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짐의 미학, 느티나무의 자세

[태균맘]

1998년, 나이든 사람들은 모두 기억하는 IMF가 터진 해입니다.  바로 그 해 태균아빠의 미국유학이 출발되는

해이기도 했습니다.  공무원 신분으로 해외유학 대상자로 선발되어 미국에서 석사과정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고, 그 전 해부터 준비하여 1998년 9월학기에 미국 University of North Carolina, Chapel Hill에서 2년간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려고 하는 즈음, 서울에서의 생활을 정리하면서, 바로 그 즈음에 대구에 있는 어떤 한의원을 소개

받았습니다.  비록 한국에서의 생활이 얼마남지 않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태균이를 데리고 부랴부랴 데리고 내려

갔습니다.

'자폐를 한의로 고친다...'라는 기사를 탈만큼 (비록 지방지였지만) 당시 대구지역에서 유명세를 타던 한의사였는데

대구출신 엄마가 소개를 해주어서 성사된 일이었습니다.  그 한의사를 만나서 상담하면서 제가 하나 확신했던 것은

그는 적어도 자폐를 신체적 질병으로 인식하고 치료를 시도한다는 것이었습니다.  1991년생인 태균이가 1998년 만

7세가 될 때까지 18개월부터 미친 듯이 병원과 치료실을 전전했지만, 급격하게 나빠지는 상태를 보면서, 늘 마음 속으로

이건 분명 신체적 질병인데...  어떤 것도 신체적 부분은 아예 고려하지 않는 현실에서, 그나마 이 한의사는 신체적 치료를

통해 뇌를 고쳐보려는 시도는 했던 것입니다.  뇌과학이 아주 발달한 이 시대에 맞지 않는 부분은 분명 있지만, 당시의

상황을 고려해 보면 참으로 훌륭한 시도였습니다.

뇌과학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았던 때이기에,  자폐의 원인을 엄마의 임신 중 경기(놀람)현상으로 본다든지 (그래서 치료

초기 아이의 경기를 빼내기 위해 무시무시하게 큰 침으로 손을 찌르는 치료 등)하는 것은 맞지 않지만, 척추를 자극해서

척추와 뇌의 연결점을 통하게 하려는 시도는 결코 나쁘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태균이는 척추침을 오랫동안 맞았습니다.

갑작스런 결정과 결행이었지만 돌이켜 보면 참으로 좋은 계기이자 결과를 주기도 했습니다.

암튼 그 당시에 갑자기 태균이와 나의 진로는 갑자기 바뀌게 되어서, 태균아빠 혼자 미국으로 떠나고, 우리는 당장에 급한

짐만 승용차에 넣을 수 있는 만큼 넣어서  아무도 아는 이없는 대구에서의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친정엄마에 친정여동생에 친정여동생이 키우던 개 2마리에...  친정식구가 동원되고 직장에서나 친정집에서나 리더

역할을 주로 해왔던 사람답게 대구내려가자마자 바로 아파트 구해서 입주하고...  문득 그 때를 회상해 보니 웃음이

납니다.  지금은 황금동에 엄청난 아파트단지로 환골탈퇴했지만, 당시에는 오래된 아파트가 있었는데 바로 거기에

살림도 없이, 오로지 태균이 하나 구제해 보겠다고 이런 엄청난 일도 서슴치 않았던 시절이 있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대구생활 속에서 그 때 대구대학교가 특수교육으로 유명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덕분에 대구대학교 대학원에도

입학해서 그야말로 제가 특수교육을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갖게된 배경이기도 하지요.  대구에서 2년 반 동안 생활을

했으니까요.

