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을 기록한 언어
2023년 현재, 성경전서는 전 세계 총 7,386개 언어 가운데 733개 언어로 번역 보급되어 있습니다(크리스천투데이). 맨 처음 성서 원문은 어떤 언어로 기록되었을까요? 네. 바로 히브리어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구약성경에만 해당합니다.
한편, 신약성경은 당시 국제 공용어였던 헬라어로 기록되었습니다. 당시엔 유대가 로마 제국의 일부였을 텐데, 어째서 라틴어가 아닌 헬라어로 쓰였던 걸까요? 그것은 그리스의 한 젊은 왕 때문이었습니다.
기원전 4세기경, 알렉산드로스 왕은 자기 제국을 건설하고 그리스어를 사용하게 했습니다. BC146년, 로마가 그리스를 정복했지만, 문화적으로 보면 오히려 그 반대였습니다. 로마 사람들은 그리스 문화를 경외하며 받아들였고, 로마 제국 전역에서 헬라어는 라틴어보다 훨씬 더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신약의 기록 목적은 초대 교회 성도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당시 헬라어만큼 그 목적에 맞는 언어도 없었을 것입니다.
원본과 사본
구약성경 원문은 히브리어로 기록되었습니다. 유대인들은 성경 원본을 보존하기 위해 사본을 만들어 사용하고, 원본은 언약궤와 성전 금고 등에 보관했습니다. 언약궤는 사라지고 성전은 파괴된 지금, 사본만이 남아있습니다.
지금까지 발견된 사본 수는 대략 1,000여 개 정도인데, 가장 유명한 것은 그것을 집대성해 정리한 마소라 사본(Codex Massora)와 1947년 발견된 사해사본(Dead Sea Scrolls)입니다. 놀라운 것은 1천년이라는 시간 차에도 불구하고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신약성경 원본은 남아있지 않으나, 그리스어 필사본 5,800여 점, 라틴어 필사본 10,000여 점, 시리아 등 기타 언어 9,300여 점의 필사본과 이후 인쇄 사본으로 보존되어 왔습니다. 사본들을 교차 검증한 결과, 99.5%가 일치하고 0.5%만 차이 나는데, 그것도 오탈자 등 세세한 부분이라 내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위키).
각주와 ‘없음’
오늘날 이런 부분은 성경에서 각주 처리되어 읽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마태복음 1장 16절에 ‘예수께서 세례를 받으시고 곧 물에서 올라 오실쌔 하늘이 1) 열리고 하나님의 성령이 비둘기 같이 내려 자기 위에 임하심을 보시더니’ 하고 그 아래에 ‘1) 어떤 사본에, 자기에게 열리고’라고 각주를 달아놓는 식으로 말이죠.
가끔 성경을 읽다 보면 ‘없음‘이라고 표시된 부분이 있습니다. 이것은 초기의 권위 있는 다수 사본들에는 없고, 후대의 비교적 중요하지 않은 소수 사본에는 추가된 구절이 있을 때입니다1.
마태복음 17장 21절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개역한글, 개역개정, 공동번역, 새번역, 현대어 성경, NIV, 에는 21절이 모두 ‘없음’으로 되어있습니다. 대신 ‘어떤 사본에는 21절이 ‘이런 병을 기도와 금식 외에는 고칠 길이 없다’로 된 것도 있으나 대부분의 사본에는 21절이 빠져있다’는 주석이 달려있네요. 현대인, KJV, NASB, 일본어 성경(新改譯, 口語譯)에는 이 부분이 나와 있습니다.
이것은 어떤 사본을 기준으로 하여 번역했는가 하는 차이입니다. 성경을 만들 때(번역할 때) 학자들은 여러 사본을 참고합니다. 어떤 구절은 달리 번역된 것도 있고, 없거나 추가된 부분도 있습니다. 그런 부분은 그 자리를 ‘없음’으로 표시하고 주석을 달아 놓았습니다. 이렇게 해서 성경을 공부하는 사람이 빼놓지 않고 찾아 연구할 수 있는 것이죠. ‘뭔가 숨기는 게 있어서 없앴다’, ‘(없음)이 없는 성경이 진짜 성경이다’는 등의 일부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하겠습니다.
