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그룹 올해 신규 사외이사 경력 알아보니
관료 출신 최다 40%, 그 중 검찰출신 1위
"총수 일가 사업 리스크 방패막이 역할"
대기업 퇴행에 더 공고해지는 '검찰공화국'
대기업들은 이사회 구성 원칙으로 전문성과 다양성을 내세운다.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고 급변하는 신기술에 대응하려면 이사들의 전문성과 다양성이 매우 중요하다. 미국과 유럽의 선진 기업들은 사외이사를 선임할 때 전문성과 다양성을 가장 먼저 본다. 한국 기업들로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의 주요 원인인 지배구조의 후진성을 탈피하기 위해서도 사외이사를 선임할 때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 대기업은 여전히 사외이사를 지배주주와 친한 인사로 채우거나 사외이사를 로비에 활용하려는 구태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대기업들이 전직 검찰 또는 법원 인사를 사외이사도 대거 영입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올해 들어 이런 추세는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참여연대가 추적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 주요 인사 검찰 출신 현황을 보면 ‘대한민국은 검찰공화국이다’라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참여연대 홈페이지 캡처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는 5일 올해 30대 그룹 237개 계열사의 신규 사외이사 현황 자료를 발표했다. 이들 기업이 올해 정기 주주총회 안건으로 제안한 신규 사외이사들의 경력을 확인해 보니 관료 출신 비중이 가장 컸고, 이들 중 검찰과 법원 출신 관료가 전체의 35%에 육박했다.
리더스인덱스가 4일까지 신규 사외이사를 추천한 71개 사의 주주총회 소집결의서를 분석한 결과 신규 추천 사외이사 103명 중에 41명(39.8%)이 전직 관료였다. 특히 삼성그룹은 18명의 신규 사외이사 중 13명이 관료 출신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30대 그룹 계열사의 관료 출신 비중은 약 24%였다. 올해 사외이사 후보에 오른 전직 관료들 중에 검찰청 출신이 8명(19.5%)으로 가장 많았고 법원 출신이 6명(14.6%)으로 뒤를 이었다.
기업별로는 삼성물산이 김경수 전 대구고검장을 선임했고, 삼성화재는 검사장 출신인 성영훈 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을 사외이사 후보로 올렸다. 현대오토에버는 이선욱 전 춘천지검 차장검사를, 롯데정밀화학은 봉욱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를 영입했다. HD현대에너지솔루션은 여환섭 전 법무연수원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법원 출신 중에는 제일기획이 판사 출신인 장승화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롯데하이마트가 홍대식 전 서울지법 판사를 각각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휴재 전 서울고법 판사를, 고려아연은 서울·수원·대전 지방법원 판사와 서울고등법원 판사를 역임한 황덕남 판사를 각각 사외이사 후보로 올렸다. HDC현대산업개발과 DL이앤씨도 판사 출신인 김진오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와 남궁주현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각각 선임했다. 장승화 교수는 삼성 계열인 제일기획뿐 아니라 현대차와 포스코, LG 등 SK를 제외한 5대 그룹 주요 계열사의 사외이사를 겸직하게 됐다고 리더스인덱스는 전했다.
검찰청과 법원을 제외하고 올해 30대 그룹 계열사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된 관료 출신 중에는 국세청 비중이 세 번째로 높았다. 6개 기업에 총 5명(12.2%)이 선임됐는데 김희철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이 현대오토에버와 효성첨단소재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영입됐고 김영기 전 국세청 조사국장이 신세계푸드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이어 산업통상자원부 출신 5명, 금융위원회 출신 3명,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출신은 각각 2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신규 사외이사 103명 중 42명은 이미 다른 기업의 사외이사를 겸직한 상태였는데 이들 중 절반(21명)이 관료 출신이다. 신규 사외이사 후보 중 여성은 17명(15.8%)에 그쳤다.
자료 : 리더스인덱스. 30대 그룹 사외이사 부처별 관료 비중.
자료 : 리더스인덱스. 30대 그룹 주요 계열사 사외이사 관료 출신 비중.
윤석열 정부 들어 기업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전직 검찰과 법무부 관료를 영입하고 있다. 참여연대가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공개 자료와 기업 공시자료를 분석한 결 2022년과 2023년 검찰청과 법무부에서 퇴직해 기업 임직원으로 취업한 검사는 69명에 달했다. 검사장급 24명 중 13명은 2개 이상의 기업에 사외이사나 감사위원으로 취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기업들이 전직 검찰과 법무부 관료를 적극 영입하는 이유는 총수 일가와 회사의 사업 리스크 방패막이로 삼거나 기득권을 사수하기 위한 의도로 볼 수 있다. 기업들이 실세 권력와 네트워크를 강화하다 보면 '정경유착'으로 흐를 수 있다는 점에서 퇴행적 행태가 아닐 수 없다. 기업 사외이사까지 검찰로 채워지는 실태는 검찰공화국의 또 다른 민낯이라고 할 수 있다.
대기업 사외이사 중 검찰과 판사 비중이 비정상적으로 높다 보니 사외이사 비중과 역량의 쏠림 현상도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국내 30대 그룹 237개 기업의 사외이사 827명을 분석한 결과 법률·정책 분야가 225명으로 가장 많았다. 반면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데 필요한 금융과 마케팅, 환경과 노동 분야의 사외이사 비중과 역량은 외국의 선진 기업에 비해 떨어졌다.
출처 : 바람타는 대기업…사외이사도 검찰 출신 '원픽' < 경제 < 기사본문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