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여행 6

[경위]

2018-04-17 화

간단한 아침식사 후 어제 아들과 갔던 길을 20분 가량 되걸어서 예약한 렌터카를 찾으려고 리용역(Gare de Lyon)으로 향했다. 출근시간이라 그런지 줄이은 자동차보다도 힘써 페달을 밟으며 식식거리는 자전거 이용자들이 더 근로자 모습이었다. 잠시 일하고 싶은 욕망이 떠오르다 수그러졌다. 젊음이 부럽긴 하나 바꾸고 싶지는 않다. 지금 편한 생활이 늙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는가!

핸폰 지피에스가 길안내를 잘 하다 마지막 주소에서 흐지부지 뭉개는 바람에 물어 물어 렌터카 사무소에 도착하였다. 피치못할 보험 선택을 하게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예상보다 비싼 가격이 되는 상술이 숨어 있었다. 르노 7인승을 빌렸다. 설명서를 읽지 않은 채 그가 곧바로 운전을 시작하여 아들네 호텔로 향했다. 같은 원리이니까 전진 후진 등은 해도 덩치가 큰 차라 조심스러웠다. 게다가 6단 수동변속기 조정이 틀릴 때도 있었다.

실험과 여행으로 피곤했을 아들 가족이 거의 준비를 마치고 있어 대견했다. 7인승은 짐 가진 6인이 타기엔 좁은 차였다. 앉는 배열이 문제 되었다. 앞자리에 남편과 조수겸 아들이, 가운데에 며느리와 카시트에 앉힌 애 둘이 앉으면 내가 마지막 줄 좁은 의자에 짐과 함께 앉을 수 밖에 없었다. 체통이 말이 아니다. 애들이 엄마를 안 떨러지려 하니 어쩔 수 없었다. 자청한 아들이 맨 구석 뒷자리에 앉고 나는 조수가 되었다. 넘치는 짐을 간신히 바닥에 구석에 박아 넣고 10시 경 설명서는 여전히 읽지 않은 채 무작정 출발했다. 왜 그리 서둘렀을까? 3시간 거리인데다 숙소는 저녁에 들어가면 되었었다. 지금 생각하면 우리 세대의 서두르는 습관에다 빨리 무사히 임무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원인이었던 것 같다.

설마 내비가 없는 후진 차를 대여하지 않았겠지 하며 운전대 옆 화면을 여기저기 눌러보고 반복하다 보니 내비도 나오고 후진 차량 경계선 그림이 위험 신호도 보내주는 차종이었다. 애들 때문 12시 전에 휴식할 겸 휴게소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햄버거 먹자는 남편의 의견을 따르지 않고 며느리는 애들을 위해 나는 더 건강식 같은 음식 진열장으로 가서 골랐다. 결과적으로 앙트레만 고른 것을 먹을 때 알아차렸다. 그간에 프랑스 뷔페식을 까먹고 있었던 것이다. 첫 번째 눈에 띈 차가운 햄과 파떼와 상추, 물과 빵만 쟁반에 담고 따뜻한 음식이 있는 줄도 모르고 지나쳤기 때문이다. 뷔페인 줄 알았다면 당연 따뜻한 주요리를 선택했을텐데 옆사람의 접시를 보고 깨달았다. 종업원의 무시하는 표정과 소스도 안 주고 물음에 불성실 불친절한 태도를 비난했다. 자격지심이 빚은 창피함의 잘못된 표현이었다. 당연 쓴 맛이었다. 무조건 친절한 서비스 종사자여, 그대는 복받을 것이다.

파리 남서쪽에 위치한 목적지 슈농소는 서울-대전보다 조금 멀었다. 어제부터 기온이 올라 에어콘을 틀 정도로 차안은 더웠다. 4월에 여름날씨라니. 종잡을 수 없는 이상 기후다. 7인승 조수석 높은 의자는 시야가 넓어 좋았다. 노란 유채꽃의 끝없는 벌판! 간혹 변화를 주는 초록빛 농작물! 얼마나 신선하던지! 프랑스가 유채 식용유의 주산지인 줄 몰랐다. 싱싱한 봄이 요한 스트라우스의 왈츠처럼 가볍고 즐거운 기를 팍팍 퍼주는 느낌이었다. 생성의 의미가 와닿았다.

