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동호회인 <산에 대하여>의 7차 산행지는 동강 백운산이다. <산에 대하여> 모임의 원천은 나이고 그 추진은 긴겨울 한테서 나온다. 산에 가면 긴겨울을 따라 나서는 친구들이 많기 때문이다.
전국에 백운산이라는 이름의 산이 50여군데나 된다기에 백운산 앞에는 서로 구별할 수 있는 말을 붙이는데, 이번 산행하는 백운산은 동강 백운산이다. 그 많은 백운산 중 최고의 백운산은, 하얀 암반으로 유명한 포천의 백운산, 고로쇠물로 유명한 광양의 거대산인 백운산, 그리고 동강의 아름다움을 조망할 수 있는 동강 백운산이다. 이 3곳이 산림청 선정 한국100명산에 포함되어져 있고, 그 이외에 백두대간 상에 있는 함양 백운산이 있는데 큰 산이지만 위의 산들보다 격이 좀 떨어진다.
동강 백운산은 51km에 이르는 동강의 중간 지점에 동강을 따라 6개의 봉우리로 이어져 있으며, 동강의 가운데에 위치하고 있어 경관이 아름답고, 조망이 좋으며 생태계보존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는 점 등이 고려되어, 2003년에 한국의 100 명산으로 지정되어졌다. 산행은 주로 점재나루에서 정상을 올라 제장나루까지 여섯개의 봉우리를 오르내리는 코스를 탄다. 자! 오늘 동강 백운산을 오른다.
우리는 승용차로 점재나루의 다리를 건너 들어가, 강변에 차를 세워두고 강변 길을 따라 산행 들머리로 향한다. 왼편에 보이는 유명한 동강은 강원도 정선, 평창 일대의 깊은 산골에서 흘러내린 물줄기들인 오대천, 골지천, 임계천, 송천 등이 모여 정선읍 내에 이르면 조양강(朝陽江)이 되고, 이 조양강에 동남천 물줄기가 합해지는 정선읍 남쪽 가수리 수미마을에서부터 영월에 이르기까지의 51km 구간을 동강이라고 부른다. 이 동강은 영월읍에 이르러 서강(西江)과 합해지며, 여기서 강물은 남한강이 되어, 멀리 여주, 서울을 거쳐 황해 바다까지 흘러간다.
강변을 걷다 보면 점재마을 위로 백운산 산자락이 보이기 시작한다.
점재마을 입구에 동강과 백운산의 안내 표지판이 서 있다. 손가락은 긴겨울, 전종성이 손가락.
마을을 오르다 보면 이런 민가 식당이 나오고, 왼편 마당으로 지나가는 것이 산행 통로이다.
다시 시멘트 포장이 나오고............. 여기까지는 즐거운 마음으로 가고 있다. 이렇게 말하면 이후에 뭔가 불길한 것이 있다는 얘기인가? ㅋㅋ 한번 두고 보자.
시멘트 포장길을 가다가 왼편으로 난 밭으로 내려가는 길로 내려서서 밭길로 밭을 지나간다.
그리고 이제 산행이 시작된다. 산길은 조금씩 올라가다가 안부 지나서부터 갑자기 바위 쌓인 된비알로 바뀐다.
여기까지는 괜찮다. 속도도 빠르다. 단미와 산지기, 지루선수는 빠르게 진행한다. 정상까지의 거리와 높이로 판단해 봤을 때 처음부터 너무 빠르게 가면 안되는 데 싶었지만, 본인들은 별로 빠르지 않단다. 하여튼 So far, so good!!
이제 안부가 나오고............그 다음부터는 고생길이라고 자료에서 읽었다. 이제 점재마을에서 600m 올라왔고 정상은 1.4km 남았다니 아직 한참 가야 한다. 그런데 날씨가 이상하다. 갑자기 어두워진다. 뒤에서 지도 보랴, 사진 찍으랴, 하니 모두들 올라가 버리고 없다. 에라! 모르겠다. 소피나 갈기고 가야겠다.
조금씩 가팔라지는 정상 길은...............
갑자기 이 지랄이다............이게 길이냐?
조금 올라서서 뒤를 바라다 보니 정선군이 자랑하는 동강 변의 '한반도지도'가 나타난다. 아직 윗부분이 잘 안보여 남한 밖에 드러나지 않았지만, 사진에서 본 그대로이다. 그런데 날씨가 점점 더 이상해 진다.
아이고! 비온다. 많이도 오네. 금방 옷이 젖고 시계가 흐려진다. 한반도 지도도 서서히 흐려지면서 사라진다.
