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지난 주말 아침..
시댁 식구들이 모여 전주 근처 야영을 하기로 한 날이 였습니다.
아침부터 텐트를 챙기고 밑반찬을 준비하고
아이 옷이며 이것저것을 챙기는데..
아무것도 도와주지 않던
울집 대빵 이씨아즈씨는 티브이를 보다가..
" 아직도 준비 안 끝났냥?...그러게 빨리빨리 준비를 해 놨어야지..
해마다 어떻게 그렇게 정신이 없냐?..."
세상에...ㅠㅜ 자긴 꿈쩍도 않하고 티브이만 보면서
이리저리 뛰어 다니는 내게 이렇게 뭐라는 것입니다...
뭐 도와 주는거 바라지도 않지만..
아니 잔소리나 구박은 하지 말아야죠~
어찌 어찌 그렇게 준비를 마치고 차에 싣고는 야영장으로 출발 하려는데
아니 이씨아즈씨가 저한테 운전을 하라는 것입니다.
웬만하면 차키도 안주는 아즈씨가 갑자기 웬일인지..
그래서 운전석에 앉아서 시동을 걸었더니..
대뜸..
" 근데 너 신발 뭐 신었냐?..높은거 신은거 아니지?..운전하는데?..."
이러면서 제 발쪽을 쳐다보는 겁니다.
전 높지도 낮지도 않은 평범한 굽인 샌들을 신었는데.
울 이씨 아즈씨가 갑자기 제 다리를 조금 들어 올리더니..
제 엄지발톱을 가리키면서 " 이건 뭐냐?.." 그러는 거예요..
전날에 그냥 심심해서 분홍색 매니큐어를 엄지발톱에 발라놓았는데
이쁘기도 해서 여름철엔 괜찬겟다 싶어서 그냥 지우지 않고 있었는데..
" 이게 어때서요?..이쁘기만 한데...요즘은 다 샌들 신으니깐
여자들 이렇게 다 칠하구 다녀요...."
이렇게 당연하듯 말해 주었더니..
" 아니...니가 다른 여자들 하고 같냐궁....발톱에 그거 칠하면...절구통 몸매가 섹쉬해진데?..
이따 큰집 어른들도 다 오실텐데 어른들 앞에서 잘도 이뻐 보이겠다.....어이그~.."
" 이거 안지워 져요...아세톤도 없고....못지워~~이런거 칠하는게 뭐가 나쁜건데?.."
화도 좀 나고 억울해서 조금 큰소리로 대꾸해 줬더니
울 이씨아즈씨 저를 다시 강한눈빛으로 뚫어져라 쳐다보며
" 못지우면 양말이라도 신고 다녓??~!!!!~ 출발햇~!!!~..." 이러는 겁니다.
제가 웬만하면 운전할때 안정감잇는 속도 철저한 신호규칙을 잘 지키는데
그날은 나름대로 난폭한 운전을 하며 야영장으로 도착을 했습니다.
( 폼생폼사,유아독존 조선시대 독불장군 울 이씨아즈씨는 세차중 -_-.....신고할까부닷~~!)
(물놀이는 하고 있는 울 꼬맹이와 조카들..^^)
저위 높게 자리한 다리가 철로인데..
20분마다 기차 지나가는 소리 빼 놓곤...
야영하는데는 너무 좋은 자리였답니다..
사람들도 없고....^^
오후 시간이 되자 전국각지 시댁 식구분들이 모이셨습니다.
7남매에 아들은 셋 딸은 넷 중에서..
울 이씨아즈씨는 그중 제일 막내 늦둥이 였으니 시숙님과 큰 고모님은
거의 저희 부모님 연배와 비슷하시답니다...
(거기에 울 이씨아즈씨와 저도 나이차이가 좀 크게 나는 편.^^;;)
아이들이 물놀이를 즐길동안...
준비해간 옥수수를 삶아 오랫만에 만난 식구끼리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데
울 이씨아즈씨가 고모님들사이에 끼어 앉은걸 보곤...
들으란듯..보란듯....
전 큰시숙님 옆으로 다가가...
" 시숙님~ 뭐줌 여쭈어 봐도 될까요?.."
하며 시숙님께 생글생글 웃어보이며 말씀 드렸더니
" 네 우리 막내 제수씨~뭐가 궁금한시데요?.."
하시는 우리 자상한 큰시숙님.^^ (큰시숙님은 참고로 60대 멋진 신사님.^^)
" 아니 별건 아니구요..아줌마가 발가락 발톱에 매니큐어로 칠하고 다니면 버릇없고
나쁜 행동인가 해서요.....정말 그러면 앞으론 조심하려구요 시숙님.^^.."
" 하하하하~!!! 요즘 젊은사람들 여름엔 다하고 다니던데...너무 빨갛고 요란스럽지 않게
꾸미고 다니면 이쁘지요....우리 제수씨 정도만 하고 다니면 괜찬죠...하하하하~~!!"
