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 난곡로의 비탈길에 한국에서 처음으로 베이비박스를 설치한 주사랑공동체교회가 있다. 여기에 덧붙여 어머니가 아기와 함께 머물며 생각하는 시간을 갖고, 상담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최근 ‘베이비룸’이 만들어졌다. 교회 담임을 맡고 있는 이종락 목사로부터 베이비룸과 베이비박스 이야기를 들었다. “베이비룸에는 아기 침대를 놓았어요. 엄마가 침대에 아이를 뉘어 놓고 마지막 정을 나누는 시간과 공간을 마련해 준 거예요. 엄마가 아기에게 할 말이 있을 테고, 내가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마음이 생길 수도 있어요. 저는 그걸 바라고 원해요.” 이 목사는 베이비박스를 찾아온 미혼모가 아기를 베이비박스에 넣고 문을 닫자마자 도망치다시피 하는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면서 베이비룸을 만들게 된 이유를 말했다. 베이비룸은 ‘이별’의 자리이기도 하지만, 이곳을 찾아온 어머니와 아이가 잠시 쉬면서 그들의 상황에 대해 생각해 보고, 필요하다면 상담도 받을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이다. 이 목사는 아이를 데려온 어머니가 원하면 교회 측과 상담할 수 있도록 아기 침대 옆에 초인종을 설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상담을 통해 되도록 친어머니가 아이를 키우겠다고 결심하게 하고, 교회는 필요한 지원을 해 주며, 갈 곳이 없는 사람은 자립할 때까지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오갈 데 없는 미혼모들이 머물 수 있도록 6명이 아이를 키울 수 있는 방을 1층에 마련했고, 곧 미혼모 3명이 들어와 지낼 예정이라는 것이 이 목사의 설명이다. | | | ▲ 주사랑공동체교회가 최근 새로 만든 '베이비룸'에 대해 이종락 목사가 소개하고 있다. ⓒ강한 기자 |
베이비박스 문을 차마 열지 못하고 박스 아래나 옆집 주차장, 근처의 공중전화 앞에 아기를 두고 가는 경우도 있었다. 이 목사는 지나가던 사람이 울음소리를 듣고 아기를 보호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2009년 12월 베이비박스를 만든 이래 760명의 아기가 이곳을 안전하게 거쳐 갔지만, 자칫 잘못하면 베이비박스 밖에 두고 간 아기가 위험할 수도 있다는 걱정도 있었다고 한다. 베이비박스는 독일, 체코 등 유럽에서 운영하고 있는 사례를 참고해 만들어졌다. 부모가 도저히 아기를 키울 수 없는 경우 아기를 두고 갈 수 있도록 건물 외벽에 설치하는 신생아 보호장치이며, 산모의 신원이 드러나지 않도록 지켜 줄 수도 있다는 것. 베이비박스에 아기가 들어오면 건물 안에 있는 담당자가 곧바로 알 수 있도록 소리가 나게 장치돼 있고, 아기가 추위에 떨지 않도록 만들었다. 지금도 베이비박스에 들어오는 아기는 한 달에 20-25명이다. 이종락 목사는 이번 달에만 23명이 들어왔다면서 “정말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회 일각에서는 베이비박스가 아기를 버리도록 조장하는 시설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이 목사는 교회가 자리 잡고 있는 관악구는 협조적이지만, 보건복지부로부터 베이비박스가 유기를 조장하는 불법 시설이라는 지적을 받는다고 말했다. | | | ▲ 주사랑공동체교회 외벽에 설치된 베이비박스. 아이의 이름과 성별, 생일을 적을 수 있는 메모지가 준비돼 있다. ⓒ강한 기자 |
교회의 설명에 따르면 주사랑공동체교회는 정식 보육시설로 허가를 받지는 못한 상황이다. 초창기 베이비박스에 들어온 아기들을 이종락 목사가 양자로 입양한 경우가 있지만, 최근에는 경찰에 미아 신고를 해 법적 절차에 따라 정부 보호시설로 보내고 있다. 이 목사는 베이비박스는 ‘유기를 사전에 막는 시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사회가 출산을 장려하면서도 미혼모의 아이는 멸시하는 분위기라면서, “사람을 살리고, 미혼모를 살리는 일에 정부가 아무런 대안과 대책 없이 부정적 생각을 갖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이 교회가 미혼모와 아기들을 보호하고 위로하며 축복하는 기관이 되기 위해 혼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