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으로만 무성한 휴학 2인조 vaco와 dj가 오늘 임시 대구역에서 맞짱을 떴씀미다. 우리는 계획(군대가기 전에 대구 홈구장에서 삼성의 경기를 보고 싶다->국민학교 때 워낙 많이 가서 추억이 새록새록했쑴)을 마스터하기 위하여 대구시민운동장으로 향했죠...
야구장 앞에서 어떤 젊은 여성이 뭔가의 녹음 장비를 들고 우리 쪽으로 다가왔쑴다.
-야구 보러 가시는 거에요?
-에.
-삼성에 누구 좋아하세요?
-(바코)강동우요...
-(디제이)임창용 좋아하는데여...
-이승엽 선수를 좋아해야 하는데...
나는 기회가 찬스다라는 말이 순간 떠오르며 드디어 브라운관에 나설 절호의 찬스라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그 여성은 자기가 교통방송에서 나왔다고 하는군요. 우리는 이승엽 선수를 응원하는 멘트를 함 때리고(우리의 적극적인 협조에 리포터는 상당히 만족하는 눈치 였습니다.) 신청곡으로 김현철의 춘천 가는 기차를 띄웠습니다. ->금요일 3시 30분, 교통방송 103.9Mz로 방송
그렇게 순진순진했던 가슴을 진정시키고 야구장을 들어서려는데 갑자기 뒷통수가 후끈해지며 몸이 전율함과 동시에 이렇게 외쳤습니다.
-틀이다, 틀!
경기장 전광판에 <시범경기 무료>라고 씌어있었기 때문이었씀다. 경기를 보면서 올해 삼성이 우승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우린 5회까지만 보고, 경기장을 나와서 대구외국어고등학교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바로 깨강정, 송준석 선생님을 만나기 위해서 였습니다. 역시 변한건 없고 귀여우신건 그대로 였습니다. 대구외고가 상당히 깔끔하고 이뻐 보였습니다. 기숙사 방에는 베란다가 있는게 꼭 괜찮은 콘도 같이 보였지만 그래도 분위기와 시설 면에서 대경북외고가 한수 위라는 걸 개인적으로 확신했습니다. 남아도는 건 돈이라는 송선생님을 위해 별미별곡을 사들고 저녁을 얻어먹겠다는 생각이었는데 그날따라 바쁘다는 말에 디제이는 실망하는 빛이 역력했습니다. 한가지 놀라웠던 것은 송준석 선생님께서 옆에 있던 선생님에게
-환경부장 선생님!
이라고 부른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올해 그분은 3학년 담임을 맡으시고 환경부장선생님은 하지 않으신 겁니다.
내려오는 길에 어느 선생님이
-누고?
라고 물어 아직 고딩으로 보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오근이와 계단을 성큼성큼 내려올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