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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딸은 전혀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여인이었다. 자신을 향해 다
가오는 샹딸의 모습을 지켜보는 마르크의 얼굴에는 함빡 웃음꽃이
번졌다. 그녀는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그녀는 엷은 샴페인 빛의
슈에드를 걸쳤고, 모자는 넓은 스라소니 모피 칼라와 썩 잘 어울
렸다. 그녀의 적갈색 머리카락이 모자 밑에서 출렁이며 그에게 고
갯짓 했으며, 그에게로 달려오는 그녀의 눈동자는 춤을 추는 것
같았다. 그녀는 습관적으로 그에게 키스하려다가 뭔가를 생각해
낸 듯 멈칫하더니 키스를 하지 않았다. 그들은 나란히 걸었다. 휘
파람을 불며, 웃으면서 이야기하면서. 그들은 키스하고 서로의 옷
을 급히 벗겨나갈 것이다. 그들이 함께 있을 때 행복을 느낀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그녀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이고
특별한 여자인 것을 그는 거의 잊고 있었다. 전화로만 통화하며
지낼 때는 격식 없는 무분별함이 그녀의 큰 매력임을 거의 잊고
있었다. 그는 그들이 빌린 리무진에 올라 탈 때에야 겨우 그녀로
부터 손을 떼었다. 결국 그 안에서 다시 그의 손은 그녀의 몸과
얼굴을 어루만졌고 그녀를 꼭 안으면서 그녀의 입을 자신의 입 안
으로 빨아들였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당신은 나를 황홀하게 하는군.] 마르크는
숨을 헐떡이며 샹딸을 안고 있었다. 샹딸이 미소지었다. 이제 다
시 그녀가 우세한 위치에 있게 되었다. 그녀의 위력이 그를 미소
로 휘어감고 있었다.
[바보같은 사람! 일 년 동안이나 나를 멀리 하다니요.]
[아니야 나는....... 도저히 일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었어.]
그녀는 눈을 흘기며 한숨을 쉬었다. [우리는 이렇게 함께 있잖
아. 지나간 일은 잊어버리자구.] 한순간 그는 그녀가 얼마 동안
머물 예정인지 궁금했다. 그러나 묻지 않았다. 그는 결코 그녀에
게 말을 걸고 싶지 않았다. 그냥 그녀를 안고서 남은 생애 동안
사랑하고 싶었다.
차가 헌팅톤호텔 밖에 멈춰섰다. 마르크가 그녀를 도와 차에서
내리도록 해줬다. 그가 이미 호텔을 10일 동안 머물 수 있도록 예
약해 두었다. 그들은 그녀의 방으로 들어가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일이 없었다. 그는 사무실에 연락하여 하루종일 밖에 있을 것
이라고 말해두었다.
[마르크?] 디나가 어둠 속에서 졸면서 미소지었다. 새벽 2시가
지난 시각이었다. 그녀는 두 시간 동안 잠을 잔 것이다.
[아니, 군주야. 누군줄 알았지?]
[당신 왜 이렇게 늦었어요.] 그는 전화도 걸어주지 않았었다.
하지만 디나는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다른 고장에서 고객이 왔거든. 우리는 하루종일 비밀 회의를
했지.]
[매우 따분했겠군요.] 그녀는 어둠 속에서 미소지으며 침대 주
위를 둘러보았다.
[기분은 어때.] 그가 옷을 벗으면서 아내에게 등을 보였다. 이
제 그녀가 있는 집으로 온 것이 이상했다. 그는 그날 밤 거의 밖
에 있었는데 그것을 위해 무대를 준비해야 했다. 그는 주말을 낀
며칠 동안을 샹딸의 곁에 있어주기로 약속해 놓았던 것이다.
[졸려요, 고마워요.]
[좋아. 나도 졸립군.] 그는 침대로 미끄러져 들어가 그녀의 뺨
을 만지며 머리 위의 어딘가에 키스를 했다. [잘 자요.] 이것은
샹딸을 떠날 때 한 말이다. 하지만 샹딸에게는 [내 사랑]이라고
덧붙였었다.
