는 동자처럼 젊어지고 팔십 노인의 얼굴에 붉은빛을 띠게 하는 신묘한 효능을 지녔다. 이런 차는 삼매의 경지에서만 만들어지는 진품이다. 따라서 심혈을 기울여 쓴 추사의 <명선>에는 초의에 대한 고마움과 ‘초의차’에 대한 경외심이 함께 담겨 있다.
박동춘 선생이 만드는 ‘동춘차’는 ‘초의차’의 계보를 잇는다. 그의 차는 고려대 고미술학과 변영섭 교수에 의하면 기운이 좋고 시원한 방향(芳香)이 나는 차, 녹 황의 황금비례가 갖추어진 맑은 차다. 특히 그는 차를 우릴 때 열탕(熱湯)을 고집한다. 펄펄 끓인 물을 기포가 막 가라앉는 정도에서 뜨거운 채로 붓는 열탕 법은 그가 응송 스님에게 전수받은 전통이며 그 스스로도 체득하여 중시하는 비결이기도 하다. 이렇게 만들어진 차는 시종일관하여 담박(澹泊)하고 소쇄(瀟灑)하 여 맑고 시원한 한국성을 지향한다. 산 높고 물 맑은 고요한 아침의 나라, 산자수명(山紫水明)한 풍토에서 형성된 한국적 ‘맑음’이 박동춘 선생의 차에 고여 있다.
“제대로 만들지 않은 차를 마실 바에야 차라리 맹물이 낫다”고 말하는 박동춘 선생은 “한국의 제다란 찌는 방법과 볶는 방법의 중간을 절묘하게 잡아낸 것이다. 자부하건데 차의 차가운 기운 혹은 독성을 중화하면서 차의 효능을 드러내는 기술은 현재 한국, 중국, 일본 중에서 가장 정교하다”라고 주장한다. 일본이 찻잎을 찌기만 하고 중국이 찻잎을 볶기만 한다면, 우리는 찻잎을 볶기도 하면서 뚜껑을 덮어 열기로 찌는 공정을 절묘하게 합쳐 차의 맛과 효능을 절정으로 드러내는 방법을 찾아냈다는 것. 더불어 펄펄 끓을 정도로 뜨거운 물, 즉 ‘열탕’에 우려 마시는 것이 한국의 전통차 문화라고 전한다. 미지근한 물에 녹차를 우려 마시는 방법은 1970년대 후반 일본 유학생들이 차 보급 문화 운동을 벌이 면서 전해진 방법인데, 그 방식은 대량 생산에 사용되는 야부기다종 찻잎에 적당하다는 것.
정신을 맑게 하고 몸을 따뜻하게 하여 기운을 활성화하는 차의 효능을 알아본 이는 역사적으로 볼 때 불교 선종이었다. 선종은 일심의 극치인 삼매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몸과 마음을 정화하기 위해 차의 효능을 빌렸다. 조선 시대에 이 비전의 효능을 알았던 이는 초의를 비롯하여 극히 소수였으나, 다행히 그들이 남긴 거대하고도 원융한 정신세계가 문헌의 형태로 남아 있다. 그중 하나가 초의 선사가 제다법을 정립하여 남긴 『동다송』이다. 그리고 제다법을 오롯이 전수받아 보존해가는 박동춘 선생의 존재도 각별하다. 차와, 차를 통해 이르는 정신의 경지를 알았던 옛 선조들의 경험은 우리 차의 현재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귀감이 된다. 그들의 심오한 정신세계와 교유의 역사를 오롯이 되살려 한 권의 책으로 묶어준 박동춘 선생의 노고는 값을 매기기 어렵다.