추적추적 비가 오는 오르막을 올라가고 있는 산지기와 단미.
하지만 그대로는 안된다. 온 몸이 젖는다. 지금은 괜찮지만 나중에 올라갈수록 저체온화한다. 전부 오티나 우의 입엇! 악조건이라도 사진 찍을 때는 웃을 것..................ㅋㅋ 말 잘 듣는다. 근데 즐거운 웃음이 아니네. 억지로 웃는다.
뒤에서 소리 없이 따라오는 산지기. 벌써 카메라가 젖어 렌즈에 김이 서려있다. 셔터도 작동이 좀 이상하다. 그래도 찍어야지. 기록을 남겨야지. 오늘 전망 좋은 경치 보기, 다 틀렸다.
드디어 백운산 정상. 높이는 882.4m인데 많이도 올랐다. 카메라의 상태가 불량하다. 렌즈를 닦아야 하는데 저 때는 몰랐다.
억! 지루선수는 여전히 선글라스를 끼고 있네. '선'도 없는데 왠일이람? 습관이 되어서 항상 껴야한다나? 지루선수가 이문세 닮았다고 하니 본인은 서세원이 닮았단다. ㅋㅋㅋ 서세원이는 생쥐, 일본놈 같이 생겼는데 그런가? 아니다. 지루선수는 이목구비가 제법 잘 생긴 편에 속한다.
여전히 뒤 따르고 있는 산지기와 지루선수. 그런데 긴겨울은 어디 갔나?
점심 먹은 뒤에 이제 백운산 종주에 나선다. 백운산 정상에서 시작하여 제장나루까지 여섯개의 봉우리를 지나는 능선인데, 길 전체가 직벽인 단애 바로 위로 나 있어 떨어지면 바로 죽는다. 하지만 그럴 일은 없다. 바보 아니고서야............ㅋㅋㅋ
내려오는 길이 한가롭게 보이지만 절대 아니다. 발은 진흙탕에 빠져 떨어지지 않는다. 바지도 다 버리고 옷도 조금 전에 내린 비로 젖어있다. 좀 귀찮지만 참자. 이게 재미 아니냐! 시간 지나면 좋은 추억거리가 된다.
진흙탕을 내려오고 또 내려오고................이제 긴겨울도 보이네.
비가 그치고 어느 정도 고도를 낮추었을 때 산지기가 배낭에서 좇껍데기술을 꺼낸다. 어이구! 이게 어디냐? 이런데서 동동주를 마시다니......적당히 나누어 마시지만 더 먹고 싶어서 서로 신경전을 벌인다. 막걸리에 안주야 김치가 최고지, 별 것 있냐? 근데 술에서 지린내가 좀 나는 것 같다. 왜? 좇껍데기술이니까..........ㅋㅋ
다시 하강 시작. 누군가 주룩룩 미끄러진다. 좇껍데기술의 효과가 금방 나타난다.
이제 고도를 거의 다 낮췄다. 동강은 저렇게 사행성(뱀 모양)의 모양으로 돌아돌아 굽이쳐 흐르는데, 멀리서 보면 S자 모양을 3개씩이냐 겹쳐 놓은 것 같다. 하지만 그 멋들어진 광경을 우리는 놓쳤다. 그것을 볼 수 있는 고도의 지점을 지날 때에 비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언제 우리 하는 일들이 제대로 된 적이 있었냐?
아래로 동강은 흐르고..............저 동강이 영월읍에서 서강을 만나서 남한강이 된다. 순전히 영월을 기준으로 동쪽에 흐르는 물이 동강이고 서쪽에 흐르는 물이 서강이다.
이제 어느 정도 안도하는 단미. 그녀는 요즘 관절염으로 늘 고생이다. 하지만 산을 너무 좋아하여 산에는 빠지지 않는다. 그녀를 산에 못 가게 하는 것이 막내아들 원중이다.