WOW~ 역시 우리 멋진 큰시숙님..^^
다시 울 이씨아즈씨를 바라보며 혀를 살짝 내밀어 [메롱~] 하는 표정을 지어주니
어이 없다는 표정으로 울 이씨아즈씨는 눈길을 피하는듯...
그렇게 1박 2일의 야영을 마치고
근처 냉명집에서 점심으로 시원하고 맛잇는 냉명을 먹은후
반가웠던 식구들과 헤어져 각자 집으로 향해 갔습니다.
집으로 가는 도중 뒷좌석에 탔던 아들은 너무 피곤했던지 곤하게 잠에 빠져 있고
운전을 하던 이씨아즈씨가 신호에 걸려 차를 세우곤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는데..
" 아니 왜?..웰케 날 쳐다 봐요?...왜?.아무리 쳐다봐도 각시가 너무 이뻐 보여?.."
했더니..
" 아무래도 전문적인 병원 치료가 필요 한것 같다..넌.... 너는 어떻게 나이를 꺼꾸로 먹냐?
사춘기 철부지도 아니고 그것도 너무 어려워 해야할 시댁 큰어른 앞에서
발가락 내밀면서 웃기나 하고 .......내가 다 창피하고 무안해서 혼났다...이 아줌마야~!!!
집에 가서 당장 그거 지워~~알앗어?....~!!!!!!!!!!!!!!..."
아무래도 이씨아즈씨 단단히 화가 낫나 부다..ㅠㅜ
집에 돌아와 물건 정리를 하고 나서..
아세톤으로 발톱 매니큐어를 말끔히 지웠습니다..
그런데 은근히 부아가 치미는 겁니다..
빨간색도 아니고 연한 핑크빛으로 엄지발톱에 칠한게 그리 큰 죄인가요?...ㅠㅜ
이거 칠했다고 정신병자 소리까지 듣다니..ㅠㅜ
울 이씨아즈씨 성격이야 늘 폼생폼사..유아독존. 조선시대 독불장군...
뭐 이렇듯 고지식한 구시대적 남자란건 알고 살앗지만..
조금은 원망이 되는 겁니다.ㅠㅜ
화도 나고 원망이 된들 어찌 하리오..ㅠㅜ
분만 그렇게 삼키며 조그은 잊혀 질때쯤..
화요일...~!!!
이제 초등학교 5학년인 조카가 군산에서 우리집에 놀러를 온것이지요.
울 꼬맹이와 그날 밖에서 내내 놀다가 집에 들어 왔는데
손에 뭔가 한움큼을 쥔걸 식탁에 올려 놓더니..
" 이모~!! 제가 봉숭아꽃 많이 따왓어요...이따 밤에 봉숭아물 들여 주세요~!!"
이러는 거예요.^^
그래서 약국에 가서 백반가루를 사와 저녁을 먹은후 아이들과
봉숭아를 찧어 손가락에 봉숭아를 올려 놓고 비닐로 동동 묶으면서 물들이고 있을때
웬일로 울 이씨아즈씨가 조금은 과하게 약주를 드셨는지..
얼굴이 빨개져서는 들어오는 겁니다.
그리곤...발만 씻고는
안방에 들어가 바로 코를 골며 잠에 취해버린것이지요.
그때....~!!!!!!!!
제 머릿속에서 번뜩이는 굿 아이디어~!!!!!!!!!!!!!!! 크하하하~~!! ^^;;
아이들과 제가 물들이고 남은 봉숭아를 들고 안방에 몰래 잠입..ㅎㅎ
아이들을 시켜서 울 이씨아즈씨 다리를 고정시킨후..
무지무지 큰 울 이씨아즈씨 엄지발톱에 봉숭아를 올려 놓고 비닐로 칭칭 돌려
묶엇답니다...물론 두발 전부..ㅎㅎㅎ
과한 약주에 뭣모르고 코를 골며 잠에 취한 울 이씨아즈씨..ㅎㅎ
두 발톱엔 봉숭아의 빨간눌이 고이기 시작 했습니다..
이렇게 내일 아침이면....ㅋㅋㅋㅋ~
그런데 내일 아침에 저걸 보고 크게 놀라며 분노한 이씨아즈씰 생각 하면..ㅠㅜ
이런저런 생각에 그날밤 거의 잠을 못자고 새벽에서야 잠이 들었는데.
이른 아침 자명종 소리에 놀라 깨어보니 옆에 이씨아즈씨가 보이지 않았다
거실에 나와 봐도 보이지 않고..
언듯 화장실에서 인기척이 나 벌컥 문을 열고..
" 자기야 여깃어?.." 했더니..
울 이씨 아즈씨~!!!
발을 세면대에 올려 놓고...
철수세미로 빨간물이 든 엄지 발톱을 빡빡 문지르고 있는것이 아닌가?...ㅎㅎ
" 야 ~ !!!!!!!!!!!!!!!!!!!!!!!!!!!!!!!!!!!!!!!!!!!!!! "
순간 이씨아즈씨의 고함소리에 놀라고..
