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쟁이 미식가를 위한 한국음식 안내서를 우연히 읽었다. 생일에 미역국을 먹는 문화는 한국만의 것이다. 고려시대 고래가 산후에 미역을 먹는 것을 보고 먹게 되었다는데 우선 구하기 쉽고 말려서 보관도 용이했으며 비타민 K가 많아 지혈작용이 잘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국음식중 맵거나 짜지않은 거의 유일한 순한 음식인데 산모에게는 최적인 셈이다. 그리고 국을 끓여 산모뿐 아니라 가족이 모두 먹는 것도 시간절감을 위해 좋았다고 생각한다.
미역은 일년생으로 봄에 유주자를 발생시키고 여름에 죽는다. 유주자는 여름을 나고 가을에 암수로 분리된후 수정되고 10월경 바위에 착상하여 겨울내 자란다. 이때 미역이 붙을 만한 바위를 씻는 사람이 그 바위에서 자라는 미역의 주인이 된다. 초겨울의 거친 바다에서 미끄러운 바위에 올라 청소하는 일은 쉽지않다. 미역은 봄에 채취하며 어쩌면 그 과정이 출산과 유사하기도 하다. 7 박테리아는 40억년전헤 출현해서 지구 모든 곳에 있고 인간의 피부와 대장에도 서식한다. 그리고 영양물질이 고갈되거나 끓는 물과 같은 고열이나 사막과 같이 건조한 곳에서는 내생포자를 형성한다.
내생포자는 세포내의 염색체가 복제되면서 단단한 벽으로 둘러싸여 형성되며 수분은 거의 제거되고 물질대사도 중단되므로 일반적으로 생존이 불가능한 영하15도이하와 영상100도이상, 방사선, 47%의 염도, 페하3이하의 산성과 13이상의 알카리성, 진공상태의 우주, 지하3키로이상, 1200기압이상의 고압상태에서도 수백년간 휴면상태로 살아남을 수있다. 이를 제거하기위해 실험실에서는 고압으로 121도까지 온도를 올리는 고압멸균기를 사용한다. 환경이 좋아지면 다시 물을 흡수하여 물질대사를 시작하는데 대체로 7%이상의 수분이 필요하다. 다시 말하면 수분함량을 7%미만으로 줄이면 거의 영구적인 부패방지가 가능하여 이를 활용한 것이 미라다. 10
민어는 죽으면 빨리 상한다. 무더운 여름에는 두시간이면 냄새를 풍기기 시작한다. 그래서 피를 빼고 내장과 아가미를 제거한후 바닷물로 씻어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말려서 썩는 것을 방지한다. 이렇게 하면 숙성이 되서 더 맛있는 상태가 된다. 3일에서 7일정도 숙성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한다. 14 대구도 물이 많아 회로 먹으면 별로지만 3-7일정도 반건조하면서 숙성시키면 맛이 좋아진다. 단백질이 분해되어 아미노산이 생성되기 때문이다. 홍어는 전세계적인 음식이지만 한국에서만 삭혀먹는다.
동물은 요소를 배출하는데 대부분 오줌을 통하지만 홍어는 피부에 땀과 같은 형태로 배출한다. 배출된 암모니아는 발효되면 유독성이 사라지는데 원래 강한 암모니아 냄새가 발효되어 독특한 풍미를 가져서 호불호가 뚜렷한 음식이 된다. 15 지금과 같이 굶주리지 않게 된 것은 40년에 불과하다. 지배계급을 제외하면 항상 배가 고팟고 가축을 키웠지만 소는 풀을 먹으므로 부담이 적었지만 농사에 활용해서 먹을 수없었고 돼지와 닭은 사람도 먹이가 부족한 판이라 키우기 쉽지않았다. 그래도 바다에서 잡은 생선이 있어 단백질을 섭취할 수있었다. 17
한국에서 개고기를 먹었던 것은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섬에서는 더욱 그랬다. 무녀도나 백령도와 같은 섬에는 논밭이 적다. 그래서 소, 돼지, 닭을 키우고 싶어도 불가능했다. 대신 집집마다 개를 키웠다. 먹이를 주지않아도 섬의 여기저기를 다니며 특히 해안에서 먹을 만한 해산물 등으로 혼자 컸기 때문이다. 그래서 섬 사람이 고기라고 하는 것은 개고기를 뜻했다. 이는 내가 살고 있는 뉴펀들랜드에서 생선하면 대구를 의미하는 것과 유사하다. 25
