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뻑뻑해요, 따끔해요, 침침해요, 서걱서걱해요….”
일상생활에서 눈에 뭔가 이상증세를 느낄 때 흔히 쓰는 표현들이다. 눈이 보내오는 이런 신호들은 뭘 뜻할까? ‘그러다 말겠지’ 하고 그냥 넘겨버려도 괜찮은 것일까? 김성주 김안과병원 원장은 “눈이 보내는 다양한 신호가 주기적으로 반복되면 눈이나 다른 신체 기관에 이상이 있는 것”이라며 “평소 눈을 잘 관찰하고, 눈의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한다.
■ 몸은 눈으로 신호한다 눈은 ‘제2의 뇌’라고 할 만큼 매우 복잡하고 정교한 조직이다. 빛을 감지하고, 인간이 접하는 숱한 정보를 뇌에 전달해주는 기관이 바로 눈이다. 눈에 있는 혈관과 망막, 시신경은 눈이 그런 구실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뇌와 정교하게 연결돼 있다. 망막에 있는 빛 감지 세포가 1억개를 웃돌고, 눈에 뻗쳐 있는 시신경 세포도 100만개가 넘는 다. 이런 연결고리를 통해 다른 신체 기관에 이상이 생길 경우 눈에도 그 영향이 미친다. 더욱이 다른 신체의 장기와 혈관들은 피부 속에 있어 관찰하기 어렵지만, 눈은 겉으로 드러나 있어 곧바로 이상 유무를 알아볼 수 있다. 김성주 원장은 “눈의 미세한 변화를 통해 병을 발견할 수도 있다”며 “눈은 우리 건강 상태를 나타내주는 하나의 지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눈이 갑자기 커져 보이고 눈이 튀어나와서 ‘놀란 토끼눈’처럼 보인다면, 갑상샘(갑상선) 질환을 의심해봐야 한다. 갑상샘 질환은 전신 질환이 나타나기 전에 눈에 먼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초기엔 눈의 충혈이 동반되기도 한다. 또 눈을 움직이는 근육에 이상이 발생해 물체가 두 개로 보이거나 초점이 안 맞는 현상이 생기기도 한다. 김봉현 씨어앤파트너안과 원장은 “갑상샘 호르몬이 많이 분비되면 안구 뒤쪽에 있는 결체조직(지방이나 섬유 조직들로 구성) 양이 늘어난다”며 “늘어난 결체조직들이 안구를 앞쪽으로 밀게 돼 눈이 튀어나오게 된다”고 설명했다. 갑상샘 호르몬이 증가하면 왜 유독 눈의 결체조직 양이 증가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40대 이상 중년층인데, 시력이 갑자기 떨어지거나 외안근(눈구멍의 벽에서 시작하여 안구에 붙어 안구의 운동을 담당하는 눈 근육) 마비가 발생한다면, 당뇨병을 의심해볼 수 있다.
반대로 이미 당뇨병을 앓고 있다면 눈에 혹시라도 이상이 없는지 신경 써야 한다. 당 조절을 잘하고 있더라도 당뇨병 환자의 경우, 당뇨병에 걸린 지 10여년 정도 지나면 눈에 이상이 나타날 수 있다. 당뇨병은 혈중 당 수치가 올라가는 병이다. 혈중에 포도당이 많아지면 혈관벽이 부실해지고, 진물이 나오거나 출혈이 생길 수 있다. 이런 증상이 만성적으로 진행되면 혈관 조직이 엉겨붙고 늘어지는데, 망막에 있는 혈관 조직들이 이런 상태가 되면 시력에 이상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당뇨성 망막증에 걸리면, 사물이 왜곡돼 보이고, 검은 점이나 벌레가 날아다니는 듯한 증상이 나타나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초래한다. 다시 시력을 회복하기도 힘들다. 김성주 원장은 “당뇨병은 40~60살 사이에 실명까지 초래할 수 있는 무서운 질환이므로 당뇨병 환자는 정기적으로 눈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눈이 자주 충혈되거나 통증이 있고, 시력도 감퇴됐다면, 자가면역 질환인 류머티즘성 관절염이나 베체트병을 의심해볼 수 있다. 빛을 보면 평소보다 훨씬 많이 부시고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나기도 한다.
눈이 창백하고 결막이 하얗게 보이면, 빈혈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빈혈이 있을 경우엔 아래 눈꺼풀을 밑으로 당겼을 때 유난히 창백하고 핏기가 없다.
간에 이상이 생겨 황달이 생기면 가장 먼저 눈이 노랗게 물든다. 빌리루빈이라고 하는 색소가 결막 및 공막에 침착되어 흰자위의 색깔이 노란색을 띠게 되는 것이다.
순환기 질환도 눈에 있는 혈관을 통해 알아볼 수 있다. 동맥경화가 있는 경우 망막의 혈관을 통해 상태를 정확하게 점검할 수 있다.
■ 눈은 오장육부의 축소판 서양의학에서는 특정 질병과 눈에 나타나는 증상을 연구해 치료하고 있다면, 한의학에서는 눈의 부위와 우리 신체 오장육부를 연관지어 눈을 바라본다. 그것이 바로 오륜학설이다. 오륜학설에서는 눈의 부위를 5개로 크게 나누어 한의학의 장부이론과 연결해 설명한다.
흰자위는 장기로는 폐, 각막이나 홍채는 간, 눈물샘과 관련된 부위는 심장, 안검(눈꺼풀)은 비장, 시력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눈의 내부는 신장으로 귀속된다고 본다. 따라서 흰자위가 충혈되는 질환, 예를 들어 결막염이나 공막염은 폐열로 진단해 폐의 열을 내려주는 약을 사용한다. 눈꺼풀이 밑으로 처지는 안검하수 같은 질환은 인삼, 황기, 백출과 같은 약재를 사용한다. 이른바 다래끼라 불리는 맥립종은 비장과 위장의 열을 내려주는 침술로 치료한다.
김경준 경원대 한의학과 교수는 “오륜학설은 상당히 객관적이고 과학적이어서 실제 임상에서 치료율이 좋다”며 “눈에 질병이 나타났을 때 다른 장기의 건강 유무와 연관지어 생각해본다면 좀더 근본적인 치료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도움말:김성주 김안과병원 원장, 김봉현 씨어앤파트너안과 원장, 김경준 경원대 한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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