5. 이 책에서 처음 공개되는 자료들
6. 저자 박동춘(朴東春)에 대하여(동아시아차문화연구소 소장)
1953년 충북 진천에서 태어나 우리나라 금석학의 대가인 청명 임창순 선생에게 한학을 사사했다. 해남 백화사에서 응송 박영희 스님에게 차 이론과 제다법을 전수받아, 1985년 「다도전게(茶道傳偈)」를 받음으로써 ‘초의차’ 5대째 계보를 이었다. ‘초의차’는 조선 후기 초의 선사에 의해 정립된 산자수명(山紫水明)한 우리 차의 적통이다. 저자는 ‘초의차’를 잇는 한편, 관련 자료를 발굴하고 연구하는 일도 병행하면서 성균관대 유학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동국대 대학원 선학 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 성과를 모아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고 『초의선사의 차문화 연구』를 펴냈으며, 제2회 화봉학술문화상을 수상했다. 호는 무공(無空), 동아시아차문화연구소에서 ‘초의차’를 계승하는 ‘동춘차’를 만들며 한국 다도의 맥을 보존, 전수하는 한편, 성균관대학교와 동국대학교, 한국전통문화대학교에 출강하고 있다.
7. 차례
책을 내며 4
1부 길道
길 위에서 차의 의미와 수행자의 고뇌를 묻다 13
고향 삼향면과 출가지 운흥사,
40년 만에 옛 고향을 찾아 무상을 노래하다 23
궁벽한 땅 해남에서 어진 스승 다산을 만나다 35
대둔사와 월출산, 순연한 자연에서 깊은 선정에 들다 47
수락산 학림암, 불법 물으려 눈길 헤치고 온 젊은 추사와의 첫 만남 57
두 번째 상경과 용문사,
스승의 탑명 구하려 15년 만에 한양에 다시 올라 67
수종사, 백설 휘날리는 산사에서 절친한 벗들과 시를 읊다 77
기림사와 불국사, 불국은 차라리 얻기 쉽지만 추사와 정을 나눔이야 87
2부 만남緣
칠불암 서상수계의 비밀이 『다신전』으로 드러나다 101
장안의 명사들, ‘초의차’의 깊은 맛에 흠뻑 젖다 111
옹방강과 북학파 경화사족, 사대부의 덕목 123
황상의 「초의행」, 세상 그 어떤 차가 초의가 가려 만든 차만 하랴 133
운엄의 『운관축』, 사향 같은 스님의 정혜가 세상 곳곳 절로 퍼지네 143
필사 오류로 『동다행』이 『동다송』으로 바뀐 뒷이야기 155
남종화 대가 소치 허련, 초의가 싹틔운 재능이 추사를 만나 만개하다 165
금강산 유람과 ‘초의차’의 연원 175
제주 유배 길에 오른 추사, 스님과 차 마시던 옛 인연 잊지 못함이 한스럽습니다 185
산천 김명희의 「사차」, 원통 경지에서 덖은 차가 바라밀로 이끄네 197
한림처사 운암 김각, 초의가 석장을 짚고 만중산에서 찾아왔네 207
창암과 만소, 구름과 달 함께 있으니 맑은 바람 적멸을 깨우네 217
‘초의차’를 사랑한 신위, 차의 맑고 향기로움에 말을 잊었네 227
초의와 추사의 정, 서로 애타게 그리워하고 존경한 지기지우 237
초의의 원력으로 조희룡 등 중인 계층에까지 차 문화 확산 247
초의와 다산가, 보내주신 차의 맑은 향이 폐부까지 스밉니다 257
초의와 추사의 편지들, 차 품평에서 선불교 담론까지 다양 267
초의의 추사 상청 조문, 벗이 세상을 떠나니 슬픔이 용란의 소리처럼 사무치네 277
3부 차茶
‘초의차’의 원융한 세계, 선가의 차 문화에서 비롯 289
초의의 『동다송』, 고금의 서적 두루 섭렵해 우리 차 이론 정립 299
초의의 차 생활, 차는 물의 신이요 물은 차의 체이다 309
초의의 제다법, 일찍 따면 약성이 안 차고 늦게 따면 신묘함이 없다 319
글을 맺으며: 차의 고매한 가치 되살려 세상을 이롭게 했던 다성 329
인물 목록 339
도판 목록 373
작품 및 문헌 목록 381
8. 본문에서
이해 봄 노스님이 떠난 후, 승주 골짜기에서 홀로 차를 만들게 된 나로서는 마치 노를 잃은 배와 같았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든 것이 막막했다. 차를 만들기 위해 솥이 뜨거워지기를 기다리는 동안 가슴이 쿵쿵 울렸다. 노스님의 빈자리는 상대적으로 커 보였다.