백운산 산행의 진미는 뱀이 또아리를 틀은 것 같은 굽이굽이 돌고돌아가는 동강의 강줄기를 능선따라 계속 조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등산로는 6개의 봉우리를 가파르게 오르고 가파르게 하산하며 주로 참나무 군락으로 이루어진 길을 지나 간다. 능선 왼쪽 동강쪽은 낭떨어지 같은 급경사 단애이다. 군데군데 위험 구간이 있고 지나치게 가팔라 조심해야 하지만, 홍천 팔봉산 같은 위험은 아니다. 길에서 벗어나지만 않으면 되는 정도이다. 비가 오면 피하라고 하는데 그것도 그렇지 않다. 아줌마부대들도 한 단체가 지나가는 산행길이다. 내가 이렇게 말하니까 지루선수 왈, "강선생! 아줌마들 무시하지 말아! 요즘 무서운 아줌마들 많아!"........하긴 그말이 맞다. 무서운 아줌마들 많더라. 면도칼 막 뱉어내는 아줌마들도 있더라. ㅋㅋㅋ
우리가 지나온 봉우리들 주변에 가스가 차고..................역시 비온 날의 산풍경이다.
긴겨울이 폼을 잡는다. 하지만 조명이 어둡다.
이제 저 앞에 보이는 두 봉우리만 지나가면 제장나루로 떨어진다.
산행 길은 갑자기 고도를 완전히 낮춘다.
고도는 자꾸 떨어지고...............
그래도 여전히 고도는 있다.
이 단애의 절벽길에서 사고로 죽은 여성의 추모비. 서른살에 죽은 것을 보면 처녀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한백오름이라면 내 기억에 예전 통신이 유행할 때 천리안통신 산악회이지 싶은데............그런데 추모비의 비문이 영 아니다. 고인에 대한 진정한 얘기는 부족하고 자기 산악회 이름 선전에 바쁘다. 머리 나쁜 친구가 글을 쓴 것 같다. 개자식!
낭떠러지에 붙은 나무에 기대어 촬영하는 산지기. 귀여운 산지기.
하산 중에 긴겨울은 능선으로 가고 우리는 우회길로 가지만 그 우회길은 문희마을 가는 길로 갈라진 곳을 지나쳐 다시 칠족령으로 간다. 중간에 긴겨울을 만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그렇지만 아니다. 우리는 여기서 긴겨울과 완전히 헤어져 제장나루에서야 긴겨울을 만난다. 그렇게 산을 많이 다녔지만 아직도 기본수칙을 지키지 않았다. 한 집단은 산에서 절대로 둘로 나뉘어져서는 안된다는 것을................
우회길로 가고 있는 우리들. 맨 앞에 단미가 서 있다.
숲이 우거져 너무나 어둡다.
이상하게 긴겨울과 만나지 못한다. 이쯤에서 길이 서로 만날 것인데 길이 나타나지 않는다. 늘 선글라스를 껴야한다던 지루선수가 드디어 선글라스를 벗는다. 완전히 한밤중이라나................ㅋㅋㅋ
갈림길에 왔는데도 긴겨울은 나타나지 않는다.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다. 긴겨울이 온 능선에는 바위낭떠러지 지대가 있는데 혹시나 하는 불길한 생각이 든다. 조금 기다리다가 계속 연락이 없자, 배낭을 맡기고 내가 능선길로 달려 올라간다. 올라가 보니 그 위에 또 갈림길이 있었고 이정표에 '제장'이라는 표시가 있었다. 긴겨울은 그리로 내려간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모두를 올라오라고 하고 우리도 긴겨울이 갔을 법한 길로 내려간다.
바로 내려 갔으면 빨리 내려 갔을텐데 우리도 다시 올라와 길을 수정한 것이다. 한참 내려가다가 생각해보니 좀 이상했다. 자기 혼자 내려갔단 말인가? 또 불길한 생각이 들어.............다시 일행에게 짐을 맡기도 천천히 내려가라 하고 나 혼자 다시 능선으로 치고 올라갔다. 능선에서 살피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긴겨울이 제장마을에 도착했다는 전화였다. 긴겨울은 우리가 먼저 내려간 줄 알고 빠르게 내려왔다고 했다. 그제서야 안도하고 다시 산을 달려 내려온다.
이제 제장마을에 다 내려왔다. 어떻게 알 수 있냐고? 길이 평지 잖아! 이 바보야! ㅋㅋㅋ
우리는 가운데 굴 같은 어두운 숲길에서 빠져 속세로 돌아왔다. 긴 터널을 뚫고 나온 듯하다. 이제 산행이 끝난 것이다.
이제 밭 가운데 시멘트길을 따라 제장나루로 내려간다.
나 빼고 넷이서 기념 촬영. 한명은 어디 갔냐고? 잘 봐! 저 뒤에서 폼 잡고 서 있잖아. 거리가 무슨 문제야! 사진에 찍히면 되지. ㅋㅋㅋ 산지기가 개판인 신발 좀 찍어달라고 한다. 이 전투적인 산행을 주변 사람들에게 자랑하겠단다.
