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아니면 가지를 말라? 적어도 산악오토바이 ATV(All Terrain Vehicle) 마니아 여기범(31)씨에겐 통하지 않는 말이다.
산, 들, 강, 백사장, 계곡 등 못가는 곳이 없는 4륜 오토바이, 바퀴가 닿는 곳이면 웬만한 경사길과 물길을 거뜬히 헤쳐나가는 오프로드의 새로운 강자. ATV는 오프로드용 지프보다 기동성이 뛰어나고, 땅이 질어서 오토바이가 못가는 곳도 간다. 심지어 허리 정도 오르는 물도 건넌다. 베테랑은 가파른 바위산을 오른다. 전지주행차(全地走行車)라는 중국식 이름이 딱 들어맞는다.
여씨와 함께 ATV를 즐기는 산악오토바이 동호회 L&S의 회원 10여명을 금호 화순리조트 옆 ATV체험장에서 만났다.
“부릉 부릉 부릉” 굉음과 함께 질주가 시작된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교차되는 자갈길에 들어서자, 회원들은 즐거운 비명이다. 통나무 다리도, 급커브길도, 물웅덩이도 거칠 것이 없다. 그저 엄지손가락을 밀면 `부릉' 소리와 함께 땅을 박차고 앞으로 내달린다.
물론 통통 튀는 오토바이 덕분에 엉덩이를 붙일 수가 없다. 자연스럽게 기마자세를 취하고, 눈은 도로 상황을 지켜봐야 하기 때문에 제대로 한번 껌벅할 수도 없다. 20여분을 그렇게 돌았을까. 회원들은 온 몸에 땀과 먼지를 뒤집어썼다.
“다리가 확 풀리는데요. 만만하게 봤는데, 운동량이 장난이 아닌 것 같아요” 이날 처음 ATV에 몸을 실은 김성오(26·회사원)씨는 “이런 스릴 넘치는 스포츠는 처음이다”며 입이 딱 벌어졌다.
ATV는 전신운동이다. 오르막엔 몸을 앞쪽으로 숙여 오토바이가 뒤로 넘어가지 않게 해야 하고, 내리막엔 엉덩이를 뒤로 쭉 빼줘야 앞으로 뒤집어 지지 않는다. 오르막, 내리막이 교차하는 험한 지형이라 한시도 앉아 있을 수 없다. 오토바이의 흔들림에 몸을 맡겨야 한다. 때문에 운동하기 싫어도 자연스럽게 반응할 수 밖에 없다고 이정훈(29·회사원)씨는 말한다.
이경실(여·25·회사원)씨는 “여성들도 한번 타게 되면 쉽게 그 마력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다”며 “전신운동이어서 다이어트 효과도 크다”고 말했다.
◇여기서 배운다=전국적으로 40여곳에 체험장 또는 대여점이 있으나, 호남지역에선 유일하게 금호 화순 리조트 옆 공터에 체험장이 있다. 인천 송도·영종도, 대관령, 경주보문단지, 논산, 대명·보광휘닉스·용평·알프스 스키장 등에도 대여소가 있고, 제주도도 ATV의 명소다.
금호리조트 체험장(017-608-0030)의 경우 20분에 1만원이며, 산악지대를 1시간30여분 동안 달리는 투어코스는 3만원정도 든다. 광주패밀리랜드, 첨단단지 등에도 조만간 체험장이 생긴다.
주말을 이용해 1개월만 꾸준히 타면 기본자세와 요령을 배울 수 있다.
보통 배기량 50~700cc의 가격이 300만원~1천500만원대로 비교적 비싼편이다. 범퍼 같은 옵션을 달면 값이 더 올라간다.
속도는 시속 40~60㎞. 처음부터 고가의 장비구입이 부담스러우면 몇차례 빌려 타본 뒤 결정하면 된다. 대략 12세부터 탈 수는 있지만, 청소년은 보호자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게 좋다.
◇이렇게 즐긴다=복장은 간편하고 활동하기 편한 것이면 된다. 비포장 도로를 달리고 땀으로 뒤범벅되기 때문에 땀이 쉽게 마르며 방수가 잘되는 기능성 복장이 좋다. 먼지가 많은 길을 달리는 탓에 눈을 보호해 주는 고글을 챙기면 도움이 된다.
신발은 발목을 보호하는 목이 긴 등산화나 농구화를 신는다.
이 외에 헬멧과 팔꿈치·무릎 보호대 등 간단한 안전장구를 갖추면 좋다.
ATV를 타기전 초보자들은 안전교육과 타는 방법을 배운다. 교육이라고 해봤자, 특별히 까다롭고 어려울 건 없다.
시동 거는 방법과 액셀 움직이는 요령, 브레이크 잡는 법을 배우면 자전거 타듯 금방 즐길 수 있다.
속도는 레버로 조정하고, 기어 변속은 자동이다. 멈추거나 빠르게 속도를 떨어뜨릴 때는 자전거처럼 양손으로 브레이크를 당기면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