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농업이란 무엇인가
이창우 /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주말 여가시간을 주말농장이나 도시텃밭에서 보내는 사람이 늘고 있다. 수도권에 우후죽순으로 생기는 텃밭농장이 서울시내에만 2007년 6월말 현재 총면적 299,530㎡에 60개소가 있는데, 어린이 자연학습장이나 가족 여가공간으로 인기가 높다. 옥상, 베란다 또는 마당에 상추, 고추, 파를 심고 정성스레 가꾸는 사람들의 모습이 쉽게 눈에 띈다. 놀고 있는 동네 빈 땅을 텃밭으로 일구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도시에서 농사짓는 모든 행위를 도시농업이라 한다.
최근 들어 도시농업 관련 연구도 활발해지고 있다. 주말농사 경험담이나 귀농이야기를 담은 서적이 출간되는가 하면, 도시농업의 사회복지적 측면을 조명한 토론회가 열리기도 했다. 영국에서 발행되는 디자인 전문잡지인 Wallpaper는 농업과 관련 없는 잡지인데도 금년 9월호에서 도시농업을 특집으로 다루면서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캘리포니아 과학아카데미 신축건물의 지붕녹화, 뉴욕 맨해튼에서의 양봉, 도쿄 도심부 27층 건물(인력송출회사 Pasona) 지하에서의 대규모 수경농업, 시카고의 상업적 도시농업 등을 소개하고 있다. 이와 같은 움직임들은 모두 국내외적으로 도시농업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 하겠다.
세계 여러 도시에서 도시농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는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환경위기 시대에서 도시농업의 새로운 의미를 찾고 도시와 농촌의 장점을 고루 갖춘 생태도시 만들기의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오늘의 강의에서 이 강사는 여러분과 함께 도시농업의 역사를 포함하여 도시농업의 다양한 기능과 지속가능성, 도시농업의 국제동향을 살펴본 후 마지막으로 도시농업의 활성화방안을 제시한다.
1. 도시농업의 역사
가. 다양한 도시농업 형태
도시농업이란 도시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농업활동을 말한다. 도시농업은 다음의 넷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텃밭 경작으로, 자신의 집 뜰에 스스로 먹을 요량으로 농작물을 기르는 형태이다. 테라스나 발코니 또는 옥상에서 채소를 가꾸는 것을 포함한다.
둘째, 무단점유 도시농업으로, 남의 빈 땅을 무단 점유하여 농작물을 기르는 형태이다.
셋째, 상업적 도시농업으로, 도시에서 채소, 꽃, 가축 등을 상업적으로 생산하는 형태이다.
넷째, 취미농업으로, 합법적으로 구입했거나 임차한 토지에서 농작물을 주로 여가활용으로 기르는 형태이다. 영국의 얼로트먼트(allotment)나 도시농장, 독일의 소정원(kleingarten), 일본의 시민농원이 이런 형태의 도시농업이다. 우리나라 주말농장이나 지방자치단체 산하 농업기술센터에서 분양하는 도시텃밭도 여기에 속한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위 4가지 경우를 모두 볼 수 있다.
나. 도시에서 시작된 농업
이미 마야 문명시대에 마야의 도시에서는 곡식, 생선, 과일, 채소가 생산되고 있었다. 유럽 중세도시의 집 뒤뜰에는 채원이 있었고 도시에 살면서 농업적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다. 영국에서 신대륙 미국으로 이주한 사람들이 건설한 당시의 보스톤 시에서는 도시 공간이 경작지로 널리 사용되었다. 도시지역은 하천을 끼고 발달하는 경우가 많아 땅이 기름지기 때문에 농사짓는 데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미국 도시학자 제인 제이콥스(Jane Jacobs) 여사는 도시농업이 농촌농업보다 앞섰다고 주장한다. 도시에서 곡식을 생산하고 가축을 기르고 있었을 때 아직 전문적으로 농업으로만 살아가는 농촌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생물학자 해리 월터즈(Harry Walters)는 “수렵채취에서 농업으로의 전이는 직접적으로 일어났다기보다는 최초의 농업은 텃밭과 같이 어쩌면 원예의 형태였을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농업이 도시에서 시작되었다면 도시농업은 농촌농업에 비해 특이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러한 역사를 가지는 도시농업이 우리나라에서는 어떻게 발달하여 왔는지 서울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다. 서울의 도시농업 역사
서울은 조선의 수도가 될 때까지 상고시대부터 이미 농업지대로 이용되고 있었다고 추정되며 도읍지가 된 이후에도 농경지가 상당히 있었다. 태조는 천도 이후 종묘·사직을 축조하고 18km에 이르는 성을 쌓았다. 성밖 10리 이내 지역에는 자연보호 목적으로 벌목은 물론 토석 채취, 가옥 건축, 묘지 조성을 금했다. 서울에서는 조선시대 내내 농업활동이 널리 이루어졌다. 양잠을 목적으로 하는 잠실의 경우, 서잠실이 서대문구 연희동에, 동잠실이 송파구 잠실동에 남잠실이 서초구 잠원동에 각각 있었다. 종로구 권농동에 있었던 내농포는 궁중에 채소를 공급하기 위한 밭으로 내시들이 관장했다. 이러한 농포는 현재의 신문로에도 있었다. 지금의 연희동 근처에는 논밭이 있어 1456년 세조가 이곳을 시찰했다고 하며, 궁궐에서 쓰는 고추를 심었다는 고초전(苦草田)도 있었다 한다. 지금의 방송통신대학 자리 일대는 서울배추의 산지로 유명했다. 지금의 후암동 근처에는 나라의 제사에 쓰는 소, 돼지, 닭 등을 사육하던 곳이 있었으며, 수송동에는 궁중에서 쓰는 말을 길렀고, 북창동에는 마소 이외의 잡축을 관리하는 곳이 있었다. 지금의 의주로 1가에는 미나릿골, 을지로 5가에는 미나리논이 있었다 한다. 약초를 재배하던 곳이 만리동 입구에서 충정로 3가로 넘어가는 데 있었다고 하며 서대문구 홍은동에는 호박밭이 많았다 한다.
