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um
  • |
  • 카페
  • |
  • 테이블
  • |
  • 메일
  • |
  • 카페앱 설치
 
카페 프로필 이미지
베사비나 (30세이상 남자들만의 벳남 생활 카페)
 
 
 
카페 게시글
검색이 허용된 게시물입니다.
교민 주재원 생활 야그 스크랩 튀니지 천일야화 -1> 코르동 블루
LoBo 추천 0 조회 752 15.03.19 16:10 댓글 21
게시글 본문내용

 

 

 

 

이번엔 아프리카 대륙 정수리에 박힌 튀니지다.

이 나라는 비자 없이 최대 4주간 체류가 가능해 6 Jan~ 5 Feb 까지 총 31일을 꽉 채워 다녀오려 한다

 

출발 한달 반 전인 11월 17일에 두바이를 경유하는 에미레이트 항공을 부랴부랴 구했는데, 보통 6개월 전에 발권하는 내 습관에선 좀 이례적인 경우다. 그건 이번 여행지가 다급하게 결정됐다는 걸 의미한다. 원래는 인도를 가고 싶었다. 경비와 안전을 위해 동반자를 구하고 루트를 수정하다보니 여행의 자유보다 제약이 점점 늘어나,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그 즈음에 아랍문화에 맛을 들인 터라 튀니지가 선뜻 눈에 띄었다   

 

준비기간이 가뜩이나 부족한데, 도서관을 뒤져봐도 이 나라는 변변한 가이드북 하나 출간된 게 없다.

인터넷에 떠도는 자료들을 나름 정리해 장님이 코끼리를 그려나갔다. 그 사이 머리카락은 점점 길어 깎을 기한을 넘기고...

 

배낭을 대충 꾸린 후 씻으려고 하는데 현주가 거실 커튼까지 쳐 놓고 TV 영화 ' 변호인 ' 을 보고 있다. 나도 그 꼬임에 빠져 옆에 주저 않았다.

영화가 다 끝나고 나서야 은재 약속시간이 생각나 영화의 감동을 간직한 채 허겁지겁 머리를 감았다,

경재는 아빠 해외에서 전화 편하게 하라고 카톡으로 엡을 알려 왔다

 

 

 

배낭에 너무 단출하다 해서 속옷까지 좀 더 챙겨 넣었는데 ' 엄마 하루 여행가방보다 더 작다 ' 고 짱이가 놀린다

 

 

 

다행히 제 시간에 약속장소에 도착

 

 

은재는 손 시려운데도 엄마 아빠를 위해 카페라떼랑 딸바 (딸기  바나나 스무디)를, 짱이 준다고 초코과자를 챙겨 나왔다, 

 

 

환송회 하러 영통 단골집으로 !

 

 

 

어제 공기돌 게임에서 은재가 밥 사고 내가 후식 내기로 했는데, 카페라떼 한잔에 홀딱 넘어가 내가 계산하고, 후식은 식당근처 편의점 가서 껌과 빵으로 떼웠다. 가족과 즐겁게 저녁 시간을 보내고 나니 갑자기 혼자 떠나는게 싫어졌다.

 

공항버스를 타러 호텔캐슬로 가려다가 가족들 집에 가기 편하게 하려고 영통정류장으로 갔다.

20분 후 출발 한다는 버스 문은 잠겨 있고 어디 따뜻하게 몸 둘 공간 한평 없다. 1월 찬 밤바람이 봄잠바를 숭숭 통과했다. 가족들 걱정하는게 싫어 얼른 가라고 재촉을 하며, 포옹 대신 일일이 악수를 할 정도로 너무 추워 얼이 나갔다,

 

현주 가는거 확인하고 뒷건물 화장실 갔다가 복도에 피신해 있는데 기사가 버스문을 여는게 보였다,

차 안에 들어와 있어도 몸통까지 떨려서 얼른 손수건으로 목 둘레를 감쌌다 

 

서수원터미널을 들렸어도 큰 리무진 버스에 승객은 네댓명밖에 안됐다.

찬 바람에 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 하나 없고, 퇴근시간에 차는 막히고, 밖은 벌써 어두컴컴하고... 낯선 외로움이 진하게 느껴졌다.

 

고속도로에 접어들며 깜빡 잠이 들었나보다. 깨보니 검은 바다 위 인천대교다,

지루한 비행 내내 자려고 억지로 잠을 쫓았다 

 

 

8시.

발권하고 있는 카운터 여직원에게 " 빈자리 좀 있어요 ? " 물으니 방학이고 해서 오늘 만석이라고 한다

콧등에 주름 한번 쥐어주고 서 있는데 잠시 후 여직원이 표를 내주며

"  오늘 오버부킹 되서 직권으로 비즈니스석으로 승급해 드렸습니다 " 하는 거다,

"  우와~ 생각지도 못한 이런 좋은 좌석을 줘서 고맙습니다 "

신나서 벤치에 와 카톡으로 가족에게 자랑을 했다.