보리굴비는 바다바람에 말려서 통보리 항아리속에 숙성시킨 굴비를 말한다. 쌀뜨물에 담가 30-60분정도 담가 마른 살에 물기가 오르면 꼬리쪽에서 머리쪽으로 칼등을 활용해 긁어 비늘을 벗겨주고 찬물로 씻어 강불로 15분내외를 쪄서 먹는 별미다. 26 먹을 것이 없어서 행복했던 날들이라는 시를 소개하는 저자는 배고프던 시절 보리개떡을 아껴먹던 추억을 들려준다. 그 추억으로 지금은 먹거리가 풍부해서 까다라워진 입맛을 맞추지는 못할지라도 보리개떡을 팔면 항상 산다고 한다. 28
도토리는 흉년에 아사를 면하게 해주는 중요한 식품이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일본과 한국만 식량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아 극동지역이 먹고 살기 어려웠다는 것을 반증한다. 먹을 것이 없으면 도토리를 주워서 껍질을 까고 물에 담가 떫은 맛을 우려낸후 도토리밥을 지었다. 도토리묵은 그것에 비하면 갈아 비지를 빼고 전분만을 내려 쑤므로 시간이나 양적인 면에서 훨씬 고급의 음식이 된다. 한국의 국립공원법은 도토리줍는 것을 금한다. 그리고 국립공원이 아니더라도 눈총을 주곤 하는데 동물들에게도 먹이를 주자는 취지인듯하다. 32
나름 먹는 이유보다 먹지않는 이유를 찾는 것이 더 합리적인 접근이라는 저자의 주장에 공감하고 그가 궁금해서 검색해보았다. 진보적인 작가로 백종원저격수라는 평이다. 그리 좋은 평은 아니다. 하지만 세중의 평은 평이고 나의 느낌은 느낌이다. 어쩌면 나처럼 기억력이 나빠서 기존에 썼던 글과는 다른 주장을 하는지도 모르는데 그렇다면 비난해야하는 것이 아니고 동정해야 한다. 37 소금, 된장, 간장, 식초 등을 사용한 절임은 들어보았지만 쌀겨는 처음이라 찾아보니 다른 것과 같이 사용하는 것이다. 38
달걀이 희소했던 것은 미국 서부개척시대에도 동일했다. 캐나다도 1950년즈음까지 충분한 음식이 없었으니 한국이 1960년까지 춘궁기가 있었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즉 1970년 이후에 한국에 태어난 사람은 적어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배고픔에 시달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삶은 달걀에 대한 기차여행에서의 추억은 1960년대 출생한 저자에게는 또한 배고플 때의 행복으로 남아있을 수있다. 인생은 묘하다. 부족해서 괴로웠던 것이 행복으로 기억되기도 하니 그렇다. 76
두부는 콩을 불려 갈아 끓이고, 비지를 뺀 콩물에 바닷물을 농축한 응고제를 사용하여 굳혀 만든다. 초당두부가 유명한데 강릉인근의 바닷물에 마그네슘과 칼슘이 풍부하여 농축하지 않고 바닷물을 그대로 응고제로 쓴다. 통상 강이 바다로 합류되는 곳은 염도가 낮아지므로 서해안이나 남해안보다 동해안이 칼슘농도가 높아 두부를 만들기 쉽다.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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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오래되었고 앞으로도 계속 먹을 음식들
제1장. 그 흔하였던 바다것들 - 미역국에 탄생의 고통을 담아내다; 미역이나 사람이나 - 문에 걸린 북어는 왜 두 마리인가; 명태의 별칭이 이리 많은 이유 | 일본인은 알, 조선인은 살
- 등이 굽어 굴비; 그 많았던 조기 | 조기가 사라지자 굴비가 떴다 - 눈을 꿰어서 말리지 않는 과메기; 낯선 이름, 청어신흠 | 청어가 사라지자 꽁치가 보였다
