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일: 2003년 2월 6일 목요일 오후 8시 20분 ∼ 9시
연 출: 이두일
조연출: 임동현
작 가: 김지현, 김정은
-기획의도-
지난해 4월 한 학생이 서울시 교육청 홈페이지에 `강제자율학습, 불법보충수업, 청소용역비 강제징수, 교감이 학생의 몸을 만진 일 등`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올렸다. 이 학생에게 작년 12월 26일 퇴학처분이 내려졌다. 선도위원회는 학생의 퇴학 사유를 `소명의 기회를 충분히 줬으나 성실히 응하지 않았고, 개전의 가망이 없다고 판단돼 퇴학 처분을 내렸다`고 한다.
실제 이 학생은 여고 1, 2학년을 거치면서 2년 연속해서 학생회장을 맡는 등 학우들로부터 비교적 높은 신뢰를 받고 있었다.
학교를 비판했다고 해서 퇴학처분을 받은 현실.
학교 내에서 학생 발언권의 현주소는 어떠한지, 건전한 비판문화의 정착을 위해서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지.. 그 해답을 찾아 보고자 한다.
-주요내용-
⊙ 한 학생의 부당징계 퇴학처분 그리고 교감의 직권남용
지난해 4월 서울시 교육청 홈페이지에 학교의 청소 용역비 강제부과, 불법 보충·자율학습 실시, 교감의 불쾌한 신체적 접촉 등을 고발하는 게시물이 올랐다.
교감은 이 게시물을 올린 사람을 고소했고 서울 북부지청은 글을 올린 학생을 적발했으나 지난해 7월 사안이 비교적 경미하고 동기에 참작할 바가 있다”며 기소유예 조치했다. 그러나 이 학교 학생선도위원회는 그 학생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어 지난해 12월 26일 퇴학조치를 내렸다.
교감은 `허위사실 유포와 학교·교원의 명예훼손에 대한 반성과 개전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학칙 제10조를 적용, 퇴학 처분을 내렸다.
충격을 받은 학생은 한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할만큼 힘들었다고 한다. 원래 이 학생의 경우 1, 2학년 때 학급회장을 맡을 정도로 착실한 학생이었고, 학급대표로서 학생들의 목소리를 대신하여 인터넷에 글을 올렸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학생의 기본인권도 무시된 채 퇴학처분이라는 말도 안되는 교감의 횡포에 짓눌려 한 학생의 인생이 무참히 짓밟혀버렸다.
한 학생의 징계를 두고 현재 양측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학교측은 `충분한 소명 기회를 줬다`고 주장하는 반면, 학생들과 일부 교사들은 `부당한 징계`라고 맞서고 있다.
`진실은폐, 퇴학처분, A학교의 교감은 각성하라 ` 이라는 피켓을 들고 학교 앞에서 지난해12월부터 지금까지 학생들과 선생님. 시민단체가 함께 모여 한 학생의 퇴학처분 철회와 함께 다시 학교로의 복귀를 위한 시위가 계속 되고 있었다.
⊙학생의 발언권이 묵인된 학교. 인터넷을 최후수단으로 삼은 아이들
학생들의 말엔 귀 기울이지 않는 학교. 아이들은 어디 가서 하소연할 데도 없다. 학교와의 의사소통이 단절된 아이들이 최후수단으로 선택한 것은 인터넷.
학교는 선생님과 학생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곳이다. 하지만 학생들은 어디에 가도 자신의 목소리를 학교에 내뱉지 못한다. 그리고 학교게시판을 이용해 말을 하고 싶어도 학교에 대한 불만이나 문제가 되는 글들은 바로 삭제된다.
인터넷은 오프라인에서 하지 못하는 말을 온라인이라는 또 다른 채널을 통해 여론과 힘을 만든다. 때론 익명으로 인한 부작용을 낳기도 하지만 아이들은 그나마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그들의 이야기들을 인터넷을 통해 풀고 있었다.
인터넷에 `우리스쿨`이라고 하여 청소년들의 발언권을 기본으로 해서 만들어진 사이트가 있다. 이곳에 모인 청소년들은 맘껏 토론하고 학교와 교육, 학교에서 말 못하는 이야기를 이곳에서 함께 나눈다.
⊙ 아이들이 내뱉는 소리는 허공에 소리 없이 묻히고....
인터넷에 학교 문제점을 지적, 퇴학당한 A여고 학생처럼 또 다른 피해학생들은 없는지... 학생들의 발언권이 어느 정도 학교에 반영되는지 알아보았다.
서울의 B고등학교 같은 경우 2001년부터 시작되어 작년에 겨우 사태가 진정된 사례도 있었다. 처음에 학내문제와 학교재단비리가 학생들에게 흘러 들어가게 되어 벌어진 사건.
이 학교 학생들의 경우 학교의 문제점을 학생회와 의견교환 후 공식화하였다. 하지만 학교의 묵묵부답에 학생들은 집단집회를 시작. 학교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려 하자 마침내 학교에서 서버를 닫아버렸다. 그리고 나서 집회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자 홈페이지가 다시 열렸는데 특정단어를 사용 못하도록 만들고, 일단 학교문제에 대한 글을 올리면 바로 지워져 학생들은 교육청에 글을 올리게 된다. 학생 400명 이상이 등교거부를 하는 등 극단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결국 몇 명 학생과 선생님들이 고소를 당했다가 취하된 사례다.
이 밖에도 작년의 C고등학교의 한 학생 또한 A여고 학생과 비슷한 사례다. 학교비리를 인터넷에 올렸다가 명예훼손으로 고소 당하고 제적 퇴학처분까지 받았다가 승소를 하여 다시 학교를 다니고 있는 한 학생도 만나보았다.
⊙ 아이들은 말한다. `희망`이라는 메시지를 담아...
취재진이 만났던 아이들, 그리고 거리에서 만난 또 다른 아이들... 그들이 바라는 희망을 들어봤다. 아이들은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학생과 선생님 그리고 학교가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곳이 되기를 소망했다. 전문가들은 학교 안에서 대화가 이뤄진다면 이렇게 상처받고 상처 주는 사건이 생기지 않을 거라고 말한다. 그리고 종래의 사회적인 방침들이 엄격하게 적용되는데 이제는 새로운 규칙과 질서가 만들어 질 수 있는 변화가 요구된다고 지적하였다.
일단은 학교의 운영이 투명해야한다. 학교의 운영이 투명해야만 학교당국도 학생들과 진솔한 대화를 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인터넷은 사용자로 하여금 자발적인 질서를 통한 문화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이들이 원하는 학교, 선생님과 같이 할 수 있는 학교 속에서 진정한 교육이 이뤄질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