제가 그런 경험이 있기에, 현재의 학교를 운영하면서 지방에서 오로지 아이만을 위해 엄마가 이사를 감행하는 것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그렇게 할 수 있음을 마음 속으로 격려하게 됩니다.  학교를 운영하고 부모님들 숙소까지 운영하다보니

지방에서 저처럼 바리바리 짐을 싸들고 오는 부모님들을 매년 만나게 됩니다.  대부분 이런 부모님들은 1년을 기약하고

오게 되는데, 경우에 따라 2~3년을 머물기도 합니다.  지방이 아니더라도 다소 학교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 살고있는

경우 통학거리 때문에 이사를 감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학교체제를 운영하면서 사실 늘 고민을 안고 살게 됩니다.  저는 사실 대구라는 낯선 지역에서 오로지 태균이를 위해

생활터전을 옮겼지만, 태균이만을 위해 살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대구에 살면서 가장 보람된 것은 대구생활 2년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태균이에게 수영수업을 시킨 결과 물집착을 벗어나고 영법을 배웠고 (서울로 올라온 이후 대구

에서와 같은 훈련을 해줄 수 있는 강사와 장소를 결국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수영장에 한이 무척 맺혀있고 언젠가

제가 수영장을 만드리라 결심하게 된 동기), 한의치료 덕분에 그렇게 먹을 것이라고는 돌아보지도 않고 그렇게 먹지않으려고

하던 태균이가 그래도 밥을 먹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나중에 생각해 보니, 한의보다는 수영덕분이 아닐까 생각은

합니다.  대구에서의 친절한 강사 덕분에 매일 개별수영을 했고, 주말에는 저와 함께 무조건 수영장을 갔었습니다. 

한의치료와 수영수업에 매달리느라 당시 대구대학교 안에 있던 덕희학교 다니는 것 외에 다른 것은 하지 않았지만, 낯선

곳에서의 2년 세월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제가 20년 전에 했던 것처럼, 많은

부모님들이 제 주변에 모여있고, 물론 제가 했던 것보다는 훨씬 체계적인 교육환경과 생의학정보를 제공하려고 하려는

저의 의도를 알아주던 그렇지 않던 저는 그저 열심히 하고 있죠.

저는 이제 최고의 특수학교 운영자가 되고 싶고, 우리 아이들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줄 수는 없지만 감정과 행동문제를

훨씬 쉽게 도와주는 생의학 접근에 있어 자격증과 상관없이 최고가 되고 싶습니다.  자폐아를 27년 양육한 부모이기에,

18개월부터 아이를 위해 안 해본 것이 없이 이리저리 해답을 찾아다닌 노력을 해왔기에, 그리고 어떤 치료가 너무나

낭비적인가를 알기에...  그렇기 때문에 이런 노고를 담은 장소를 꼭 만들고 싶은 것이 저의 삶의 목표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아침마다 만나게 되는 많은 부모님들...  그 속에서는 오로지 아이만을 위해 제 주변으로 이사한 부모들도 상당수

있기에...  늘 그들을 만날 때마다 마음 속으로 빌게 됩니다.  내일 아침 일어나고 나면 태균이가 벌떡 일어나 '엄마 잘 잤어요?'

라고 인사하길 바래왔던 것처럼, 우리 꼭 그렇게 해주길 바라게 됩니다. 

사실 자폐의 세계에, '내일'은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이제는 너무 잘 압니다.  그럼에도 태균이가 어릴 때는 기적같은

'내일'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었죠.  그리고 지금 어린 아이를 둔 부모님들 마음도 거의 비슷할꺼라는 것을 압니다.

그래서 때로 제가 상담과정에서 이걸 버리라고 냉혹하게 말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내가 개입하지 않는 '내일'은 결코

없기 때문이라는 것도 결국 잘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는 '내일'이 주어지지 않습니다.  '내일'을 만들어야 하는

혹독한 현실만이 우리 앞에 버티고 있죠...

2017년 초에 제 주변에 왔다가 올 1월 말에 다시 떠나는 부모님들을 보내며...  이제는 이별도 익숙해져서 그냥 아무렇지 않은

듯 떠나보내게 되죠.  그럼에도 떠난 이들에 대한 아쉬움, 마음아픔, 무엇보다 아이에게 해주어야 하는 것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떠나보내야 한다는 안타까움, 1년 이라는 세월이 얼마나 짧은가에 대한 실감 등등... 

