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구는 킬러놀음이라고 하지만 세터도 공격수 못지않게 중요하다. 수비수도 물론 중요하다. 현대족구에서는 세터가 킬러만큼이나 큰 비중을 차지한다. 좋은 성적이 나는 팀에는 훌륭한 세터가 숨어있다. 현재 최강부 팀에서는 발등공격을 주로 하는 강만규 선수나 발재간이 다양한 성낙신 선수 정도를 제외하고는 세터의 능력에 따라 팀 성적이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즘 공격수는 토스만 되면 거의 한 방(득점력)이 있다. 다시 말하면 공격수들의 기량이 과거에 비해 월등히 상향되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대다수 팀들은 세터가 정교하게 올리면 거의 득점과 연결된다. 지금의 세터들은 공을 띄운다기보다 만들어준다는 표현이 맞겠다. 리시브 된 공을 세터가 그냥 올리는 것이 아니라 공격수의 입맛에 맞게 만들어 준다. 작전에 의해 공을 날리거나 세우는 것은 이제 세터의 기본이 되어버렸다.
1. 공을 잘 띄워야 훌륭한 세터의 요건은 당연히 공을 잘 띄우는 것이 첫 번째이다. 편안하게 리시브 된 공을 안정되게 토스하는 것은 세터의 기본조건이다. 좋은 세터는 불편한 리시브를 편안하게 올릴 줄 알아야 한다. 리시브가 짧을 때 정확하게 3바운드로 네트에 붙일 줄 알아야 한다. 이것은 기술보다는 정교함을 요하므로 부단한 연습이 필요한 대목이다. 또한 수비수가 걷은 공이 코트 밖으로 떨어질 때는 당황하지 말고 양 발을 자유자재로 사용하여 최대한 네트선상에 붙일 줄 알아야 한다. 안정된 볼 컨트롤 및 양 발을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경험에 의한 감각이 좋아야 한다. (네트를 등지고도 네트와의 거리를 식별)
세터의 주된 임무는 공을 띄우는 역할이므로 결론적으로 어떠한 상황에서도 공을 잘 올려야 한다.
2. 분석력과 수비력 그리고 각 깊은 공격의 수비 및 연타 수비를 잘해야 하므로 순발력은 필수조건이며, 항상 상대 공격수에 대한 분석과 연구가 필요하고 꾸준한 운동으로 체력이 강해야 한다. 현대족구에서 세터의 분석력 및 수비력은 안정된 토스만큼 기본적인 요건이다.
3. 킬러를 잘 리드해야 세터는 팀에서 킬러를 중재하는 중심이 되어야 한다. 공격수가 흥분되거나 흔들릴 때는 공격수를 안정시킬 줄 알아야 하며 평소 공격수 습관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공격수의 성격 및 심지어 사소한 버릇까지도 꿰뚫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공격수를 리드할 수 있고 팀이 흔들릴 때 분위기를 전환시킬 수 있다. 공격수는 그나마 세터의 말을 가장 잘 듣는다. 대부분의 공격수는 고집이 세고 성격이 있다. 또한 공격수는 그래야만 한다. 그런 공격수를 세터가 잘 다스리는 팀이 빠르게 성장한다. 세터는 자신의 발에서 떠난 공으로 인하여 득점이 날 때, 공격수보다 더한 희열을 느끼므로 승부욕은 포지션 중에 가장 강할 것으로 생각된다.
4. 부단한 개인 연습 세터의 연습량은 공격수와 더불어 팀에서 가장 많아야 한다. 기억에 남는 세터로는 항상 파이팅 넘치는 김해수 선수, 어떠한 공이라도 네트에 붙여주는 신경우 선수 등이며 현재 활동중인 선수로는 파이팅 좋은 팀리더 현대파워텍 민경철 선수, 철벽수비 대우 정경서 선수, 안정된 토스와 파워 공격을 겸비한 태양 장경수 선수 등이 아닌가 싶다.
5. 공격력도 중요 세터가 남보다 앞서가려면 공격을 잘해야 한다. 현대족구에서는 공격수가 연타로 넘길 때도 상대 세터 쪽으로 준다. 세터에게 2구를 주지 않기 위해서이다. 수비수들이 토스 연습을 꾸준히 하는 것도 그것 때문이다. 세터가 안축이든 연타든 기본적인 공격능력만 되면 세터가 1구를 잡더라도 공격수가 토스를 하고 세터가 정확하게 때리면 된다. 세터의 공격으로 인하여 득점이 될 경우 상대방의 데미지는 2배가 될 것이다.
예전 한틀시스템 김근웅 선수가 세터 자리에서 1구를 잡으면 킬러인 정웅종 선수가 띄우고 본인이 직접 공격으로 득점을 내곤 했다. 현재 하이닉스팀도 가끔 강세구 선수가 세터 역할을 하며 김종일 선수와 쌍포 공격을 하곤 한다. 현대족구에서 살아남으려면 세터도 공격연습을 꾸준히 해야 한다.
족구에서 공격, 세터, 수비 어느 하나 쉬운 포지션은 없다. 그 중에서 팀을 리드하고 공격수를 다스려야 하는 세터가 가장 힘든 포지션이 아닌가 싶다. 세터의 어려움을 공격수가 많이 이해해주고, 공격과 세터는 항상 서로를 동반자라고 생각해야만 그 팀은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다. 좋은 세터가 있는 팀의 선수들은 항상 연구하고 고생하는 세터의 고마움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