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um
  • |
  • 카페
  • |
  • 테이블
  • |
  • 메일
  • |
  • 카페앱 설치
 
카페정보
카페 프로필 이미지
고건축 우보만리 한옥에 대하여…
 
 
 
카페 게시글
검색이 허용된 게시물입니다.
우리문화 이야기 스크랩 049_한국의 美 | 다양하게 변하는 공간_한옥미학.05
우보만리 추천 0 조회 111 13.01.03 22:33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100523. 시대를 초월하는 한옥의 아름다움

049_한국의 美 | 다양하게 변하는 공간_한옥미학.05

 

한옥의 공간은 무상하다. ‘상’이란 ‘항상 그렇단’ 뜻이니 무상은 ‘항상 그런 상태가 없다’는, 즉 ‘한 가지로 고정된 상수의 상태가 아니다’라는 뜻이다.

 

 

한옥의 공간은 무상하다. ‘상’이란 ‘항상 그렇단’ 뜻이니 무상은 ‘항상 그런 상태가 없다’는, 즉 ‘한 가지로 고정된 상수의 상태가 아니다’라는 뜻이다. 한옥의 공간은 ‘항변’한다. 한옥이 유교문명의 지배계층을 위한 반가이지만, 항변하는 공간의 특징에는 노장과 불교의 사상이 베어들어 있다. 무상이라는 개념이 이미 노장사상에서 나온 것인데, 이것을 공간에 적용시키면 ‘비움’의 가치가 된다. 무언가 꽉 차 있으면 변하기 힘들고 한 가지로 고정되어 버린다. 무상 공간을 낳은 불교 사상은 ‘불이(不二)’이다. 둘로 나누는 통상적 편 가름을 거부한다. 공간에 적용시키면 안과 밖, 방과 마당, 이쪽과 저쪽이 서로 다른 둘이 아니라 서로 같은 하나라는 뜻이 된다.

 

 

서울 민형기가옥_ 중문과 내외문이 담을 끼고 퇴와 합했다. 몸체의 덩어리를 면과 선이 가르는 형국이다. 건축형식이 다양하니 기하학적 조합이 뛰어나다.

 

 

비움과 불이는 벽의 가변성으로 얻어진다. 한옥은 나무기둥이 구조역할을 담당한다. 벽은 고정되지 않고 사람 마음대로 할 수 있다. 벽마저 딱딱한 고형 상태로 굳히는 서양건축과 달리 한옥에서 벽은 자유롭게 변할 수 있다. 문이 그 비밀이다. 문의 면적을 가급적 늘린다. 벼락치기 문이라는 기발한 형식도 있다. 이 문을 달 경우 뼈대만 앙상하게 남기고 벽을 다 털어버릴 수도 있다. 기둥마저 나무라는 자연재료이기 때문에 이런 투명한 느낌을 돕는다.

 

문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통(通)’의 길을 낸다. 바람 길을 내는 것이 목적이지만 결과적으로 막힘없는 공간을 만들어낸다. 이쪽에 문을 내면 저쪽에서 구멍이 마주 보며 대응하는 것이 보통이다. 들여서 막다른 길로 모는 실례를 범하지 않는다. 들어오면 뒤돌지 않고 나갈 수 있다. ‘통’은 길이니 ‘모’로도 난다. 긴 꼬치 하나에 이것저것 꿴 것처럼 방과 문, 문과 벽, 급기야는 공간과 공간을 일직선에 달고 사선으로 뻗어나가는 축이 있게 마련이다.

 

공간 얼개가 자유롭다. 문이 유난히 많다. 밖을 면한 외벽은 물론이고, 대청이나 안마당을 면한 안쪽도 마찬가지다. 벽을 털어버리기 위한 것이지만, 그 전에 공간 얼개를 가능하면 다양한 상태로 만들기 위함이 먼저다. 문이 열리고 닫히는 조합에 따라 경우의 수는 다양하게 증가한다. 마당까지 합세하면 머리로 헤아릴 범위를 넘어선다. 채를 중심으로 여러 켜의 공간이 앞뒤로 중첩되다가, 다시 마당을 기준으로 이런 채가 중첩된다. 방이 안이고 마당이 밖임을 굳이 구별할 이유가 사라진다. 통하고 돌고 도니 불이이다.

