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본능 3.
강여사는 목이 타는지 마른 침을 억지로 삼키면서 웅성거리는 초대객들을 보았다.
"여사님, 조박사와의 관계를 말씀해주셨으면 해요."
강여사 옆에 앉은 한복 차림의 윤형사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보다 앞서 내 손에 죽은, 아니 죽일수밖에 없었던 그 더러운 인간에 대한 얘기를 더해야겠어요. 그 인간은 보혜가 자살한 것으로 알고는 하룻밤의 정사가 물거품이 되어버리자 제 정신이 아니었어요. 이번에는 작년도 미스코리아 진인 주라를 요구하는 것이었어요. 꿩 대신 닭이라고,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주라를 정복해야겠다는 것이었어요. 나는 보혜의 자살로서 모든 일이 끝나는 줄 알았어요. 이 일로 경찰이 사건에 개입하게 되고 그럼으로 해서 자연적으로 현장에 있던 박만하의 인간성이 더럽고 추악한 죄가 밝혀져서 철장신세를 지게 되는줄 알았어요. 그 인간이 기겁을 해서 별장을 도망쳐나갈 때 내 기분이 얼마나 통쾌했는지 아세요? 그러나 내 예상과는 달리 그 인간은 방송국에 사건 테이프를 제공하고 주간지에 보혜가 미혼모였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내게 위협사격을 가해왔어요. 그런데 나는 보혜의 독살로 인해 한 가지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어요. 나의 계획으로 인해 의원님의 위상에 적지않은 품위를 손상시킨 결과가 되어버렸어요. 이곳에서 볼룸댄스가 있을 때 내가 먼저 춤을 청해서 의원님과 파트너가 되 것도 결국은 의원님과 나는 무죄라는 걸 입증하기 위해서 같이 춤을 춘 건데 경찰에서는 쉽게 사건을 포기하지 않았어요. 이점 의원님께 죄송할 따름이예요."
강여사는 장과장을 원망섞인 눈빛으로 쏘아보고는 고개를 떨구고 있는 권의원에게 또다시 따뜻한 눈길을 보냈다.
"그 더러운 인간, 그 인간의 주라에 대한 욕정은 불같았어요. 심야에 걸려오는 그놈의 전화는 공포 그 자체였어요. 전하를 할 때마다 주리를 보내지 않으면 조직을 동원해서 당신은 물론 성주라양과 나비향양을 납치해서 개 같은 인생으로 만들어놓겠다며 빨리빨리 데려오라는 것이었어요. 나는 더이상 견딜 수가 없었어요. 나는 모레 밤 보내겠다고 약속해버렸어요. 그러나 보혜 때와 마찬가지로 내 자신의 인생을 위해서 주라를 그 악의 소굴로 보낼 수는 없었어요. 차라리 내 손으로 죽이면 죽였지 그 인간에게 주라를 더럽히게 할 수는 없었어요.
또 약속 시간은 다가오고 있었어요. 나는 주라의 아름다운 모습을 떠올리면서 밤새도록 울었어요. 어떻게 내 신세가 이렇게 된건지, 꽃보다 더 아름답고 진주보다 찬란한 보혜를 죽여야만 했던 파렴치한 살인자가 됐는지...... 내 자신이 죽도록 미워졌어요, 흑흑.......
......나는 지금도 내 자신을 이해할 수가 없어요. 내 자신 스스로 목숨을 끊든가 자수를 하든가 했어야 됐는데 마음 한 구석에서는 또 삶에 대한 미련과 나만의 이기적인 욕심이 무섭게 불타오르는 것이었어요. 내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예쁜 주라를 그 더러운 인간에게 제물로 바치지 않으면 안 된다는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또 다시 솟구치듯 일어나는 살의를 억제치 못하고 말았어요. 그놈에게 주라를 더럽히게 만드느니 모든걸 포기하고 내 스스로 그 놈의 호텔방으로 찾아가서 정사중에 죽여버리자. 그리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자 결심했지만 그것 또한 쉽게 결심이 서지지 않았어요. 생각하고 생각해봐도 어느 것 하나 내 마음을 진정시켜주는게 없었어요. 정말, 정말 방법이 없었어요. 자수할 수도, 자살을 할수도, 그 인간을 죽여버릴 수도, 아무 것도,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어요. 너무나, 너무나...... 내 자신이 미쳐가고 있다는 생각밖에 아무 것도, 아무 것도......"