무쇠솥에 찻잎을 넣고 깊고 신중하게 대나무로 만든 솔에 정신을 집중해보았다. 하지만 옛날의 그 느낌이 아니었다. 때마침 열을 받은 찻잎이 순간순간 변하는데, 그 충격과 두려움으로 어찌할 줄을 몰랐다. 이미 변화무쌍한 불과 찻잎의 기세에 눌려버린 것. 아, 어떻게 하나! 눈을 감고 천천히 대나무 솔을 저어보았다. 이 때 손끝으로 전해오는 찻잎들이 익어가는 순간의 느낌이 다시 살아나면서 차츰 두려움이 사라졌다.
현란한 형색은 마음의 중심을 잃게 하기 쉽다는 이치를 이때 비로소 깨달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차를 만드는 시설이 열악했던 백화사, 어둑어둑한 촉수 낮은 전 등불 밑에서 찻잎이 익어가는 기이한 변화를 눈으로 보지 못했다. 다만 손끝으로 느껴지는 찻잎의 촉감으로 차가 어느 정도 덖였는지를 알아차리던 참으로 어수룩한 시절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이 차를 연구하는 방법에서 가장 실질적이고도 깊이 있는 연구 방법이었다는 사실을 얼마 후에야 깨달았다. 체득을 통해 원리에 도달하는 길에 이만 한 것은 없었다. 노스님과 매일 마셨던 찻자리는 차의 단계적인 안목을 기르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었다. 또 아침마다 샘물을 길어오게 한 것은 물의 이치를 하나하나 터득케 하려는 노스님의 안목이며 배려였다. (본문 18~20쪽)
차는 태생적으로 선 수행과 융합되어 발전되었기에 선불교 문화의 대표성을 지녔다. 참선 수행에서 머리를 맑게 하고 잠을 적게 한다는 차의 약리성은 참선 수행 방법에 꼭 필요한 요건이었다. 차가 획기적인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선 수행과 차가 융합되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차는 물질 음료에서 정신 음료로 거듭났고, 선종 승려들이 수지受持해야 할 중요한 물품으로 자리매김되었다. 이후 이러한 차의 우수성은 탈속을 지향했던 문인들의 애호로 이어져 차 문화가 한층 발전되는 계기가 된다. 이들은 차가 지닌 정화 능력을 활용하는 한편 소통의 중요 한 창구로 응용했는데 문인들의 모임에 차가 등장한 것은 이런 점을 반영한 것이었다. (본문 291~292쪽)
맑은 밤하늘, 촉촉이 내린 이슬을 머금은 찻잎은
삼매의 손끝에서 기이한 향기가 피어난다
그중에 현묘한 이치는 드러내기 어려우니
참된 정기, 체[물] 신[차]으로 나누지 마라
물과 차가 설령 온전해도 오히려 [중정을] 지나칠까 염려되니
중정을 넘지 않아야 [차의] 색향기미가 모두 드러난다
―초의가 『동다송』에서 밝힌 원융한 차의 경지(본문 296쪽)
푸른 구름 바람결에 끊어질 듯 피어나고
엉킨 하얀 (차) 거품, 찻잔에 어렸네
첫 잔은 입술과 목젖을 적셔주고