주택용 토지의 확보와 도시미관을 위하여 성내에서는 곡식의 경작이 금지되었고, 남산의 경우에는 성밖의 남쪽 기슭도 중턱 이상은 비록 사유지라 하더라도 경작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도성내 일반 서민의 집밖, 집뜰에는 텃밭이 있었다. 이 텃밭은 농번기가 되어 성밖에 사는 농민이 분뇨를 수거하러 오지 않을 때 이를 처리하는 곳으로 이용되었으며, 옆집과의 사이에 간격을 둘 수 있어 화재시 불이 번지는 것을 막는 데도 도움을 주었다. 하천변이나 둔치도 널리 채소밭으로 이용되었다.
2. 도시농업의 기능과 지속가능성
가. 도시농업의 기능
1) 환경보전
시민농원의 농지공간은, 식물피복지가 감소하고 있는 도시지역에서 채소나 꽃 등을 재배해서 적극적으로 녹지환경을 확보하는 기능을 한다. 건물이나 포장으로 덮힌 도시공간에서 공원이나 도시림과 함께 귀중한 토양공간을 확보하는 기능도 한다.
2) 방재
시민농원은 화재 발생시 확산을 방지하고 재해가 발생했을 때 피난장소로 활용할 수 있다. 주택밀집지역에 있는 시민농원은 도시재해가 발생했을 때 복구작업용 장비 적치장으로 공간활용이 가능하고 클럽 하우스가 잘 정비되어 있는 경우에는 일시적인 피난공간으로 사용하거나 채소 등 식량을 확보하는 등 재해복구지원공간이 될 수 있다.
3) 공동체 형성
다수의 이용자가 각각의 구획을 이용하면서 인접구획 이용자와 다양한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된다. 특히 이용자단체가 농원 운영관리에 참여하는 시민농원에서는 공동체 형성기능이 강화된다. 농원 이용자가 농원 주인이나 관계 농민과 접촉함으로써 도시와 농촌간 교류와 상해 이해가 촉진되는 효과를 거둔다.
4) 지역활성화
시민농원에 수십, 수백 세대의 이용자가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등 많은 사람이 오고가기 때문에 지역 활성화에 기여한다. 건강증진 및 취미생활이 주목적인 유럽의 도시농업과 달리 일본의 시민농원은 도시농촌 교류 및 중산간지역 활성화대책으로서 추진하는 경향이 있다.
5) 교육
시민농원은 흙과 같이 하는 생활을 잃어버린 시가화지역 시민에게 흙과 접촉하는 장소로서, 자연적 체험의 기회를 제공한다. 작물의 재배를 통하여 사람들에게 교육적인 기능을 발휘한다.
6) 여가활동
시민농원은 재배의 즐거움과 수확의 기쁨을 이용자에게 주면서 가족에게 리크리에이션 공간을 제공함과 동시에 참여자들에게 여러 가지 여가활동을 하는 공간을 제공한다.
7) 보건휴양
햇볕과 푸르름이 풍부한 시민농원은 여러 이용자가 자신의 능력이나 처지에 맞는 규모로 경작하면서 땀을 흘림으로써 건강증진 기능을 가지며, 허브 등을 이용하는 등으로 원예요법 기능도 기대할 수 있다.
8) 사회복지
고령화가 진전되는 가운데, 시민농원은 고령자의 활력 있는 활동공간이 된다. 심신장애자의 야외생활공간으로 또는 요양자의 재활의 장으로서 사회복지적 기능이 기대된다.
9) 생산녹지
농업자의 경영수단으로서, 혹은 농원이용자의 자급채소생산의 장으로서 생산기능과 도시녹지기능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10) 경영 다양화
시민농원 관리는 전문적인 농작물재배관리에 비해 노력이 그리 많이 들지 않으며, 고도로 집약된 채소생산 또는 산지직매나 관광농원을 포함하여 적극적으로 복합화에 의한 경영 다각화를 실현하는 기능을 한다.
11) 자원․자산 보전
시민농원은 도시지역 녹지환경자원으로서의 농지를 보전하고 농업자의 자산으로서의 농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관리하여 보전하는 기능을 한다.
12) 투자 경감
도시공원 등의 녹지환경을 직접적으로 공공투자로 확보하여 관리하면 많은 비용이 들지만 도시녹지로서의 시민농원을 농업자와 이용자인 시민의 공동작업으로 유지관리하면 공원에 비해서 적은 예산으로 유사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나. 도시농업의 지속가능성
도시농업은 도시생태계를 유지하고 보호해 준다. 그냥 빈 땅으로 내버려둘 때보다 빗물에 흙이 쓸려 내려가는 것을 줄이고, 도시 물 순환에 도움을 준다. 빈 땅이 쓰레기 불법 투기장으로 되는 것을 막고 토양오염을 예방하는 동시에 대기 순환 및 미세기후 조절에도 기여한다. 도시농업은 녹지 역할, 야생동물 서식지 역할도 한다. 나비, 잠자리가 모여드는 도시텃밭은 도시에 자연을 끌어들인다.
도시농업은 새롭거나 특이한 현상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예로부터 주민의 일상생활 속에서 면면히 이어져 오던 일이며 세계적으로도 오랫동안 널리 해오던 일이다. 지난 수십년간 급속한 도시화와 공업화 과정에서 우리로부터 잠시 멀어져 있었을 뿐이다. 환경위기 시대를 맞아 고유의 텃밭문화를 오늘에 되살려 도시환경문제도 해결하고 지구환경보호에도 이바지해야 할 것이다.