강여사는 눈물을 주르르 흘리면서 목이 긴 사슴처럼 초대객들을 보면서 흐느껴 울었다. 그러나 그녀는 곧 눈물을 삼키면서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의무라는듯 다시 천천히 입술을 움직였다.
"......나는 그 인간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어요. 그 인간은 한번 문 고기는 절대로 놓지 않는 인간이었어요. 주라를 욕정의 대상으로 삼은 이상 내 사랑 주라는 그 인간의 시야에서 벗어날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나는 내가 얼마나 잔인한 여자라는걸 그 인간에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다시는 내게 협박해오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불쌍한 주라를 살해하기로 마음 먹었어요. 주라가 없어진걸 알고도 또 다른 여자를 호텔방으로 데려오라고 협박을 하면 그때는 그 인간한테 개죽음을 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그놈을 찾아가서 심장에 비수를 꽂고 말리라고 마음 먹고는 살해 계획을 짰어요. 여러 가지 계획 끝에 주라를 성형수술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결론 내리고는 주라와 보혜를 성형수술해준 조박사님을 떠올렸어요. 남편의 친구인 조박사님은 내가 의원님과 실연 후에 홧김에 애정없는 결혼을 했을 때부터 서로 편하게 대해오던 사이였어요. 그리고 세월이 흘러가면서 조박사님이 나를 대하는 눈빛이 친분관계 이상을 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인지 조박사님은 내 고민을 잘 들어주었고 언제나 이해해 주셨던 분이셨어요. 나는 조박사님을 이용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남편과는 이혼 전이라는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조박사님에게 미스코리아 시절의 영화배우를 했던 내 연기실력을 발휘해서 쉽게 마음을 사로잡았어요. 내가 진정으로 사랑했던 분은 바로 조박사님이었다고 고백하자 조박사는 알고 있었다는듯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어요. 그러면서 깊은 한숨을 내쉬더군요.
우정과 사랑의 기로에 선듯 말이예요. 나는 조박사가 병원 공금을 횡령해서 그 비리가 남편에게 들켜서 고민하고 있다는 걸 남편의 거친 입을 통해서 알고 있었기에 수억이 든 통장을 조박사에게 보이면서, 우리 미국이나 유럽으로 이민가서 살자고 얘기했어요. 그러나 조박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군요. 자기에게는 그럴만한 돈이 없다면서 괴로워하더군요. 조박사는 먼 친척에게 빚보증을 잘못 선데다가 증권에 손 댄 것마저 막대한 손해를 입어서 조그만 성형외과조차 개원 못하고 지금까지 남편의 병원에서 일해왔어요. 나는 그런 물질 따위는 걱정하지 말라고 했어요. 결국 조박사는 깊은 고뇌 끝에 내 사랑을 받아주더군요. 어차피 남편과 내가 이혼하게 될 것을 알고 있었던 조박사였기에 그점에 위안을 찾으려고 하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남편과의 이혼이 자신을 마음속 깊이 사랑해온 결과라 느꼈는지 죄책감에서 벗어나 알수 없는 우월감에 차있는듯 했어요.
그순간 나는 내 연기 실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해서 눈물을 흘리면서 그동안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고 하면서 감격해했어요. 조박사는 내 어깨를 어루만지면서 자신도 혼자만의 사랑에 너무나 외롭고 괴로웠다면서 감동해하더군요. 그러나 나는 곧 표정을 바꾸어서 미안하다고 말했어요. 나는 지금 협박을 받고 있기 때문에 그 여파가 조박사님에게 미칠까봐 두렵다면서 서로 마음 속의 사랑으로만 간직하자고 했어요.