둘째 잔은 고민을 없애주네
셋째 잔은 삭막해진 마음을 더듬어
오천 권의 문자를 떠오르게 하고
넷째 잔을 마시니 살짝 땀이 나는 듯
일상의 미덥지 않던 일, 땀구멍 사이로 사라지네
다섯째 잔은 몸을 맑게 하며
여섯째 잔을 마시니 신선과 통하네
일곱째 잔은 마시지도 않았는데
겨드랑이 사이로 맑은 바람이 스물스물 이는 것을 알겠구나
―당나라 노동의 「다가茶歌」(본문 310~311쪽)
차는 물질이지만 그 속에 감추어진 진정성은 삼매수三昧手로 드러난다는 말 속에 차가 무엇인지 그 진실한 해답이 들어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드러난 차의 색, 향, 미는 차의 내적인 요소를 감싸고 있는 겉모습이고, 차의 기운은 사람을 위안 하는 맑음을 담는 그릇이자 온화함을 담은 내적인 요소다. 이러한 차의 내재적 가치와 겉으로 드러난 차의 세계는 사람을 즐겁게 하며, 만남을 이어주는 가교가 된다. 그래서 차는 문인들의 동반자가 되었다. 사람들은 아름다운 만남을 맛에 빗대 고향으로 비유한다. 난향을 좋아하는 연유는 고상함과 은근함 때문이다. 차의 향은 난향에 버금가는 은근함을 지녔다. 차를 군자와 같다고 한 이유는 여기에 있을 터.
초의와 추사의 만남은 운명적이었다. 그들은 차를 통해 더욱 굳건한 만남을 이루었다. 좋은 만남은 삶의 활력소이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초의의 생애에서 그를 변화시킨 첫 번째 인연은 운흥사로 출가하면서 스승으로 삼은 벽봉이었다. 완호를 만난 것도 초의의 삶에 또 다른 영향을 미쳤다. 이 숙명적인 만남은 다시 위대한 스승, 다산을 찾는 다리가 되었다. 다산으로부터 유산으로 이어진 그들의 만남은 대를 이은 것이었고, 유산은 초의의 교유 폭을 한층 넓혀준 사람이었다. 이 유산을 통해 초의는 추사를 만났다. 학림암에서 추사를 만난 초의의 설렘은 그가 추사에게 보낸 편지에 생생히 남아 있다. 이 한 장의 편린이 초의의 삶을 복원해 진한 감동을 끌어내준다. 초의를 연구하면서 언제나 만나는 지묵서紙墨書에 남겨진 그의 온기溫氣는 오래오래 긴 여운으로 남는다. (본문 334~335쪽)
◆ 응모방법: 이 책을 읽고 싶은 이유를 적어주세요.
◆ 모집 기간 : 3월 29일 ~4월 4일
◆ 모집 인원 : 15명
◆ 발표일 : 4월 5일
◆ 서평 작성 마감일 : 책수령 후 2주 이내 (→책수령과 서평완료 댓글로 확인)
응모 자격:(쪽지는 처음 신청하시는분과 연락처 변경된분만 보내세요) ◆ 정회원만 신청 가능합니다. (준회원인 경우 등업 신청을 받으세요-지역별 모임방) ◆ 위의 내용을 스크랩 하시고 댓글로 신청을 남겨주세요. → 1.닉네임: 2.이름: 3:신청도서 4:주소 정확히(우편번호 포함): 5 :핸드폰번호: 6:직업: 7: 아이디 댓글 응모를 하시고,쪽지로 1~7번까지의 내용을 예쁜글씨 앞으로 보내주세요.
