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정진경-
링거액이 몸 안에 집을 지어
공중누각들을 무너뜨린다
비밀스런 공사장에서 맞은 망치의 상흔
두꺼운 딱지로 아물었다 생각했는데
몸은 그것을 낙인으로 기억하고 있다
병원 진단서에 기재된
‘충수염 진공된’
그 망치는 여전히 내 뒤통수를 때려
오장육부 내장 깊숙한 곳에 구멍을 파 놓았다
정처 없이 길 헤매던 보헤미안의 시간
설빙에서 추락하는 헛꿈에 시달린 것은
그 망치질이 원인이다
사나흘 쏟아져 들어오는 링거액이
메마른 나를 통통하게 살 오르게 한다
촉촉한 물풀이 자라자 내 몸은 자꾸
점프,
점프를 하고 싶어 한다
‘고통 없는 세상 저 너머로’
궁핍한 이들의 희망적 메시지가 발돋움 한다
이것은 또한 핍박을 제공하는 근원처
세상은 아랫것들이 점프하는 걸 허용하지 않는다
점프하려 하면 야무지게 꾹꾹 눌러
망치질을 한다
금속성 메스로 몸을 가르고
링거액을 혈관에 들이붓는 며칠 동안
가뭄은 잠시 해소된다
세상에 파종하지 못한 말(言) 대신 몸이 점프, 점프를 한다
가열하던 태양이 잠시 나를 비켜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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