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신교회 70주년 기념 회고와 전망 10._고신교회 70년과 고려학원에 대해
고려학원은 고신교회 총회에 속한 학교법인이다. 현재 고신대학교와 고려신학대학원 그리고 복음병원이 여기에 속해 있다. 고려학원이 1967년 5월에 설립 인가를 받았으나 위 세 기관의 역사는 고신교회 설립(1952. 9)보다 길다. 고신교회 설립 이후 지난 70년 동안 고려학원은 고신교회와 함께 동고동락해왔다. 고려학원을 배제한 고신교회 역사는 상상할 수 없다. 고려학원은 고신교회의 자랑거리이면서 때로는 근심거리였다. 앞으로 고신교회가 고려학원과 어떻게 관계를 맺는 것이 바람직할까? 이를 위해 먼저 지난 고신교회 70년 동안 총회가 고려학원과 관련해서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를 살펴보자.
1. 경남노회 승인을 받아 세워진 고려신학교와 복음진료소(경남구제회)
고신대학교와 고려신학대학원의 전신인 고려신학교는 해방 이후 재건된 경남노회 제47회 1차 임시노회(1946. 7. 9)에서 승인을 받고 1946년 9월 20일에 개교하여 제14회 총회(1964)에 총회 직영신학교가 되었고, 복음병원 설립 배경이 되는 대한기독교경남구제회(대표 전영창) 역시 경남노회 제54회 정기노회(1951. 3)에서 승인받아 1951년 6월 21일에 ‘복음진료소’를 개설하고 제5회 고신총노회(1956. 4)에서 소속 기관이 되어(‘복음의원’) 이사회 조직이 이뤄졌다(초대이사장 박손혁 목사). 그러다가 양 기관은 1967년 5월에 고려학원 이름으로 함께 인가를 받는다. 따라서 고려학원의 세 기관은 고신교회 설립 이전에 이미 경남노회의 전폭적인 공인과 지원으로 세워졌다.
2. 고신교회 설립부터 역사를 함께 한 고려신학교, 복음의원
고려신학교 설립 허가와 학생 추천, 지원을 약속한 경남노회가 교권주의자들의 횡포로 이후 두 차례나 고려신학교 인가 취소를 결정하고 또 제37회 총회(1952. 4. 29)마저 고려신학교와 이를 지지하는 경남(법통)노회와 공식적으로 단절하는 결정을 함으로써 경남(법통)노회가 불가피하게 별도 치리회인 총노회를 조직하고 이로써 고신교회가 설립된다(제57회 경남[법통]노회, 1952). 따라서 경남노회에서 공인과 지원을 받은 고려신학교와 복음의원은 자연스럽게 시작부터 고신교회와 함께 하게 됐다.
3. 고려신학교와 칼빈학원(대학), 그리고 기독교종합대학 설립을 위한 이상과 고려학원 설립
고려신학교는 개교부터 신학 예비과정으로 예과 2년을 두고 인문학을 교육했으나(이후 3년은 본과에서 수학) 1955년 9월 감천에 있는 건물을 인수하여 칼빈학원(대학)으로 개교하고 4년제 대학과정으로 독립했다. 문교부 대학인가 없는 사설학교이나 1956년 4월에는 신학과 외에 영문학과, 철학과를 증과하는데 이는 장차 기독교종합대학을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부지 문제로 대학설립 이상이 어렵게 되자 칼빈대학은 고려신학교 부속기관(대학부, 고신대학)으로 흡수(1964. 1)되면서 이후 고려신학교는 칼빈학원 4년제 기관을 대학부라 이름 붙여 흡수한 후 대학으로 인가받는 일에 노력을 기울였다. 특별히 대학부 학생은 인가 없는 학교에 적을 두었기에 병무소집 연기가 불가한 여러 가지 제약을 받았다. 따라서 대학 인가는 매우 중요하고 시급한 요구였다. 이런 배경에서 제14회 총회(1964)는 고려신학교를 총회 직영으로 결정하고 처음으로 신학교 운영비를 노회에 할당하고 이사회는 각 노회가 파송하는 이사로 조직했다. 설립 18년 만에 고려신학교가 총회 직영신학교가 됐다. 그래서 교회의 기도와 재정지원은 물론 감독을 받음으로써 교회건설을 위한 책임 있는 신학교육을 하게 됐다.