◆ 회원정보에 실명기재 확인, 블로그 공개 확인 합니다.(스크랩 확인) ◆ 책수령 후 2주안에 자신의 블로그와 독서클럽, 인터넷 서점(YES24, 알라딘, 교보문고, 인터파크, 리브로 등) 중 2곳에 서평을 남겨 주셔야 합니다
◆ 서평 이벤트 당첨 확인 후 출판사 담당자에게 메일로 책 받을 배송정보를 보내고 댓글로 확 인을 남겨주셔야 합니다.(→이벤트 당첨자 발표) |
첫댓글 [스크랩완료] http://blog.daum.net/lssmaum/289
커피 소비량이 급증하고 커피 전문점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이 시대에 우리 고유의 제다법(製茶法)의 적통을 이은 초의 선사와 그 후학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도 의미가 클 듯 합니다. 차(茶)와 시(詩)가 함께 어우러지고 차향(茶香)이 가득한 공간 속에서 정신을 맑게 하고 몸을 따뜻하게 하는 차(茶)의 효능을 배우고 함께 하는 것도 즐거움이 아닐 수 없겠지요. 이 책을 통해 차(茶)의 온기를 제대로 느껴보고 싶어 신청해봅니다.
[스크랩]http://blog.daum.net/wkddhtn5/565
초의선사에서 비롯된 우리 차에 대한 연구는 힘들게 그 맥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커피 문화가 활개를 치는 오늘 우리차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비롯된 이러한 책이 출간된 것은 그 의미가 커 보입니다.
녹차가 최초로 재배된 곳이 저희 고향이라서 녹차를 항상 가까이 하고 있는 사람이라 이 책은 꼭 읽고 싶어지네요.
[스크랩완료]http://blog.daum.net/jeongto/7342795
한국 선불교의 중흥조인 경허선사의 열반 100주년을 기념하여 암자 토굴 순례중입니다. 경허스님이 한국 선불교의 중흥조라면 초의 선사는 한국 차문화의 중흥조입니다. 다선일여라 차와 선 불가분의 관계입니다. 차는 단순히 기호식품으로 차를 마시는 음다를 넘어 다도로 인식되니 많은 공부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초의선사와 추사 김정희 다산 정약용 세본의 좋은 인연을 공부하고 싶습니다.
[스크랩완료] http://blog.daum.net/ican_login/106
저는 커피보다 녹차를 좋아합니다. 특히 건강에 이로운 성분이 많다고 합니다.
고혈압, 당뇨 등의 성인병 예방에서 다이어트에 이르기까지 녹차의 효능은 일일이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요즘 녹차 건강법도 뜨는데요. 저는 이런 녹차의 스토리에 우리 선조의 지혜가 있다고 알지만 구체적이지 못했습니다. 이책으로 좀더 알아보고 싶습니다.
http://blog.daum.net/qufrjfekgksp/150
차를 매우 좋아합니다. 차에 관심이 많은데 한의원에서는 물을 많이 먹지 말라하네요
[스크랩완료] http://blog.daum.net/misyzang/7848566
얼마전 TV에서 노부부가 여러 종류의 허브들을 건조시켜 놓았다가 차로 즐겨 마시고 있다는 내용을 보며 우리 주위의 자연에서도 차의 재료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차에 대해서는 지식이 없어서 눈으로 봐도 모를거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초의선사에게 우리차를 배워서 심신을 단련하고 싶어서 신청합니다.
[스크랩]http://blog.daum.net/wallet/15844371
근대사에 선각자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다산과 추사, 그리고 초의선사의 차를 통한 교류는 후대에 가르침이 많습니다, 그분들의 차에 대한 예찬과 시와 편지를 통해 나누는 선문답의 경지에 슬쩍 껴드는 사치를 누리고져 신청합니다
[스크랩완료] http://blog.daum.net/blue_sun/7318406
차 문화는 기본적으로 중국과 일본을 꼽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차라는 문화는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차문화가 발전하지 못한 이유는 깨끗한 자연환경과 물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깨끗한 물이 풍부하기 때문에 끓여먹는다는것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인거 같다.. 하지만 요즘 차문화가 발전된 만큼 우리나라도 차 문화를 가져야한다는 생각에 차문화 배울겸 신청해봅니다..