그랬더니 조박사는 그럴 수는 없다는 눈빛으로 나를 한참동안 바라보더니 내 사랑의 눈빛을 확인하자 다시 자신감 있는 얼굴로 무슨 일이냐며 급한 음성으로 물어보는 것이었어요. 나는 한참동안 뜸을 들이다가 주라를 세상에 둘도 없는 못된 애로 만들어버렸어요. 내가 주라에게 조박사님을 사랑한다고 말하자 주라가 그런 병신만도 못한 돼지 같은 자식을 뭣하러 좋아하냐면서 당장 원장님에게 일러서 병원에서 내쫓아버리게 하겠다고 하더라고 했더니 조박사의 표정이 온통 분노로 일그러지더군요. 은혜도 모르는 배은망덕한 년이라고 욕을 하면서 부르르 입술을 떨더군요. 그런데 나는 그 인간한테 전화가 왔을 때 아무 것도 모르는 주라에게 내가 시키는대로 말만 하라고 했었어요. 욕정에 넘쳐있는 그 인간에게 좋은 밤을 만들어서 연락드리겠다는 내용의 전화였어요. 주라는 내가 시키는대로 그 추악한 인간에게 전화를 하고 끊고는 나를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것이었어요.
그러면서 묻더군요. 무슨 일이냐고 하면서 안색이 창백해지는 것이었어요. 나는 주라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고 싶었지만 이미 보혜를 하늘나라로 보낸 인간 이하의 죄인이었기 때문에 거짓말을 할수밖에 없었어요. 저 인간이 주라 니가 미스코리아 대회에 출전하기 전에 성형수술을 한 걸 알고 협박을 해오고 있다니까 어이없다는듯 웃더군요. 그래서 자기를 호텔방으로 불러달라고 하는거냐면서 별 미친놈 다 보겠다면서 경찰에 신고하자는 것이었어요. 그러나 나는 전화를 걸려는 주라를 만류하고는 같이 포도주를 마셨어요. 같이 포도주를 마시면서 나는 주라의 아름다운 얼굴을 보며 나도 모르게 또 눈물이...... 포도주를 한 잔 마신 주라의 홍조띤 얼굴을 보면서 나는 내 자신을 저주하며 흐느껴 울지 않을수 없었어요...... 그리고 주라가 실종되기 하루 전에 주라하고 같이 또 포도주를 마시면서 나는 주라에게 내가 미리 누른 전화를 건네주면서, 그 전에 미리 상대가 전화를 들자마자 병신만도 못한 돼지 같은 새끼야, 니 꼬락서니를 알아라 하고 무조건 욕설을 내뱉고 끊으라고 했어요. 주라는 내가 시키는대로 갈라진 목소리로 욕설을 퍼붓고는 전화를 부서져라 내려놓았어요. 그러나 그 전화번호는 조박사님의 전화번호였어요. 주라는 박만하에게 건 전화인줄 알고 있었겠지만 일방적으로 전화를 받은 조박사님의 분노는 보지 않아도 상상이 될만 했어요.
다음날 새벽 일찍 자가용 안에서 만난 조박사의 마음을 움직이긴 쉬웠어요. 이번 일로 주라에게 협박당하고 있다니까 조박사는 은혜도 모르는 그런 년은 사회에서 매장시켜버려야 한다면서 분노를 삭이지 못했어요. 나는 순박한 조박사님에게 한술 더 떠서 주라가 내게 조박사님의 사이를 미끼로 엄청난 액수의 돈을 요구해오고 있다고 했어요. 연박사에게 말하지 말라는 조건으로 5천만 원을 건네주었다고 하니까 입술을 부르르 떨더군요. 그런 상태에서 그런 되먹지 않은 계집년에게는 따끔한 맛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보복 심리가 자연히 오고 가게 되었어요. 나는 그런 분위기를 이용해서 분노를 살의로 상승시키기 위해 조박사의 심리를 더욱 그런 쪽으로 몰아붙였어요. 그 뻔뻔한 얼굴을 추한 얼굴로 만들어놔야 정신을 차릴거라고 하자 조박사님은 내 말뜻을 알아들었는지 그것만으로는 모자란다고 하면서 그런 배은망덕한 계집년은 아예 추녀로 만들어서 지옥에 보내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말더군요.