새 이사회는 고려신학교에 복음병원(1961)을 함께 편입하여 총회 유지재단(1965)을 구성했다가 사립학교법 공포시행에 따라 대학 인가를 받기 위해서 학교법인 고려학원을 설립했다(1967). 설립 목적은 다음과 같다. “본 법인은 대한예수교장로회(고려파) 총회의 성경적인 신학사상에 입각하여 장로회 신조와 헌법에 기준한 교역자 양성과 기독교교육, 병원사업을 목적으로 고려신학교와 복음병원 및 부속 간호학교를 유지 경영한다.” 그런데 고려학원 설립과정에 상당한 문제가 있었다. 우선 고려신학대학 설립 인가(1970)를 받기 위해 복음병원을 학교법인이사회의 수익기관으로 편입했기에 이때부터 구호를 목표로 하는 복음병원과 수익을 목표로 하는 총회 간의 갈등이 시작됐다. 또 인가 과정에 불법과 허위가 있었다. 학교법인 설립을 추진하면서 거짓으로 이사회를 만들어 인가 청원서를 당국에 제출한 것이다. 모순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개혁신앙에 기반한 목사 양성을 목표로 하고 기독교 문화건설 취지로 기독교대학 설립을 추진하면서 정작 개혁주의 생활원리와는 거리가 먼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4. 고려신학대학에서 기독교대학으로 변신 그리고 신급 제한의 사실상 폐지
1970년 12월 고려신학교 예과(대학부)가 ‘고려신학대학’으로 인가를 받았다. 신학과 외에 종교교육과(1977), 종교음악과(1978)가 개설됐다. 이는 칼빈대학을 통해 시도한 기독교대학 설립의 시작이었다. 이사회는 신학대학인 ‘고려신학대학’을 일반대학인 ‘고신대학’으로 변경을 결정하고 이를 총회에 보고했다. 그러나 개혁주의 생활원리에 따른 교회와 신학교, 교회와 고등교육과의 관계 등에 관한 신중한 연구와 기획 없이 더구나 교회의 충분한 이해와 합의 없이 특정인들에 의해 추진된 이 안건은 제28회 총회(1978)에서 부결되나 결국 이듬해 제29회 총회(1979)가 의과대학 설립을 허락하면서 ‘고려신학대학’은 일반대학인 ‘고신대학’으로 변신하게 됐다(1980). 고신대학은 다시 종합대학으로 발전하기 위해 학과를 계속 증설하고 영도에 제2캠퍼스를 조성했으며 1993년에는 ‘고신대학교’로 교명까지 변경했다. 그러나 신급제한 폐지 헌법소원(1996), 고려학원 부도(2003), 입학생감소 추세를 계기로 입학생에게 요구한 신급 제한(학습 이상)은 제55회 총회(2005. 9)가 ‘고신대학교 입학자격(신급)제도의 탄력적 운영허락 청원’을 허락하면서 사실상 폐지되고 말았다.
5. 복음병원의 성장과 시련
1970년 12월 고려신학대학 설립 인가와 함께 복음병원이 고려학원의 수익기관이 된 이후 1980년 10월 고려신학대학이 고신대학으로 변신하고 아울러 고신대학 의예과가 신설되면서 복음병원은 1981년 2월에 ‘고신대학 부속 복음병원’이 되고 ‘고신의료원’으로 개편됐다. 이후 병원은 날로 발전하여 병동 증축으로 한때 서울 이남에서 일천 병상 이상을 갖춘 제일 큰 병원이 됐다. 그러나 부실 의료재단 김해복음병원 인수(1984), 고신의료원 노동조합결성(1987), 고신의료원 소요 사건(병동 건축을 둘러싼 비리, 부정 입학으로 인한 원장 구속과 이사장의 입건, 1988-1989)과 이를 처리하기 위한 전권위원회 구성(제41회 총회, 1991)과 총회 내 세력 간의 대립(45회, 46회, 47회 총회) 등으로 시련을 겪으면서 제51회 총회(2001) 시는 급기야 총회 장소를 노조원이 점거하는 사태까지 일어나고, 고신교회 50년을 경축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김해복음병원 문제, 이사회와 병원의 파행적 운영, 병원노조의 장기파업으로 교직원 임금체불 등이 사회문제화되면서 마침내 복음병원이 부도가 나고 고려학원에 관선이사가 파송되기에 이르렀다(2003).