한편 지속가능한 발전이란 환경 보호, 경제 발전, 사회 형평을 동시에 추구하는 발전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미래세대의 이익을 고려하고, 자연환경을 보호하며, 시민참여를 조장하고, 사회적 형평을 추구하며, 자급경제를 실현해나가는 발전으로 이해할 수 있다. 강사 자신이 10여년 전에 서울의 목동, 상계동, 반포동 등지의 도시텃밭을 실제로 조사했던 사례를 근거로, 도시에서의 농업 활동이 위에서 제시한 지속가능한 발전의 5가지 원칙에 들어맞음을 보이고자 한다.
1) 미래세대 고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사업을 추진하든 항상 미래세대의 이익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미래세대의 이익이 무엇을 뜻하는지 분명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살아 있는 미래세대가 어린이라면 어떠한 개발사업이 어린이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가를 살펴보는 것은 미래세대의 이익을 고려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 중의 하나일 것이다. 지역사회 주민이 동의하고 지역경제에 이바지하면서 환경친화적 토지이용에 대한 요구가 있을 시에 손쉽게 보다 바람직한 용도로 전환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도시농업은 그 자체로 미래세대의 이익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2) 자연환경 보호
대기정화 및 미세기후 조절 등을 통하여 도시농업은 도시생태계 순환에 기여한다. 서울시 면적 중 도시화 지역은 서울시 전체의 58%, 녹지 및 오픈 스페이스지역은 42%이다. 이 강사의 연구에 의하면, 서울시 평균 불투수 토양피복도는 약 43%이다. 빗물이 지하로 스며들지 못하게 피복되어 있는 토양은, 도시 미기후, 수자원 관리, 토양, 동·식물, 미관 측면에서 나쁜 영향을 미치는데, 도시농업은 토양피복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줄일 수 있다.
도시농업지는 오픈스페이스 혹은 야생동식물 서식지 역할도 한다. 비둘기, 참새, 쥐 등으로 경작물에 피해가 있을 수 있지만 수확이 가까워 오면 종이를 덮어씌우는 등으로 이를 방지할 수 있다. 도시농업지가 없었더라면 볼 수 없었을 나비, 잠자리, 기타 곤충들이 많이 눈에 보이는 것에서, 도시농업은 도시에 자연의 요소를 끌어들이는 중요한 역할을 함을 알 수 있다.
도시환경이라는 악조건에서 경작하는 것은 농촌에서의 경작보다 관개, 방제 측면에서 어려움이 많다. 자신이나 이웃들이 소비할 것으로 예상되는 농작물을 경작하기 때문에 농약 사용량은 최소에 그치고 있으나 해충의 천적인 새나 다른 이로운 곤충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경우에 따라 농약 사용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3) 시민참여 조장
빈 땅을 무단으로 점유하여 농사를 짓는 경우, 도시농업 활동에 관한 의사결정을 할 때 이웃 주민간 협의를 통한 합의에 의한다기보다는 개개 도시농업자의 개인적 판단에 의하고 있다. 일부 도시농업자가 인근 도시농업자와 대화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문제를 제기하기는 하지만 도시농업 활동에 대한 지역사회에서의 정보교환은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다. 지역신문에서 도시농업문제를 다루기도 한다. 노인정, 반상회, 텃밭 현장에서 농업기술 및 관련 정보들이 공개되고 교환되고 있다.
공무원은 대체적으로 공한지를 포함한 토지를 지가 측면에서만 고려하면서 도시농업이 환경보전 측면에서 공한지의 바람직한 이용방법이라는 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 농업기술센터의 텃밭 임대사업의 예에서 보듯 지방정부 차원에서 도시농업에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4) 사회형평 추구
대부분 도시농업을 우연한 기회에 시작하고 있다. 현재 도시농업자들이 경작을 함에 있어 성별, 연령, 종교, 학력 등에 의하여 그 활동에 어떠한 차별을 받은 적은 없다. 도시농업지에의 접근에는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 다만 더 이상의 유휴 경작지가 없는 상황에서 새로이 경작을 하고 싶은 사람들은 기회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측면은 있다.
도시농업을 하는 주된 목적은 대부분 취미생활이지만 경제적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 남의 빈 땅에서 농사를 짓는 경우, 토지점용료를 지불하지 않는 상황에서 극소의 비용으로 값비싼 농작물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별다른 소득이 없는 노인들에게는 경제적으로 도움이 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도시농업은 소득재분배 효과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5) 자급경제 실현
시장에서 유통되는 농작물에 비하여 도시농업에 의한 수확물이 최종 소비자에 이르는 유통구조는 매우 단순하다. 수확물이 지방에 있는 친척이나 친구에게 전달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도시 내에서 소비되고 있다. 도시농업 수확물은 시장에서 유통되는 동종의 농작물에 비하여 생산 및 유통과정에서 훨씬 적은 에너지가 소비된다. 집이나 도시농업지 주위에서 구할 수 있는 재활용가능한 물건들은 임시창고나 버팀대를 만드는 데 재활용되고 잡초 또는 음식물 찌꺼기 등의 유기물은 퇴비로 이용되고 있다. 생산과정에서 쓰레기가 거의 나오지 않으며 수확하고 버려지는 줄기나 껍질은 모두 현장에서 썩힌다. 도시농업활동은 에너지 절약적이고 에너지 효율적인 활동이다.