성경은 가능한 여러 번역본을 읽고 비교해 가며 공부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흔히 하는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다’는 말이 참고서 없이 교과서만 가지고 공부했다는 뜻은 아닌 것처럼 말이죠.
2. 외경
외경(外經, Apocrypha)이라고 하면 언뜻 문학작품의 외전, 혹은 부록처럼 생각될 수 있지만, 사실 원래 히브리어 성경 목록에는 들어있지도 않은 문서입니다. 이런 문서들이 어떻게 해서 외경이라는 이름이 붙을 수 있었는지 이야기하려면, 먼저 히브리어 성경과 그 번역 과정을 언급해야 합니다.
히브리어 성경 목록
원래 히브리어 성경은 우리가 현재 읽는 구약성경을 가리키는데, 토라(תורה, 율법서)와 네비임(נביאים, 예언서), 케투빔(כתובים, 성문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히브리어로 성경을 타나크(תנ”ך)라고 부르는 것은 이 셋의 머리글자를 딴 것입니다.
토라 @wikimedia
타나크, 즉 히브리어 성경 목록은 다음과 같습니다.
율법서 (토라)
예언서 (네비임)
네비임이라는 말은 원래 예언자들(prophets)라는 뜻을 가진 말입니다.
전기 예언서
후기 예언서
성문서 (케투빔)
70인역
처음에는 히브리어 성경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기원전 586년 유다 왕국이 멸망하고 포로 생활이 시작되면서 많은 유대인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살게 되었습니다.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이들은 아무래도 히브리어보다는 현지 언어를 사용하게 되었겠지요.
알렉산드리아에서 헬라어로 번역되다
예수님이 태어나기 약 200년 전, 유대인 디아스포라의 신앙과 민족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사람들은 성경을 모으고 번역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그 일이 이집트에서 헬라어로 이뤄졌다는 점입니다. 무슨 이유에서였을까요?
알렉산드로스 왕의 영토는 그리스 북부 마케도니아에서 시작해 터키를 거쳐 남쪽으로는 이집트, 동쪽으로는 사마르칸트와 인더스강 유역을 아우르는 지역이었습니다. 그 넓은 곳에 사는 사람들이 헬라어를 사용했던 거죠. 이 넓은 곳에 흩어져 사는 유대인들을 위해서는 역시 헬라어로 번역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성경이 번역된 것은 무슨 이유였을까요? 알렉산드로스 왕이 죽고, 제국은 저마다 알렉산드로스의 후계자라고 주장하는 장군들에 의해 셋으로 분열됩니다.
알렉산드로스 왕의 사해동포주의(Cosmopolitanism)으로 정복지 사람들은 바벨론이나 페르시아 때처럼 포로가 아닌 당당한 제국의 시민으로 대우받게 되었습니다. 제국이 분열된 다음에도 프톨레마이오스 왕조는 특히 지방 문화를 존중하는 정책을 폈다고 합니다. 그 일환으로 프톨레마이오스 2세(필라델푸스 2세)가 예루살렘의 대제사장에게 번역할 사람을 보내달라고 했고, 그때 온 70명(또는 72명)의 학자들이 번역을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당시엔 토라만 번역되었고, 완역된 것은 기원전 1세기가 되어서였습니다.
당시 알렉산드리아는 로도스, 안티오쿠스 등과 함께 헬레니즘 문화의 중심지로 세계에서 가장 큰 도서관이 있던 곳인 데다, 항구도시였던 까닭에 성경과 학자가 모여 연구하기에 최적화된 곳이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예수님 당시 사용된 성경
예수님 당시 70인역은 일반적으로 사용되던 유대교 경전이었습니다. 따라서 신약 성경에도 70인역 성경이 많이 인용되고 있습니다. 히브리어 성경 인용이 1/3, 70인역 인용은 2/3를 차지한다고 합니다2.
외경이 첨가되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선지 타나크를 헬라어로 성경을 번역하던 사람들은 원래 성경에는 없던 문서들을 슬쩍 넣어버렸습니다. 어떤 책을 번역하던 번역가가 자기 마음대로 원작에 없던 챕터를 몇 개 끼워 넣었다면, 원작의 번역본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유대인들도 마찬가지 생각이었습니다. 오랜 논의 끝에 얌니아 종교회의(AD 90년 또는 85년)에 모인 바리새파 대표들은 그 부분을 정경(Canon)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결정했습니다.