숙소는 슈농소 성(Château de Chenonceau)에 걸어갈 정도로 가까운 곳이었다. 요리와 세탁이 가능한 개인집이었다. 에어비엔비에서 며느리가 찾아 예약한 것이었다. 정원도 있었다. 자주 옷을 더럽히는 어린애들이 있는 가족이 머물기 좋은 숙소였다. 게다가 입구가 두 개 있어 아들네랑 확연히 구별된 공간에서 자고 씻을 수 있었다. 양쪽 방 층계에서 내려가면 반지하 부엌과 가족실이 있었다.

일단 짐을 풀고 나섰다. 간판 없이는 구별이 되지 않는 아담하고 고즈넉한 집의 호텔과 식당으로 이어진 마을을 지나니 바로 성이었다. 개표소 철책담 뒤에 파릇파릇 새싹 돋은 고목 가로수가 끝없이 늘어선 길이 보였다. 늦은 오후라 그런지 관광객이 없었다. 왼편 개천가의 새잎 돋은 고목을 따라 꽤 넓은 잔디에 소풍객을 위한 의자와 탁자가 있었다. 어서 와서 먹어봐요 조르는 것 같았다. 평온하고 신선한 공기가 참으로 좋았다.

내일 아침 널널이 즐기기로 하고 혹시라도 있을 줄서기를 피해 내부 관람표를 샀다. 우연히 남편이 읽은 광고판에 동물원이 포함된 패키지가 있었다. 일인당 3유로 쌌다. 조금 전 예매도 못 마땅해하던 매표인이 불만족스런 표정을 감추지 않으며 현금 매입이라도 환불은 카드 밖에 안된다 했다. 납득이 안 되어 따졌더니 짜증스런 어조로 싫으면 그만두라는 식이었다. 카드 환불이 의심스러웠으나 이익을 챙기려고 패키지 값을 212유로(275,600원) 다시 지불했다. 나중에 계산해보니 15,600원 가량 이익보려고 그 승강이를 한 것이었다. 불어를 몰랐더라면 일어나질 않았을 사건이다. 더 많이 안다고 꼭 더 좋지 않다는 사실, 또한 엄청난 이익을 주는 듯한 패키지는 사실 개별 구입과 별 차이가 없다는 사실을 재확인한 기회였다. 자식 대에 언감생심 해보지 못한 동물원 구경을 손주들을 위해 용기 내어 거액을 썼다.

숙소에 다시 와 일주일 간 쌓인 아들 빨래를 세탁기에 넣고 주인이 추천하는 주유소 근처 고기점으로 장보러 갔다. 운전한 할아버지와 애 볼 아빠는 집에 있기로 하고 며느리랑 모처럼 동행했다. 가까이 있는 줄 알았는데 행길에 들어서 한참 걸어도 나타나지 않았다. 아직도 시차때문인지 여름처럼 강렬한 햇볕뿐 아니라 드물게 지나가는 자동차 소음도 괴로웠다. 간간이 무식한 개가 별안간 우리보고 짖어대어 서너번 놀랐다. 주유소 옆 공산품 가게에서 물어 다시 10분 쯤 걸어가니 드디어 고깃집과 빵집이 나타났다.

프랑스 고깃집은 부분별 생고기도 팔지만 소세지처럼 고기와 내장을 섞어 조리한 가공식품도 진열장에 많다. 샌드위치나 저녁식사가 되는 전통적 즉석음식이다. 살라미, 파테, 리이에트, 부뎅과 요리된 채소, 그리고 요플레와 치즈, 우유와 이 지방 포도주를 한 병 샀다. 옆 빵집에서 바게트와 작은 케익도 샀다. 모두 43.85유로 약 57,000어치였다. 고맙게도 며느리가 배낭에 무겁게 지겠다하여 못 이기는 척 며느리 말을 들었다. 올 때보다 훨씬 짧게 느껴졌다. 수다하기엔 피곤하고 시끄러운 환경이라 대부분 침묵이었으나 애들로부터 가족으로부터 해방된 며느리와 나는 각각 나름대로 즐긴 산책이었다.