6. 고려신학대학원의 이전과 단설대학원 추진
‘고려신학교’는 1970년 12월 예과 과정인 대학부가 ‘고려신학대학’ 이름으로 대학 인가가 나오자 ‘신학 본과’ ‘신학 연구과’ 이름으로 대학에 종속하는 기관이 됐다. 그러다가 1980년 10월 ‘고려신학대학’이 ‘고신대학’으로 일반대학이 되면서 11월 3일 교역자 양성 기관인 ‘신학대학원’(고려신학대학원) 인가가 나고, 제36회 총회(1986)가 ‘신학대학원’만을 수도권으로 이전하기로 결의하고, 제38회 총회(1988)는 신학대학원과 고신대학의 분리 운영을 허락했다. 제43회 총회(1993)가 ‘단설신학대학원’ 설립 추진과 학교법인 고려학원과는 별도로 ‘목사 양성 기관인 신학대학원을 관리 운영하기 위해서 이사회를 별도로 구성’하는 문제를 이사회에 맡겨 연구하도록 했으나 그 이후 이 사안은 지금까지 답보 상태에 있지만 고려신학대학원은 마침내 1998년 9월에 천안에 새 건물을 완공하고 이전하게 됐다.
7. 위기에 빠진 고려학원 세 기관의 현재
2011년 9월 고신대학교가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선정되면서 제61회 총회(2011)가 구성한 ‘고신대학교 총회대책위원회’는 제63회 총회(2013)에서 “고신대학교 미래를 위한 특별대책위원회”로 바뀌고, 제64회 총회(2014)는 앞의 위원회가 “대학의 특성화와 구조조정을 전제로 부산 영도와 천안의 캠퍼스를 하나로 통합하기로 한다”는 안건을 받고 ‘고신대학교 미래대책위원회’로 다시 조직했다. 제65회 총회(2015)에서 앞 위원회의 “단설 신학대학원 설립과 수도권 이전 실현 불가, 총회 산하기관의 고려신학대학원 건물 사용 가능성” 보고를 끝으로 이후 총회 차원의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현재 고신대학교는 입학생감소와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고, 고려신학대학원 역시 최근 급격한 입학생감소로 목회자 수급에 제동이 걸린 상태에 있으며, 복음병원은 2020년 말 상급종합병원 지정에 탈락하면서 고려학원 전체가 지금 어려움에 빠져 있다.
8. 평가와 도전
허순길 교수는 1963년 환원 이후 고신교회가 겪은 큰 시험은 교회의 근본적인 문제인 신학이나 교리 혹은 전도와 선교로 말미암은 것이 아니라 교회가 직영하는 대학과 병원을 둘러싼 문제들이라고 지적했다. 당장 학령인구감소로 인한 고신대학교의 존립 여부, 복음병원에서의 비리와 노조 문제, 교회쇠퇴와 맞물린 신대원의 입학생 급감과 질적 저하 등 고려학원이 직면한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70년을 맞아 고신교회는 그동안 고려학원의 세 기관이 본래 설립 목적대로 유지되었는지, 불법과 과욕으로 변질하고 탈선한 것은 없었는지 살펴야 한다. 세 기관의 상호 관계 역시 바르게 정립되어야 한다. 아니, 개혁주의 생활원리를 따라 고신교회와 고려학원의 관계를 재조정할 것은 없는지 냉철하게 성찰해야 한다.
출처 : 고신 뉴스 K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