[나는 상관하지 마세요.] 샹딸이 말했다. [나는 떠나지 않겠어
요. 만일 당신이 지불해 주지 않는다면 내가 호텔 비용을 치르든
지 아파트를 찾겠어요. 내 비자를 보면 6개월간 머물 수 있던데
요?]
[그건 말도 안돼!] 마르크가 방 건너쪽에서 그녀를 노려봤다.
그들은 한 시간 동안이나 다투고 있었다. 그리고 샹딸의 가냘픈
턱이 성급하게 화를 내며 삐죽댔다. [당신에게 말했잖아. 2주 후
에 파리로 돌아간다구.]
[얼마 동안요? 5일, 1주, 그 다음은요? 다시 두 달간 당신을 못
본다구요. 안돼요, 안돼, 안된단 말예요! 계속 함께 있든가 아예
끝장을 내든가 해야 돼요! 당신이 택하세요. 내가 여기에 머물까
요, 아니면 여기서 꺼져버릴가요.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란 말예
욧!]
우아한 실내장식과 어울리지 않는 앙칼진 목소리였다. [내쪽에
서는 이런 게임을 더이상 못하겠어요. 더이상 안돼요! 내가 오기
전에 말했죠. 당신이 왜 그녀와 결혼한 상태로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이젠 변명거리였던 필라도 없어요. 하지만 난 상관 없어
요. 영원히 당신없이는 살아갈 수 없으니까. 절대로 안돼요. 아
니, 기다리겠어요. 아니면.......]
샹딸은 섬짓한 표정으로 그를 쏘아보았다. [...... 영원히 이
세상에서 떠나버릴 거예요.]
[당신의 비자 기간인 6개월 후는 어때? 그때까지는 당신을 이곳
에 머무르게 할 수 있을 거야.] 그는 마음을 졸이며 그녀의 대답
을 기다리고 있었다....... 6개월이라. 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
때는 샹딸이 집으로 갈 것이고 몇 주 후에 그가 뒤따라 갈 수 있
을 것이다. 그런 다음 디나와 아기는 프랑소아 1번가에 있는 어머
님께 맡기고. 그렇게 되면 그는 거기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게
될지도 모른다. 그는 미국으로 왕래할 것이지만 가정의 터전은 파
리가 될 것이다.
[저 말이야, 샹딸!] 그가 말을 꺼냈다. [일은 잘 풀려나갈 거
야. 내년에는 생활 근거지를 파리로 옮길 생각이라구, 어때? 여기
에 사무실을 계속 두고, 여행은 이곳에서 파리로 가는 것이 아니
라 그 반대로 하는 거야. 파리에서 살겠단 말이야.]
[당신의 아내와?] 그녀가 의심스럽게 노려보았다. 그가 무슨 생
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차릴 수가 없었다.
[그런건 아니야, 샹딸. 절대로 그렇지 않아. 내년에는 많은 변
화를 계획하고 있어.] 그가 희미하게 미소를 띄우며 그녀를 바라
보았다.
그러자 그녀의 눈에서는 뭔가가 빛났다. [파리로 가겠다구요?
왜죠.] 그녀는 <나를 위해서?> 라고 묻고 싶었지만 그럴 용기가
전혀 없었다.
[여러가지 이유때문에 돌아가려는 거야. 하지만 최소한 그 이유
중에 당신이 끼지는 않아.]
[정말이에요.] 그녀는 기분이 풀린 것 같았다.
[그래.]
[그러면 그 동안에는요?]
[당신을 여기에 머무르게 하는 거야.] 그는 반쯤 웃어보였다.
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녀는 방을 가로질러 달려가 그의 품
에 안겼다.
[정말이에요?]
[그래, 요 깍쟁이 아가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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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國外명작
[다니엘 스틸] 여름의 끝 29
⊙햇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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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3.20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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