제장마을에서 우리가 지나온 백운산 능선을 올려다 봤다. 위치가 좋지 않아 제대로 나오지는 않았지만 우측 높은 곳이 백운산 정상이고 그 왼편으로 여섯개의 봉우리를 비를 맞으며 넘어왔다. 왼편에서 세번째 봉우리가 가장 힘들었고, 또 가장 위험하기도 했다. 동강에서 바라보는 백운산은, 정상에서 서쪽으로 마치 삼각형을 여러개 겹쳐 놓은 듯한 여섯개의 봉우리가 동강을 따라 이어져 있고, 동강쪽으로는 칼로 자른 듯한 급경사의 단애로 이루어져 있다.
이제 제장나루. 예전에 나루이지 이제는 시멘트 다리가 놓여져 나루라고 하기에는 좀 뭐 하다. 대구에서 온 버스들이 기다리고 있지만 우리하고는 상관 無다. 우리는 점재나루까지 차를 가지러 가야한다. 가만 보니 택시도 없다. 일단 진흙탕 신발과 바지를 씻고 보자.
정선 동강.
동강에서 신변 정리하고 있는 대원들.
제장나루에서 본 동강. 그리고는 긴겨울과 내가 둘이서 걸어서 점재까지 간다. 차를 가지러........거의 1시간 반이나 걸려서 차를 가지고 온다. 뭐! 이럴 때 걸어보지 언제 걸어보나? 나야 서울에서 경주까지 걸어갔던 미친 놈 아니던가?!
영월읍내 버스터미널에서 지루선수가 예술적으로 깔아놓은 생삼겹살. 고기가 맛이 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서울 가는 버스표가 매진되었단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하나? 모두들 말이 없다. 에라! 겹살에 소주나 마시자.
서울 가는 차도 없는데 즐거이 먹고 마시는 친구들. 급기야 말한다. "어이! 제천까지 태워줘. 그리고 거기서 그냥 경주로 가. 우리가 알아서 할께!"..........우리는 제천으로 달렸고 제천에서 친구들은 밤 9:20분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로 간다. 나도 그대로 중앙고속도로로 나와 남으로 남으로 달린다. 휴게소에 들러야 하지만 내친 김에 그대로 막 달려 군위휴게소까지 온다. 무려 제천에서 130km나 쉬지 않고 달려왔다.
군위휴게소에서 간단하게 씻고 다시 달려 한번도 안 쉬고 경주까지 온다. 경주에 도착하니 밤 12:10분. 서울친구들과 비슷하게 집에 들어간다. 물론 집 근처에 있는 주점에서 생맥주 한잔씩 때리고 들어가는 것은 습관이다. 산이 있는데 술이 없어서 쓰겠느냐?!
친구들이여! 수고했다. 단미도 수고했다. 오래도록 좋은 추억으로 남으리라!
첫댓글 광양 백운산은 북으로 병풍 같은 지리산이 멀리 있었고, 남으로는 남해 바다가 내려 보이는 경치 였는데.... 동강 백운산은 동강의 굽이굽이 강줄기와 한반도를 다 볼수 있군요.... ' 산이 있는데 술이 없어서 쓰겠느냐 ? ' 는 말씀을 듣고 생각해 보니까, 제가 사실 술을 마실 수 있으진 게, 다른 이유도 있지만 산을 다니면서 힘(?)을 많이 얻은 것 같습니다.... ㅎㅎㅎㅎ.
그렇지요. 광양 백운산정에 올라서면 지척에 지리산 천왕봉이 있습니다. 광양 백운은 거대산이지요. ㅋㅋㅋ 산 높이, 술 높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춘천에 있는 오봉산 산행을 한 적이 있는데, 차를 가져 가서 반대 쪽으로 택시를 타고 차 가지러 간게 생각 나네요.. 산행 후에 차 가지러 한시간 반을 더 걸을 수 있는 체력 정신력 대단 하십니다...덕분에 백운산의 산행을 한것처럼 느끼게 해 주심에 감사 드립니다....
긴 글 읽어주시니 고맙습니다. 이번 27일에 춘천 오봉산, 용화산 하러 갈 예정입니다.
산을 오른 모습이 스릴이 넘치네요 재미도 있고요,, 체력이 부럽습니다 춘천 오봉산행이 벌씨로 기다려집니더![ㅎㅎ](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70.gif)
![ㅎ](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6.gif)
금정산은 잘 있나요? ㅋㅋㅋ 금정 막걸리도..............
꿋꿋이 잘 있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