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전 이수응(명춘) 어른 돌아가심을 애도함 을미(1955)년
白山淑氣萃興東 / 백산(白山) 맑은 기운 동쪽에서 일어나 모이고,
炊老家中復見公 / 밥 짓는 늙은이 집안에 다시 어르신 보이네.
浩汗文章傾一世 / 넓고도 많은 문장은 한 세대를 기울게 하여,
鴻工巨匠啞餘聾 / 위대한 거장들이 놀란 나머지 귀먹었네.
金鷄衣鉢付桃灘 / 금계(金鷄)의 의발(衣鉢)은 도탄(桃灘)에 맡기고,
負笈諸賢重厚寬 / 책상을 진 여러 현자 후하고 너그러움을 소중히 하네,
公在其門尊信德 / 어르신이 그 동문에 있어 믿음과 도덕을 존중하고,
裒衣博帶又峨冠 / 유자(儒者)의 복장을 하시고 또 관을 높이는구나.
憶余少小西遊日 / 기억하건대 나 젊고 어려서 서쪽으로 여행한 날,
上謁先師拜退公 / 선사(先師)를 찾아뵙고 어르신께 절하고 물러났네.
師訓公恩深且厚 / 스승의 교훈과 어르신 은혜는 깊고도 두터워,
自斬依舊等阿蒙 / 스스로 끊어도 변함없이 어린아이 같이 되는구나.
桃溪響掇變蒼桑 / 별천지 메아리가 그쳐서 푸른 뽕밭으로 변하고,
一髮斯文又晦喪 / 유교 사정이 절박하고도 시들어 없어지려 하는구나.
山裂樑摧無限痛 / 산이 무너지고 들보가 부러져 한없이 고통스러워,
無間公我淚滂滂 / 드러내 놓고 그칠 사이 없이 눈물을 쏟는구나.
收拾斯文義理箴 / 유교를 거두어 바로잡고자 의리를 경계하고,
不朽傳世是公心 / 세상에 오래토록 전함이 어르신의 마음이었네.
候芭李漢公無異 / 후파(候芭)와 이한(李漢)이 어르신과 다름이 없으니,
凡我同門孰不欽 / 평범한 우리 동문 누군들 흠모하지 않겠는가?
餘生㤼後仰靈光 / 남은 생애 뒤가 겁나 영광전(靈光殿)처럼 우러르는데,
纔畢心喪帝召忙 / 심상(心喪)이 끝나자마자 상제가 부르기 바쁘구나.
歸侍夜坮香案日 / 돌아가 무덤 향안석(香案石)을 모시는 날,
憐玆塵世寄倀倀 / 이 더러운 세상을 가엾게 여기며 갈팡질팡 이르는구나.
* 취노(炊老): 밥 짓는 늙은이.
* 호한(浩汗): 넓고 많은 모양.
* 도탄(桃灘): 정산(貞山) 김동진(金東鎭) 선생의 고가가 있는 선성(宣城) 김씨의 세거지인 영풍군 부석면 상석리의 옛 이름.
* 부의박대(裒衣博帶): 품이 넓은 옷과 폭이 넓은 띠라는 뜻으로, 유자(儒者)의 복장을 말하는데, 포의박대(襃衣博帶)라고도 함.
* 아몽(阿蒙): 나이 어린 아이. 발전이 없고 학식이 하잘것없는 사람을 이르는 말.
* 도계(桃溪): 도화원(桃花源)을 가리키며 별천지를 이르는 말.
* 일발(一髮): (위태로운 상황이) 머리카락 하나의 간격만큼 절박한 상태를 이름.
* 후파(候芭): 전한(前漢) 양웅(揚雄)의 제자로서 『태현경(太玄經)』과 『법언(法言)』을 전수(傳受)하고 웅(雄)이 죽은 뒤에 심상(心喪) 3년을 하였음. 『전한서(前漢書) 87』
* 이한(李漢): 당나라 대문장가인 한유(韓愈)의 사위로서 그의 유문을 수집해 문집을 발간하여 한유의 명성을 후세에 떨치는 데 일조하였음. 그 역시 장인의 뒤를 이어 문장으로 명성이 있었으며, 후대에는 장인의 사업을 이어나갈 만한 훌륭한 사위를 지칭하는 말로 쓰임.
* 심상(心喪): 상복(喪服)을 입지 않으면서 화려한 의복과 주육(酒肉)을 금하는 것.
* 창창(倀倀): 어찌할 바를 모르는 모양.
옥전 권은필(상용) 어른 돌아가심을 애도함
天挺眞儒大嶠南 / 하늘이 내린 참 유학자로 영남에서 뛰어나셨고,
工深輪翼析牛蠶 / 수레바퀴와 날개 같이 공부 깊어 세밀히 분석하셨네.