그소리에 아들과 조카가 일어나 밖으로 나오더니..
무슨일인가 우리둘을 빤히 쳐다보고..
" 아 ~!! 정말 당황스러워서 말도 안나오네...대체 내 발톱에 뭐한거야?..~!!!.."
철수세미로 얼마나 문질렀는지
얼굴엔 송글송글 땀이 맺히고 얼굴은 빨갛게 상기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뜻밖에....
아들과 조카가 다가와서는..
" 아빠...우리가 아빠 발톱 이쁘라고 봉숭아 물 들여 준건데요?..우리도 다 했는데?.."
하며 자신의 손을 펼쳐 보여 주는 것입니다.
(아이긍` 우리 대견스런 아들...^^)
당황스러워 그러는지 암튼 철수세미로 문질는것을 중단한 이씨 아즈씨.ㅎㅎ
어느정도 진정이 되자
아침식사를 하면서...
" 이거 뭘로 해야 물이 빠지는데?..."
하며 묻길래...이건 발톱이 자라서 물든 발톱이 밀려 나갈때까지 안된다고 햇더니.
거의 낙담스런 표정을 짖더니..
다시 나를 노려 보며..
" 내가 이거 첫눈올때까지 남겨 뒀다가 첫사랑 찾아 갈테니까 그때가서 울고불고 하지말어라~
응~~~!!~!!....."
큭큭큭....ㅋㅋ~
자기 첫사랑이야 중학교때 음악선생님이셨다면서.ㅎㅎ
이참에 뭐 오랜 은사님 찾아 뵙는것도 괜찬겠네..ㅎㅎ
(너무 이쁘고 빨갛게 물든 울 이씨아즈씨 발톱...ㅋㅋㅋ)
아침 내내 한숨만 푹푹 쉬며
저를 째려 보듯 노려 보더니 그렇게 출근을 했답니다..ㅎㅎ
윗사진은 양발을 신기전
상현이가 아빠한테 조르고 졸라 디카로 어렵사리 찍은 울 아즈씨 발..ㅋㅋ
(어휴~~ 대견스런 울 상현이.^^;;)
그나저나 어쩌나~~ 울 이씨아즈씨~ ㅎㅎㅎ
폼에 살고 폼에 죽는 울 아즈씨가...
빨간 발톱을 남에게 보여 줄린 없고...
샌들도 못신고 다니겠네..ㅎㅎ
사우나는 아주 한동안 다니지도 못하겠궁...ㅋㅋㅋㅋㅋㅋㅋ
더운날 양말 꼬박꼬박 챙겨 신으려면 발가락 땀띠줌 나겟네..ㅋㅋㅋ
아우~~꼬소해~!!!!~
WoW~ 그간 응어리진 부아가 확 뚫린듯 시원..ㅎㅎ~
뭐 저 봉숭아물든 발톱이 다 빠질때까지..
중간중간 구박은 또 당하겟지만..
뭐 그런것 쯤이야..ㅎ~
그러게 이쁜각시 맘 아프게 하면 욜케 배로 당한다는걸 아셔야지용~!!!~
하지만..
아주 쪼꼼 미안한 마음도 들긴 하네요..ㅎㅎㅎㅎㅎㅎㅎㅎ~
근데....
빨간 봉숭아물이 든 남자의 발톱 이쁘지 않습니까?..ㅎㅎㅎ
( 며칠 있다가 저 발톱에 무색 매니큐어도 발라줄 생각..반짝거리게..ㅋㅋㅋㅋ)
첫댓글 에궁.................................부러버라~~~~~~~~~~~~!
가화님 너무 재밌게 읽었습니다.![추천](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9.gif)
가화님도 참~! 짓궂기는...이씨아즈씨의 반응이 고만하길 다행입니다아~..집에서 쫓겨날 줄 알았는디...ㅎㅎㅎ
ㅋㅋㅋ 저도 넘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나저나 보신탕 살뜰하게 끓여 대접하시는 가화님을 넘 구박하셨네요.^^*
너무 귀여우신 이씨아즈씨... 그보다 더 귀여우신 가화님 ^^
사진으로 보는 이씨 아즈씨의 엄지발톱이 너무나도 혹독한 고문 후유증으로 바라보기도 처참할 지경이군요ㅋㅋ.알콩달콩 재밌게 사시는 가화님과 이씨 아즈씨가 보기 넘 좋습니다.그나저나 맑은 물이 흐르고 위에는 철로가 지나 저절로 그늘이 지는 야영장을 보자니 저역시 가족들과 놀러가고 싶네요.
하하하 .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가화님의 생활상이 어쩜 그리 알콩달콩 이쁜가요?...ㅋㅋㅋ...약간은, 제가 하는 행동들과 비슷한 점들도 있어 동지애를 느끼기도 하는데요.^^ 늘 여유있는 웃음이...사랑받는 아내로...행복하시길...~^^*
늘 신선한 소재가 흐믓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