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갈치시장과 그 주변은 부산 여행에서 빠지지 않는 코스다. 항도 부산을 대표하는 지역으로 언제나 활기가 넘친다. 맛집을 징검다리 삼아 자갈치시장이 위치한 남포동, 영화의 본향으로 자리 잡은 PIFF(부산국제영화제)광장, 현대사의 애환이 깃든 국제시장 등 부산 여행의 백미 코스를 돌아보았다.
◆광복로
광복로는 광복동과 남포동 사이를 가로지르는 쇼핑ㆍ문화의 거리다. 이 길을 중심으로 수많은 소로와 골목이 파생돼 거대한 상권을 형성한다. 극장이 밀집한 PIFF광장도 광복로와 잇닿아 있다. PIFF광장은 부산극장, 대영시네마, CGV남포점 등이 위치한 '시네마 천국'으로 1996년 부산국제영화제가 시작되면서 지금의 이름을 얻었다.
PIFF광장 주변은 영화 관객과 관광객들로 늘 붐빈다. 이들을 겨냥한 노점들이 진을 치고 있는데 꼬치어묵(부산오뎅), 호떡, 순대, 만두, 튀김 등이 주메뉴다. 꼬치어묵은 작은 플라스틱 바가지로 국물을 퍼먹는 모습이, 호떡은 반죽 안에 들어가는 속(설탕+견과류)을 각자 취향대로 직접 퍼넣는 게 인상적이다.
'18번 완당집(051-245-0018)'은 PIFF광장의 터줏대감으로 '60년 전통의 맛'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운다. 완당(5천 원)은 중국 완탕이 한국인 입맛에 맞게 변형된 음식이다. 손으로 빚은 얇은 만두피에 작은 사탕 크기의 고기 소를 넣는다. 작고 부드럽고 둥글넓적한 물만두를 후루룩 마시듯 먹는다. 완당 아래에는 숙주나물이 놓이고 위에는 송송 썬 파와 김 조각, 계란 지단이 고명으로 올려진다. 국물은 남해에서 직송한 멸치와 완도 다시마, 마늘과 생강을 12시간 이상 우려내 만든다고 한다. 분위기와 서비스는 국물의 감칠맛에 못 미친다. 식당이 지하 1층에 위치해 다소 어둡다. 또한 손님으로 북적대는 유명 식당이 흔히 그렇듯 종업원들도 주문 받으랴, 음식 나르랴 정신이 통 없다.
PIFF광장에서 광복로를 거슬러 창선삼거리에 이르면 조형물 '비상 2000'을 만날 수 있다. 21세기 부산의 도약과 역동성을 형상화한 작품이자 최적의 약속 장소로 통한다.
'가야할매밀면(051-246-3314)'은 조형물 인근 나이키 골목 안으로 10여m 직진해 좌회전하면 만나게 된다. 출입문과 유리창에 '밀면 전문'이라고 큼지막하게 선팅해 놓았다. 밀면은 밀가루와 전분을 혼합해 뽑아낸 면으로 부산에서 개발됐다고 한다. 냉면에서 유래되었지만 맛과 모양이 차이가 난다. 메밀과 전분을 이용하는 냉면에 비해 질기지 않고 부드럽다.
'가야할매밀면'의 주메뉴는 물밀면과 비빔밀면인데 가격은 대(大) 4천500원, 소(小) 4천 원이다. 비빔밀면을 주문하면 스테인리스 그릇에 고추장 양념, 오이채, 계란을 올린 밀면이 담겨 나온다. 한 젓가락 집어 먹어보면 매콤달콤하면서 시원한 느낌이다. 물밀면은 비빔밀면에 사골 육수를 붓고 얼음을 띄운다. 소뼈, 돼지뼈에 한약재를 넣고 푹 우려냈다는 육수 맛이 인상적이다.
'할매집 회국수(051-246-4741)'는 광복로 맛집 순례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가야할매밀면' 골목에 나란히 위치한다. 궁서체로 쓴 나무 현판과 '50년의 전통, 부산의 명물'이라는 선전문구가 인상적이다. 회국수는 이름 그대로 국수에 회를 첨가한 것이다. 세월의 때가 묻어나는 양은그릇에 소면을 담고 가오리 회를 댓 점 올려준다. 여기에 상추와 양배추, 미역을 썰어 넣고 고추장 양념에 버무려 먹는다. 지명도와 가격 대비 만족도는 그리 높지 않다. 게다가 선불이어서 초행길 관광객에겐 뜬금없다는 인상을 준다. 메뉴는 회국수(4천500원) 외에 닭곰탕(5천 원), 당면(3천500원), 회비빔밥(5천 원) 등 10여 가지이다.
◆국제시장
부산의 상징 중 하나인 국제시장은 광복동 북쪽에 위치해 있다. 광복로를 따라 내려오다 보면 젊음의 거리, 아리랑 거리, 만물의 거리 등 국제시장으로 이어진 소로가 남북으로 길게 나 있다.
