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언제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지는 않습니다.
신문, 인터넷 언론을 보기가 몸시 힘들었던 요 며칠이었습니다. 무슨 양보, 누구의 몰림 어쩌고 하면서 사진과 실린 큰 제목들이...줄다리기에서 이긴 팀보다 누가 덩치가 좀 크고 소리를 질러서 이겼다거나 누가 머리를 잘써서 이겼다거나 하는 개별적 영웅주의를 조장하는 논조들이 앞다투었습니다, 사실은 줄다리기는 언제나 그렇듯 모든 팀들의 합쳐진 힘의 결과로 이기는 법입니다. 그 누구도 잘난 사람 혼자서는 상대를 못이기는 게임입니다. 지는건 꼭 누구 한사람때문에 졌다는 식의 매장논리도 맞지 않습니다.
정치라고 예외는 아닙니다. 문재인 수석도 나서주어서 동기를 만들고 민주당 후보 곽진업이 동의를 했습니다. 그것이 개인의 결단이든 전체 흐름의 판세에 승복한 것이든 이유는 있겠지만, 그러나 과연 그 두사람만이 미풍도 없는 들판에 서서 그런 결정이 나올 수 있었을까요?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나서도록 분위기가 조성되고, 결심을 해야만 하는 상황을 만들었으니 나왔을 것입니다. 당연히 그 하나 하나가, 한 사람 한사람의 모인 결과가 나온 모양이 '여론조사 100% 수용' 이라는 발표입니다.
어느 당은 중앙당이 전혀 그럴 생각도 계획도 없는데 개인이 시작을 하고, 어느 당은 개인들이 말리는데도 중앙당과 대표가 결심하고 나갔으니 누가 진정한 승리인지 알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되었는지 펜을 잡은 신문과 언론들은 반대로 그림을 내놓습니다. 참 씁쓸합니다. 정말 무능한 분석력 때문인지, 원하는 것을 다만 말하고 싶은 편들기 기사인지..., 이건 아닌데... 여기까지 오기에는 정말 피를 말리고 돌을 맞으며 버틴건 딴 사람들인데 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사람이 언제나 꽃처럼 아름다울 수는 없나봅니다. 싸우는 상대나 일찌감치 오물을 뒤집어 쓴 커밍아웃한 언론만이 아니라 때로는 한 편이라고 생각하던 사람들에게서조차 그것을 느낍니다.
2. 아름다운 양보, 정말 통 크게 내어 놓은 양보
작은 학급의 반장선거도 지면 슬프고 분한 법입니다. 아예 출마를 안한 사람이라면 아무 상관없겠지만, 후보로 나왔다가 잘못하면 자기때문에 자기보다 못한 사람이 당선되는 기막힌 일이 생기게 되었다고 고민을 하게되고, 그것이 작은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 아주 넓게, 깊은 잘못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분석으로 아예 물러나주기로 결심을 한 사람이라면 더욱 그럴 것입니다.
불과 이삼일 사이에 아주 다른 두개의 발표를 보았습니다. 하나는 여러개의 방법중에 하나를 수용하기로 했다는 것만으로 대서특필에, 다시 살아난 노무현정신 운운 하는 꽃다발을 목에 둘렀습니다. 비록 좀 불리할수도 있다는 예상 하나를 감수하기로 했을 뿐인데도, 그러나 다른 하나는 아예 죽음을 껴안았습니다. 장렬할지는 몰라도 가슴 아픈 죽음으로! 날마다 먼지날리는 도로에서 인사를 하고, 많은 지지자들과 동지들이 많은 시간을 정성들여 바쳐 걸어온 길을 통째로 날려버리는 결단을 했고 스스로 발표를 했습니다. 예전 어떤 드라마 속에서라면 추종자에게 칼 맞고 총 맞았을지도 모를 결정입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정해진 일정을 보듯 덤덤히 가볍게 봅니다. 빛나는 찬사도 없고 무슨 구국의 결단이라고 제목 붙은 대서특필은 고사하고 중간특필 한줄로도 잘 안 다룹니다. 정말 무게를 모르는걸까요? 아님 고장난 저울의 중심에서 눈에 무엇이 덮힌걸까요? 수용한다는 것도 아니고 아예 사퇴를 해준다는 통 큰 기자회견에 정작 양보받은 이는 바쁘다고 나오지도 않았다는데 할 말을 없습니다. 정말 그렇게 이 일이 바보 천치가 저지른 멍청하고 하나마나한 결심이었을까요? 온갖 돌팔매와 비난도 다 지고 가겠다고 선언한 대표가 김해을 여론조사 수용에 감지덕지해서 쪼르르 갖다 바친 공물일까요? 아님 여론에 맞은 상처가 크서 봐달라는 지례 항복의 처신이었을까요?