그리고 더욱 흥분하면서 그 빼앗긴 5천만 원도 도로 찾아와야 한다면서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나를 보는 것이었어요. 그때부터 조박사와 나는 주라를 감쪽같이 없앨 계획을 짰어요. 계획대로 살인이 성공하면 주라에게 뺏긴 5천만 원과 남편에게 받는 위자료, 그리고 내 명의로 된 의상실 등을 처분해서 미국으로 이민가기로 굳게 약속을 하고는 일에 착수했어요. 나는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그날 용인에 있는 골프장에 가 있기로 하고(물론 별장 이층에 있는 도자기 속의 약병을 없애기 위한 목적이었지만) 조박사는 오후 4시 반에 유여사집 골목길에 차를 대기시켜놓고 있다가 주라를 태운 후에 그 자리에서 클로로포름으로 마취를 시켜 잠들게 하고는 대형 가방 속에 집어넣어 그날 밤으로 수술실에서 성형수술을 하기로 했어요. 문제는 주라를 조박사의 승용차에 동승하게 만드는 일인데 그것은 간단한 일이였어요. 박만하의 협박으로 조박사님도 곤경에 처해있는데, 조박사님의 말씀이 폭력 조직배가 주라 너를 납치할 가능성이 높으니까, 조박사님이 유여사 댁 골목길에서 승용차로 너를 보호해주려고 대기하고 있으니까 그 차를 타고 조박사님과 같이 C호텔 커피숍으로 오라고 했어요. 물론 전날에
유여사 댁을 방문할 때는 그랜저 승용차를 타고 가지 말라고 했어요. 그들의 표적이 되기 쉽다면서요. 그리고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고 오랬어요. 만에 하나 연예 기자들이 눈치를 채는 날이면 엄청난 스캔들에 휘말릴 위험성이 있으니까 입조심을 하라고 했어요. 박만하에 대한 대책을 상의해야 하니까 정확히 시간을 맞춰서 유여사 댁을 나오라고 했어요. 아무 것도 모르는 주라는 내가 시키는 대로 행동......"
강여사는 눈물이 마른 얼굴로 허공을 응시하며 괴로워하다가 힘없이 고개를 떨구었다.
"아름다운 두 미스코리아 진을 죽인 동기가 어미 고양이가 새끼 고양이를 물어죽이는 본능에서가 아니라 자신의 인생을 연장시키기 위한 악녀의 본능이었군요."
장과장은 성난 눈빛으로 강여사를 노려보았다.
"이혼만 하면 그만이지 연박사님은 왜 죽였습니까?"
남형사가 성난 목소리로 물었다.
"주라가 실종되고난 후 연박사가 의상실로 찾아와서는 한 장의 사진을 꺼내보이더군요. 위자료는 한 푼도 못주겠다면서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으라고 하더군요. 치사한 인간. 그럼 누가 두 손을 싹싹 빌줄 알았나. 결혼한지 3년도 못되서 동남아 여행을 갔다왔다가 매독에 걸려서 남자 구실도 제대로 못한 더러운 인간. 난 끝까지 도장을 찍지 않았어요. 치사하고 더러운 내 남편과 산 세월이 아깝고 억울해서라도 도장을 찍을 수가 없었어요. 그랫더니 고소를 하겠다고 그러더군요. 그러면서 뭐, 제발 자기한테로 돌아오라고? 흥, 치사한 인간."
"그래서 살해했습니까? 연박사님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면 상속권이 전부 당신에게 오기 때문에요?"
장과장이 경멸하는 어조로 말했다.
"그런 이유도 있었지만 동시에 유여사를 보혜의 살인범으로 뒤집어씌울 목적도 있었어요."
강여사는 권의원 옆에 서있는 유여사를 노려보면서 말했다. 유여사와 강여사는 불꽃이 튀길듯이 눈싸움을 하다가 섬뜩함을 느낀 유여사가 시선을 피하자 그제서야 눈싸움이 멈춰졌다.
"명동에 있는 백화점에 가서 칵테일 잔을 샀을 때 유여사님이 함정에 빠질거라고 확신했나요?"
윤형사가 묻자 강여사는 희미하게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시간에 당신들이 들이닥치지만 않았더라도 완전범죄가 되어 유여사는 내 거미줄에 보기좋게 걸려들었을 거예요. 연박사가 승용차 안에서 칵테일 잔을 버린 것을 난 알고 있었지요. 의원님과 여러분들은 연박사의 죽음을 단순사로 처리하고 싶어했지만, 난 어떤 상황 하에서도 완전범죄를 자신하고 있었기 때문에 연박사와 유여사가 볼룸댄스를 추러나가고 한 쌍이 더 볼룸댄스를 추러나갈 때의 혼란한 틈을 타서 백화점에서 산, 물론 지문이 지워진 칵테일 잔을 국화꽃 밑으로 살짝 굴려놓았어요. 그 칵테일 잔을 다른 사람이 나중에라도 봐서 의아해하면 편한 일이었고, 아무도 보지 못했다면 적당한 시간에 내 스스로 칵테일 잔을 발견한 것처럼 꾸밀려고 했는데...... 당신들이 느닷없이 들이닥치는 바람에...... 더욱이 연박사와 유여사가 파트너가 되어서 춤을추게 되니, 이런 기회야말로 하늘이 주신 기회가 아니고 뭐겠어요. 너무나 완벽한 함정이었는데......"