'국제시장 먹자골목'은 아리랑 거리로 들어서면 바로 맞닥뜨린다. 약 60m 구간에 좌판 수십 개가 옹기종기 모여 오전 11시부터 밤 9시까지 행인들을 상대로 충무김밥, 순대, 팥죽, 식혜, 비빔당면, 유부초밥 등 간단한 요깃거리를 선보인다. 모든 메뉴가 1인분에 2천~3천 원이고 맛도 뛰어나 가격 대비 만족도는 높다. 특히 비빔당면은 꼭 한번 맛을 보는 게 좋다. 잡채도 아니고 국수도 아닌 것이 입맛을 잡아당긴다. 옆사람과 어깨를 부딪쳐가며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신창국밥(051-254-5074)'은 국제시장에서 돼지국밥으로 이름난 곳이다. 광복로에서 젊음의 거리로 들어와 약 200m 직진해 신창도매상가를 지나 우회전하면 용두상가 2층에 있다. 대표 메뉴인 돼지국밥은 돼지뼈와 선지를 우려낸 국물에 순대, 수육, 머리고기, 부추, 쑥갓 등을 푸짐하게 넣어 내놓는다. 국물에 붉은 기운이 감도는데 느끼함이나 잡냄새가 없다. 메뉴는 돼지국밥(5천 원) 외에 순대국밥(5천 원), 내장국밥(5천 원), 따로국밥(6천500원), 수육백반(7천 원) 등이 있다. 순대와 수육은 따로 주문할 수 있는데 가격은 대(大) 2만 원, 소(小) 1만5천 원이다.
'깡통골목 할매유부전골(1599-9828)'은 국제시장 맞은편 깡통골목(부평시장) 안에 숨어 있다. 수입상품 전문시장인 깡통골목의 명물로 홈페이지(www.yubu.co.kr)도 운영한다. 깡통골목 내 번영10길 안으로 들어서면 이정표가 나타난다. 유부전골을 주문하면 그릇 가득 담아주는 어묵과 유부에 한 번 놀라고 개운하고 진한 국물 맛에 또 한 번 놀란다. 유부 안에는 당면과 고기, 야채가 터질 듯 채워져 있다. 가격은 1인분에 2천500원이다.
◆자갈치시장
자갈치시장에서 생선회에 대해 논하는 것은 어쩌면 무의미하다. 국내 최대 규모의 어시장으로 생선회를 주메뉴로 하는 식당이 수백 곳이다. 생선 종류와 맛 또한 더없이 다채롭다. 초대형 회센터만 해도 7층 규모의 자갈치마켓(부산어패류처리조합 건물), 신동아수산물시장 등 2곳이다.
오래된 횟집 중에는 60년 역사의 '부산명물횟집(051-245-4995)'이 있다. 잘 숙성시킨 광어회, 도미회를 앞세운다. 하지만 일부 메뉴는 가격 대비 만족도가 매우 낮다. 특히 1인분에 2만5천 원인 '회백밥'은 회가 포함된 평범한 백반으로 서울 시내의 일반적인 회정식과 비교하면 허탈감을 느낄 정도다. 일각에선 자연산 회와 맑은 생선국, 반찬이 모두 최상이라고 상찬하지만 전혀 혀에 와 닿지 않는다.
자갈치시장과 영도다리 사이에는 곰장어 식당이 즐비하다. 살아 있는 곰장어를 토막 내 고추장 양념과 야채에 버무려 연탄불 위에 올려놓고 굽는다. 불판 위에서 꿈틀거리는 곰장어가 조금 안쓰럽지만 입에 넣으면 매콤함과 오독오독 씹히는 질감에 금세 잊어버린다. 곰장어의 맛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싶으면 소금구이가 제격이다.
곰장어구이로 가장 유명한 곳은 지하철 남포동역 인근 '성일집(051-463-5888)'이다. 3대를 이어온 비법으로 조리된 국산 곰장어에 재첩국을 곁들여 먹는데 입에 착착 감기는 맛이 일품이라고 한다. 곰장어 껍질 묵도 빼놓지 말아야 할 별미다. 지하철 남포동역 10번 출구에서 도보로 약 5분 소요된다.
생선회, 곰장어와 함께 부산을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는 복국이다. 자갈치시장 인근 복국 전문식당 중 그나마 이름이 알려진 곳은 경남식당(051-246-9287)이다. 까치복이나 밀복을 쓰는데 가격 대비 만족도는 낮다.
자갈치시장에서 맛봐야 할 또 하나의 메뉴는 생선구이다. 수협 자갈치공판장 부근에 생선구이 식당이 몰려 있다. 속살이 통통한 고등어, 노릇노릇한 조기와 갈치가 올라오는 생선구이 정식에 이색적인 고등어 상추쌈, 고등어 부침 등이 있는데 가격은 각각 1인분에 5천~6천 원이다.
[연합르페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