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 근무 수당 안 준다는데도 버젓이 통과
노동부 산하 고용안정센터, 근로기준법 준수 여부 안 따지고 외국인노동자근로계약 허용
고기복(princeko) 기자
작년 8월 17일 이후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입국한 외국인노동자들의 기본적인 권익이 관할 부서인 노동부의 무사안일로 수시로 무시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작년 12월에 입국하여 경기도 광주에서 근무하고 있는 인도네시아인 '로하니'가 노동부 고용안정센터를 통해 작성한 표준근로계약서에 의하면 보수에 연장, 야간, 휴일근로에 관한 가산임금률을 0.0%로 계약해 놓았다.
▲ 로하니의 표준 근로계약서
ⓒ2005 고기복
이처럼 '표준근로계약서'상에 근로기준법을 무시하는 내용이 버젓이 들어가 있는데도 일선 고용안정센터에서는 외국인력구인신청을 받고 있다. 또 소속 업체에 이의 시정을 요구하는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의 요구는 묵살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에서 일한 바 있던 로하니는 입국 후 연장·야간·휴일 근로에 대한 수당을 책정해 줄 것을 소속 업체 대표 아무개씨에게 요구했으나, 입국 당시 작성한 근로계약서를 이유로 거부당했다.
기씨는 "외국인들 말대로 다 줄 것 같으면 외국인들 쓸 수가 없다. 다 나가라고 해라"고 말하며 로하니씨의 요구를 거부하면서도, 정작 근무처 변경 신청 요구도 협조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고 한다. 한편 사업주 날인 없이 근무처 변경을 시도했던 로하니는 고용주 승인이 없다는 이유로 근무처 변경 신청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로하니는 "표준근로계약서 상에 나와 있는 것을 빙자하여 연장, 휴일 급여 등을 지급하지 않는다면, 표준근로계약서상에 나와 있는 근무처에서 일하게 하는 것이 마땅하다. 현 업체는 표준근로계약서상에 나와 있는 업체도 아니고, 주소지도 다르다"며, "외국인이주노동자들을 고용하는 한국 기업인들이 편법으로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할 뿐만 아니라, 표준근로계약서상의 약속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 노동부가 이러한 것을 바로 잡아주지 않는다면 우리같은 사람들은 늘 당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경기도 화성에서 근무하는 인도네시아인 '우스만' 역시 "회사에서 휴일급여계산을 전혀 해 주지 않는다"며 로하니와 같은 문제가 있음을 밝혔다.
이처럼 근로기준법상의 하향조건들을 명시한 표준근로계약서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노동자 구인신청을 허용한 데 대해 익명을 요구한 성남지방고용안정센터의 담당자는 "외국인노동자 채용 과정에서 근로기준법상의 하향 조건들은 당연 무효 사항이다. 그 부분을 확인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면서 당장 근무처 변경신청이나 근로계약서상의 불이익을 시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자신들의 실수를 시인했다.
관련 시민단체들은 외국인력 도입 주체인 노동부 산하 고용안정센터가 외국인력 도입에 급급해 근로기준법을 외면하는 한, 외국인이주노동자들의 인권은 묵살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