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특별법 ‘항거불능’ 삭제 추진
박세환 의원등 24명 개정안 발의
대법원 부적절 해석 가능성 봉쇄
그동안 정신지체장애인을 성폭력한 가해자를 처벌하는데 걸림돌이 됐던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이하 성폭력특별법) 제8조의 ‘항거불능’을 개정하기 위한 법안이 발의됐다.
국회 여성위원회 소속 박세환 의원 등 여·야 의원 24명은 성폭력특별법 제8조에 명시된 ‘항거불능’이라는 표현을 삭제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성폭력특별법 개정안을 지난 24일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지난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회부됐으며, 오는 6월 임시국회에서 심의될 예정이다.
그동안 성폭력특별법 ‘항거불능’ 조항은 정신지체장애인을 성폭력한 가해자를 처벌하는데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특히 지난 4월 정신지체여성을 5년간 성폭력한 혐의를 받은 가해자가 피해자가 ‘항거불능’을 입증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무죄혐의로 풀려나자 ‘항거불능’ 조항 삭제를 촉구하는 각계의 항의가 빗발쳤다.
당시 한국여성장애인연합 등은 “‘항거불능’은 장애 그 자체가 이미 항거불능 상태이기 때문에 이를 입증해야할 이유가 없다. 이는 여성장애인 성폭력특별법 관련 조항의 모순”이라고 지적하며 법개정을 촉구했다.
이번 개정안은 성폭력특별법 제8조 중 “신체장애 또는 정신상의 장애로 항거불능인 상태에 있음을 이용하여 여자를 간음하거나 사람에 대하여 추행한 자”라는 어구를 “신체장애 또는 정신상의 장애로 정상인과 같은 합리적 또는 진지한 저항이 곤란하거나 불가능한 상태에 있음을 이용하여 간음하거나 사람에 대하여 추행한 자”라는 어구로 바꾸도록 하고 있다.
박 의원은 “법조항 중 ‘항거불능인 상태에 있음을 이용하여’란 부분을 보호대상 장애인을 정상인과 달리 통상의 항거조차 불가능한 사람으로 정의하며 이러한 약점을 이용한 간음행위의 위법성을 규정한 취지로 해석함이 타당함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형법상의 준강간 개념에 사로잡힌 나머지 ‘장애정도를 일체의 항거가 불가능한 정도 즉, 심신상실상태에 이른 상태’로 장애인의 범위를 제한하는 근거규정으로 잘못 해석하여 결과적으로 장애인을 널리 보호하려는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고 기존 법 해석의 잘못을 지적했다.
이에 박 의원은 “현행법 제8조는 정상인과 같은 항거가 불가능한 신체적ㆍ정신적 장애인을 특별히 보호하려는 규정”이라며 “입법적으로 보충해 애당초 입법 취지를 유지할 필요가 있고, 또 강간죄 성립에 있어 필사의 저항이 필요하다는 가부장적 법해석에 기초한 위 대법원 해석의 문제점을 시정키 위해 필사의 저항요건 대신 영미법상의 합리적 또는 진지한 저항 요건을 도입하려는 것”이라고 법개정의 취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