6) 지속가능한 발전과 도시농업
도시농업 활동은 대체적으로 보아 지속가능한 발전의 원칙에 부합되나 미래, 자연, 참여의 측면에서 몇 가지 문제점은 가지고 있다. 임차료를 내고 농사를 짓는 주말농장은 예외로 하고, 남의 빈 땅을 사용하는 경우 언제 그곳이 개발될지 몰라 불안한 마음으로 경작하고 있고, 농약·비료를 상당량 사용하는 경우가 있으며, 시민과 지방정부간의 협력관계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점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몇 가지 문제들을 제외하면 큰 틀에서 보아 도시농업은 지속가능성의 원칙에 들어맞는 바람직한 현상이다. 자연과 인간을 철저히 분리시키는 현재의 도시개발 및 도시계획 체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서, 자연의 요소를 도시 깊숙이 끌어들이는 도시농업이 지속가능한 생태도시로 향한 출발점이라는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
3. 도시농업의 국제동향
시민들의 건강에 대한 높은 관심과 이에 따른 도시텃밭 문화 확산은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세계적 현상이다. 유엔의 한 조사에 의하면, 세계적으로 볼 때 도시 주민이 소비하는 음식의 약 1/3이 도시 내부에서 생산되고 있다고 한다. 전세계적으로 8억명이 도시농업에 종사하고 있는데, 이 중 2억명이 상업 목적의 농민이라면 나머지는 자신이 직접 먹기 위해 농사를 짓고 있다고 보면 된다. 여기서 도시농업의 국제적 동향을 대륙별로 나누어 살펴본다.
가. 북미
미국에서 과일의 79%, 채소의 69%, 낙농제품의 52%가 대도시권 지역내에서 생산되고 있다. 이미 1980년대에 미국 보스턴 시에서는 보스턴 「도시농민협회」가 만들어졌고, 뉴욕 시에는 「그린 게릴라」와 같은 도시농업단체가 생겼다. 미국 뉴욕에는 현재 700~800개소에 달하는 도시농업지가 있으며, 미국 전역에 약 2백만명의 도시농업 경작자가 있다. 토론토 시에 있는, 도시텃밭의 일종인 동네 정원(community garden)의 수는 1991년에 50개소였다가 2001년에 122개소가 되어 10년 사이 2배 이상 늘었다. 토론토 시의 한 시민단체는 창고 옥상을 이용하여 양배추와 특용채소를 길러 시장에 내다팔아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캐나다 밴쿠버 시의 래리 캠프벨 시장은 2003년 11월에 도시농민협회 창립 25주년을 기념하여 11월을 ‘도시농민의 달’로 선포한 바 있다.
나. 남미
브라질 아마존 지역에 있는 벨렘 시 전체 가구의 1/3은 채소와 약용식물, 가축을 직접 기르고 있다.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서 소비되는 농산물의 90%는 도시내 또는 도시인근에서 생산되고 있다. 아바나는 도시농업의 세계 수도라 불리고 있다. 1999년 쿠바에서는 인구 1인당 매일 과일과 채소를 평균 215그램 생산했는데, 아바나, 시엔후에고스, 산크티 스피리투스와 같은 도시에서는 쿠바 보건부에서 정한 목표치인 1인 1일 300 그램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 이 농산물들은 전국 104,087개소의 도시텃밭에서 생산되고 있는데, 도시텃밭은 파티오(스페인식 안뜰) 텃밭, 화분, 주택과 도로 사이에 있는 시민농원 등 다양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 2003년 현재 쿠바의 파티오 텃밭 구획수는 30만개가 넘는데, 앞으로 50만개 이상의 파티오 텃밭 구획을 조성해서 주로 과일을 재배한다는 목표를 정부는 가지고 있다. 2002년 말 현재 그 면적이 1만 8,000 헥타르가 넘는, 쿠바 도시농업은 농업 노동자, 경작용 화단 조성 벽돌공, 행상인, 허브 가공업자, 퇴비 생산업자를 포함하여 16만명의 새로운 고용을 창출하는 효과를 거두었다.
1959년 쿠바 공산혁명 이후 쿠바 정부는 충분한 음식 섭취를 기본적 인권으로 받아들였지만 1980년대 중반에 이르러서도 식량 자급율은 50%를 넘지 못했다.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에 따른 당시 소련의 원조 삭감, 1993년 허리케인으로 인한 사탕수수 농작물 피해, 1990년대 초 미국의 경제 봉쇄 등으로 식량위기에 처한 쿠바는 1990년대부터 도시에서의 식량 생산을 장려하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공한지를 이용해 작물을 경작하거나 가축을 기르고, 테라스나 마당에서 뿐 아니라 심지어 통을 이용해 농작물을 길렀다. 1989년 이전만 하더라도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서는 도시농업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국가에서 식량을 배급하므로 먹을 것을 시민 스스로 재배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1990년대 초의 식량위기는 도시 내 모든 토지를 경작하게 했는데, 쿠바 농업부의 대지내 공지가 텃밭으로 경작되기까지 했다.
정부의 적극적 정책의지뿐 아니라 유엔이나 옥스팜(Oxfam) 같은 국제구호기관들의 기술과 재정 지원이 쿠바 도시농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1993년에 대규모 국영농장들을 소규모로 나누어 노동자가 경작할 수 있게 하는 법을 제정하고, 1994년에 121개의 농민시장을 개설하여 농산물 거래를 허용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 것도 쿠바의 도시농업 발전에 기여하였다. 쿠바 정부가 만든 도시농업 발전 프로그램에는, 도시농업 경작지 이용도 제고, 도시농업 기술지도, 도시농업 연구개발 투자, 영세농에 농기구 등 자재 공급, 농산물 판로 개척 등 부문별 계획이 포함되어 있다.
아바나 시 정부는 시내에서 농사를 지을 경우 화학비료나 농약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례를 제정해놓고 있다. 또 주민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거나 수질오염 우려가 있는 곳에서는 돼지 등 가축의 사육을 금지하는 규정도 있다. 하지만 아바나 시 외곽지역에서는 광범위하게 축산업이 행해지고 있는데, 토끼를 기르는 곳이 700군데가 넘으며, 6만 3000두의 돼지와 17만 마리의 새가 사육되고 있기도 하다.
