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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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유치원을 다닐 때였다.
아이가 내게 물었다.
“엄마는 세상에서 누가 제일 좋아?하나님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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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당황했다.
딸이라고 할 수도 없고,
하나님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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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딸에게 물었다.
“주원이는 왜 엄마가
하나님을 제일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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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딸이 말했다.
“엄마는 맨날 기도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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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이 고마웠다.
엄마의 기도하는 모습을 늘 봐온 딸이었다.
나는 딸에게 말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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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원아, 이 세상에는 눈에 보이는 세계가 있고,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가 있어.
눈에 보이는 세계는 주원이와 엄마가 사는 세상이고,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는 하나님이 살고 계시는 곳이야.
엄마는 보이는 세계인 이 세상에서는 주원이가 제일 좋고,
보이지 않는 세계인 하늘나라에서는 하나님이 제일 좋아.
그러니까 주원이도 하나님도 일등으로 좋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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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딸이 생기면서 소중한 사람이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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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할 때는 몰랐는데,
결혼하고 남편과 살면서 서로 살아온 환경이
다르다 보니 이해하지 못하는 일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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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럴 때마다
남편이 나에게 어떤 존재인지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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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사람 없이 살 수 있을까?’
이 질문 앞에 서면 그를 품고 이해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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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결혼을 앞둔 청년들이 혼수 문제나 성격 차이로 예비 배우자와 다투고 내게 상담을 요청해오면, 나는 이 질문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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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 없이 살 수 있어요? 그 사람이 소중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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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수 있다’라고 답하는 이에게는
조심스레 결혼을 다시 생각해보라고 권하지만,
‘살 수 없다’라고 답하는 이에게는 이렇게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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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이해하고 사랑하세요.
내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면 상대를 품고,
하나님 앞에 두 사람이 기도하면서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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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가 그렇겠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참 행복하고 소중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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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다섯 살 때였다.
기도 중에 하나님께서 내게 물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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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딸아, 네게도 딸이 참 소중하고 예쁘지?
딸아, 사랑의 관계가 어떤 것인지 아니?
사랑의 관계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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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하든 항상 생각나고 보고 싶고, 이 아이가 어디 아프지는 않은지, 친구들과 잘 지내고 있는지 머릿속에서 떠나지를 않는 게
바로 사랑의 관계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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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도하면서 펑펑 울었다.
‘내 딸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것처럼
나는 하나님을 그렇게 사랑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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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니 내 사랑은 나뉘어 있었다.
남편에게 몇 퍼센트, 딸에게 몇 퍼센트,
하나님께 몇 퍼센트. 그중 보살펴야 하는
어린 딸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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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께서는 내가 하나님과 더 깊이 교제하길 바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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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깊어질수록 더 보고 싶고 헤어지기 싫고 안달이 나는 것처럼 하나님은 나와 마음을 함께하는 믿음의 동행을 하자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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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의 따뜻한 음성이 마음에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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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딸아, 나는 먼 곳에 있는 하나님이 아니라 늘 네 옆에 있는 친밀한 사랑의 하나님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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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마음을 전하는 기도자>, 조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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