교회의 분열
예루살렘에서 시작된 초대교회는 당시 5개 교구(예루살렘 교구, 안디옥 교구, 알렉산드리아 교구, 콘스탄티노플 교구, 로마 교구)를 중심으로 서로 도와가며 하나의 교회로 성장해 갔습니다.
그런데 해당 부분을 정경으로 인정하지 않는 다른 교회와는 다르게, 로마 교구는 그 부분을 성경에 포함하자고 주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분열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심해져 갑니다.
불가타 성경
불가타 성경은 일반 대중들이 쓰는 라틴어로 번역된 것으로, 천주교회에서 사용되는 성경입니다. 로마제국에서는 라틴어 외에 헬라어도 공용어로 사용했으나, 정치 문화 종교적으로 하나를 만들 필요가 생겼습니다. 세월이 흘러 헬레니즘 문화 대신 로마 문화가 점점 왕성하게 되기도 했고요. 로마제국의 콘스탄티누스 1세는 기독교를 공인했고(313년), 테오도시우스 황제는 기독교를 국교화했습니다(380년). 로마 교구의 세력은 그에 따라 점점 커갔습니다.
당시 로마 주교였던 다마소 1세는 교회개혁을 실시했는데, 그때 라틴어는 서방 기독교 지역의 전례 언어가 되었습니다. 또한 그는 헬라어로 된 70인역을 라틴어로 번역하라고 지시했습니다(382년). 그 뒤로 헬라어 신약성경과 히브리어 구약 원문을 번역하는 작업까지 거치면서 불가타 성경이 완성되었습니다(406년). 이것은 새 대중 라틴말 성경(Nova Vulgata, 1979년)이 나오기까지 천주교 라틴 전례의 공식 성경으로 사용되었습니다.
분열을 원하지 않았던 로마 제국과 로마 교회는 기존 히브리어와 헬라어 성경을 모두 불태우고 오직 불가타 성경만 사용하게 했으며, 다른 어떤 언어로도 번역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이것은 15세기 종교개혁이 이뤄지기까지 계속 유지되었고, 따라서 어느 누구도 자기 모국어로 성경을 읽을 수 없었습니다. 글자, 그것도 라틴어를 배울 수 있는 사람들은 특정 계급의 소수에 불과했고, 따라서 사람들은 하나님 말씀과 그 의미를 직접 새기지 못하고 성직자가 전달하는 것과 전통에만 의지해야 했습니다. 정보의 독점은 곧 권력이 됩니다. 성직자도 죄성을 가진 사람인지라 늘 잘할 수도, 모두 잘할 수도 없습니다. 분열을 막으려던 잘못된 노력은 오히려 훗날 종교개혁을 일으키는 단초가 되었습니다.
한편, 불가타 성경은 대부분 히에로니무스가 번역했습니다. 때로 제롬이 번역했다고 나오는 문서도 있는데, 같은 사람입니다. 히에로니무스(Hieronymus)는 신성한 사람이라는 뜻의 고대 그리스어 히에로뉘모스(Ἱερώνυμος)에서 나온 라틴어이고, 스페인어로는 예로니모(Jerónimo), 영어나 불어로는 제롬(Jerome, Jérôme)이라고 합니다.
그대로 남은 외경
히에로니무스는 70인역에서 외경을 뺀 원래의 타나크만 번역했으나, 계속되는 압력에 외경까지 번역하게 되었습니다. 대신 정경에 포함시키지 않고 ‘교회의 책’이라고 했으며, 불가타 성경 서문에 ‘읽으면 신앙에 유익하지만, 외경에서 교리를 도출해선 안 된다’고 언급했습니다.