쿠바 도시농업에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이 아니며,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우선 생활용수가 부족하기 때문에 수돗물을 농업용으로 사용하는 것을 제한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가 있다. 도시농업 경작지는, 토양답압이 심하고 자갈도 많으며 토양 영양분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퇴비 등 유기질 비료가 대량으로 필요하다는 문제도 있다. 그리고 거의 한 종류의 참외나 수박만 재배하고 있는 등 의외로 작물 품종이 다양하지 못한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쿠바의 도시농업은 원래 환경보전 목적과는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도시농업의 생태적 측면이 강조되고 있다. 아바나 시청의 도시계획과와 도시농업과는 공동으로 농사짓는 데 적합한 토지를 배분하는 토지이용계획을 수립하기도 했다. 쿠바의 도시농업은 체계적인 관리를 통하여 나대지 녹화, 지하수 함양, 대기질 개선, 도시경관 개선 등의 긍정적인 환경보전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 유럽
유럽에서 도시농업이 가장 발달한 나라는 독일이다. 19개 지역 협회와 1만 5,200개 개별 협회가 가입해 있는 독일 여가정원 연합회는 총 150만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 독일에는 소정원법이 있어 도시텃밭 경작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면적 4만 7,000헥타르에 140만 구획에 이르는 독일의 소정원은 19세기 초반 의사 슈레버가 환자들의 치유를 돕기 위해 고안한 것으로, 최근 들어 소정원의 환경보호 효과가 관심을 끌고 있다. 이외에도 자신의 집 정원에서 텃밭을 가꾸는 독일인의 수는 수백만명에 이른다. 특히 베를린에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 20만개의 소정원 구획이 있었는데 지금도 그 수가 8만개에 달하고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 시의 많은 주민들은 도시외곽에 있는 텃밭을 경작하고 있으며, 네덜란드 헤이그의 어린이들은 도시내에서 농사짓는 경험을 하고 있다.
러시아 상트 페테스부르크 시의 5백만 시민의 50% 이상은 뒤뜰, 지하실, 옥상, 집근처 공한지, 또는 도시외곽의 다차(러시아식 시골별장)에서 농작물을 기르고 있다.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에서는 도로변 또는 도시확산 과정에서 생긴 자투리 농지에서 채소, 꽃, 포도 등을 기르고 있다.
영국 브리스톨, 뉴카슬, 런던 등지에서는 임대형 텃밭인 얼로트먼트(allotment)와, 주로 저소득계층 거주지역의 유휴지를 이용한 공동체 활성화 프로그램인 동네 정원(community garden), 또는 가축을 포함한 텃밭의 요소가 커피숍이나 공방과 결합한 도시농장(city farm) 등 다양한 형태의 도시농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수백년의 역사를 가지고 발달해온 영국의 얼로트먼트는 1970년대와 1980년대를 거치면서 도시생태계 보호 차원에서 새로이 주목받고 있으며 많은 시민들이 얼로트먼트를 임대받기 위해 몇 년씩 대기하고 있다. 한 때 영국 전체에 걸쳐 그 구획수가 50만개에 달했던 얼로트먼트가 현재는 30여만 개로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그 인기는 대단하다. 현재 영국에는 약 60개의 도시농장이 있다. 런던 대도시권 지역 면적의 약 10%를 차지하는 농지에서 1,000명의 양봉업자를 포함하여 약 3만명의 엘로트먼트 경작자들이 농사일을 하고 있다. 런던 대도시권 지역 주민에게 필요한 채소와 과일의 1/5 정도는 지역내에서 생산해서 충당할 수 있다고 한다.
라. 아시아
베트남 하노이에서는 채소의 80%, 돼지고기, 닭고기, 민물고기의 50%, 계란의 40%가 도시내 또는 도시인근지역에서 생산되고 있다. 중국 상하이에서는 채소의 60%, 돼지고기와 닭고기의 50% 이상, 우유와 계란의 90% 이상은 도시내에서 공급되고 있다. 중국의 경우 전국적으로 볼 때 도시 주민이 먹는 채소의 85%는 도시 내부에서 생산되고 있다고 한다. 태국 방콕의 경우, 겨자, 시금치, 상추와 같은 채소의 거의 대부분이 도시내에서 경작되고 있다. 인도의 캘커타,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 등지에도 광범위하게 도시농업이 행해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주말농장이나 도시텃밭 형태의 도시농업을 시민농원(市民農園)이라 부른다. 일반적으로 시민농원이란, “일반시민 중 농지가 없는 사람들이 레크리에이션, 자신이 먹을 농산물 재배, 고령자의 삶의 보람 찾기, 학생이나 어린이의 체험학습 등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소규모 면적을 이용하여 채소나 꽃 등을 기르기 위해 조성된 농원”을 말한다. 장소, 개설 주체, 기능에 따라 구민농원, 레크리에이션 농원, 레저 농원, 취미 농원, 상호교류 농원, 고향체험 농원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숙박 여부에 따라 당일형과 체재형으로 나누고, 도시지역 시민농원인 도시형과 도시주민이 농촌지역 시민농원을 이용하는 농촌형으로 구분한다.
일본에서 최초의 시민농원이 개설된 것은 문헌에 의하면 1924년 10월이다. 이 일본 최초의 시민농원은 1923년에 창설된 원예애호가 민간단체인 ‘교토 원예구락부’가 하나의 사업으로 시작한 것으로 이후 이 단체가 분구농원(分區農園)을 하나둘 개설해나갔다. 이 단체의 기관지에 영국의 얼로트먼트(allotment)가 소개되면서, 얼로트먼트를 모델로 한 시민농원이 교토시내에 보급되기 시작했다. 교토 원예구락부가 생긴 해인 1923년에 교토府 식물원이 개원했고, 일본원예학회가 설립되었으며, 교토제국대학에 농학부가 창립되기도 했다. 이 단체의 리더들은 당시 일본 원예학이나 식물학의 선구자로서 최고수준의 연구자나 지도자들이었다.
