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자 윤석열, 단일화 승부수로 선거판을 바꾸라!
<조갑제TV 녹취> 윤석열은 여당 후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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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갑제TV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2022년 1월31일 저녁 6시입니다.
어제(1/30) 밤에 있었던 5시간에 걸친 호주 오픈 남자 (테니스) 단식 결승전은 정말 테니스 역사에 남을 만한 명승부이고 역전승이었습니다. 라파엘 나달이 열 살이나 아래인, 지금 막 힘이 넘쳐서 올라오는 메드베데프 선수에게 두 세트를 내리 지고 세 세트를 내리 이겨서 역전승을 했습니다. 그랜드슬램 스물한 번째 우승이라는 신기록을 수립했습니다. 빅3라고 알려진 조코비치, 페더러, 나달 세 사람 중에서 이제 나달이 (우승) 스물한 개로 선두에 섰습니다. 조코비치는 (나달보다) 한 살 아래, 페더러는 네 살 위죠. 아마 ‘나달이 역대 최강의 챔피언이었다’ 하는 평가를 받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조코비치 팬이라든지 페더러 팬은 불만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제 다섯 시간의 혈투를 지켜보면서 ‘이게 인생의 축소판이구나’, 또는 ‘정치판이 바로 이렇구나. 정치 중에서도 가장 핵심인 선거, 선거 중에서도 가장 핵심인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선판도 이렇게 전개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나달이 두 세트를 내리 졌을 때는 끝났다고 보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나달이 우선 나이가 많지 않습니까? 부상으로 몇달 동안 출전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도 나달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아슬아슬하게 거의 몰락의 지경으로 몰려서도 절대로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인상적이었던 게 나달이 챔피언이 아니라 도전자 같았어요. 스물 여섯살의 메드베데프가 챔피언 같고 서른 여섯살의 대선수가 도전자인 것처럼 싸웠습니다. 이 모습이 그렇게 감동적이었습니다. 느긋하게 싸우는 게 아니라 악착같이 싸웠습니다. 절박하게 싸웠습니다. 그래서 꺾었습니다.
지금 한국 대선판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과 겹쳐보였습니다. 윤석열 후보에게 다시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첫 번째 위기는 이준석 김종인이 끼어서 11월, 12월 두 달을 허송한 (것입니다.) 그 위기는 연초에 선대위를 해산하고 재구성하고, 이준석을 포용함으로써 해소되어 지지율이 상당히 회복되어서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이기는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그러니까 다시 윤석열 후보가 옛날 모습으로 돌아가서 마치 여당 후보인 것처럼 뛰는 게 아니냐 하는 생각이 듭니다. 코너로 몰린 이재명 후보가 여당 후보가 아니라 야당 후보처럼 보입니다. 이재명 후보가 절박한 도전자고 윤석열 후보가 느긋한 챔피언처럼 보이면 이번 선거 집니다.
윤석열 후보는 여당 후보가 아닙니다. 윤석열 후보는 야당 후보입니다. 그리고 도전자입니다. 어마어마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 문재명 세력과 싸우려면 절박해야 합니다. 멋을 부릴 때가 아닙니다.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닙니다. 왜 이런 생각이 들었느냐 최근 삼사일 윤석열 후보의 행동은 이해를 할 수가 없습니다 법원이 양자토론은 안된다고 막았습니다. 그럼 포기해야지요. 왜 막았느냐? 안철수, 심상정을 참여시켜야 된다, 그럼 그걸 존중하고 포기해야 하는데 굳이 연휴기간 중에 양자토론을 하겠다고 제안했어요. 이재명 측이 받았습니다. 그 (토론) 조건 가지고 협상하다가 오늘 오후 7시로 예정된 양자토론은 ‘사실상 불발’이라고 합니다. 문제는 어느 쪽도 불발이라는 선언을 안합니다. 그렇게 하면 책임을 지게 되니까. 이런 비겁한 게 어딨습니까?
양자토론이라는 꼼수를 먼저 제안한 사람이 윤석열 후보입니다. 왜 이런 꼼수를 폅니까. 협상을 할 것 같으면 협상 조건은 무조건 하는 걸로 바꿔야지요. 이것 달고 저것 달고 할 게 있습니까? 자기가 먼저 양자토론 제안을 했으면 조건을 붙일 필요도 없는 것 아닙니까? 이재명이 받았으면 그냥 하는 거죠. 다만 윤석열 후보가 주장한 ‘어떤 주제를 정하지 말고 자유토론하자’ 그 말은 맞았어요. 그렇게 요구했더니 이재명이 결국 그걸 받았습니다. 그럼 해야 되는 것 아닙니까?
