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2006년 ‘삼포 가는 길’ 관련 문제는 자유간접화법과는 하등의 상관이 없는 문제였음을 밝힙니다. 그건 그렇고, 제가 살펴본 십여 권의 소설 이론서 중에서 ‘자유간접화법’에 대한 설명이 가장 잘 되어 있는 <소설 구조의 이론(김천혜)>를 바탕으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소설의 문장을 진술 주체에 따라 분류할 때, 직접화법에 상대되는 간접화법이 있듯이 직접적내적독백에 상대되는 개념으로 간접적내적독백이 있습니다. 간접적내적독백(영어권 명칭)을 불어권에서는 ‘자유간접화법’이라고 부릅니다. 여기 ‘자유’라는 말이 붙은 이유는 간접적내적독백의 앞뒤에는 일반적으로 “그는 생각했다” “그녀는 다음과 같이 느꼈다”와 같은 화자 설명어가 붙지 않기 때문에, 화자 설명어로부터 자유롭다는 의미입니다. 영어, 불어, 독어권의 소설에서 ‘자유간접화법’으로 진술된 문장을 가려내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예문은 인터넷이나 웬만한 이론서에 다 있음).
하지만, 한국어로는 엄밀한 의미의 자유간접화법 문장을 만들 수 없습니다. 직접화법 문장을 간접화법 문장으로 고치기 위해서 인칭이나 시제를 고치고 인용부사격조사를 동원하듯이, 직접적내적독백을 자유간접화법(간접적내적독백)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작중인물의 내적 독백임에도 불구하고 1인칭 대명사 ‘나’가 아닌 3인칭 대명사 ‘그’나 ‘그녀’가 사용되어야 하며, 시제도 작중인물의 시제인 현재에서 화자의 시제인 과거로 바꾸어야 합니다(3인칭 소설의 경우). 이렇듯, 자유간접화법은 형태적 조건이 명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학원 교재나 시중의 이론서에 나와 있는 소략한 설명에는 “등장인물의 언어 저변에 화자의 언어를 스며들게 하는 방법을 통해 작자의 생각을 개입시키는 화법” “인물의 생각과 서술자의 중개하는 목소리가 겹쳐져 나오는 진술” 등으로 정의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정의들은 자유간접화법으로 진술됨으로써 얻는 효과를 말하는 것이지, 자유간접화법 자체에 대한 개념적 정의로는 부족합니다. 아니, 부족한 정도가 아니라 오해를 조장하기도 합니다. 마치 ‘자유간접화법’이라는 것이 일반화시킬 수 있는 형태적 특징이 없는(또는 불명확한) 모호한 개념이라도 되는 것처럼.
박완서의 ‘우황청심환’을 보면 작중인물의 회상 속에 그의 딸이 했던 말이 인용부호 없는 직접화법으로 표현되고 있는데, 시중의 한 문학자습서에서는 그것을 ‘자유간접화법’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설명으로 볼 수 있습니다.
연구자에 따라 김유정의 ‘만무방’이나, 황순원의 ‘일월’, ‘황소들’,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채만식의 ‘태평천하’ 등에서 자유간접화법을 찾아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들의 공통점은 자유간접화법의 개념을 ‘작중 인물의 말인지 서술자의 말인지 구별할 수 없는 진술방식’ 정도로 축소시켜 놓고 연구를 진행시키고 있다는 점입니다. 정작 중요한 자유간접화법의 형태적 조건의 충족여부는 논외로 하고 있는 것인데, 그 이유는 우리말의 어법상 본래적 의미의 자유간접화법 진술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여 서구적 의미의 자유간접화법의 효과와 유사한 효과를 얻고 있는 진술 방법을 우리나라 소설 작품 속에서 찾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위에 언급한 작품들 안에 ‘자유간접화법’으로 서술된 부분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문제는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습니다. 달려 있는 전제나 단서가 어떤 것이냐에 따라서 수용할 수도 있고 수용하지 못할 수도 있겠죠(어쨌건, 적어도 임용시험에서 ‘자유간접화법’을 답안의 키워드로 요구하는 문제는 나오지 않을 거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연구자들의 이런 시도들은 우리나라 소설 창작의 방법론을 확대한다는 측면에서 의미 있는 시도들이라고 봅니다.
임용시험을 공부하는 입장에서 자꾸 모의고사에서 언급되는 ‘자유간접화법’이라는 용어 때문에 불안할 수 있겠지만, 인터넷이나 학원교재에 나와 있는 소략하고 조악한 해설을 참고하는 것보다는 나중에 시간이 날 때, 제대로 된 이론서를 한번 읽어보는 게 나을 듯합니다. 그리고 고등학교 과정에서 과연 그런 개념까지가 필요할까를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구요(전공한 대졸자들도 무슨 소린지 몰라서 헤매는 거니까요^^).
질문하신 분이 원하는 답이 되기에는 많이 미흡한 답변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참사랑에 올라온 자유간접화법에 대한 질문과 답들이 너무 학원 교재 안에서만 맴도는 듯해 적어보았습니다.
* 참고로 김천혜 씨는 <소설구조의 이론>에서 최수철의 '혼잣말'의 한 대목을 제시해 놓고 우리 소설 중에서 '자유간접화법'의 개념에 가장 근접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첫댓글 정말 많은 도움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정말 감사합니다.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