강여사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고 있었다.
"강여사님, 의원님의 생일파티에서 처음에 연박사님과 볼룸댄스를 춘 것도 살해 전에 옆 자리에 앉은 것도 다 계획적이었군요."
장과장이 말했다.
"처음에 연박사와의 볼룸댄스는 한 마디로 죽음의 볼룸댄스였어요. 이혼을 허락한다고 하면사 마지막으로 볼룸댄스나 추자고 하니까 싫어하지 않더군요. 사실 그날은 의원님의 생신파티였지만 연박사와 내게는 이혼파티였지요. 그래서 연박사의 옆자리에 자연스럽게 앉아서 술잔을 따라줄 수도 있었고 내 잔에 수면제를 탄 술잔도 바꿔 마실수 있게 했죠. 물론 내 속주머니에는 조박사님이 준 장난감처럼 작은 주사기가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져서 빛을 보기만 학수고대하고 있었지요. 내가 고동색 술병에다 주사기를 집어넣은 건 칵테일 잔과 마찬가지로 연박사의 죽음를 살인이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였는데...... 당신들은 내가 주사기를 숨긴 시간이 당신들이 별장에 들어온 이후라고 알고 있는데, 천만에요. 아실런지 모르겠지만 당신들은 홀에 들어오자마자 우리들을 꼼짝 못하게 했어요. 아무도 모르게 주사기를 병 속에 넣을 기회는 제로였어요."
강여사는 장과장을 보고 비웃고 있었다.
"강여사님, 그럼 조박사님은 어떻게 할려고 했나요? 여사님의 마음 속에는 한 사람밖에 없었는데요."
윤형사가 물었다.
"내겐 앞일이 중요하지 않았어요. 내겐 눈앞의 현실만이 전부였어요. 조박사님이 해외로 나가시면 살인은 영원히 미궁에 빠질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후의 내 인생은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그렇겠지요. 당신은 본능대로 움직였으니까요."
장과장이 침통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요. 내가 마음 속 깊이 사랑했던 보혜와 주라를 깨끗한 죽음의 셰계로 보낸게 본능이었다면 내 인생을 유지하려고 했던 것도 본능이었겠지요. 그리고 최근에 다시 내게 전화를 걸기 시작해서 비향이를 호텔로 데리고 오라고 하는 미스코리아에 미쳐있는 그 인간을 항상 핸드백 속에 가지고 다녔던 재크나이프로 죽여버린 것도 본능이겠지요."
그 순간, 초대객들 틈에 섞여있던 나비향양이 경악을 하고 있었다.
"......어차피 인간이란 동물은 본능의 동물이니까요. 그런데 저도 이해할수 없는건 원치 않은 수술을 강제로 당한 성주라양의 독실 입원실에서의 본능입니다."
남형사가 궁금한 눈빛으로 물었다.
"주라에게는 인간의 본능과 본성이 상실되어져 있었어요. 조박사님의 본능은 주라의 얼굴을 돼지처럼 만들어놓았을 뿐아니라 마취제를 계속 투여해서 뇌를 견디지 못하게 해 백치로 만들어버렸으니까요. 제가 의상실에서 조박사님한테 전화를 걸었을 때 자랑스럽게 말하더군요. 내가 돼지 같은 년으로 만들어놓았다고요."
용인 별장의 밤은 깊어져가고만 있었다.
텅 빈 별장 뒤에서 고양이 울음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두 마리의 새끼 고양이를 거느린 암코양이의 울음 소리가 무서우리만큼 별장을 떠나는 사람들의 귓가에 들려오고 있었다.
첫댓글 즐독~~~ 감사합니다
즐독~~~~~~~~~`
즐감
넘 수고 많았어요.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