오사카 시에서는 시와 오사카시 농회가 협동해서 도시 공공단체가 기획운영한 것으로는 일본최초의 시민농원이 1926년에 개설되었다. 1934년에는 본격적인 공원과 일체화된 시민농원인 ‘城北公園’이 개설되었다. 또한 동경에서는 동경시 농회가 大泉시민농원을 1933년에 개설한 이후 동경에 시민농원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교토의 분구농원이 영국의 얼로트먼트를 모델로 했다면, 오사카와 동경의 시민농원은 독일의 소정원(kleingarten)의 영향을 받아 양자간에 약간의 차이를 두고 발전해가기 시작했다.
일본의 시민농원은 제2차 세계대전 하에서 거의 소멸해갔다. 1946년까지 남아 있던 것으로는 교토 원예구락부의 제1분구농원 정도였는데, 이마저도 1948-1949년경까지 존속하다가 사라져버렸다. 그후 1952년에 현행 농지법이 제정되어 시민농원은 농지제도적으로 존재할 수 없게 되어 도시계획법 시행에 따른 여건변화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농지개량보급원 일을 했던 나까이(中井)라는 사람이 고베에서 1966년에서 1968년에 걸쳐 시험적으로 시민농원을 다시 시작했으며, 1969년부터 고베 시와 농업협동조합의 지원을 받아 본격적으로 시민농원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 해에는 동경의 板橋區民農園이 개설되기도 했다.
일본의 시민농원은 1924년부터 영국의 얼로트먼트를 모델로 해서 시작되었으나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맥이 끊겼다가 1966년 이후 현재와 같은 형태의 시민농원이 부활했다고 말할 수 있다.
한편 1970년대 초반에 농지 이용을 둘러싼 제도적 문제가 표면화하기 시작했다. 당시에 농지는 이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농민이 이용할 수 있도록, 농지법에서 권리 이동을 허가제로 하고 있었다. 이와 관련하여 레크리에이션 목적으로 극히 작은 면적에서 채소 등을 재배하는 시민농원의 임대차가 이러한 허가제와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인식이 생겨났다.
1975년 이후 1980년대 말까지, 농지를 시민농원으로 이용할 경우 開設者인 농가가 농업을 경영하고 入園者인 도시주민 등이 농사의 일부를 맡아 하는 이른바 入園契約方式을 도입하여 운영하였다. 이후 이러한 입원계약방식의 시민농원 수가 늘면서, 농사의 일부를 맡아 할 뿐 아니라 더욱 안정적으로 임대차 형태로 농지를 이용하고자 하는 수요가 증가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1989년에 「특정농지 대부에 관한 농지법 등의 특례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지방자치단체나 농업협동조합이 소규모 농지를 단기간, 일정조건 하에 이용자에게 빌려줄 수 있게 되었다. 1990년 6월 마침내 「시민농원정비촉진법」이 제정되어 농지뿐 아니라 휴게시설을 포함한 전반적인 시민농원 정비가 가능하게 되었다.
1998년 12월 농림수산성이 작성한 「농정개혁 개요」에서, 시민에게 레크리에이션이나 요양 공간을 제공하고, 농업과 농촌을 이해하며, 농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시민농원에 한층 더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였다. 또한 1999년 제정된 「식료․농업․농촌기본법」에서 농업 및 농촌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관심을 높임과 동시에 건강하고 여유 있는 생활에 이바지하기 위해 시민농원 정비가 필요하다는 의미를 부여하였다. 2002년에는 도농 교류 농원 정비사업이 국고보조사업으로 정해져, 시민농원 지도자 육성과 시민농원 정비 사업이 추진되었다.
2003년 4월에 「구조개혁특별구역법」이 시행되어, 농지 유휴화가 심각한 문제로 되어 있는 지역에서 지방자치단체 및 농업협동조합 이외의 다양한 자에 의한 시민농원의 개설을 가능하게 하는 특정농지대부법 등의 특별조치를 강구했다.
2005년 3월에 새로운 「식료․농업․농촌기본계획」이 각의 결정되어, 도농간 교류 촉진, 도시농업 및 그 주변지역에서의 농업진흥 시책을 추진하며, 시민농원 개설요건을 완화하는 등 농지이용 기회의 확대를 기하는 ‘그린 투어리즘(생태관광)’ 시책도 추진하게 하고 있다.
2005년 9월에 개정 특정농지대부법이 시행되어, 시정촌 등 지방자치단체와 농업협동조합 이외의 者라도 시정촌 등과 협정을 체결하면 특정농지 대부에 의해 시민농원을 개설할 수 있게 되었다. 농지소유자는 물론이고 농지를 소유하고 있지 않은 개인이나 기업, NPO법인 등도 시정촌 또는 농지보유합리화법인한테 농지를 빌려받아 시민농원을 개설하는 것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2006년 3월에는, 「시민농원의 정비 추진에 관한 유의사항에 대해서」라는 지침이 농촌진흥국장 명의로 통지되어, 시민농원에서 취미 목적으로 농작물을 재배한 경우라도 재배된 농작물 중 自家消費量을 초과하는 것은 판매소 등에서 판매할 수 있게 허용하기 시작했다.
일본의 시민농원은 새로운 형태의 생태관광의 하나로 발전해가고 있으며, 유휴농지 활용이나 어린이 농원 개설 등 다양한 활동이 벌어지고 있다.
한편 시민농원정비촉진법은, “도시 주민의 레크리에이션을 위한 시민농원을 적절하게 정비하여, 건강하고 여유 있는 생활을 도모하고 양호한 도시환경 형성과 농촌지역 진흥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1990년에 제정되었다(동법 제1조). 이 법에 의하면, 도․도․부․현 지사는 해당 행정구역 안의 시민농원을 정비할 필요가 있을 때, 정비 기본방향, 시설 설치, 이용조건 등을 담은, 시민농원 정비 기본방침을 수립해야 한다(동법 제3조).