그런 배포였다면 애당초 골리앗과 마주서서 앞뒤에서 날아오는 비난을 듣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여론조사 수용정도도 아니고 아예 후보를 사퇴하고 물러나겠다는 용단을 내렸을까요? 흔히 그러듯 발표 후 낚시터로 가는 것도 아니고 할 수 있는 방법을 다하고, 원한다면 힘을 다해 돕겠다 하는걸까요? 그냥 그 길이 멀리 가고자 하는 선에 있기 때문일뿐입니다. 오래, 더불어 같이 가자고 하는 원칙에 맞기 때문에 스스로 내린 결정일 뿐입니다. 죽음을 껴안는 자퇴!라는 극단적인 양보를 말입니다.
때로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울 수 있는 존재라는 증거를 보여준 것입니다.
3. 비둘기처럼 순결하게, 그러나 뱀처럼 지혜롭게
야수들의 참혹한 싸움터 같은 정치판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은 때론 모순입니다. 불이 있어야만 살 수 있으면서 더 가까이 다가가면 죽는 불나방같은 운명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회적동물인 사람세상에서 정치를 떠날 수도 없고 누군가는 해야만 하는 필요악인 담에야 차선의 길을 찾아야만 합니다. 우리가 발 딛고 사는 곳은 구름위도 아니고 꿈속은 더더욱 아닌 현실속 2011년 이곳 일 수 밖에 없기때문입니다.
가능하면 비둘기처럼 순결하게 원칙과 상식을 따라 가장 비정치인처럼 걸어가야하는 정당과 정치인이 우리가 가장 바라며 가슴 설레이는 희망의 대상입니다. 그래서 자주 물어뜯기고 치맛자락 들쳐올려져 농락당하고 합니다. 무시당하고 배척당하기도 일쑤며 아프다 배고프다 소리는 곧잘 군홧발 아래 밟히가도 했습니다.
그러나 또 하나의 길을 신은 주었습니다. 바로 뱀처럼 지혜롭게! 그렇게 존재하라 했습니다. 이번 일명 김해을의 민주당 통큰양보는 할 수 밖에 없는 직전에 했고, 하지 않으면 더 많이 무너져야하는 뻔 한 상황을 앞에 놓고 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그 상황을 지적했습니다. 시소를 타는 비슷한 양쪽의 무게는 조금만 더 올려도 한쪽으로 기울수 밖에 없다는 것은 물질세계에만 있는 법칙이 아니라 사람과 세상과 정치판에도 적용되는 법칙입니다. 분당을의 존재는 그 작지만 승패를 가르는 무게 하나였습니다.
독재자들의 횡포가 심해질수록, 길어질수록 혁명의 날은 가까울 수 밖에 없고, 욕심이 지나치면 도둑들도 자기들끼리 싸우다 망하는 것이 역사의 결과였습니다. 이번 통큰 양보의 핵심은 분당을의 이종웅 후보이고 그 힘을 쌓은 동지들이고, 그것을 돌팔매질 속에서 밀고 나간 대표와 중앙당의 소신이었습니다. 누가 그 공을 빼앗아가서 분탕질을 하던 헹가래를 치던 그까짓 껍데기야 상관없습니다. 그러나 그 이유와 법칙은 잊지말아야합니다. 앞으로도 전쟁같은 협상은 계속될것이고 우격다짐과 비아냥거리는 조롱은 계속 될 것입니다. 어느 날 재옷을 입고 광화문 사거리에 앉아 집단으로 참회를 하겠다는 그야말로 충격적인 회심이 온다면 몰라도! 그런 날은 오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뱀처럼 지혜로운 힘들을 곳곳에 만들어야만 하고, 때마다 사용해야합니다. 그러나 거저 얻어지겠습니까? 그렇게 값진 칼자루가! 많은 사람들이 발이 부르트고 심장이 울화가 쌓일것입니다. 물러서는 누군가는 밤새 오열을 할 것이고 주변의 동지는 소주를 퍼마실고 침묵을 할지도 모릅니다. 대표는 사격판의 과녁이 되어 걸레처럼 누더기로 난자를 당할 수도 있습니다. 오죽하면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렸겠습니까. 산전수전 온갖 고난의 세월을 넘어온 노무현 대통령도 그랬는데...
그러나 그래야 비둘기의 순결이 지켜집니다. 아이들에게 물려줄 것이고 문화와 예술, 역사와 종교 교육 모든 분야에 진실이 자리를 잡을 것이고 희망이 싹틀것입니다. 뱀처럼 지혜로운 정당과 정치인이 되도록 앞으로 가야할 때입니다.
순교자의 피를 묻히고 비명을 들은 마당에 뒤로 돌아서는자는 비겁한 동지입니다. 장렬하게 전사하고 다시 민주주의의 꽃으로 피어나실 분당을 이종웅후보와 대표와 함께 오늘까지 걸어 온 사람들에게 존경을 표합니다.
첫댓글 참여당 이종웅후보가 후보사퇴선언을 하는 자리에 당연히 있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 손학규대표는 없었다지요.
그동안 수고하셨다 하며 손 한번 잡아 줄 아량도 없는 손학규의 쪼잔함이여..
그래서 더욱 속상합니다.
누군가의 무지 힘든 결단을 그리 무시해버리다니요?
이른바 친노의 칼자루를 잡았다 그런 망상에 빠져서 그러겠지요.
합세하는 속셈가진 언론이 거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