- 조선시대에는 자연 숙성 생선회를 먹었다; 경북 내륙 지방의 민어회 | 대구도 말려서 회로 쳤다 | 홍어도 자연 숙성 생선회이다 |푹삭힌홍어가남도음식의상징으로 자리 잡기까지 | 물론 싱싱한 생선회도 먹었다 |
비슷하나다른 한국과 일본의 입맛
- 참으로 다양하여 헷갈리는 바닷것들; 소설 《남한산성》의 밴댕이는 어류분류학상 반지이다 | 밴댕이소갈딱지 덕에 밴댕이회가 맛있다 | 사라진 뱅어 자리를 대신하는 실치 | 우럭은 말려야 맛이 난다 |
도다리가 맛없을 때 도다리쑥국을 먹는다 | 도루묵은 왜 도루묵이 되었나 | 성게 생식소 명칭에 대한 고찰 | 어리어리하여 어리굴젓인 것은 아니다
제2장 귀하였던 뭍것들 - 왜 개고기를 먹지 않나요 - 먹을 것 없던 날의 보리; 아껴아껴 먹었던 보리개떡 | 보리밥을 맛있게 먹는 법이 따로 있다
- 남미에서 온 옥수수의 변신; 올챙이도 아니고 국수도 아니고 - 우리는 도토리도 먹는다
- 나무의 순도 먹는다; 울타리 가시나무의 순 | 시집가면 참죽나무부터 심는다 - 흙도 먹었다; 흙떡에 대한 ‘아픈 추억 - 저절로 자라고 늙는 호박
- 겨우살이의 김장; 다양하기로는 장아찌 | 배추김치만 남은 김장 | 김장하는 날의 추억 | “김치가 기무치를 이겼습니다” | 기무치와 단무지 | 김치애국팔이는 태극기부대이다 | 김치는 김치이다
- 곡물의 술을 마셨다; 농민은 막걸리 | 양반은 소주 | 소주 아니고 쏘주 - 냉국보다 찬국 - 호랑이보다 무서운 곶감
- 만두 삼국지; 회회인은 상화보다 연애에 관심이 있었다 | 메밀만두에서 밀만두로 |오랑캐의 머리를 먹는 일 | 팥소만두 아니고 찐빵
- 장례식에서 육개장을 먹는 것의 의미 없음에 대하여
제2부 밥을 사 먹는 시대가 열리다
제1장. 도시의 음식들 - 식당에 ‘이모’가 사는 까닭 - 뚝배기는 노동자의 그릇이다 - 무서운 이름 ‘집밥’
- 소 돼지 닭의 시대; 일소에서 고기소로 | ‘국대’ 고기구이 불고기 | ‘불고기’는 평양, 넓게는 평안도 사투리일까 | 토종 돼지는 퇴출되었다 | 순대국밥이나 돼지국밥이나 | 돈까스 앞에서의 명상 | 1인 1닭의 시대 |
부족한 것끼리 모여 삼계탕이 되다
- 활어회 신화의 탄생;활어회의 문제들 | 방송 탓이 크다 | 불신사회의 생선회 - 가을 전어는 도심에서 헤엄을 친다; 전어 맛이 절정일 때가 있다 | 전어는 이렇게 먹어야 한다
- 일본에서 온 빙수에 대한 한국적 재해석 - 한국음식 자장면; 화교가 가지고 온 국수 | 화교의 몰락과 자장면의 번창
- 《우동 한 그릇》에 담긴 눈물의 정체 - 삶은 달걀의 공간 이동; 찜질방에 가면 삶은 달걀을 먹어야 한다
- 국민의 삶과는 아무 관련 없는 국가대표 음식 - 커피 공화국 탄생기; 누룽지 냄새가 난다 | 강릉에 가면 커피가 맛있는 이유
제2장. ‘향토’에 원래 있었던 음식은 없다 - 가난이 만든 강릉 초당두부; 사대부가 두부를 쑤겠는가 | 콩이 바닷물과 만나다
- 함경도 아바이는 모르는 속초 오징어순대; 오징어찜 혹은 이카메시 | 요즘의 조리법과 비슷하면서 조금 다르다 | 강원도만의 오징어순대를 위하여
- 한국 향토음식의 대표선수 전주비빔밥; 비빔밥의 계통도 - 그리운 충무김밥 할매들; 할매들은 창의적이었다 | 종이의 추억
- 북한에서 유명한 진주냉면과 그 재탄생기; 이름은 있고 레시피는 없다 | 진주냉면 육수도 소고기 국물이었을 것이다
- 훅 나타났다 훅 사라져간 안동찜닭; 치킨에 밀린 닭집 골목의 생존 아이템 | 33조각의 닭고기
- 부자 동네의 흔적 수원갈비와 안의갈비찜; 소갈비가 가장 먹을 만했던 이유 | 수원은 잘살았다 | 안의도 잘사는 동네였기는 했다
나가는 말 | 앵두나무 우물가에는 아무도 없다
참고 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