자료를 갖고 가느냐 마느냐 하는 걸로 사실상 결렬되었다고 합니다. 거기서 토론하는 게 상대성 이론 같은 학술적 토론입니까? 그 정도는 외워서 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 자료를 굳이 가지고 들어가야 됩니까? 윤석열 후보는 그걸 고집하다가 결국 결렬시켰다는 비판을 받게 될지 모릅니다. 이게 바로 도전자의 자세가 아니라 챔피언, 여당 후보의 자세다 이겁니다.
여당 후보 같으면 그렇게 할 수 있어요. 옛날에 이런 일이 있었어요. 여당 후보로 나왔던 김영삼 씨가 토론에 약하니까 토론에 강한 김대중 씨와의 토론을 끝까지 거부했습니다. 그래서 1992년에는 토론 없이 선거가 치러져서 김영삼 후보가 이겼습니다. 그때 김영삼 후보는 막강한 여당 후보였잖아요. 지금 윤석열 후보가 그런 여당의 권력을 가지고 있습니까? 그럼 뭘 쥐어야 됩니까? 민심이죠. 민심을 잃으면 안됩니다.
설날 민심이 삼일동안 지리하게 전개되는 윤석열-이재명의 협상을 보면서 윤석열에게 박수를 보냈겠습니까? ‘왜 챔피언처럼 행동하느냐, 왜 건방지게 여당 후보처럼 행동하느냐, 당신은 야당 후보다, 도전자다, 지금 지고 있다고 생각해야 된다, 당신이 절박하게 해야 된다, 그런데 왜 당신이 이렇게 우리보다 느긋하냐’ 이렇게 민심이 돌아가면 또 위기가 옵니다. 이번 위기는 극복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이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지는 겁니다.
양자 토론에 집중할 게 아니라 단일화 승부수를 던졌어야죠. 단일화에 대해서 냉담하다? 단일화에 대해서 안 해도 이긴다 하는 그 태도를 보이는 것 자체가 '윤석열은 여당 후보지 야당 후보가 아니다' 하는 인상을 국민들에게 줍니다. ‘느긋하다’가 아니라 ‘건방지다, 이제 다 이긴 것처럼 행동한다, 관료다-검사출신이니까-‘ 이런 이미지가 형성되면 지는 겁니다.
더구나 이번 양자토론 꼼수에서 왜 안철수 후보를 그렇게 화나게 만들었는지, 그게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안철수 후보와는 심정적으로 동지적 관계가 있어야 되는 것 아닙니까? 정권교체, 反문재명 세력에 있어서는 두 사람이 같은 뜻을 가지고 있는 것 아닙니까? 그렇다면 어떻게 ‘안철수를 따돌려서 안철수 지지율을 떨어트리겠다’ 하는 의도를 이렇게 촌스럽게 드러냅니까.
이제 윤석열 후보, 이번에 놓친 시간 삼사일을 빨리 극복해야 됩니다. 선거 막판에 삼사일은 치명적입니다. 어제(1/30) 북한이 중거리 미사일을 발사해서 세계가 긴장하고 있는데 윤석열 후보는 오늘(1/31) 있을 토론에 대비해서 공부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어제 기자회견을 했어야죠. 페이스북으로 ‘사드 추가배치’ 이렇게 한마디 던질 게 아니라 어제 같은 날이 바로 윤석열 후보가 도전자의 모습을 보이면서, 야성(野性)을 보이면서 절박한 심정으로 국민들에게 죽고 사는 문제인 안보에 대해서 절절히 호소해야 할 그 시간대에 공부하고 있었다고요?
라파엘 나달이 역전승한 비결은 두 가지입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끝까지 도전자의 심리를 유지했습니다. 윤석열은 여당 후보가 아닙니다. 야당 후보 입니다. 도전자입니다. 도전자는 공격하는 사람이지 수비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가장 큰 공격은 단일화 승부수로 선거판을 바꾸는 겁니다. 감사합니다.
정리: 李知映(조갑제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