우리나라의 시․군․구에 해당하는 시․정․촌은 기본방침에 따라 농업위원회의 결정을 거쳐, 해당 시․정․촌 내 일정 구역을 시민농원으로 정비해야 할 구역(시민농원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동법 제4조). 물론 시․정․촌은 시민농원구역을 지정하고자 할 때에는 미리 도도부현지사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시민농원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는 요건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해당 구역 내에 상당규모의 농지가 있고, 자연 조건 및 이용 현황으로 보아 시민농원으로 이용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인정되면 시민농원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
둘째, 해당구역의 위치 및 규모로 보아, 그 주변지역 농용지의 농업상의 효율적이고도 종합적인 이용 확보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없을 때 시민농원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
셋째, 교통시설의 정비상황 기타 도시 주민의 이용상 필요한 입지조건으로 보아, 시민농원의 이용자가 상당정도 예상되는 구역을 시민농원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
시민농원구역내 또는 시가회구역내에서 시민농원을 개설하여 사용하고자 하는 자는 시민농원 정비운영계획을 수립한 후, 이 계획서를 신청서에 첨부하여 관할 시․정․촌에 제출해야 한다.
시민농원의 교환분합과 관련한 규정을 어긴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만원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고, 시민농원 개설자가 시․정․촌의 장에게 시민농원의 정비와 운영상황에 대하여 보고를 하지 않거나 허위 보고를 할 때에는 2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법인의 대표자 또는 법인 혹은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기타 종사가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 또는 재산에 관하여 시민농원 교환분합이나 허위보고 등의 위반 행위를 했을 때에는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 대해서 동법에서 정한 벌금형을 과한다.
1993년 1039개소였던 시민농원수가 2001년에 2676개소, 2002년에 2819개소, 2003년에 2904개소로 계속 늘고 있다. 2005년 3월 현재 시민농원 3001개소, 구획수 15만 3727개, 총면적 1027ha에 달한다. 전국적으로 볼 때, 동경도가 포함된 관동 지방(군마현, 사키다마현, 치바현, 동경도, 가나가와현, 나가노현, 시즈오카현 등)이 농원수 1540개소(51%), 구획수 8만 1043개, 면적 419ha로 가장 많다. 그 다음은 동해 지방(기후, 아이치 등), 근기 지방(교토, 오사카, 나라 등), 중4국 지방(돗도리, 시마네, 오카야마, 히로시마, 야마구치 등), 규슈 지방(후쿠오카, 나가사키, 구마모토, 오이타 등) 등의 순이다.
전국 3001개 시민농원 중 지방자치단체가 개설한 시민농원이 2269개소로 75%가 넘는다. 기타 농업협동조합 490개소, 농업자 161개소, 구조개혁특구 81개소 등이다. 전국의 시민농원 총면적 1027ha 중 약 60%에 달하는 597ha가 도시지역 시민농원이다. 그리고 특정농지대부법에 의해 개설된 시민농원이 2614개소로 전체의 87%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시민농원의 모집구획에 대한 응모율은 전국평균으로 126.6%인데 대도시권에서 특히 높게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2005년 규슈 지역에서 있은 한 앙케이트 조사에 의하면, 126개 농원 중 28개 농원이 시민농원 이용자에 비해 농원이 부족하다고 답변한 바 있다.
일본 전국의 시민농원 이용면적을 보면, 1구획 당 50㎡ 미만이 전체 시민농원의 약 70%, 50㎡~100㎡이 약 2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이용기간은, 2년 미만이 약 60%, 2년~3년이 약 20%다. 이용요금은 시민농원 시설의 설치 상태 등에 따라 다른데, 연간 5만원 미만이 약 50%, 5만원~10만원이 약 30% 정도 된다. 이용요금이 무료인 곳도 전체 시민농원의 약 10% 정도 된다.
시민농원의 이용 개시는 일반적으로 3-월경인데, 이용자 모집은 이보다 조금 전인 1-3월에 하는 경우가 많다. 잡초가 자라게 그냥 내버려 두는 등 농원을 적절히 관리하지 않을 경우, 개설주체가 이용계약을 일방적으로 취소할 수 있게 되어 있는 시민농원도 여럿 있다.
마. 세계적으로 일반화된 도시농업
도시에서 넓은 토지를 차지하는 대학병원, 군부대, 공원 등의 부지와 그 주변지역은 도시농업을 하기에 적당한 땅이다. 이미 카메룬의 공항, 마닐라 대학 구내, 리마의 몇몇 병원, 샌프란시스코의 군사시설부지, 자카르타의 경마장, 상파울로의 고압송전선 선하부지, 방콕의 궁궐내에서 도시농업이 행해지고 있다.
도시농업은 도시내 토지에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아파트 베란다는 물론이고 단독주택 옥상에서 채소를 가꿀 수 있다. 미국 샌디에고의 주택 옥상에서는 약초들이 재배되고 있고, 인도 델리의 주택 발코니에서는 누에들이 자라고 있으며 멕시코 시티의 불량 주거지에서는 토끼가 사육되고 있다. 캐나다의 맥길 대학은 건물 옥상에 채소밭을 만들어 도시농업의 장단점을 실험하기도 했다.
이렇듯 전세계 곳곳에서 선진국, 후진국을 막론하고 대도시, 중소도시 가릴 것 없이 도시농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자연 교육, 환경 보호, 공동체 활성화, 여가 선용, 건강 유지, 식량 제공, 공한지 재이용 등 도시농업의 목적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세계의 많은 중앙 및 지방정부들이 도시농업이 가진 장점에 주목하고 이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4. 도시농업 활성화 방안
지역사회와 도시 전체에 걸쳐 도시농업이 가지는 긍정적 효과에 대한 시민적 합의와 이해가 우선 있어야 한다. 도시농업이 환경교육 및 여가활용수단으로서의 효과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으나 도시생태계 보호 효과나 사회복지 제고 효과 등에 대하여는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하여 다양한 연구가 있어야 한다.