빵에 파테를 발라 포도주를 곁들어 먼저 먹은 다음, 삶은 소시지는 애들이, 부뎅은 어른이 먹었다. 며느리가 뜨거운 물을 넣어 즉석 미역국을 햇반과 함께 주니 또 생일날이 되었다. 손녀가 옛 사진을 보고 그린 초상화를 선물로 받고 케익을 먹기 전 생일축하 노래도 들었다. 아들네는 파리에 직구한 선물을 주말에 드리겠다 했다. 먼저 끝낸 애들이 식탁 옆방에서 노니 한갓져 좋았다. 저렴한 저녁식사여서 또한 좋았다. 

[박미미]

와 ~ 재미나게 읽고 있어 ㅎㅎㅎ
사진도 너무 근사해 ~ 저 유채꽃 ~ 저 교회도 ~ 저 작품도 ~ 덕택에 구경잘하네
갈수록 흥미진진이네 ~ 그 유명한 슈농소에 가는구나 ~ ㅎㅎ
나도 전혀 젊어지고 싶지 않아 ~ 동감 ㅎㅎ

[박미미]

그런데 나이들수록 더 서둘게 되는가봐 ~ ㅎㅎ
6단 수동 변속기조정 ? 나같은 운전 깜깜이 에게는 엄청 어렵고 굉장하게 느껴지네

[김유섭]

나도 재미있게 읽고 있어.
불문학도인 미미마스터가
그 유명한 슈농소에 가는구나 해서
처음부터 다시 읽은 후
네이버에 들어가
"슈농소 성"의 옛 사연도 읽었네요.^^

[재경]

중간에 쓴 경위말 백번 이해하고 공감해..
안다고 다 좋은건 아니고 그리고 패캐지라고 다 많이 싼건 아니다..ㅎㅎ

[재경]

오늘은 가족들의 이야기라 또 다른 재미가 있네..
철희의 뒷 모습이 민쌤 젊었을 때 뒷 모습 같을거 같아..
많이 닮았어..

[재경]

안내서 읽지 않고 서두르며 일 시작하는건 내 탱도 똑 같아.. 에그..
내가 젤일 자세히 본 나라 중의 하나가 불란서야..
그래서 인지 많이 나도 가 본 곳 들이네.. 저 위에 첼리스트 사진도 옛날에
찍었었지... 다시 보니 더 좋다... 또 가 보고 싶기도 하고...

[Younghee Kim 오하이오 김영희]

나는 저 7 인승 차 얘기가 재미있어. 딸이 첫 애기 낳고 현대 투산 SUV 를 3 년 리스 했지. 그게 끝나면서, 둘째가 생기면서, 두 내외 애 둘 , 외조모 2, 모두 6 명이 타고 갈 일이 자주 생긴다고, 7 인승 차. Audi SUV 를 구입. 경위가 말한 맨 뒤 자석, 누가 앉을까 ? ㅎ ㅎ
사위가 늘 운전. 덩치 큰 할아버지 가 조수석. 그 뒤 애둘. 딸은 늘 맨 뒤 자리를 고집한다 . 엄마가 멀미 해서 안 된다고.
몇 번 그러다, 내가 안 되겠더라. 냉큼, 뒷 자리에 앉아보니, 역시 좁고, 좀 갇힌 거 같은 기분이다.
그것도 잠깐. 두번째는 뒤에서, 잠을 푹 자고 왔다.
할아버지, 나와 딸의, 3 중 다툼. 누가 뒷 자리냐? 나다.

[Younghee Kim 오하이오 김영희]

딸이기 때문에, 가능 하지 않을까? 며느리는, 서로 좀 어렵겠지. ㅎ ㅎ
.
유채 꽃. 아주 아름다워.
황홀 했겠어. 교회 건물도. 프랑스 는 어디를 가도 아름답구나? 가 보고 싶네. 유럽 간지 오래 되어서.
날씨 도 바춰 주었나봐. 하늘이 아주 파랗고 예뻐.

[손세숙]

경위글은 언제나 매력이었어
거기에 멋진 사진까지곁들여주니
같이 여행을 나간듯이 ...
영희야
집집마다 비슷한 현상들이...
맏딸에다 외과의 답네
멀미나기전 한잠자고나면 참 개운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