 

 

 

관가정_마당과 대청과 방은 서로를 분별하지 않으니 합심해서 풍경의 콜라주를 만든다. 불이(不二)의 비밀이자 힘이다. 분별해서 걸어 잠그고 돌아앉았다면 나올 수 없는 경지이다.

 

 

윤증 고택_이 집은 3차원인가, 2차원인가 아니면 4차원인가, 벽을 세운 목적은 나누기 위해서일까 통하기 위해서일까, 이 공간은 실내인가 실외인가 저 공간은 방인가 마당인가.

 

 

김동수 고택_미닫이문은 밀고 여닫이문은 열고 벼락치기 문은 들어 올리니 집이 아니라 키메라이다. 서양사람들은 항변의 상태를 키메라라는 가상을 통해서만 가정할 수 있지만 한옥에서는 집이라는 일상공간을 통해 이것을 구체적으로 만들어냈다.

 

 

추사고택_집과 집 사이에 마당이 끼었고 마당과 마당사이에 집이 끼었다. 분별로 따져서는 않 되고 중첩으로 읽어야 한다. 한국의 전통적 조형의식인 중첩의 미학이다. 세세하게 따져보면 벼락치기 문조차 자신의 영역을 한정해서 깔고 앉았다.

 

 

달성 남평 문씨 본리세거지_안에서 밖을 향한 원심적 공간이다. 문을 다 닫으면 반듯한 집, 다 열면 시원한 정자이다. 이런 가변성은 공간의 본성을 중간의 비움으로 본 결과이니 이는 이형(離形)과 거지(去知)의 경지이다. 형태를 떠나고 생각을 멈추었으니, 쓸대없는 형식에 의한 시시비비의 가림을 넘어선 상태이다.

 

 

창덕궁 연경당_이쪽에 문을 내면 저쪽에 구멍이 뚫려 대응하는 법이다. 다시 그 밖으로 건넌 채가 반가운 손님처럼 겹친다. "통"이란 바람같이 원래 목적이지만 공간에 스토리를 만들어주는 역할도 한다.

 

 

운형궁 노락당_중문을 돌아가는 여정에 쉴 거리를 넣었다. 댓돌을 소담하게 오르면 돌확과 굴뚝이 마중 나왔다. 따뜻하긴 한지, 밥은 잘 되고 있는지, 항옥에서는 일상을 공간 스토리로 만드는 묘한 작용이 있다. 

 

 

관가정_'X-Y'축으로 난 "통"의 길에 모로도 길을 하나 더 냈으니 진정한 통의 경지에 이르렀다. 통이란 방향의 사사로움을 좇아서는 안 되는법, 가고 싶은 곳으로 가는 것이 진정한 통이다. 

 

 

향단_은밀하고 에로틱한 공간의 대명사 향단이다. 이 집에만 오면 기분이 묘해지고 없던 정도 샘솟는다. 관음작용의 결정판인데, 그 중간에 공간이 있다. 방향과 스케일, 중첩과 불이, 트임과 조임 등 공간을 구사하는 기법이 절묘하기 그지없다.

 

 

 

 

글·사진 임석재 _ 이화여대 건축학과 교수

동서양을 막론한 건축역사와 이론을 주 전공으로 하며 이를 바탕으로 문명비평도 함께 한다. 현재까지 37권의 저서를 집필했다. 공부로 익힌 건축이론을 설계에 응용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jyimis@empas.com 

 

  

 

100523. 시대를 초월하는 한옥의 아름다움

049_한국의 美 | 다양하게 변하는 공간_한옥미학.05

한옥의 공간은 무상하다. ‘상’이란 ‘항상 그렇단’ 뜻이니 무상은 ‘항상 그런 상태가 없다’는, 즉 ‘한 가지로 고정된 상수의 상태가 아니다’라는 뜻이다. 

옮김_seorabeol_THS

 

 
다음검색
댓글
최신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