' 126만원 내고 500만원이 넘는 비즈니스 클래스를 !! 튀니지 여행경비 이상의 이득을 봤다고 ... '

그런데 현주는 벌써 이별의 슬픔에 빠져 있었다,  

 

살까말까 고민하며 면세점의 담배코너를 지나, 모노레일을 타고, 122번 게이트를 찾아 근처 푸드코트에 자리를 잡았다

현주의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이번엔  더워서 옷깃과 손수건이 땀에 젖었다

 

9시

늦은 밤이라 사람들이 별로 없다

 

은재가 가방에 넣어준 초코과자를 까 먹으며 텅빈 노트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무슨 이야기로 가득 채워질까 ? 

 

고개를 들어보니, 더 썰렁해질 줄 알았던 공간들이 밤 비행기를 타려는 승객들로 꽉 찼다,

아버지가 안부 전화를 하셨다, 현주는 안정이 됐는지 " 비즈니스석으로 출발이 좋네 " 하며 축하해 준다

머리위 스피커에선 신나는 한국움악이 계속 나오고, 우리 비행기 승무원들이 지나가는게 보여도 느긋하게 푸드코트에 앉아 여유를 즐겼다

편한 좌석이 정해졌다는 생각에 없던 공항의 낭만이 철철 넘친다.

 

AirBus A-380 기종은 비즈니스석이 퍼스트석과 함께 비행기 윗층에 있어서 브릿지의 별도 통로로 이동했다. 

비즈니스 구역으로 들어가자 널적한 좌석들이 선미 끝까지 셀수 없이 설치되어 있었다. 평소에 비즈니스 클래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았구나 하는 생각에 좀 놀랐다. 

 

들어가 누울 수 있을 정도로 큰 선반은 하나씩 전용으로 쓸 수 있었다., 올릴 짐이 없는게 아쉬울 정도였다.

아까 게이트 앞에서 스튜어디스에게 거만하게 여권을 내밀던 중년 부부는 하필 바로 뒷자리다. 첨 타보는 티내며 아줌마가 촌시럽게 기념사진을 찍고 있고 난 옆 백인 아가씨의 눈치를 슬금슬금 봐가며 휘둥그래진 눈으로 카메라 셔터를 마구마구 눌러댔다,

 

쪽 뻗어도 끝이 안 닿는 발판. 내 다리가 이렇게 짧았나 싶다.

 

선반엔 개인 음료수들이 종류별로 가득 채워져 있고

 

이코노미 두배 되는 넓은 하이그로시 테이불에 와인이 서빙되었다,

 

 

베개만한 가방을 하나씩 나눠준다,

 

세면도구와 빗과 티슈 등등

영국 브랜드 면도도구들을 보니 한달간 수염을 길르려는 결심이 살짝 흔들린다.

 

그 안에 들어있던 불가리 로션이 조금 새 있어서 새걸로 바꿔 달라고 했다,

 

가장 맘에 들었던 건 좌석이다,

거의 침대수준으로 눕힐 수도 있고 안마 기능까지 있었다

 

 

이어서 쥬스의 견과류가 한 웅큼 서빙되었다. 

조현아는 봉지째 줬다고 성질냈다는데 여기선 다 까서 나왔다.  

 

테이블에 하얀 식탁보를 깔아 주었다, 아래 사진은 건너편 자리 모습

 

스튜어디스가 승객명단을 보고 이름을 부르며 메뉴 주문을 받는다.

자정을 한참 넘긴 오밤중에 저녁식사가 시작되었다 

 

전채요리

 

메인요리로 나온 코르동 블루 (Cordon Bleu)

코르동 블루가 프랑스의 유명한 요리학교인 줄만 알았는데, 햄이나 고기를 빵속에 넣고 구운 요리 이름이기도 했다

 

후식은 커피와 고다이버 초콜릿

성대한 저녁 만찬은 새벽 3시를 넘겨서야 끝났다.

 

이게 끝이 아니였다.

편하게 주무시라고, 스튜어디스 두명이 와서 시트에 딱 맞춘 긴 순면 담요를 깔아주었다. 

 

잠 자기도 아까워 최신 영화 채널을 돌리다 ' 꾸뻬씨의 행복여행 ' (원제 Hector and the search for Happiness) 을 발견했다,

지난번 현주랑 보려고 했던 거라 잘됐다 싶어 얼른 헤드폰을 끼었다

1시간 넘게 시청 후, 소감은... 쓰레기 !

영화관 가서 안 보길 다행이다. 도식적이고 인종차별주의적인 영화였다.

 

' 말타면 종 부리고 싶다 ' 더니 갑자기 옷을 훌렁훌렁 벗고 자고 싶어졌다.

좋은 것에 금방 적응되서 더 편한 걸 찾고 있는 이 간사한 인간같으니 ! 