당시 알렉산드리아 교구의 주교였던 아타나시우스 역시 외경을 반대했고, 신약에 외경이 포함되지 않게 된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외경적이라고 규정 지을 수 있는 책들을 가지고 와서 근사하게 장난질을 쳐서 하느님의 영감을 받는 성서와 혼동시키고 있기 때문에, 나는 여러분들에게 하느님의 것으로 고백되고 우리들에게 전승되어 온 정경(the canon) 속에 들어갈 수 있는 책들의 목록을 제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367년, 부활절에 쓴 편지의 일부)
외경의 가치와 문제
외경은 금지된 책이 아닙니다. 신구약 중간기에 쓰인 것으로 당시 사람들의 생각이나 신앙, 역사를 연구하는 귀한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그 안에는 교훈적인 내용도 담겨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다른 경건 서적, 또는 문학작품을 읽는 것처럼 외경을 읽어 참고하거나 유익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아마 외경을 집어넣은 의도가 아니었을까요.
하지만 별책부록이 본서와 같은 가치를 지닐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외경을 읽을 때는 이것이 하나님 말씀(성경)이 아님을 명심하고 읽어야 합니다. 어떤 문제가 있기에 그럴까요?
첫째, 예수님과 사도들이 외경을 인용하거나 언급한 적이 없습니다. 신약에서 구약을 직간접으로 인용한 것이 약 630회나 되는데, 그 가운데 외경을 인용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인용의 2/3가 외경이 들어있는 70인역에서 나온 것임을 생각해 보면, 이것은 우연이 아니라 의도적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둘째, 인명이나 지명, 연대가 역사적 사실과 맞지 않는 것이 많습니다. 성경을 읽다 보면 날실과 씨실처럼 각각의 것들이 다 연결되어 교차검증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탈락되는 것부터 이미 외경이 하나님의 영감으로 쓰인 것도 아니며, 무오성이라는 성경의 조건에도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셋째, 현실성이 없고 허황되며, 도덕적 기준이 저급하고 비윤리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넷째, 70인역과 그것을 번역한 불가타역본에만 포함되어 있고, 전통적으로 내려오던 히브리어 성경 목록에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다섯째, 초대교회와 그 지도자들이 외경을 성경, 하나님 말씀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여섯째, 외경을 인정함으로써 로마교회는 천주교라는 다른 신앙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구약 외경 목록
구약의 외경 목록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 가운데 에스드라 상하, 므낫세의 기도는 천주교가 인정하는 외경(제2의 정경) 목록에서도 제외된 책입니다.
책이름분류기록연대내 용비고
에스드라상 | 역사서 | B.C. 150년 | 유대인들의 바벨론 포로와 해방에 관한 내용 | 역대하 35,36, 에스라, 느헤미야8장이 배경 / 바사왕 순서 역사와 일치x |
에스드라하 | 묵시서 | AD. 70- 135년 | 바벨론에서 에스라에게 임한 일곱 계시를 기술 | |
토비트 | 전승서 | B.C. 250 – 175년 | 경건한 유대 청년 토비트가 살만에셀에 의해 니느웨로 포로 되어 가서 당한 사건을 다룸 | 허구적, 인간의 공로 강조. 실제역사와 다름. |
유딧 | 전승서 | B.C. 175 – 110년 | 앗수르의 유다 침공 시 유다 과부 유딧이 적장을 유혹하여 그를 암살하고 도시를 건져낸 사건을 다룸 | 전형적 희랍소설 기법 |
에스더 부록 | 전승서 | B.C. 180 – 145년 | 2세기경 한 유대인이 헬라어로 에스더 정경을 번역할 때 끝 부분에 107절에 달하는 하나님 기도. 신앙, 헌신, 경건 등의 참조 글을 게재한 내용 | |