도시농업을 활성화함에 있어 적절한 경작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과제다. 지방자치단체는 영구적인 도시농업지를 시민에게 공급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1년 이내에 개발할 계획이 없는 공한지의 경우, 경관이 파괴되고 쓰레기의 무단투기장소로 사용되어 공중위생상 문제를 일으키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도 도시농업지로 활용될 수 있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는 도시 내 여러 형태의 공한지에 대한 일제 조사를 벌여 경작가능지와 경작불가능지로 분류하는 등 공한지 관리를 체계화해야 한다. 버려진 자투리 국공유지뿐 아니라 사유지도 임시로 도시농업지로 이용할 수 있게 허가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외국 지방자치단체의 사례를 연구하여 허가서류 양식 등을 포함하여 우리나라에 가장 적절한 절차를 만들 필요가 있다. 도시계획 당국은 특정 토지개발사업 허가 시, 개발자로 하여금 주어진 여건 하에서 당해 토지의 일부를 도시농업지로 조성할 수 있는지 검토하게 하고 이를 도시계획 허가 조건으로 제시할 수도 있다.
그린벨트내 농업활동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정밀조사가 필요하다. 현재 그린벨트에서 어떠한 종류의 농산물(축산물 포함)이 얼마나 생산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가축은 몇 두나 사육되고 있는지, 양잠이나 양봉도 하고 있는지, 버섯재배나 약초재배 등도 하고 있는지, 하고 있다면 어느 정도의 양을 생산하고 있는지 등에 대한 정밀조사가 있어야 한다. 그린벨트 내 생산 농산물의 안전성 문제, 유통 문제 등도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그린벨트내 도시농업의 유형별 분류, 전과 답의 면적, 농지소유자 현황, 경작물의 종류, 농업시설물의 종류와 분포, 토양의 성질, 나대지 및 유휴지의 양, 경작지로서의 잠재력 있는 토지, 경작가능지와 경작불가능지 등 센서스 수준으로 일정기간마다 그린벨트내 농업 전반에 대한 조사가 있어야 하며, 그 조사결과를 DB로 구축해두어야 한다.
중앙정부는 일본의 시민농원정비촉진법이나 영국의 Allotment Act 등을 참조하여 도시텃밭법을 제정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는 도시텃밭 관련 조례를 제정하여 대로변 등 적절하지 못한 곳에서의 도시농업을 금지하고 유해 농약의 사용도 제한함으로써 오염된 경작물이 생산되지 않게 해야 한다. 도시텃밭조례에는, 설치 목적, 규모와 부대시설, 이용자 자격, 이용기간과 절차, 이용승인의 취소, 사용료, 금지행위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 도시텃밭조례가 제정되고 이에 따라 도시텃밭들이 제도적으로 조성되면, 앞으로 도시텃밭이 하나의 도시 인프라로서 기능하게 될 것이다.
영국의 얼로트먼트나 독일의 클라인가르텐, 일본의 시민농원과 같은 임대형 텃밭을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여 체계적으로 조성할 필요가 있다. 이웃 일본에서는 최근 들어 단카이 세대의 퇴직이 이어지면서 도시근교에 있는 체제형 주말농장이 인기를 끌고 있으며, 그러한 시설이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우리나라에서도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어 도시근교의 임대형 주말농장이나 텃밭에 대한 수요가 계속 늘 것으로 예상되므로 지금부터 여러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로컬 푸드 마크(Local Food Mark) 제도 도입을 검토해볼 수 있다. 소비 부문에서 말하는 지방(local)의 의미는, 대체로 집에서 차로 10분 이내의 거리를 말한다. 이를테면 지역가게(local shop)라고 할 때 이는 자기 집에서 반경 5-10Km 정도 범위내를 뜻한다. 지역농산물을 의미하는 로컬 푸드(local food)는 아무래도 좀 더 넓은 범위를 상정해야 할 것 같은데, 적어도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구역내에서 생산된 농산물은 로컬 푸드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지역내에서 생태적으로 생산된 농산물을 지방자치단체가 인증하는 로컬 푸드 마크 인증제를 도입한다면 도시농업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다.
지역화폐 운동을 통해 지역내 거래를 활성화하면 복잡한 유통단계를 거치며 야기되는 에너지 낭비와 폐기물 발생을 줄일 수 있다. 지역화폐 또는 지역통화는 LETS(Local Exchange Trading System: 렛츠)를 번역한 용어로, 회원간에 돈 없이도 재화와 서비스를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말한다. 지역내 거래가 활성화되면 생태적 발자국을 직접 우리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환경오염을 적극 막을 수 있다. 지역사회의 복지와 공동체 의식, 사회적 약자의 기초수요를 염두에 두면서, 지역화폐와 도시농업을 결합하면 우리는 색다른 경험과 함께 놀라운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LETS eat! 프로젝트를 시행해볼 만하다. 유기농산물 거래를 지역화폐로 한다든지, 도시텃밭과 관련한 농기구 구입 등을 지역화폐로 한다든지, 식당에서 지역화폐를 사용할 수 있게 한다든지 하는 등 먹을거리와 지역화폐를 결합시키는 방법이 있다.
한․칠레 FTA, 한․미 FTA, 한․EU FTA 등이 체결되었거나 체결될 예정으로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농업에 대한 위기감이 농민뿐 아니라 시민들에게도 엄습하고 있다. 이러한 때 도시농업이 활성화되면 농촌농업이 더욱 사양화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하지만 도시농업의 주된 품목과 농촌농업의 경작 품목이 서로 다를 뿐 아니라, 시민이 스스로 농사를 지어보면 농민이 얼마나 힘들게 농사일을 하는지 이해하게 되고, 비싸더라도 외국산보다 국산 농산물을 구매하게 될 것이다. 음식에 대한 불신이 더욱 높아가는 가운데, 내가 먹는 채소 정도는 내가 길러 먹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인식이 싹트고 있다. 앞으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농사를 짓는, 국민개농(國民皆農) 시대가 올 것이다. 국민개농 시대를 대비하여 지금부터 도시농업 관련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첫댓글 인쇄가 필요하신 분은 댓글을 달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