 

살짝 잠이 들었다가 깼다, 

소화도 시킬겸 화장실 가려고 신발을 신고 발을 내딛는데 스튜어디스가 내 발을 밟았다, 잠시 후 통로를 걸어가는 데 그 스튜어디스가 놀라서 나를 뒤쫓아와  " 아까 발 밟혀서 그러시냐 ' 고 걱정을 했다

 

비즈니스석 맨 뒤에 Bar 가 있다

 

 

한잔 드릴까요 ?

배도 부르고 술은 안 땡겨 거절했다 

 

 

 

 

 

아까 내 발을 밟았던 이가 치마 만지고 있는 여자다

 

비행기 속도만큼 비즈니스석의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

벌써 아침 식사시간.

 

모듬치즈와 고기를 선택했다가 거의 남겼다,

옆 자리에 오믈렛소시지가 더 맛있어 보인다.

 

뭔 복인지, 여행경비를 훨씬 초과하는 비싼 Business Class를 꽁짜로 경험했다. 첫날에 이미 여행을 성공적으로 마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보답 차원에서, 튀니지에서는 야박하게 굴지 말고 베풀고 다녀야 겠다 

 

 

 

아쉽지만 다음에 다시 모실수 있길 바란다는 기장의 방송 맨트를 들으며 선반에 남은 음료수와 땅콩과 초콜릿과 기내지를 배낭에 쑤셔 넣었다,

약 10시간의 비행이 끝나고 비행기가 지상으로 사쁜히 내려 앉았다.

 

아침 식사를 했는데도 두바이는 아직도 한밤중이다

 

 

 

 

 
다음검색
댓글
  • 15.03.19 16:22

    첫댓글 원장님 오랫만이네요...덕분에 이전 직장을 사진으로도 보고...영통,호텔 캐슬 이란 단어에 동질감을 느낍니다. 새로온 여행 출발부터 깔끔하게.... 다음 글 기대할께요.. 늘 건강하세요^^

  • 작성자 15.03.19 17:06

    Bayaba 님 보고싶어 여행기 들고 다시 찾아왔어요 ㅋㅋ
    잘 지내시죠 ?

  • 15.03.19 17:22

    네 잘있습니다 원장님. 한국에 가면 연락드릴테데 아직 가지를 못했네요.. 들어가면 연락드릴께요.

  • 15.03.19 17:52

    와,.그 님이 오셨다@@@
    한 동안 행복에 젖어 세계 여행을...
    사랑합니데...

  • 작성자 15.03.19 18:05

    언제나 청춘님 ! 반갑습니다.

  • 15.03.19 18:10

    저는 로보님의 팬입니다. 아시죠? ^^

  • 작성자 15.03.19 19:02

    당연히 잘 알죠, 하노이가이드님 또 만나서 너무 좋습니다

  • 15.03.19 20:20

    여행기 또 기대됩니다..

  • 15.03.19 21:52

    수원이시네요 --ㅎㅎㅎ 방가
    글을 참 맛나게 쓰시네요.. 2편 기대----ㅎㅎ

  • 15.03.19 22:33

    행복한 튀니지 여행되시길 바랍니다...여행 후기 기대하겠습니다...^^

  • 15.03.20 00:14

    글이 참 맛있다는것을 느낍니다. 너무 늦은 시간이 이렇게 맛있는 글을 먹으면(?) 살이 찔것 같은데...그래도 일단 맛있게 먹었습니다.

  • 작성자 15.03.20 07:33

    아직 코스가 많이 남아있는데 첫술부터 살 찔거 걱정하시면 아니아니 되옵니다.

  • 15.03.20 04:19

    호...비즈니스석으로 승급을 받으셨군요. 왜 저한테는 그런 행운이 한 번도 안오죠??? ㅠ.ㅠ

  • 15.03.20 09:31

    오랫만에 보는 LoBo 님.반갑고 여행기 기대합니다. 튀지니를 혼자 여행하다니 용기가 대단하네요.
    지난 설날전날. 수원거쳐 신갈갔는데 독감에 걸려있어 전화않고 그냥갔어요.좋은 여행되세요!!!

  • 작성자 15.03.20 09:36

    항상 강철같이 건강하신 달랏님이 독감에 걸리시다니요. 객지에서 영양가 있는 식사 잘 챙겨 드세요

  • 15.03.20 11:19

    오랜만에 뵈니 반갑습니다. 앞으로 펼쳐질 많은 여행후기 많이 기대합니다

  • 작성자 15.03.20 19:47

    Good to see you again ! 버디 그리고 파 님 ㅋㅋ

  • 15.03.20 16:36

    잘 봤습니다.. 여정내내 건강한 시간되시길 바랍니다...^^~♡

  • 15.03.20 17:27

    또다른 여행기네요. 기대가 많이 됩니다.
    좋은 여행하고 오십시오.

  • 15.03.26 00:49

    감사합니다~

  • 15.03.27 18:50

    잘 읽고 있습니다.~

최신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