內資星爺弓箕業 / 안으로는 부친 성대(星臺) 도와 조상세업 계승하시고,
外受貞翁性理談 / 밖으로는 정산(貞山)께 배워 성리학 얘기하셨네.
處世周詳能耿介 / 처세에 세밀하고 자세하여 바르고 곧을 수 있으셨고,
對人欵曲善包函 / 대인에 정성이 곡진하여 너그럽게 잘 받아들이셨네.
瑤樓成頌今何急 / 아름다운 누각에서 노래 만듦이 지금 어찌 급하셨나?
吾党蕭然淚自含 / 우리 무리 쓸쓸하여 절로 눈물을 머금는구나.
* 권상용(權相用, 1881-1956): 일제강점기의 유학자로 호는 옥전(玉田), 자는 은필(殷弼). 본관은 안동(安東), 문집 『옥전집(玉田集)』이 전함.
* 윤익(輪翼): 수레바퀴와 새의 날개를 말하는데, “정자의 시에 ‘함양은 공경이 필요하고 배움은 치지에 달려있다(涵養須用敬進 學在致知)’고 했는데, 이 두 가지는 수레의 두 바퀴와 같고 새의 두 날개와 같아서 한 쪽 만을 폐할 수는 없다.”한 글이 보임. 『송자대전(宋子大全)』
* 우잠(析牛蠶): 잠사(蠶絲)와 우모(牛毛)와 같이 세밀함을 말하며, 원나라 학자 오징(吳澄, 1249~1333)이 주자의 〈육선생화상찬(六先生畵像讚)〉을 본떠 주자의 화상을 그려놓고 〈회암선생 주문공 화상찬(晦庵先生朱文公畵像讚)〉을 지었는데, 이 화상찬에서 주자의 학문을 기리면서 “현묘하고 의미한 의리는, 누에실과 소털처럼 자세히 분석했네. 마음은 넓고 넓어서, 바다처럼 넓고 하늘처럼 높았네. 호걸스런 재주요, 성현의 학문이었도다. 경성과 상서로운 구름이요, 태산과 교악이셨네.(義理玄微 蠶絲牛毛 心胸恢廓 海闊天高 豪傑之才 聖賢之學 景星慶雲 泰山喬嶽)”라고 찬양한 것에서 유래함.
* 성부(星爺): 개항기 민비시해사건, 단발령 이후 경상북도 안동에서 활동한 의병장, 옥전(玉田) 권상용(權相用)의 부친 성대(星臺) 권세연(權世淵, 1836-1899), 본관은 안동(安東), 자는 조원(祖源), 다른 호는 담와(澹窩).
* 정옹(貞翁): 스승인 정산(貞山) 김동진(金東鎭)을 말함.
첫댓글 앞의 것을 다시 복사하여 올렸구료. ㅎㅎ. 傷時悶俗養高居 / 시세 걱정 풍속 근심하여 수양하시며 고상하게 살아가 시는 곳 ,
人道梅溪處士廬 / 사람들은 말하네[道] 이곳이 매계 처사의 집이라고.
牛蠶 : 원나라 학자 오징(吳澄, 1249~1333)이 주자의 〈육선생화상찬(六先生畵像讚)〉을 본떠 주자의 화상을 그려놓고 〈회암선생 주문공 화상찬(晦庵先生朱文公畵像讚)〉을 지었다. 이 화상찬에서 주자의 학문을 기리면서 “현묘하고 의미한 의리는, 누에실과 소털처럼 자세히 분석했네. 마음은 넓고 넓어서, 바다처럼 넓고 하늘처럼 높았네. 호걸스런 재주요, 성현의 학문이었도다. 경성과 상서로운 구름이요, 태산과 교악이셨네.〔義理玄微 蠶絲牛毛 心胸恢廓 海闊天高 豪傑之才 聖賢之學 景星慶雲 泰山喬嶽〕”라고 찬양한 것에 전거를 둔 표현이다.
工深輪翼析牛蠶 재주는 두 수레바퀴의 공부에 깊어, 소털 누에실 같이 정밀히 분석하셨네. 두 수레바퀴란 이천의 말대로 유가의 두 개념. 敬과 義를 의미
선생님 기억력도 좋으십니다. 번역에 자신이 없어 다시 올렸는데 바로 알아보시네요. 나머지도 지도해주신 내용 반영하여 수정하여 올렸습니다.
감사합니다.
星爺: 星爺는 '아버지 성대'의 이미. 爺는 아비야. * 爺孃[야양]은 어빠 엄마. '목란사'참조. / 無人弭亂我公歎 / 이 혼란을 그치게 할 사람 없으니 이분을[이분의 서거를] 탄식하네.
아공탄에서 탄이 동사. 아공은 여운형. 시에서 운자 때문에 도치되었음.
감사합니다. 수정하여 올려 놓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