솔로몬 지혜서 | 교훈서 | B.C. 150 – A.D. 40년 | 알렉산드리아에 머물던 한 유대인에 의해 편집. 흩어진 유대인들의 신앙 권면을 위한 교훈서 | 히브리와 헬라 사상 조화.메시아에대한 언급은 없음 |
집회서, 시락의 자손, 예수의 지혜서 | 교훈서 | B.C 190년 | 시락의 자손이자 예루살렘의 경건한 유대 학자 예수에 의해 예수에 의해 기록된 책. 잠언서와 같이 교훈적이고 윤리적인 메시지 포함 | 일관성 부족, 모순. 여자는 악으로 유혹하는 자로 보는 부정적 태도 |
바룩 | 예언서 | B.C. 200 – A.D. 70년 | 포로된 유대인의 기도와 참회와 회복의 약속을 담고 있음 | 렘43:6엔 바룩이 애굽으로 감 |
예레미야 서신 | 예언서 | B.C. 317년 | 예레미야가 바벨론 포로에게 보낸 편지 형태의 내용으로 작가는 알수 없다 | 산만, 반복, 비논리 |
아사라의 기도와 세 청년의 노래 | 전승서 | B.C. 167-163년 | 에피파네스 또는 마카비 시대에 한 유대인이 기록하여 정경 다니엘 3:23과 3:24 사이에 삽입시킨 책(다니엘 부록) | 다니엘과 세 친구가 풀무불 속에서 부른 찬송시우상숭배에 대한 모호한 태도 |
수산나 | 전승서 | B.C. 100년 | 바벨론 포로 당시 수산나라는 정결한 처녀가 기도로써 대적의 모함을 이겨내는 내용(다니엘 부록) | |
벨과 뱀 | 전승서 | B.C. 150 – 00년 | 바벨론 포로 시 다니엘이 지혜로써 바벨론의 두 우상 벨과 뱀을 무찌르는 내용(다니엘 부록) | 다니엘서와 거리있는 내용현실성 부족탐정소설 느낌 |
므낫세의기도 | 예언서 | B.C. 150 – 50년 | 유다 왕 므낫세가 바벨론에 끌려간 이후 참회하는 내용 | |
마카비상 | 역사서 | B.C. 103 – 63년 | 헬라시대 안티오쿠스 에피파네스가 수리아의 왕위에 오른 때부터(B.C. 175년) 유다 마카비가의 시몬이 세상을 떠난 때까지(B.C. 135년) 약 40년 간의 유대 역사를 기록한 내용 | |
마카비하 | 역사서 | B.C. 100년 | 마카비상과는 연속성이 없으나 그 시대는 동일함. 유다 마카비가의 독립 운동과 그에 대한 하나님의 간섭을 소개한 내용 | 역사와 다른 내용연옥 교리의 근거(죽은자를 위한 산자의 기도와 헌금, 그로 말미암는 속죄 가능성) |
신약 외경
보통 외경이라고 하면 신구약 중간기에 쓰인 구약 외경을 가리킵니다. 신약 외경이란 것도 있긴 하지만, 이것은 천주교 성경에도 포함되지 않은 책들입니다. 왜냐하면 구약 외경과는 달리 비정통, 이단 교파들이 자기 교리에 맞게 각색하여 정경대신 사용하던 것으로, 위조되거나 조작된 내용이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일부 신앙적인 내용도 발견할 수 있겠으나, 원래 거짓이란 진실에 한 방울 섞였을 때 효과를 발휘하는 법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 역시 금서는 아닙니다. 자유롭게 읽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신약 외경 목록은 다음과 같습니다.
3. 위경
위경(僞經, Pseudepigrapha)은 누가 썼는지 밝히지 않고, 성경 인물을 내세운 가짜 차명서입니다. 그래서 가짜라는 뜻의 pseudos와 쓰다라는 의미의 epigraphs를 합쳐 pseudepigrapha라고 합니다. 위경은 신구약 중간기와 초대교회 때 유대인 디아스포라 사이에 저작된 문헌입니다.
죄의 기원이나 천사와 귀신, 우상 숭배자의 멸망, 사후세계, 성경을 연구해 지혜를 얻어야 한다는 내용 등도 담겨있어 부활 신앙, 천사론, 마귀론 등을 연구하는데 자료를 제공해 줍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참고 자료의 역할을 할 뿐, 경전으로 인정받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비단 유대교나 기독교뿐 아니라 모든 종파에서 마찬가지입니다.
위경 목록
신약에 인용된 위경
유다서를 읽다 보면 9절에 천사장 미가엘이 모세의 시체를 두고 마귀와 다퉈 변론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모세는 애굽 사람을 쳐 죽인 살인자니(출애굽기 2:12) 자기에게 권리가 있다는 것이 마귀의 주장입니다. 그때 천사장 미가엘은 마귀를 직접 쫓아내지 않고 ‘하나님께서 너를 꾸짖으시기 원한다’고만 했다는 것입니다.