[스크랩완료]http://blog.daum.net/icq0038/56
봄이 되니 내 몸안의 기운이 시선함으로 움트기 시작합니다. 파릇한 잎으로 볶아낸 '차'의 방대한 역사서 ! 예전엔 차를 참 즐기는 편이었는데 어느샌가 그 자리엔 갈수록 진해지는 커피가 대신하고 있네요. 더 흥미가 가는 이유는 불교랑 떼어서 생각할 수 없는 차문화! 종교속에 녹아 있는 그 맛을 느껴보고 싶습니다.
[스크랩완료] http://blog.daum.net/bonokensin/6758950
아 정말 부끄럽게도 커피를 좋아하는데 한국차에 대해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인데 그 말을 알고도 실천하지 못하는 제가 부끄럽네요. 아는 만큼 보인다가 아닌 아는 만큼 느낀다의 마음으로 차를 접하고 시습니다.
http://blog.daum.net/rtreuu7/74
녹차처럼 깨끗하고 순수하며 마음을 정화시키는 책인 것 같네요. 왠지 책속에서도 향기로운 녹차의 향이 뭍어 나올 것 같네요.. 싱그러운 봄, 햇빛맑은 볕에 앉아 이 책한권과 차한잔을 하고 싶네요.
[스크랩완료]http://blog.daum.net/mnprince/58
차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쉽게 먹지 못하고 있네요. 커피 혹은 탄산음료 등이 우리의 식음료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차는 우리의 몸도 좋게 만들지만 차를 마시는 행위에서 마음을 좋게 만드는 행위였다고 생각합니다. 티백으로 녹차한잔 마시는 저이지만 차에 대한 지혜를 이 책을 통해 배우고 싶습니다
[스크랩완료] http://blog.daum.net/49455044/1849
어머니께서 작은 찻집을 하십니다.
사는 곳이 지리산 자락 아랫동네인지라, 계절따라 접하게 되는 차의 종류도 꽤 다양하답니다.
오늘은 뽕잎차를 마시면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차茶에 관심이 많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이 책을 읽어보고 싶습니다.
[스크랩완료] http://blog.daum.net/ok7302/17448610
다산과 초의 선사의 차 이야기...언젠가 신문에서 읽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나네요. 아직은 커피를 즐겨마시지지라 차에 대해 제대로 알진못하지만 왠지 깊은 품위와 법도, 여유라는 단어를 떠올리며 신청합니다.
[스크랩완료]http://blog.daum.net/astro0905/611
수년전 무안 초의선사 탄생지인 전라남도 무안에 위치한 초의선원에서 초의선사 다도정신에 나타난 점염실진(點染失眞)의 정신 등 다도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적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다도(茶道)를 정립하여 다성(茶聖)이라 일컬어지는 초의선사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습니다.
[담아가기]http://blog.daum.net/skinjoos/1278
최인호의 유림에서 만난 초의선사는 분명한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물론 김정희도 자신만의 길을 걷지만 초의선사와 김정희의 길은 달라보입니다. 차와 관련하여 김정희와 교분이 이루어지며 김정희가 제주 유배시 차를 보내줄 것을 부탁하기도 하더군요. 초의선사를 차와 관련된 사람으로 국한되어 생각한다면 진정한 모습을 다 볼 수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림과 글씨 그리고 종교와 관련된 다양한 부분을 이해할 때 차에 관한 깊은 추의선사의 행적 또한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내요. 이 책이 주목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스크랩완료]http://blog.daum.net/pistoljs/45
차에 대해 알고 싶네요. 고즈넉한 향취와 사색. 게다가 역사와 에피소드가 넘쳐나는군요. 차에 대한 철학이 아마 더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마치 건물을 지을 때, 각 건축가들의 공간과 빛에 대한 철학이 색다르듯이 차에 대한 선사 및 선비들의 사고관과 그 시대상, 그리고 인물됨을 조금은 알아볼 기회가 될 것 같아서 신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