지금 돌아보면 낯선 곳에서의 2년반 생활은 그 생활을 주관한 태균이와 나에게 큰 변화를 가져다 준 것은 맞습니다.  어린

아이를 둔 부모보다 훨씬 오래 전에 이런 생활을 했었던 경험이 있기에 그것이 훗날 어떻게 해석될 것인가를 잘 알고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늘 부모들을 보내며 아쉬움에 앞서 꼭 결심하는 것이 있습니다.  제가 바로 동네 입구 느티나무가 되고 싶다

라는 소망입니다...

언제라도 고향을 찾아가면 항상 그 자리에 묵묵히...  분명 더 늙고가고 나무가지는 구부려져 가지만, 때가 되면 푸른 잎을

뒤집어쓰고 그늘을 넓혀가면서, 기둥을 더 공고히 해가며 마을을 지키고 있던 거대한 느티나무처럼...  그 밑에 평상을

깔고 뭔가를 하고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공간을 제공하는, 그런 느티나무...  그러면서 언제라도 그 자리에 있어줄 것같은

느티나무처럼, 언젠가 아이 때문에 지치고 힘들어질 때, 해결책이 나오지 않을 때 함께 부둥켜안고 울어주고 대책을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떠나는 부모들과 아이들을 아무렇지 않은 듯 생각하려고 노력합니다.  會者定離 去者必返, 만나면 반드시 헤어지게

되어있고, 헤어지더라도 만날 사람은 다시 만나게 되어있습니다.  저는 다시 만나야하는 사람으로 남고싶습니다.  그것을

위해 제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일이 얼마나 힘든지...  결코 쉽지 않다는 것도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너무나 빠른 세월 속에서...  먼 훗날 돌아보았을 때, 우리 아이들이 변하게 되는 모티브가 바로 저이고 싶습니다.

그래야만 할 것이라고 매일 생각합니다.  그게 바로 태균이가 주는 인생의 방향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쉽게 헤어진 부모님들에 대해 저는 이렇게 제 마음을 드립니다.

대구살 때...  추억이 떠오릅니다.  주말마다 산으로, 바다로, 유적지로, 우방랜드로...  태균이 데리고 참 많이 돌아다녔습니다.

[Bright]

학교 떠나온지 며칠 안됬는데 벌써 그립네요... 대표님, 선생님들, 엄마들, 아이들 모두... 보고싶어요
마지막날 서운해하시던 대표님 모습이 눈에 선하네요ㅜㅜ
작년한해 좋아지는 재혁이 보면서 참 많이 행복했었어요
감사합니다 종종 놀러갈게요^^

[훈민맘]

부모교육때도
저희 부모들이
헤매이지않게 하나라도 더알려주려 애써주시는점 늘 감사히
느낄수있었고 그래서 더
하나라도 더새겨 들으려노력했어요.
이제조금있으면
집으로 돌아가야하지만
여기와서 얻은것이
너무나 많네요.
좋아진아이의모습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아이를 바라보는태도를바꾸고
함께할미래를 준비를할수있다는점이지
않을까싶어요.

대표님
감사합니다~
학교에서마주치는
태균군보면
어릴적모습이
오버랩될것같아요ㅎ
너무귀여운얼굴이네요♡

[그래]

자폐스펙트럼의 다양한 양상에 대한 해석 그원인. 생의학적인 부분을 꾸준히 최신 의학을 기반으로 많이 알리며 걸어오신 시간들 이미 넘치게 대단하시고 멋지십니다.
그간 많은 사연 모진 일도 사람에 대한 상처도 깊지만 묵묵히 이겨내고 오시고
아직도 따뜻함을 가지신 품성에
깊은 감동을 느낍니다.
이곳에 다니고 있고 아이가 성장함을 보고 있기에 늘 감사드리며
항상 응원하고 저역시 살아가는동안 그리울땐 찾고 사는 한 이가 될 것 입니다.
사진속의 태균군이 참 멋지고 세련되보이네요.
귀티나던 어린애가 이제 20대청년이 되었으니…
그간의 시간속에 얼마나 많은 생각과
감정과 사연이 담겨있을까 상상조차 되지않을 정도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