모세는 하나님 명령에 따라 비스가 산에 올라갔다 모압 땅에서 죽었습니다. 하나님께서 그를 장사지내주셔서 그 묘지가 어디에 있는지 아무도 몰랐습니다(신명기 34:1~7). 나중에 엘리야와 함께 변화산에 나타난 걸로 보아(마태복음 17:3, 마가복음 9:4, 누가복음 9:30) 엘리야처럼 승천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미가엘이 모세의 시체를 두고 마귀와 다퉜다고 하는 걸까요?
이것은 모세 승천기라는 위경을 인용한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미가엘은 마귀조차 함부로 판결하지 않고 하나님께 의뢰하는데, 거짓 교사들은 다른 이들을 함부로 판단하는 짓을 저지르고 있다는 뜻이죠.
또 14절에는 아담의 칠대 손 에녹이 마지막 때 재림하실 그리스도와 심판에 대해 예언했다는 부분이 나옵니다. 이것은 에녹서 내용을 인용하여 거짓 교사들에게 임할 심판을 강조하는 부분입니다. 위경이라고 전부 틀린 내용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소설 같은 문학작품에서도 교훈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유다가 위경을 인용했으나, 그것이 사실이거나 위경을 인정해서가 아닙니다. 당시 모세 승천기나 에녹서는 사람들이 많이 읽는 인기 있는 책이었습니다. 단지 사람들에게 익숙한 구절을 이용해 진리를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서였습니다.
맺는말
정경 외경 위경은 과연 어떤 책일까 알아보았습니다. 외경이나 위경은 정경에 포함되는 책은 아닙니다. 하지만 금서도 아닙니다. 얼마든지 읽을 수 있고, 성경 연구의 보조 자료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신앙생활의 규범이 되거나 교리를 뽑아낼 수는 없습니다. 사실과 다르거나 도덕적, 윤리적이지 못한 내용도 있을뿐더러, 초대교회 이단 종파들이 각색해 자기들의 정경으로 사용하던 것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까닭에 초대 교부들은 물론이고 종교개혁가들이 정경에 넣는 것을 반대했던 것입니다. 심지어는 지금 정경에 포함된 유다서는 위경을 인용했다는 이유로, 야고보서는 행위 구원을 강조했다는 이유로 성경에서 제외하거나 의심스럽게 보는 학자들도 있었습니다.
요즘은 외경과 위경이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하는 것 같습니다. 내가 본 천국이나 지옥에 다녀왔다는 이야기, 각종 간증집 등이 그렇습니다. 소설이나 영화는 픽션이니 금방 구분되지만, 신앙 서적의 옷을 입으면 옥석을 가리기 어려워집니다. 사람들은 성경은 딱딱하고 지루하다 여기고, 보다 드라마틱하고 흥미로운 이야기에 쏠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성경 속 사람들도 그렇게 표적을 구했나 봅니다.
요즘은 ‘외경이나 위경에는 있지만 성경에는 없는’, ‘성경이 감추고 있는’, ‘교회가 숨기고 있는 진실’ 등등의 제목을 단 동영상들도 많이 보입니다. 그런 것을 보면 정작 외경이나 위경에는 있지도 않은 것을 마치 진짜인 것처럼 유사 과학, 유사 역사학과 버무려 교묘하게 꾸며놓은 것들이 많습니다. 거짓 정보들이 넘치는 곳이 유튜브입니다. 자극적이고 흥미로워야 조회수가 올라가고, 그래야 광고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그냥 외경이나 위경을 직접 읽는 것이 낫겠다 싶은 생각마저 듭니다.
외경이나 위경을 읽고 싶으면 읽어도 됩니다. 그런데 그보다 먼저 성경을 먼저 읽으세요. 성경부터 제대로 알고 읽어야 합니다. 그래야 옳고 그름, 뽑아낼 것과 버려야 할 것을 가려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책을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그것을 교과서처럼 생각하며 읽게 됩니다. 그것이 텍스트의 힘입니다. 우리가 읽는 책은 성경이 아닙니다. 거기 쓰여 있는 내용이 진리가 아니라는 걸 명심하고 읽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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